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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84화 (84/316)

84화

시간은 흘러 4월은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밖의 날씨는 봄의 기운이 만연하여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수혁은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촬영을 하여 2주 동안 공개할 동영상 촬영을 마치고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까지 일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는 강사들을 도와 유료 강의에 쓸 교재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수혁은 시범 강의 서비스 이후에 대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래 원장실로 쓰려고 했던 공간은 스튜디오로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더 많은 스튜디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혁아,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수혁이 학원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찬명이 잠시 불렀다.

“네, 형 무슨 일이세요?”

“다른 것이 아니라 네가 우리 회사 대푠데 호칭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앞으로 회사에서는 너를 대표님이라고 부를 생각이야.”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니야,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 운영하는 데에도 훨씬 나아.”

찬명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완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혁은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그의 말에 호칭을 정리하기로 했다.

“대표님 저번에 말씀하셨던 강사인력 충원을 완료했습니다. 이제 주요과목 외에도 탐구 과목 강의도 개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번에 이야기했던 스튜디오 개설 작업도 잘 살펴봐 주세요.”

찬명은 호칭이 정리되자마자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수혁에게 말했다.

수혁은 조금 어색했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서비스가 개시되는 5월 1일이 되었다.

전 직원들과 강사들은 사무실에 모여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개시하겠습니다.”

직원은 광고를 통해 예고했던 시간이 되자 사이트 내에 무료강의를 열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자 서버 내 접속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접속자가 너무 많아 서버에 렉이 너무 심한데요?”

강사 중 한 명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와, 우리 이러다가 대박 나는 거 아니에요?”

직원이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 수혁은 잠시 컴퓨터를 보다가 직원들에게 지시를 했다.

“서버 상황 계속 주시하시고 혹시 서버가 터지거나 그러면 바로 업체에 연락해서 조치를 취하세요. 그리고 남은 직원들은 사이트에 있는 고객 게시판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마시고 강사님들은 교재편찬 작업 계속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혁의 말을 듣자 컴퓨터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각자 일을 하기 위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제대로 된 개업식 없이 서비스를 개시한 SH스터디는 그날 하루 바쁘게 보냈다.

렉이 심했던 사이트는 저녁이 되자 점점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지금까지 수학강의를 들은 사람만 3000명이 넘어!”

찬명은 각 강의에 접속한 사람의 숫자를 확인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형, 앞으로 더 많이 들어올 테니까 계속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날짜 맞춰서 무료 강의 올리는 거 직원들한테 말해주고요.”

수혁은 흥분한 찬명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수혁아, 아니. 네 대표님.”

자기도 모르게 수혁을 편하게 부른 찬명은 급하게 호칭을 바꿨다.

그들은 이날 밤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하루 종일 컴퓨터로 상황을 지켜봤고 수혁의 예상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렇게 SH스터디의 첫 스타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강사들 반응이 아주 좋아. 오늘 서버가 폭주하는 모습을 보더니 다들 흐뭇해하는 것 같더라고.”

찬명은 회의실에서 캔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야심한 시각, 수혁과 찬명은 성공적인 첫날을 자축하기 위해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그러면 슬슬 정식으로 고용을 해야겠죠? 형, 시간 날 때 틈틈이 강사들한테 이것들을 주세요.”

수혁은 최근에 산 서류가방에서 계약서들을 꺼냈다.

“이게 뭐야?”

찬명은 종이들을 보더니 궁금한 듯 물어봤다.

“계약서에요. 이제 강사들과 제대로 일을 해야죠.”

찬명은 계약서 하나를 집어 들고 내용을 살펴보았다.

계약서 안에는 강의에서 파생된 수익에 대한 분배와 계약기간 그리고 계약을 위반할 시 책임져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상세히 적혀져 있었다.

“이걸 보니까 진짜 회사 느낌이 난다.”

찬명은 계약서를 읽으며 뭐가 좋은지 실실 웃었다.

“이것도 있어요.”

수혁은 강사들과의 계약서 외에 일반 직원들과의 근로계약서를 보여주었다. 찬명은 마찬가지로 계약서를 꼼꼼히 읽은 뒤 그에게 질문을 했다.

“나도 계약서에 사인해야 되는 것 아니야?”

“아니요, 형은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믿는 것도 있고 더 나아가서 형이 이 학원을 운영해야 될 수도 있으니까요.”

“뭐?”

놀란 찬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연봉과 같이 돈과 관련된 부분은 약정서를 쓸 거지만 형하고는 엄격하게 계약이나 그런 걸 맺고 싶지 않네요.”

“수혁아……..”

찬명은 수혁의 말에 감동을 받았는지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저는 대표라는 직함을 유지하고 회사 운영에 참여는 할 거지만 앞으로 세세한 부분들은 형이 맡아서 해주세요. 말했잖아요. SH스터디는 시작이라고, 저는 앞으로 더 바빠질지도 몰라요.”

수혁은 맥주를 털어 넣으며 덤덤히 말했다.

“지금 잘 되가고 있기는 하지만 양질의 강사들을 수급하는 것만 좀 더 신경 써주세요. 교재 편찬을 전문적으로 도와줄 인원도 확충하시고요. 학원이 자리 잡히면 사설 모의고사 제작도 들어갈 생각도 있으니까 우리 한 번 잘 해봐요.”

“좋은 생각이야. 최선을 다해서 회사에 보탬이 돼 볼게.”

찬명은 내심 그의 사업적 수완에 감탄하고 있었다. 수혁은 회귀하기 전에 한 회사가 온라인 강의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경영학 서적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

“수혁아 믿어준 만큼 열심히 잘 해볼게. 이제 막 스타트를 끊은 거라서 신뢰를 주기에는 부족하지만 두고 보라고.”

찬명은 눈을 반짝이며 수혁을 쳐다보았다.

“믿고 있으니까 부담가지 마세요.”

그는 찬명에 대한 깊은 믿음을 보여줬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수혁은 통찰력을 토대로 찬명을 지켜본 결과 절대 누군가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건배하자.”

찬명은 캔 맥주를 들며 말했다. 수혁은 그와 건배를 한 뒤 회사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하며 술을 마셨다.

* * *

햇살이 제법 뜨거워진 5월의 어느 날, 한국대학교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대학생들로 인해 활기가 넘쳤다.

“요즘 뭐하느라 얼굴 보기가 힘든 거야?”

찬식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수혁과 나오는 길이었다.

“그냥 이것저것 하느라 좀 바쁘네.”

“오늘 동기 모임 있는 거 알지? 중간고사 끝나고 처음 모이는 건데 같이 안 갈래? 너 저번에도 안 왔잖아.”

“나는 생각 없어. 미안한데 다음에 같이 가자.”

수혁은 사업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 이명학이 분반장된 기념으로 오늘 쏜다고 했단 말이야. 돈 드는 것도 없고 몸만 오면 되는데 그래도 안 갈 거야?”

경영학과는 인원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여러 분반을 두어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명학은 개학 후 있었던 선거에 자원해서 분반장에 뽑혔다.

“난 관심 없어. 다음에 그냥 우리끼리 맥주나 한잔하자.”

수혁은 원래 갈 마음이 없었으나 명학이 주최하는 자리인 것을 알게 되자 더 가기 싫어졌다.

“이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저번 분반 모임 때 너 안 왔다고 그 녀석이 네 험담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 대부분 아이들은 듣고 넘기는데 주변 추종자들은 다르다고.”

“개가 짖는다고 신경 쓸 필요 있나?”

수혁은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상했지만 애써 그 자리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여, 강수혁.”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이 등을 돌려 확인을 해보니 명학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방금 네가 말한 개가 날 말한 거냐?”

명학은 황당하다는 투로 물었다.

“들은 대로야. 고등학교 때도 너 같은 놈이 있었지. 앞에선 아무 말도 못 하고 뒤에서 욕하는 쥐새끼같은 녀석이었어.”

수혁은 숨김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하, 내가 살면서 너 같은 놈은 처음이야. 오늘 웬만하면 오는 게 어떻겠어? 분반장된 기념으로 좋은 술을 준비해뒀거든. 아마 너 따위 놈은 마시지도 못할 거니까 맛보고 싶으면 와라.”

“비싼 술이 있으면 뭐하냐? 같이 마시는 사람이 술맛을 떨어뜨리는데. 찬식아 난 바빠서 먼저 갈게.”

수혁은 명학을 쳐다보지도 않고 갈 길을 갔다.

찬식은 그들 사이에서 그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건방진 새끼.’

명학은 수혁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SH스터디에서 제공하는 무료강의는 기간이 만료되었고 유료강의로 막 전환되었을 시점이었다.

수혁과 찬명 그리고 회사 직원들은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직원이 인원수에 맞춰 뽑은 문서를 앞에 두고 직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동안 총 접속자 수는 62000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중복 접속을 제외한 수치로 꽤나 고무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유료로 전환하고 나서의 상황은 어떻죠?”

“무료 서비스를 듣던 사람들 중 약 23퍼센트가 우리가 내놓은 유료강의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총 8개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고 각 강의마다 단가가 다르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회사의 매출은 9억 정도입니다.”

“잘됐군요.”

“시작이 좋네요.”

보고를 들은 회의 참석자들은 다들 놀라 한마디씩 했다. 특히 찬명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의 결과에 경악하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거라고 예측은 했지만, 이 정도라니.’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다들 집중하시죠.”

붕 뜬 마음을 추스르기 바쁜 찬명과 달리 수혁은 차분하게 회의를 다시 진행했다.

“매출이 예상보다 적군요. 현재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생각보다 매력이 없다는 거예요.”

수혁은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곧 찬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원장님, 유능한 강사들을 모집할 방법을 강구해보세요. 과목별 선생님들 숫자도 더 늘리고 서비스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네, 대표님.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 스튜디오는 3개뿐인데 강사 수가 계속 는다면 강의 촬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찬명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러면 회사 재정상황을 고려해서 학원으로 쓸 장소를 알아보세요, 이번에는 스튜디오 전용으로만 쓸 곳이 아니라 오프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것도 감안해서 알아보세요.”

“그러면 나중에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학생들을 받을 생각이신 겁니까?”

“두고 보세요. 우리 학원 강사들이 유명해지면 강의를 직접 듣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발생할 것입니다. 좀 더 멀리 보고 계획을 세워야죠.”

수혁은 SH스터디를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 85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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