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89화 (89/316)

89화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일하게 될 SH스터디 대표 강수혁입니다. 여기 한정길 총괄이사님한테 말씀 들으셔서 저에 대해 대충은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첫 만남인데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수혁은 처음 만나는 강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금 민망하지만 저부터 하겠습니다. 다들 저를 아실 테니 짧게 하겠습니다. 저는 SH스터디 대표강사 겸 총괄이사 한정길입니다. 제가 대표강사를 앞에 붙인 이유는 제가 이사이긴 하지만 여러분들과 같은 교육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정길은 그 외에도 자신의 포부 등을 밝히고 자기소개를 마쳤다. 그러자 나머지 강사들도 자신의 이름, 가르치는 과목, 학원 경력 등 본인들의 프로필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한정길 이사님에게 설명을 들으셨겠지만 다시 한번 회사의 설립목적과 비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짧은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자 수혁은 강사들에게 회사에 대해 짧게 브리핑을 했다.

“SH스터디는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인터넷 강의가 주된 사업 아이템이지만 현장강의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수혁은 10여 분간 설명을 하였고 다음은 질의응답시간이 되었다.

“사무실을 와보니까 생각보다 작군요. 여기 계신 많은 강사님들께서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 남자가 먼저 질문을 했다.

“안 그래도 스튜디오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 사무실을 하나 더 오픈하였습니다. 그곳은 여기처럼 스튜디오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강의도 가능한 곳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박찬명 원장에게 물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질문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강사가 손을 들었다.

“교재를 제작할 때 지원을 해준다고 했는데 대부분 강사님들은 이미 저마다 만들어 놓은 문제나 가벼운 요약집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지원해주신다는 거죠?”

“저희가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는 강사님들의 교재 제작을 보조해줄 인력을 공급해준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강의에 적합한 교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갖고 계신 교재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겁니다.”

이 질문을 필두로 여러 강사들은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았고 그때마다 수혁은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수혁은 앞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 생각났다.

“제가 깜빡하고 빼먹은 것이 있는데 앞으로 강의촬영 외에 일정시간을 할애해서 모의고사 제작을 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조금 있다가 박찬명 원장을 회의실에 부를 건데 상세한 설명은 원장님께서 해주실 겁니다.”

수혁은 정길에게 모의고사 제작을 맡기려고 했으나 그는 강사수급 외에도 총괄이사로서 하는 일이 워낙 많았으므로 이미 제작 경험이 있고 검수자들의 연락처를 갖고 있는 찬명에게 맡기기로 했다.

“오늘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한정길 이사님과 박찬명 원장님이 모임을 진행하실 겁니다.”

수혁은 회의실을 나간 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찬명에게 모의고사 제작과 관련된 사안들을 적절하게 설명할 것을 지시했다.

“강사님들께 모의고사 제작에 관해 필요한 사항들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세미나실은 예약하셨습니까?”

“네, 대치동과 목동에 각각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예약해두었습니다. 장소가 꽤나 넓어 대관비가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설명회 하기에는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명회 홍보 상황은 어떤가요?”

“일단 사이트에 강사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고 공개는 설명회장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대표님 말씀대로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공서에 허락을 받아 서울 시내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했고요.”

“잘했습니다. 아무리 콘텐츠를 잘 짜봤자 홍보가 안 되면 반쪽짜리 행사가 되니까 많이 신경 써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찬명은 대화를 나눈 뒤 회의실에 들어갔고 수혁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PPT를 다듬으며 설명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중요한 행사인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돼.’

그는 늦은 밤이 다 되도록 자신이 만든 발표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다듬었다. 그리고 행사진행을 도와줄 회사 직원들을 불러 설명회 식순을 짜고 세밀한 사항들을 정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주말이 되었고 드디어 설명회가 열렸다.

* * *

“어머, 병석이 엄마도 설명회에 참석하셨네요?”

“아들이 한 번 가보라고 자꾸 이야기를 해서 오게 됐어요.”

SH스터디의 설명회가 예정된 대치동의 한 건물로 수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줄을 지어 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행사는 컨벤션 1관에서 진행됩니다. 안에 들어가면 음료와 다과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행사요원을 맡은 회사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고객들을 안내했다.

그들은 미리 프린트한 행사 식순 표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설명회는 세미나 실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고 강당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작은 공간에서 열렸다. 홀 안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무대 앞으로는 수많은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왔네요.”

무대 위에 선 수혁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공간이 넓어서 꽉 차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기우였군요.”

찬명은 수혁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설명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와있었고 홀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대표님, 확실한 건 아니지만 다른 학원 관계자들도 이곳에 온 것 같습니다.”

찬명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혁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도 궁금하겠지요. 우리는 우리의 일만 잘하면 됩니다. 이제 몇 분 남았습니까?”

“10분 후면 시작입니다.”

수혁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을 확인하자 발표 자료 검토를 빠르게 마친 뒤 찬명에게 무대를 넘겨주었다.

오늘 설명회 사회는 찬명이 볼 예정이었다.

“서울 혹은 지방 각지에서 올라오신 많은 학부모님들 그리고 자제분들은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찬명은 연단에 서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저마다 지인들을 만나 바쁘게 떠들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자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조용히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행사의 사회를 맡게 된 SH스터디 원장 박찬명이라고 합니다.”

인사말을 마친 찬명은 연단에서 나와 청중들에게 인사를 했고 뒤이어 학부모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녀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학부모님들께서 설명회에 참석해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설명회를 개시하겠습니다. 먼저 행사 진행 순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찬명은 고객들에게 행사의 식순과 참석한 학생들에게 부여되는 무료강의 쿠폰 등을 설명했다.

“그럼 다음으로 강수혁 대표님이 나오셔서 SH스터디의 교육시스템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수혁은 찬명의 소개와 동시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박수소리를 들으며 연단에 선 그는 컴퓨터로 자신의 PPT파일을 실행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곳에 참석하셨다는 건 우리나라가 그만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많은 부모님들이 사교육비로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수혁은 SH스터디에서 제공할 온라인 강의의 대략적인 가격들을 화면에 띄우고 평균적인 사교육비와 비교를 했다.

유명 대형학원의 4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앞에 있는 한 학부모가 손을 들어 질문을 하려고 했다.

“죄송하지만, 질의응답 시간은 대표님 발표가 끝난 후 진행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찬명은 손을 든 여자를 발견하고 말했다.

“아닙니다. 설명을 듣고 궁금한 것이 많겠지요. 어머니에게 마이크를 드리세요.”

수혁은 찬명을 제지하고 행사요원을 시켜 마이크를 여자에게 전달했다.

그녀는 마이크를 건네받고 말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가 많은 부모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린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행해 본 적 없는 원격수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요?”

여자는 설명을 듣다가 생긴 의문점에 대하여 질의응답시간까지 참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방금하신 질문은 많은 부모님들께서 궁금해 하는 핵심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말보다는 직접 보여드리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아서 자료를 준비해왔습니다.”

수혁은 영상자료가 있는 페이지로 화면을 전환했다.

‘예상한 질문이 나와서 다행이다.’

수혁은 질문 답변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그는 영상을 틀기에 앞서 짧은 설명을 곁들였다.

“이 영상은 샘플용인데 길이는 3분으로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하는 강사는 저희가 준비한 강사진이 아닌 것을 미리 밝힙니다. 참고로 1200명 정도의 학생이 들었던 강의의 일부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한 설명을 마친 수혁은 영상을 틀었다. 그러자 수학강사가 화면에 나오더니 어떤 문제에 대해 친절하게 해설을 해주었다. 3분 후, 영상은 끝이 났고 수혁은 해당 강사가 고객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일부 공개하였다.

“수강생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대다수는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게 이 영상을 보여드린 이유는 온라인 강의가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 직접 판단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청중들은 대체적으로 온라인 강의의 학습효과에 대해서 의심을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가운데쯤에 앉아 있는 청중 하나가 손을 들었고 요원은 마이크를 가져다주었다.

“대표님이 틀어 준 영상을 보니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부를 강제할 수 있나요? 이 부분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의 공부를 강제하기 위해서 학원에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냥 앉아서 수업이라도 듣게 하려는 심정인 것이었다.

“질문 잘 들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SH스터디는 빠른 시일 내에 학원을 개원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 중에 있습니다.”

수혁은 말을 하다가 목이 타 잠시 물을 마신 뒤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이 온라인 강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학원에 가면 2달 이상 걸리는 과정을 학생이 열심히만 들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1주일 안에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괜찮은 것 같아.”

수혁의 말을 들은 다른 학부모들은 조용히 그의 말에 동조했다.

- 90화에 계속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