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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91화 (91/316)

91화

“응 관심이야 당연히 있지. 그건 그렇고 같이 하다 보면 애로사항이나 그런 건 없어? 나중에 내가 일을 하나 해보려고 하는데 네가 지금 하는 것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수혁은 답변 중에 자신의 의도를 조금 흘렸다.

“애로사항이라면 프로그래밍 할 때 좋은 장비가 필요한 것 정도? 우리는 보통 다 같이 모여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데 게임 만들 때 아무래도 작업속도가 느린 편이긴 하지.”

“그래? 그러면 내가 매달 지원을 해줄 테니까 나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지 않을래? 물론 나중에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지면 섭섭지 않게 대우할게.”

수혁은 드디어 본론을 말했다.

그는 SH스터디 외에도 미래에 스마트 폰이 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싶었다. 수혁은 이들을 시켜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아직 출시되려면 멀었긴 하지만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지. 그리고 여차하면 내가 기술 발전을 가속화 시키면 되는 거니까.’

수혁은 나름대로의 포석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야 좋지. 그런데 뭘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아서 완전 관련 없는 거면 참여시키는데 어려울 수도 있어.”

“게임 만들어도 돼. 대신 현재 CD로 나오는 게임들보다 용량이 작고 조작이 간단한 게임들이 괜찮을 것 같아.”

“흠, 우리가 가볍게 만든 게 있긴 한데 한 번 볼래?”

용민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 다음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보여주었다. 그래픽이 살짝 조잡하긴 했지만, 그들은 우리나라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략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있었다. 일본의 한 회사가 만든 게임에 비하면 부족했지만 나름대로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조금만 다듬으면 충분히 상품화 될 수도 있겠어.”

수혁은 게임을 살펴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냥 재미로 만든 것뿐인데 그렇게 평가해주니까 고맙네.”

용민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 게임보다 용량은 줄이고 더 단순한 게임을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리고 괜찮다면 실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도 개발해 주면 좋겠어.”

“실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

“응 예를 들면 지하철이나 버스 탈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든가 그런 거 있잖아.”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용민은 대번에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은 머릿속으로 뭔가를 궁리하다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

“너희는 몇 명이서 같이 일해?”

“우리? 나 포함해서 5명이 함께 제작하고 있어.”

“그러면 내가 매달 500만원씩 줄 테니까 나랑 같이 일 해보자.”

“500만원?”

용민은 수혁의 말을 듣자 놀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사람당 100만원씩이라고 해도 2000년 당시라면 작지 않은 돈이었기 때문이다.

“500만원이 적을 수도 있겠지만 너희들 할 거 하면서 틈틈이 내가 말했던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데는 괜찮을 거야. 그리고 나중에 시간 되면 언제 한 번 다 같이 봐도 되고.”

“그 정도면 충분해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야. 우선 알겠어, 내가 너랑 헤어지면 애들한테 바로 말 해볼게.”

“고맙다.”

수혁은 이후에도 짧게 대화를 나누었고 둘은 커피를 마시고 카페에서 헤어졌다.

* * *

시간은 흘러 6월이 지나고 7월이 되었다. 날은 더욱 뜨거워져 사람들은 쉬는 날이면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지만 방학을 맞은 수혁은 사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표님, 회사 매출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무료 쿠폰 사용기간이 끝났지만,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계속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유입되는 신규 가입자들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 중입니다.”

수혁은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현재, 강의를 신청한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죠?”

수혁은 직원의 보고를 듣고 물어보았다.

“현재까지 총 45000명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다음 주 중에 5만 명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직원은 최근 상승세를 탄 회사의 상황에 고무된 듯 열정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현재 고2, 고3 그리고 재수생까지 합하면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은 100만명이 넘습니다. 이제 그들 중 5퍼센트가 우리 강의를 듣는 다는 건데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박차를 가하세요.”

“넵.”

수혁은 나날이 발전하는 회사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고 있었고 겉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았지만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대표님, 어제 오후에 서울학원협회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서울학원협회요?”

“그런 데가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중대형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친목도 다지고 회의도 하는 협회입니다.”

학원계에 대해서 잘 아는 정길이 설명해주었다.

“뭐 때문에 연락이 온거죠?”

수혁은 직원에게 물었다.

“그쪽 관계자 말로는 우리 회사가 협회에 들어올 자격을 충족시켰다고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전 대표님께 먼저 의중을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요?”

수혁은 고민에 빠졌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데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혼자의 기분을 생각해야 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나.’

보고를 듣고 생각에 잠겨있던 수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협회에 가입하겠다고 전해주세요. 우리 회사도 이제 대외적으로 활동도 하고 그래야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각 학원 대표라는 사람들 중에 편협한 자들이 있거든요, 이걸 거절했으면 괜한 꼬투리를 잡아서 우리를 피곤하게 했을 겁니다.”

정길은 수혁의 말을 듣고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들이 꼬투리 잡는 것은 신경 안 쓰이지만, 우리 회사가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입을 진행해주시고 협회 관련해서 추가로 발생하는 일들은 저한테 보고해주세요.”

“네 대표님.”

직원은 곧장 대답했다.

“지금부터는 신규강사에 관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정길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발표를 할 준비를 했다.

사람들은 정길의 말을 들으며 신규 강사에 대한 열띤 논의를 이어갔고 회의는 잘 마무리 되었다.

회의가 있은 후 일주일이 지났다. 수혁은 회사 내에 새로 만든 대표실에서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왔다.

“일하시는 중이었군요. 다른 시간대에 찾아오겠습니다.”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수혁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직원을 쳐다보았다.

“협회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번 주말에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참석하시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음, 참석한다고 전해주세요. 뭐 같은 업종 사람들 만나서 나쁠 것은 없죠.”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직원은 문을 닫고 대표실을 나갔다.

수혁은 잠시 협회 모임에 대해 생각하다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다시 일에 집중을 했다.

* * *

7월의 어느 토요일, 수혁은 삼성동의 한 건물로 가고 있었다.

이날은 그가 서울 학원협회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날이었다.

수혁은 가기 직전까지 업무를 하다가 시간이 임박하자 택시를 타고 급하게 가는 중이었다.

‘늦으면 안 될 텐데.’

차에서 내린 수혁은 급하게 협회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직원이 그를 가로막았다.

“저 무슨 일이시죠? 오늘은 협회의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현재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저는 협회 정기 총회에 초대받은 SH스터디 대표 강수혁입니다.”

수혁은 조금 당황했지만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네? 아, 그러셨군요.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은 수혁을 보고 많이 놀랐다. 보통 학원 대표라고 하면 연령대가 최소 50대 이상인데 수혁은 너무 어려 보였던 것이다.

직원은 회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했다.

“누구시죠?”

한눈에 보아도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인이 수혁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그는 서울 학원협회장인 김수길로 서울에서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하다가 최근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사람이었다. 수길은 주로 사무실에 상주하며 협회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SH스터디에서 온 강수혁입니다.”

“오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상당히 젊으시군요.”

수길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악수를 건넸다. 수혁은 악수를 받은 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얼마 있지 않아 각 학원 대표들이 속속들이 오기 시작했다. 명성학원의 천규식, 신일학원의 성덕수 그리고 나머지 대표들도 자리를 안내받고 착석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서울 학원협회 67회 정기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여러 안건들이 있는데 지난달에 이미 논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회의가 빨리 끝날 거 같습니다.”

수길은 금일 안건으로 배정된 사안들이 적힌 종이를 살펴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 협회에 새로운 손님이 오셨습니다. 다들 들어보셔서 아실 테지만 SH스터디의 강수혁 대표님께서 처음으로 우리 협회를 찾아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심학원 대표 김정명입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수길은 회의에 앞서 수혁을 소개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혁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규식과 덕수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그를 탐탐치 않게 보고 있었다.

“그럼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수길의 말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었다. 별로 중요하지 안건들은 빨리 처리가 되었고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회의가 끝이 났다.

말이 회의지 그냥 서로 근황을 물어보는 자리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는데 괜찮으시면 다들 점심이나 드시죠. 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을 알고 있습니다.”

회의를 마친 수길은 새로 온 수혁을 위해 식사를 제안했다.

“첫 모임인데 인사도 신고식도 할 겸, 오늘은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수혁도 시원스럽게 식사 자리에 응했다. 그런데 갑자기 규식이 말을 꺼냈다.

“강대표, 요즘 학원계에서 이야기가 많이 도는데 알고 있어요?”

“무슨 말이 돈다는 거죠?”

수혁은 물끄러미 규식을 쳐다봤다.

“젊은 사람이 말이야, 상도덕을 지켜야지. 단가를 후려쳐서 학생들을 모으면 어떻게 합니까? 다 같이 상생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른 강사님들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덕수는 규식을 거들며 나섰다.

“제가 무슨 상도덕을 어겼다고 말씀하십니까?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다 합법적으로 하는 건데 왜 그러십니까?”

수혁은 그들의 말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강의인가 뭔가 해서 한 선생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 다른 강사들은 뭘 먹고 살라는 겁니까? 좀 배려하면서 삽시다.”

규식은 비아냥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맞아, 사람이 같이 살 생각을 해야지.”

“그러니까 말이야.”

규식과 덕수를 지지하는 몇몇 사람들은 비판에 동참하였다.

- 9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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