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95화 (95/316)

95화

회사 홍보에 중요한 취재라면 회사 대표가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수혁은 성격상 표면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표님, 어떻게 할까요? 기자가 명함을 남기고 갔는데 인터뷰 일정을 잡을까요?”

“한정길 이사님한테 인터뷰를 맞기죠.”

수혁은 이전 생에서 정길이 언론들과 관계를 잘 맺고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인터뷰를 즐겨했던 것을 기억해내었다.

‘이사님이 이런 일에는 적격이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언론 인터뷰 관련 사안들은 이사님한테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직원은 대답했다.

“그렇게 하세요.”

수혁은 직원과의 대화를 마치고 대표실로 들어가 어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처리했다.

* * *

바빴던 7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8월이 되었다.

햇볕은 더욱 뜨거워져 더위는 절정에 달했고 나무 곳곳에서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크게 퍼지고 있었다.

수혁은 매월 초에 열리는 임직원 총 회의에 참석하여 보고를 듣고 있었다.

“드디어 모의고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여러 강사님들이 힘써준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발표를 하는 찬명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잘하셨습니다. 참여한 강사 분들한테 수당을 잘 챙겨 주세요. 그리고 교수님들께 검수는 맡겼습니까?”

“네, 완료되자마자 바로 교수님들에게 자료를 보내 검수를 부탁했습니다. 아마 2주나 3주 안에는 검수도 끝이날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과 틈틈이 연락해서 상호간에 피드백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신경 써 주세요.”

수혁은 일을 꼼꼼히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아, 그리고 괜찮은 자리에 있는 매물이 나와 매입을 했고 현재는 내부 리모델링에 들어갔습니다.”

찬명은 최근에 건물 매입 계약을 성사시킨 상태였다.

“내부공사를 빠르게 진행해서 9월 초에는 개강을 할 수 있도록 만드세요. 주요 고2와 반수 생들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니 참고하시고요.”

“이미, 대표님이 언급하신 고객들에게 적합한 커리큘럼을 짜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단과반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지금처럼 잘 신경써 주신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수혁은 자신있게 대답하는 찬명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길은 그들의 대화가 끝나자 입을 열었다.

“최근에 서울학원협회에서 연락이 왔는데 9월 중순에 서울 유명학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입시설명회를 연다고 합니다. 장소는 삼성동에 있는 큰 컨벤션센터를 빌려서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한테는 매우 중요한 자리겠군요.”

수혁은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맞습니다. 이번 입시 설명회는 일전에 대치동에서 했던 거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말을 들어보니 전국 각지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입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교사들을 파견한다는 이야기가 돌더군요. 물론 학생들도 같이 참여하고요.”

“듣고 보니 굉장히 큰 행사인 것 같은데 그 일은 누가 전담할 겁니까?”

수혁은 정길에게 물었다.

“현재 저는 직원들과 각 대학 입시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원장님이 학원 커리큘럼 만드는 것을 맡고 계셔서 학생들 대상으로 학원을 홍보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이 괜찮으시다면 저와 원장님 그리고 직원들이 가서 행사에 참여할까 생각 중입니다.”

정길은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잘 끌었었다. 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언변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입시자료를 분석하여 그 해 어느 대학이 사람이 몰리는지 혹은 뚫리는지를 잘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도 이사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원장님은 가시면 학원홍보에 열중해주시고요, 이사님은 가장 중요한 입시설명을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하면 저도 입시설명회에 참가할까 합니다.”

수혁은 참석의사를 밝혔다.

“대표님이 와주시는 것은 좋지만 번거롭지 않겠습니까? 하시는 일도 많아서 매일 늦게 퇴근하시는 걸로 아는데......”

찬명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서 각자 맡은 일을 하시면 됩니다.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원장님은 검수가 끝나면 모의고사 자료를 즉시 저한테 보내주십쇼.”

“알겠습니다.”

수혁의 의중을 알 수 없는 찬명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논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때 쯤 직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대표님 저도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수혁은 직원을 쳐다보았다.

“크게 두 가지를 보고 드릴 건데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하나씩 있습니다.”

“펀한 데로 보고하세요.”

“좋은 것을 먼저 보고 드리면 SH스터디의 매출이 매주 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7월 한 달 매출이 50억을 돌파했습니다. 아마 최근에 신문사에서 인터뷰 제의가 들어온 것도 이런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됐군요. 좋은 일이네요.”

수혁은 직원의 보고에 덤덤하게 반응했다.

“다음으로 조금 안 좋은 소식인데 현재 SH스터디 인터넷 게시판에 강사들에 대한 비방과 안 좋은 평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수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강사들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회사의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강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남기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근거가 많이 빈약합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현재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 중 일부가 이들의 의견에 반박을 하며 우리를 옹호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직원은 자신이 프린트해온 게시판의 일부 내용을 수혁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게시판에 적힌 부정적인 평가를 읽어보았다.

‘뭐야? 강의를 들어보긴 한 거야? 그냥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 같은데? 다행히도 학생들이 알아서 잘 반박을 해주고 있군.’

수혁은 직원이 준 프린트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제가 강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몇 대형학원에서 조직적으로 우리 학원을 음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쪽에 소속된 강사들이 근거 없이 우리학원을 비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학생도 있고요.”

정길은 직원의 보고를 듣더니 비방의 출처를 수혁에게 알려주었다.

“비난 내용은 주로 뭔가요?”

수혁은 정길에게 물어보았다.

“거의 다 터무니없는 말들인데요. 대표적인 것으로 가격이 싼 만큼 강의 퀄리티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 것부터 강사들이 돈에 환장했다는 말까지 다양합니다.”

“이 비판 글을 올린 사람들이 타 학원 관계자라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까?”

수혁은 정길의 말을 들은 뒤 직원에게 물었다.

“많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추측에는 타 학원에서 학생 명의로 사이트에 가입한 뒤 비방 글을 올리는 거라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봅니까?!”

직원의 말을 들은 찬명은 흥분하며 언성을 높였다.

“원장님. 기분은 이해하나 직원은 잘못이 없습니다. 지금은 침착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죄송합니다.......”

수혁은 흥분한 찬명을 진정시키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은 타 학원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난들에 대응하지 마세요. 상황을 모르는 학생들 입장에서 우리 학원이 게시판에 달린 부정적인 평가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대표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대응을 하면 제3자는 우리 회사를 예민하고 속이 좁다고 느끼겠지요.”

정길은 수혁의 말을 듣고 공감했다.

“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손을 놓을 수는 없지요. 직원들과 강사들은 앞으로 학원에 근거 없는 낭설을 유포하는 자들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모으도록 하세요.”

“네, 제가 강사들에게 말해놓겠습니다.”

정길은 대답했다.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찬명은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어차피 평가는 우리 강의를 들은 고객들이 내리는 겁니다. 근거 없는 비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질 겁니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미 수업을 들어본 학생들 중심으로 비방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옆에서 대화를 듣던 직원이 말했다.

“그래요. 다들 부하뇌동하지 마시고 하고 계신 업무에 집중해주세요.”

그 후 수혁은 직원의 보고로 어수선해진 회의실의 분위기를 수습한 다음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는 대표실로 가서 생각을 정리한 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조치를 취할 줄은 몰랐네.’

수혁은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강 대표,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네 변호사님. 다름이 아니라 제안할 것이 있어서 연락드렸는데요.”

수혁이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이 아닌 신평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김형석이었다.

“혹시 신평에서 우리 회사에 발생하는 법률적인 문제들을 모두 다뤄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법인과 자네 회사간에 MOU(업무 협약)를 맺자는 거군.”

“맞습니다.”

신평은 대한민국에서 1,2위를 다투는 로펌이었다.

수혁은 이들과 관계를 맺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분쟁 사안들을 잘 대처하고 싶었다.

“그럼 바로 제휴를 맺도록 하지. 시간이 될 때 한 번 만나세.”

“그렇게 바로 됩니까?”

“내가 이래 봐도 여기 대표변호사야. 그 정도 권한은 충분히 있어.”

형석은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했다.

“언제 찾아뵈면 괜찮겠습니까?”

그들은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시간은 흘러 약속한 날이 되었다. 수혁은 형석의 회사로 찾아가 정식으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형석은 배려의 차원에서 법률 사건을 처리해줄 때 드는 비용을 상당 부분 가감해주었고 이를 협약 내용으로 잘 기록해 두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신평이 자네 회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먼.”

형석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수혁은 협약 과정이 모두 마무리 되자 법무법인을 빠져나왔다.

‘한시름 덜게 됐어.’

수혁은 협약서가 든 서류봉투를 손에 든 채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 * *

SH스터디에 대한 비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지고 있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자 점차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줄어들었다.

초기에는 반발하는 학생들을 SH스터디 알바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늘어나는 반박 글들에 의해 묻혀버렸다.

“대표님 예상대로 근거 없는 낭설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찬명은 대표실에 들어와 수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직원을 시켜 수시로 체크하라고 하세요, 유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언이나 증거 같은 것은 확보했습니까?”

“네, 명확한 증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학생들의 증언들을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것들로는 결정타를 날리기는 힘드니까 일단 계속 지켜보기로 하죠, 증거확보는 지금처럼 계속 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찬명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9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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