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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96화 (96/316)

96화

강남에 있는 한 전통찻집의 내실, 명성학원과 신일학원을 포함한 몇몇 학원의 대표들 한데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답답한 협회가 아니라 이런 곳에서 따로 보게 되어서 좋네요.”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이렇게 모였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SH스터디에 대해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가 썩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중형학원을 운영하는 남자가 말을 꺼냈다.

“맞아요, 저희 학원에 SH스터디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SH스터디를 비판하는 것에 반발해서 나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게요. 역효과만 생겼지 SH스터디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어요. 괜히 우리만 욕 얻어먹고 이게 뭡니까?”

사람들은 SH스터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하소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강대표가 운영하는 학원이 내실이 튼튼했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신문을 보니 7월 한 달 동안 매출 50억을 찍었다는군요.”

“한 달에 50억이요?”

규식이 말을 들은 남자는 놀라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천 대표님,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저들을 보면 눈꼴사나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처음 말을 꺼낸 남자는 마음속에 질투심이 샘솟았다.

“강대표도 강대표지만 한정길 선생이 아주 노련하게 학원 운영을 돕고 있어요. 신문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니 정제된 언어로 학부모들이 좋아할 만만 쏙쏙 골라서 하더군요.”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덕수는 대화에 참여했다.

“한정길 그 사람 협회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뭔가 능구렁이 같으면서도 지킬 것은 지키고 사람 속을 알 수가 없어요.”

이들은 정길을 만만치 않은 인물로 여기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신중하게 대처를 해야 되요. 들어보니 노량진에 건물을 사 본격적으로 학원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던데, 다들 학생들 관리 잘하세요.”

규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무턱대고 SH스터디를 공격하는 건 효과적이지 못한 거 같아요.”

“확실한 약점을 잡아야 됩니다. 아니면 힘을 합해서 SH스터디를.......”

그들은 노림수가 실패한 것에 대하여 한참을 이야기를 한 후 추후 대책에 대해 논의를 하다가 헤어졌다.

* * *

시간은 흘러 8월 중순의 어느 날, 수혁과 회사 직원들 그리고 몇 몇 강사들은 노량진의 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건물은 학원가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유동인구가 많아서 학원을 운영하기에 제격이었다.

현관 앞에는 테이핑이 쳐져있었고 직원들은 분주히 커팅식을 준비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학원이 생겼군요. SH스터디 1호점 말입니다.”

정길은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오늘은 우리 SH스터디 첫 지점을 개업하는 날이니까 커팅식을 하지만 추후에는 이를 생략할 겁니다.”

수혁은 감격에 젖을 만도 하는 시점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했다.

“준비 다 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직원은 수혁을 비롯하여 찬명과 정길을 테이프 앞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가위를 들고 있다가 때가 되자 테이프를 잘랐다. 간단한 커팅식을 마친 수혁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건물을 구경했다.

“지하에는 학생들이 쓸 교재를 판매할 서점과 매점을 설치할 겁니다.”

직원은 건물 곳곳을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수혁은 보완할 점이 발견되면 그때마다 지시를 내려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5층에는 새로운 대표실과 회의실 그리고 교무실이 자리잡게 될 겁니다. 회사의 중추라고 할 수 있죠.

수혁은 어느새 꼭대기층인 5층에 다다랐다.

“흠, 좋기는 한데 학원 수입을 생각하면 이곳도 강의실로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수혁은 찬명을 보며 물었다.

“처음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정길 이사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나름 큰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있을 수 있는 교무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찬명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대표님께서 앞으로 외부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잦아지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이전 사무실보다 이쪽에 대표실을 놓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정길은 찬명의 말을 거들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새 회의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수혁과 직원들은 새로 마련된 깔끔한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전에 쓰던 사무실을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수혁이 찬명에게 물었다.

“지금처럼 강의 제작 위주의 스튜디오 사무실로 활용하다가 나중에 우리 학원이 더욱 확장되면 정리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새 학원의 운영 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찬명은 학원에서 운영할 커리큘럼과 타겟 고객층, 그리고 예상 수익 등에 관한 브리핑을 했다.

설명을 차분히 들은 수혁은 질문을 했다.

“9월 개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홍보는 잘 되고 있나요?”

“네, 일단은 학원사이트에 공지를 하여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알게 했고 신문에 광고를 싣는 것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강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진행하도록 하세요.”

“넵.”

수혁은 그 외에도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 검토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강사들도 조금씩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저, 학원 강의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SH스터디에서 가장 인기 많은 강사 중 하나인 김학수 강사가 강의에 대한 조언을 했다.

그가 말문을 트자 몇 몇 강사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강의에 대해 발언을 했다.

찬명은 그들의 말을 메모하며 새로운 커리큘럼에 참고할만한 사항들을 숙지했다.

회의 분위기는 열기가 점점 더해갔고 사람들은 새로 열릴 학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해나갔다.

* * *

뜨거운 여름은 지나가고 9월이 되었다.

더위가 조금 가라앉은 탓에 아침과 밤에는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낮에는 여전히 뜨거운 그런 날씨였다. 개강을 하고 며칠이 지나자 한산했던 방학과 달리 학생들은 부산스럽게 캠퍼스를 누비고 있었다.

“수혁아, 오늘 개강파티 있는 거 알지? 휴, 웬만하면 얼굴 좀 비춰라. 이러다가 동기들이 네 얼굴 까먹겠어.”

수업이 끝난 찬식은 수혁과 캠퍼스를 걸으며 말했다.

“응, 알고 있어 좀 있다가 같이 가자.”

“엉? 네가 어쩐 일로?”

“그냥, 얼굴도 비추고 해야지.”

회사 일로 찌든 수혁은 가끔 학교에 오는 날에는 기분을 전환하려고 했다.

성인이 된 후 일에만 매몰되었던 그는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만나는 그런 일상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잠시 일을 잊고 학생에게 어울리는 감성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알아봤는데 네가 SH스터디 대표라면서?”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수혁은 찬식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떻게 알기는, 학원가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어. 작년 수능 수석 강수혁이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고. 내가 혹시나 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하단에 쓰여 있는 대표명도 확인했어. 그리고 대박인거는 내 여동생도 너희 학원 강의를 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거지.”

찬식은 워낙 정보에 밝았던 탓에 수혁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안주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지.”

수혁은 덤덤하게 반응했다.

“진짜 대단하다. 예전에도 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또 다시 봤잖아.”

찬식은 특유의 호들갑을 떨며 수혁을 칭찬했다.

그들은 총회가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약속시간이 임박하자 카페에 나와 총회가 열리는 술집으로 향했다.

* * *

술집에 도착한 수혁은 동기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야, 수혁아 너 모임에도 좀 나오고 그래.”

“맞아, 수업 때만 잠깐 보지 이런 자리에서 보는 거는 처음이다.”

“미안, 내가 하는 일이 있어서 신경을 못 썼다.”

동기들은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수혁을 보자 반가워했다.

수혁은 그동안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 자리에는 이명학도 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친구들과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인 것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 자 주목. 다들 모였지?”

분반장인 명학은 동기들을 돌아보며 주위를 집중시켰다. 주변이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개강 이후 첫 모임인데, 이 자리는 걷은 회비로 계산을 할 거야. 대신 2차부터는 내가 계산 할 테니까 원하는 사람 있으면 편하게 와.”

“명학아 고맙다.”

“오늘도 명학이 덕분에 모임이 길어지겠어.”

명학은 분반장이 된 후 종종 선심을 베풀면서 1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주었던 거친 이미지를 만회하고 있었다.

반동기들 중에는 그런 명학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다들 온 거 같으니까 마시자!”

명학은 술잔을 들고 호쾌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테이블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기와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희 그거 알아? 이번에 온라인 강의로 뜨고 있는 SH스터디 있잖아?”

찬식은 동기들에게 수혁의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다.

“SH스터디? 당연히 알지, 내가 아는 동생들은 다 거기서 공부하고 있어. 요즘 학부모들이랑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화제잖아.”

찬식의 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SH스터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그 SH스터디. 근데 그 학원의 대표가 바로 우리 학교를 다니는 건 몰랐을 걸?”

“진짜? 누군데?”

찬식이 분위기를 잡으며 말을 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궁금한 듯 물어봤다.

“SH대표가 바로 수혁이야. 강수혁.”

“뭐!?”

“진짜?”

찬식이 수혁의 이름을 거론하자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새로운 소식에 놀란 사람들이 침을 튀기며 이야기한 탓에 테이블은 조금씩 시끄러워지기 시작했고 이 분위기는 점차 다른 테이블로 번져갔다.

이제 총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혁이 SH스터디 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혁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정말 멋지다.”

“그러게 축하한다. 우리 동기 중에 인물이 나왔어.”

“아직은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 돼. 아무튼 고맙다 애들아.”

사람들은 저마다 수혁에게 칭찬을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는 그때마다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내심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열심히 일 한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모임이 한창 수혁을 중심으로 떠들썩해지고 있는데, 한쪽 테이블에서는 조용히 앉아있는 이들이 있었다.

‘재수 없는 자식.’

명학은 모임의 주최자인 본인이 아니라 수혁에게 관심이 몰리는 것을 보자 속에서 불쾌한 감정이 올라았다.

“다들 뭐라는 거야?”

명학은 짜증을 내며 테이블에 앉아있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강수혁이 이번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엄청 잘 되고 있나봐.”

명학 건너편에 앉은 남자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업? 저놈이 해봤자 뭘 얼마나 한다고 난리야? 회사 이름이 뭔데?”

“SH스터디라는 회산데 학생들이랑 학부모들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학원이야.”

“SH스터디?”

명학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방학 때 있었던 대연 모임에서 졸업한 선배들이 SH스터디를 언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비록 대기업과 같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사교육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는 기업이라고 말이다.

선배들은 SH스터디가 생긴 이후 사교육 시장이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를 하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 97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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