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101화 (101/316)

101화

“제가 기획한 상품은 인터넷 포털 사업입니다. 우선 간단하게 영상 하나를 보시겠습니다.”

명학은 일송 그룹 직원이 만들어준 영상을 틀었다.

짧은 영상 안에는 타 포털 사이트들의 성장 추이와 앞으로의 전망이 요약되어 있었다.

“영상에서 설명했듯이 인터넷 사업은 미래가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입을 내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상을 보여준 명학은 그 후에 양질의 PPT를 통하여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설명했다.

명학의 발표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자료들이 워낙 잘 준비되었기에 질문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앞자리에 있던 남자는 주변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발표 잘 들었습니다. 자료 준비도 완벽하시고 다 좋으신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IT벤처 기업에 많은 지원을 해줘 인터넷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경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가시겠습니까?”

“좋은 질문이군요. 바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명학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더니 현재 제작 중에 있는 자신의 포털을 보여주었다.

“사실, 오늘 발표에 쓰인 자료들은 현재 제가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토대로 만든 것입니다.”

명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작업 중인 포털의 메인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완성은 되지 않아서 홍보를 못 한 상태라 여러분들에게는 생소하실 겁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보겠습니다.”

그는 폴더 창에서 다른 PPT 파일을 켰다.

“시간 관계상 못 보여드렸는데 마침 관련 질문이 나와서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군요. 이 자료는 일송 미래경영전략팀에서 만든 보고서입니다.”

명학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수익성과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을 분석한 PPT자료를 간략하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방금 보여드렸던 포털 사이트로 상당히 괜찮은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미래 전망도 보시다시피 나쁘지 않고요.”

학생들은 명학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들 납득이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수혁은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저 놈이 한 건 뭐야? 전부 다 직원들을 시켜서 한 거 같은데 정말 치사하네. 하지만 반칙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하고 긴장을 좀 해야겠는 걸.’

수혁은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그의 발표 구성을 확인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 잡고 곧 있을 자신의 발표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명학은 추가적으로 들어온 질문들을 잘 대응한 뒤 마무리 인사를 하였고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명학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이제까지 발표 중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되었던 것 같아.”

“실제 사업에서 쓰인다고 하니까 현실감도 있고 좋았어. 그리고 그 유명한 일송에서 사업성을 보장한다고 했잖아.”

“그니까 전문가가 보증하니까 확 와 닿는데?”

곳곳에서 칭찬하는 소리가 오가는 것을 확인한 명학은 자리로 돌아가며 수혁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넌 오늘 나한테 안 될 거라고. 하필 내 다음 차례라니 불쌍하다 불쌍해.”

그는 비웃음을 띤 미소를 지으며 수혁을 쳐다봤다.

“그래, 잘 준비한 거 같기는 한데 결과는 끝나봐야 아는 거다.”

수혁은 차가운 얼굴로 명학에게 말했다.

“훗, 입만 살아가지고는.”

명학은 조소를 머금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차례가 된 수혁은 차분히 앞으로 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5번째 발표를 맡은 강수혁입니다. 그러면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수혁은 게임을 실행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만든 PPT를 먼저 화면에 띄웠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상품은 모의주식게임입니다. 먼저 상품의 선정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PPT의 목차에서 가장 첫 부분인 선정동기에 관한 설명을 서두로 수혁의 발표는 진행되었다.

“돈을 많이 버는 중장년층들의 전유물이었던 주식투자는 한 베스트셀러에서 금융아이큐라는 개념이 제시된 이후로 젊은 층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표를 보시면......”

수혁은 한 서치그룹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자료를 인용하여 이전에 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는다는 지표를 보여주었다.

‘제법 신경을 쓴 거 같지만 내가 준비한 것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데? PPT양도 얼마 안 되는 것 같고.’

팔짱을 낀 채 편안하게 수혁의 발표를 듣는 명학은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의 PPT발표는 끝이 났다.

“지금까지 왜 모의주식게임이 상품성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것인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소 짧았던 발표에 식상함을 느꼈던 학생들은 수혁이 인터넷을 켠 뒤 모의주식게임을 실행하자 관심을 보였다.

“직접 게임을 만든 것 같은데?”

“그러게? 궁금하다 어떻게 하는지.”

학생들은 소곤거리면서 저마다의 기대감을 표시했다.

수혁은 게임 메인화면에서 시작을 누른 다음 로그인 창이 뜨자 아이디를 치고 접속을 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전제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이 게임을 통해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수혁이 게임에 접속하자 집 내부로 보이는 곳에서 게임캐릭터가 생성되었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캐릭터의 소지금과 접속자 수 그리고 재산 랭킹이 표시되어 있었다.

“현재 상용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속자는 한 명이고 계정을 만들면 이렇게 200만원의 소지금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수혁은 게임 캐릭터를 움직여 집 밖으로 나온 다음 근처에 있는 증권거래소에 갔다. 그곳에 가서 중개인을 만난 다음 몇몇 회사의 주식을 매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 보시면 각 회사들의 지표를 클릭하여 확인할 수 있고 소지한 금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사서 보유를 하게 되면 우측 하단에 주식 변동 표라는 것이 뜨는데 이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변하는 주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수혁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기능들을 설명해주었다.

“게임을 만든 기간이 짧아 게임 안에 구현하지 못했지만 돈을 많이 벌어 특정회사의 주식을 사게 되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설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현재 200만원으로 산 제 주식은 이 회사에 가지고 있는 지분의 1퍼센트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표시가 뜨지 않는 겁니다.”

수혁은 돈을 많이 모으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설정을 집어넣어 게임 내에서 많은 돈을 번 고객이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발표는 끝이 났고 질문 시간이 되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어 말했다.

“게임의 취지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으로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제가 시간관계상 보여드리지 못한 설정들이 있는데 몇 가지만 맛보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수혁은 운영진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 설정 창에 들어가서 캐릭터의 소지금을 100억으로 바꾼 뒤 다시 게임을 켰다.

“저는 게임에 현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현금 만 원을 투자하면 게임에서 100만원을 얻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고객들이 왜 현금결제를 하게 될 건지를 보시겠습니다.”

수혁은 게임캐릭터를 움직여 집 밖을 나와 그래픽으로 구현된 옷 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게임 돈으로 옷이랑 신발을 샀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욕구가 있습니다. 주식으로든 현금결제로든 돈을 벌면 이렇게 옷과 신발을 살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외에도 집을 개조할 수 있게 하는 설정도 되어 있어 돈을 벌면 벌수록 게임 내에서 잘 사는 모습을 타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현실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을까요?”

앞자리에 있는 학생이 수혁의 설명을 듣고 질문을 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한 주에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은 5만원으로 상한선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게임 돈으로 500만원인데 처음 투자를 하는 데는 용이하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돈은 아니지요.”

수혁은 침착하게 잘 답변했다.

“설명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많은 돈을 쓸 거 같지는 않은데요?”

처음에 질문했던 학생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수혁은 캐릭터를 움직여 증권거래소에 들어간 뒤 주가지표를 틀었다.

“이것을 보시면 회사의 명칭이 현실회사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초기 설정에는 현실의 거래소에서 데이터를 연계해 지표를 보여주지만, 사용자들의 거래가 활성화 된 뒤에는 게임 자체적으로 주가지수가 조정이 되는 거지요.”

설명을 계속 해나가던 수혁은 캐릭터가 가진 돈으로 특정 회사의 지분을 대량 매입했다. 그러자 게임 화면 창에 특정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현재 제 캐릭터는 주식을 매입한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는데 이렇게 되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 건물에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수혁은 캐릭터를 이동시켜 증권거래소를 나와 회사 건물로 추정되는 커다란 건물로 들어갔다.

“현재 이 게임은 프로토 타입이라 동네 규모도 작고 회사 건물 수도 많지 않지만 이렇게 대주주가 되면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설정도 넣어두었습니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게임 내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게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혁은 현실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게임 내 현금결제와 주식투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설정들을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그 뒤에도 질문들이 몇 개 들어왔지만, 이전과는 달리 호의적인 성격을 띠는 것들이 많았다.

“이 게임을 실제로 출시할 생각입니까? 좀 더 다듬으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 사실 한 번 해보고 싶거든요.”

“아직 검토 중이기는 하지만 확정된 것은 없어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어떤 학생은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 출시의향을 물어보았지만, 수혁은 게임을 상용화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확실한 대답은 피했다.

“이상으로 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수혁이 발표를 끝마치자 명학이 발표했을 때보다 더 큰 박수소리가 강의실 내에서 울려 퍼졌다.

“저 게임 나오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그리고 요즘 대세인 온라인 게임인 것도 마음에 들어.”

많은 학생들은 게임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며 수혁의 발표를 호평했다.

‘재수 없는 놈, 어쩐지 내 발표를 봤는데도 태연하더라니.’

명학은 자리로 돌아오는 수혁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뒤이어 다른 발표들도 빠르게 진행되었고 잠시 후 마케팅 관리론의 발표는 마무리 되었다.

“지금부터 오늘 있었던 발표에 대한 평가 합산과 전체 발표에서 가장 우수한 점수를 기록한 학생을 뽑아보겠습니다. 앞에 있는 학생들 중 두 명만 나오셔서 점수 계산하는 것을 도와주세요.”

교수는 몇몇 학생들을 지목한 뒤 그들과 함께 오늘 있었던 발표의 점수들을 합산했다.

수혁과 명학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10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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