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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18화 (118/316)

118화

회사의 변화는 단순히 인사변동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혁이 병석에게 건의한 결과 직원들은 그동안 받지 못했던 야근 수당에 대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수혁씨 감사해요.”

직원들은 앞다투어 수혁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니에요. 제가 아니었어도 누군가가 나섰을 겁니다.”

수혁은 손을 내저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이럴게 아니라 오늘 수혁씨 마지막 날인데 회식이나 하죠.”

“좋습니다.”

“팀장님, 장소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새로운 팀장은 수혁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지 회식을 제안했고 직원들은 흔쾌히 응했다.

이날 밤 그들은 인턴을 훌륭히 마친 수혁을 위해 새벽이 다 되도록 술을 마셨다.

‘드디어 끝이 났군.’

수혁은 마지막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의 눈 앞에 퀘스트 완료 표시가 떴다.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매력과 운이 각각 3씩 상승했습니다.>

그는 스텟 창을 열어 향상된 스텟들을 확인하며 원룸으로 돌아갔다.

* * *

인턴이 끝나고 1주일이 지나 2월이 되었다. 수혁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학원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인천에 2군데, 수원에 1군데 학원을 열었는데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수도권이기는 해도 SH스터디와 같이 스타강사들이 출강하는 학원이 없었던 것이 주요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원과 인천도 사는 인구를 고려했을 때 절대 무시할 곳이 못 됩니다. 인지도 있는 강사들 중 인천과 수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수당을 더 챙겨주세요. 지방까지는 아니어도 수도권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야 됩니다.”

수혁은 찬명에게 말했다.

“대전과 인천 그리고 수원에 인강 스튜디오를 개설했습니다. 2주간의 홍보기간을 거치고 예비 강사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반응은 예상만큼 뜨겁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지난 회의 때 논의했던 사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학원 시장이 더 커지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두고 보십쇼. 한 해에 100억 이상 버는 강사들이 나오면 그 때는 반응이 확연히 달라질 겁니다.”

수혁은 이전 생에서 스타강사들이 수백억에 달하는 연봉으로 매스컴을 탔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점점 커져가는 사교육 시장을 고려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강사를 꿈으로 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기숙학원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게, 저. 기숙학원 같은 경우는 식사뿐만 아니라 숙박도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돼서 빠른 시일 내에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찬명은 좀 전과 달리 자신감 없이 말했다.

“그러면 너무 급하게 하지 마세요. 내년 1월 개원 목표로 기숙학원 건물을 시공하던가 아니면 매물로 나온 모텔 같은 것들을 개조해서 할 수 있는 방향도 생각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물어볼 것이 있는데 현재 학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됩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현재 매출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보면 2000억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모레에 있는 월례 회의 때 하도록 하죠. 이만 가보세요.”

수혁은 찬명과 대화를 마치고 혼자 고민에 빠졌다.

‘이제 학원 사업도 궤도에 올랐으니 인터넷 사업을 해야 해, 그러려면 내 지분을 조금 정리해야 되는데.......’

그는 SH스터디를 설립했던 거와 달리 포털 사업은 기존의 회사들 중 하나를 인수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창립하는 거에 비해 기반시설 확보와 인력 채용 면에서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포털이 아니어도 쓸 만한 매물들은 최소 80억 이상이야. 회사 내 지분을 정리하면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을 거야. 후 이만하면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큰돈을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네.’

수혁은 SH스터디 내 지분을 100퍼센트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중 일부를 회사에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을 옮기려고 했는데 당분간 유보해야겠다.’

수혁은 SH대표로 있으면서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조만간 이사를 가려고 했지만, 회사 인수에 돈이 얼마나 들지 몰랐기 때문에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이왕 하는 거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야지.’

그는 자신의 포부를 위해 절제하며 살기로 결정하고 대표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 * *

대학가의 어느 카페 안, 수혁은 용민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말한 대로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

“응, 애들이랑 같이 네가 조언한대로 프로그램들을 개선하는 중이야.”

그들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간단한 안부만 조금 물은 뒤 바로 일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몇 달 안에 내가 다른 사업을 또 시작할 거야.”

“학원 말고 다른 것도 하게? 하긴 그러니까 우리한테 투자도 한 거겠지.”

용민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래, 조만간 인터넷 포털 사업을 해볼까 하는데 네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내가 예전에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했잖아. 그것들을 좀 여러 개 만들어 줄 수 있어?”

이 당시 인터넷 사용자들의 연령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수혁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들을 포털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나중에는 몰라도 2000년 초반에는 꽤나 먹히는 전략이었지.’

그는 대한민국에 들어온 해외 포털 사이트가 플래쉬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해냈다.

“그러면 플래쉬 게임이나 네가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용량이 작은 게임들 위주로 작업을 해야겠다.”

용민은 수혁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그래, 잘 부탁할게. 이르면 내달, 늦어도 6월 안에는 사업을 개시할 거니까 작업 속도를 좀 더 높여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 친구들의 성에 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한다면 취직은 다 보장해줄게.”

수혁은 한국대학에 다니는 용민의 친구들이 눈이 높을 거라고 예상했다.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이야기하면 어지간해서는 같이 일하려고 할 거야. 친구들 실력은 내가 보증할게. 웬만한 구직자들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2001년 당시는 프로그래머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용민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너만 믿을게.”

일에 대한 대화를 마친 이들은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졌다. 수혁은 교육 사업에 이어서 포털 사업 추진을 위한 밑거름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었다.

* * *

시간은 흘러 2월 중순이 됐다. 삼성동에 위치한 서울 학원협회에서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정길 선생은 좋겠어요. SH스터디가 완전히 학원계의 트렌드를 바꾸지 않았습니까? 지금 인터넷 강의를 하겠다고 신생 학원들이 줄줄이 생기고 있어요.”

한 학원의 대표가 협회 안건에 대한 회의가 끝나자 화제를 던졌다.

SH스터디가 성공 신화를 쓴 이후로 사람들은 그것을 본 떠 유사회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줬기에 학생들이 좋은 교육도 받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정길은 차분히 대응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전체 학원들 매출을 다 합쳐도 SH스터디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인 걸요. 아마 당분간은 다른 학원들이 선생님네 회사를 따라가기 힘들 겁니다.”

“신문을 보니까 SH스터디 때문에 학원 시장이 2배 이상 커졌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볼 때 SH스터디가 우리 학원 업계를 많이 발전시켰다고 봐야 되지요.”

사람들은 업계 1위를 넘어 시장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SH스터디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그건 그렇고 성 대표님이랑 천 대표님 소식 아시는 분 있으십니까? 벌써 2달 때 협회에 참석을 안 하시고 계세요.”

협회장인 수길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신일학원과 명성학원의 대표인 그들은 업계의 선두자리를 빼앗긴 뒤 면이 안 서는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저도 그분들을 안 본 지 오래됐습니다.”

“학원 상황이 쉽지 않은 모양이던데요.”

사람들은 업계에 들리는 소문들을 근거로 의견들을 내놨다.

“그러니까 뭐 하러 강대표랑 척을 저서 그러는지 참.”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스스로 자초한 면도 크지요.”

여러 발언들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던 그때, 정길은 입을 열었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요. 대표님들 괜찮으시면 오늘 제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한 선생이 매번 사니 미안한데.”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수혁을 대신해서 모임에 참석한 정길은 학원 관계자들의 민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협회에는 예전과 달리 SH스터디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 상태였다.

‘대외적인 이미지도 중요하니까.’

정길은 학원 안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에만 주력하지 않고 업계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쌓는데도 많은 힘을 쏟았다.

그는 날이 갈수록 커져 가는 회사의 위상을 느끼면서도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 * *

강남역 근처에 새로 오픈한 SH스터디 학원의 회의실에는 수혁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그는 본래 본사를 옮길 생각이 없었지만, 정길이 회사 이미지를 이유로 본사 이전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2월 들어 강남점으로 대표실을 옮겼다.

“강남점이 확실히 깔끔하고 좋군요.”

강남 학원에 처음 온 수혁은 1층 로비에서부터 6층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말했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학원이 아니라 본사 건물을 따로 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제 규모로 봤을 때 우리 회사는 일반 학원과 궤를 달리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길은 흡족해하는 수혁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런 부분은 이사님이 원장님과 상의해서 알아서 진행해 주세요.”

수혁은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사업을 하면 할수록 남들에게 보이는 것도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오신 거 같으니까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찬명은 보통 때처럼 사회를 맡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월 중기부터 지금까지 380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훌륭하군요.”

직원의 보고를 들은 수혁은 이례적으로 칭찬을 했다. 작년 11월에 매출 200억을 넘긴 것을 생각하면 3개월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2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었다.

“200억을 달성했을 때만 해도 회사가 여기서 더 클 수 있을까 의심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군요.”

임원 중 한 명이 대단한 성과에 놀라며 말했다.

“아직 성장할 여지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여기서 안주하기는 이릅니다. 기숙학원 활성화와 강사 플랫폼을 살려 스타강사들을 많이 육성하면 회사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수혁은 직원들이 현재의 성과에 도취되지 않게 균형을 잡으며 회의를 진행했다.

- 119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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