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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19화 (119/316)

119화

“제가 보고받기로는 인터넷 강의를 전문적으로 하는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우리 회사가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주세요. 원장님 새로 생긴 학원들은 어떤가요?”

“젊은 강사들 중 일부가 한데 모여 학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는 우리 회사와 비교해 볼 땐 영세하긴 하지만 가볍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찬명은 수혁의 질문에 신중하게 대답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항상 명심해야 되요. 우리가 업계를 이끌려면 이들보다 더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의 강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여러분들께 몇 가지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수혁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직원들은 회의에 더욱 집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꺼내는 비전과 의견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강사 플랫폼에서 양질의 강사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강의 업체가 앞으로 많이 늘어날 건데 우리 회사의 가격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느 업체보다 강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돼요.”

그의 전생에서는 인터넷 강의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강의 단가는 많이 내려가 2020년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1년 동안 듣고 싶은 강의를 모두 듣게 하는 교육 업체도 생겼었다.

“강사 공급을 늘려서 단가를 낮추겠다는 의도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회사 매출도 많이 떨어질 건데 이것은 어떻게 대처해야합니까?”

정길은 수혁에게 질문했다.

“회사에서 강사들에게 교재제작 지원을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강의 대신 질 좋은 교재들을 많이 판매하는 방식으로 마진을 남기면 고객들의 반발 없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은 현행 가격을 유지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른 업체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하고 전략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조금 파격적일 수 있는데 만약 다른 곳에서 단가를 후려치면 우리는 1년에 39만원만 내면 어떤 과목이든 원하는 대로 다 들을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대표님, 조금 과하지 않겠습니까?”

찬명은 이야기를 듣다가 우려가 되어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는 지금 당장 하라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를 내다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교재를 잘 제작해서 팔면 수익보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중대발표를 할까 합니다.”

수혁은 말을 하다가 테이블에 배치된 음료를 한 잔 마셨고 직원들은 조용히 그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오늘 이후로 SH스터디 경영에 한 발 빼고 인터넷 포털 사업을 할까 합니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었고 이제 회사도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서 오늘 이야기 하는 겁니다.”

“대표님……”

“SH스터디는 아직 대표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은 수혁의 말을 듣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까지 회사가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중요 결정이 거의 대부분 수혁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워했다.

“제가 어떤 언질도 없이 갑작스럽게 말씀드려서 놀라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부로 우리 회사는 박찬명 부대표와 한정길 부대표님 2인 체제로 운영 될 겁니다.”

“부대표라니요?”

“대표님,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찬명과 정길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저는 형식상 대표 직함으로 남아있을 예정이긴 하지만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회사가 어려울 때 조언을 해주는 고문의 위치로 회사를 도와줄까 합니다. 앞으로 두 분이 책임지고 서로 상의해서 SH스터디를 잘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수혁은 충격에 빠진 직원들 앞에서 차분하게 말했다.

“현재까지 우리 회사가 잘 커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대표님이 비전을 잘 제시하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한정길 이사님과 함께 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잘할 자신이 없습니다.”

찬명은 수혁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곤혹스러워 했다.

“원장님, 한정길 이사님을 믿으세요. 이사님은 누구보다 학원 운영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수혁은 정길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회사를 업계 1위로 유지시켰던 사업 수완을 두 눈으로 봤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뢰가 컸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원장님과 같이 잘 이끌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회사 운영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틈틈이 연락드리겠습니다.”

정길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좋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원장님과 이사님을 제외하고 모두 일하러 돌아가 보세요.”

수혁은 SH스터디의 향후 20년을 책임 질 사업적 비전을 논의하기 위해 사람들을 밖으로 보냈다.

“대표님,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찬명은 직원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강사플랫폼 운영과 강의와 교재 관련된 사항은 이미 말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략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편하게 말씀하십쇼.”

정길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경청할 준비를 했다.

“향후 10년 정도 우리 학원은 돈을 많이 벌 겁니다. 하지만 현재 대두되고 있는 낮은 출산율 문제가 결국 업계에 큰 위기를 불러올 거예요. 여러분들은 힘을 모아서 잘 대처를 해야 합니다.”

수혁은 갈수록 적어지는 학생들 때문에 학원 업계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전생에서 매출이 2조원에 육박했던 거대 학원이 7000억 수준으로 급락했던 것을 보았던 터라 포털 사업을 하기 전에 이들에게 당부하고 가려던 것이었다.

“앞으로 청년들이 취직하는 게 더욱 어려워 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대부분 학생들의 진로가 공기업, 공무원, 전문직과 같이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군들로 몰릴 겁니다.”

“옳은 생각입니다. 지금도 공무원 경쟁률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정길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원이 수능 입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전문직, 공무원 그리고 각종 자격증을 따는데 도움이 되는 강의를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1년 당시에는 각종 고시와 자격증들은 노량진과 신림을 중심으로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학원들은 SH스터디가 하는 것처럼 전문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토익과 같은 영어 자격증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면 SH잉글리쉬와 같은 사이트를 만들어 각종 영어 시험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토익은 대기업, 공기업 공채에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잠재 성장력이 엄청난 시장이었다.

“고교 입시 외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하라는 거군요. 이거라면 우리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충분할 거 같습니다.”

정길은 수혁의 설명을 듣자 크게 공감했다.

‘이게 다 이사님이 생각하셨던 거예요.’

수혁은 정길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제가 말씀드린 분야 외에도 수요가 충분한 다른 자격증들이나 시험들도 모두 검토해서 사업을 다각화하세요. 경영 방식은 기본적으로 SH스터디를 운영한 것을 참고하면 되나 공무원 시험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것들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할 겁니다.”

“제가 원장님과 잘 상의해서 추진해보겠습니다.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니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르는군요.”

정길은 머릿속으로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혁은 찬명과 정길에게 이 외에도 여러 조언들을 해주었고 그들의 대화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수혁은 SH스터디에서의 업무를 끝내고 한동안 원룸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는 3월 개학이 얼마 안남은 짧은 기간 동안 포털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다.

‘좋은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괜찮은 것들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 자금이야 지분을 팔아서 마련하면 되지만 고민 되네. 차라리 내가 직접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볼까?’

그는 코스닥에 상장된 IT기업들 중 매물로 나온 것들을 살펴봤으나 가장 싼 회사가 100억에 육박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창업과 인수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수혁에게 기회가 왔다.

‘뭐야? 잘하면 포털 회사를 싸게 살 수 있겠는데?’

수혁은 최근 들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제 상황에 주목하고 있었다. 2000년 말부터 IT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인터넷 대중화로 포털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IT기업들이 본래 가치보다 많이 부풀려졌다며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1년 2월이 되자 드디어 닷컴버블 붕괴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해외 유명사이트들이 줄도산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회사인 로어닷컴은 건재하지만, 경쟁업체였던 인터베이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터베이가요? 우리나라에서도 되게 유명한 기업 아닙니까?”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곧 미치겠는걸? 잘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

수혁은 티비프로에 출연한 패널들이 하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요즘 따라 계속 하한가를 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예상한 대로 국내 IT기업들 중 파산신청을 하는 회사들이 생겼다.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수많은 IT기업들이 저조한 경영실적을 숨겨왔던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이에 주주들은 집단 소송을 예고하는 등 주식시장에는 파란이 불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에서는 IT업계에 닥친 불황에 대한 속보를 연일 보도했고 시장에는 수많은 매물들이 나오고 있었다.

‘잘하면 살 수 있겠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수혁이 후보군으로 두었던 여러 회사들의 주식은 급락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는 회사들도 생겼다. 그렇게 매물들을 살펴보는 동안 며칠의 시간이 지났고 한국대학교는 개강을 했다.

“수혁아, 뉴스 봤어? 이번 닷컴버블 붕괴로 피해 본 사람들이 엄청 많아. 우리 아버지도 주식에 돈을 많이 넣어놨었는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찬식은 기분이 안 좋은지 굳은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수혁은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이 시국에 대비하기 위해 SH스터디의 현황을 정길에게 물어봤으나 다행히도 회사에는 별 피해가 없어 안심을 하고 있었다.

“나도 봤어, 포털 사이트들 같은 경우는 푸른닷컴이랑 넥스트 빼고는 모두 상장폐지 된 거 같더라.”

푸른닷컴과 넥스트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이들은 수혁이 회귀하기 전에도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 된 사이트들이었다.

“후, 어떻게든 되겠지 뭐. 그건 그렇고 오늘 개강총회 갈 거지?”

“그래, 좀 있다 같이 가자.”

수혁은 학기 초에 항상 있는 개강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 12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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