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122화 (122/316)

122화

“포털 사이트에서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수혁은 본격적인 회의 진행에 앞서 직원들에게 질문을 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고객들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어나 수익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포털 사이트 본연의 기능을 생각했을 때 양질의 검색 엔진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물음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맞습니다.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들 모두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컨텐츠의 다양화보단 검색 엔진의 질적 향상이 우선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혁은 이야기를 하며 회의실에 있는 보드에 피피티 화면을 띄웠다.

“여길 보시면 현재 국내 포털 사이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푸른닷컴과 지오닷컴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수혁은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검색엔진의 결과를 화면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이미 아시겠지만 현재 인터넷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10대와 20대입니다. 그리고 화면에 뜬 자료를 보면 같은 것을 검색해도 푸른닷컴의 자료양이 우리 것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10대와 20대는 아무래도 학교에서 내준 과제나 숙제를 할 때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거 세대처럼 백과사전을 통해 지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검색 시 나오는 정보의 양은 매우 중요한 거지요.”

“좋은 답변입니다.”

직원의 대답에 만족한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트 보다 푸른닷컴의 정보량이 많은 이유는 블로그나 카페를 잘 활용하여 정보량을 늘린 것도 있지만 지식 답변 코너를 잘 활용해서 네티즌 스스로가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그러면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타 업체와 비교해봤을 때 블로그와 같이 고객 간 소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회의 내내 묵묵히 대화를 지켜보던 직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맞습니다. 우리 사이트에는 고객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 우리 포털에 대해 아쉬운 점을 먼저 짚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지오닷컴은 어느 기업과 비교를 해보아도 타 사이트와 서버 공유가 제일 잘 되어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목이 건조해진 수혁은 테이블에 배치된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포털이 어떤 자료를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은 연관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혹시 검색엔진을 관리하시는 분이 누군가요?”

“네, 말씀하십쇼.”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와 서버를 총괄하는 직원이 대답하였다.

“타 포털들보다 더 많은 사이트들이 표시될 수 있게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하겠습니까?”

“회의가 끝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남자는 수혁의 말을 메모하며 말했다.

“그리고 홍보 담당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검색 엔진에 대한 작업이 완료되면 우리 회사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세요. 컨셉은 어느 사이트보다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고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정도면 될 겁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고객이 인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지요.”

수혁은 직원에게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그는 회원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했다.

“포털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인 메일부터 사이트 내에 있는 모든 콘텐츠들을 샅샅이 검토하세요. 보니까 메일에 아직 파일 첨부기능이 없는 것 같은데 빠른 시일 내에 보완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안 그래도 작업 중에 있던 사안인데 최대한 빨리 완료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박유신 사원이라고 있습니까? 보니까 회사 내 중요 아이디어들을 많이 제공했던 분 같던데?”

수혁은 네티즌들이 편히 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 적임자로 유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박유신 대리는 며칠 전부터 출근을 안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사직서를 냈는데 더이상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역시, 회사에는 나오지 않는 건가?’

수혁은 직원의 보고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날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포털 사이트에 개선해야할 사안들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진지한 자세로 수혁의 말을 경청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조만간 다시 회의를 할 예정이니 각자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혁은 직원들에게 지시사항을 모두 전달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회의는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서 끝이 났고 사람들은 옷가지를 챙기고 사무실을 떠났다.

“와,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게요. 이전 대표하고 다르게 중요 안건들을 줄줄이 꿰고 계셔서 회의 내내 긴장했어요. 앞으로 고생 꽤나 하겠는데요?”

“저는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이전에는 뭔가 형식만 갖췄지 목적도 없이 그냥 일만하는 느낌이었잖아요.”

직원들은 첫 회의에서 느낀 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사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수혁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후, 아무래도 직접 연락을 해 봐야겠어.’

수혁은 유신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종이를 손에 들고 의자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유신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꼭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전생에 박유신은 온라인 공간 내에서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야. 다른 사업들을 추진할 걸 생각하면 반드시 잡아야 돼.’

수혁은 포털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SNS개념을 활용한 사업을 할 계획이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마음을 정하고 유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세요?”

유신은 한가로운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SH커뮤니케이션 대표 강수혁이라고 합니다.”

“SH커뮤니케이션이요?”

“아, 아직 모르시겠군요. 지오닷컴은 오늘 부로 SH커뮤니케이션이 되었습니다. 포털 사이트 명칭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혁은 의아해하는 유신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유신은 관심이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최근에 퇴사 의사를 밝히신 걸로 아는데 회사 입장에선 너무 아까운 인재인 것 같아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 이야기라면 저는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전에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조금 다를 겁니다. 괜찮으시다면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수혁은 전화로 대화를 하는 것보다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저야 뭐, 상관없긴 하지만…….”

유신은 지오닷컴을 나온 이후 딱히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제가 유신씨가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어디에서 보면 좋을 까요?”

“네, 저는 강남역 근처에 있는…….”

유신은 강남역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하철 역 주변에 있는 카페로 장소를 잡았다.

‘바로 이 근방이라서 다행이다.’

수혁은 전화를 끊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역에 도착한 그는 약속 장소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유신이 카페에 들어왔다.

“강수혁 대표님이시죠?”

그는 수혁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초면인 것 같은데 절 알아보시네요?”

“인터넷을 검색하니까 대표님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SH스터디의 대표인 수혁은 매스컴에 몇 번 노출된 덕분에 그에 관한 자료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커피 안 시키셨으면 같이 가서 주문하시죠.”

“네.”

수혁은 유신을 데리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한 뒤 커피를 받고 테이블에 앉았다.

“지오닷컴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회사운영 현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던 중에 유신씨께서 건의한 프로젝트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되게 좋으시던데 왜 퇴사를 결정한 겁니까?”

수혁은 불필요한 대화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뭐 합니까? 회사에서는 주구장창 회의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으니 너무 답답했습니다. 의견을 냄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반영이 안 되니 짜증이 나서 퇴사하게 된 겁니다.”

명학이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에는 많은 아이디어들이 논의되었지만, 실제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다. 이는 그가 회사 운영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들이었다.

“제가 대표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SH커뮤니케이션은 포털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저는 유신씨가 회사 혁신의 중심에 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획하셨던 프로젝트들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네? 제가요?”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유신은 크게 당황했다.

“퇴사 당시 직급이 대리라고 들었습니다. 만약에 회사로 복귀하시면 눈치 보지 않고 갖고 계신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을 만한 위치로 승진시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미천한데 가능하겠습니까? 주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유신은 27살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혁의 제안이 와 닿지 않았다.

“회사 대표가 21살인데 누가 나이가지고 사람을 차별하겠습니까? 저는 유신씨에게 포털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본부장 자리를 주려고 합니다. 이 정도면 포부를 펼치시는데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저, 대표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혼란스러워 했다.

“처음 만난 사람이 뭘 믿고 이런 제안을 하는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자면 유신씨가 기획한 프로젝트들을 검토하고 확신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유신씨가 꼭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요.”

‘능력만 출중한 것이 아니야. 사람 자체도 의리가 있고 괜찮아 보여.’

수혁은 통찰의 능력을 활용하여 유신의 됨됨이를 살펴보았고 그가 함께 일하기에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제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이런 판단을 내리신 건가요?”

유신은 왠지 모르겠지만 말 안에 진정성이 있다고 느꼈다. 이는 수혁의 높은 매력수치로 인한 것이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안에 네티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펀 갤러리 프로젝트였던가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어떤 분야든 막론하지 않고 게시판을 만들어 서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컨셉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펀 갤러리 프로젝트였습니다. 비록 포털에 맞지 않게 마이너한 느낌이 난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요.”

유신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풀이 죽었는지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 부분은 차차 개선하면 될 문제입니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게시판 이용을 막기 위해 회원들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부적절한 글에 대해서 재재를 내리면 마이너한 느낌은 충분히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혁은 이전 생에서 보았던 커뮤니티 사이트의 단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익명성이 네티즌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만약 회원들만 글을 쓸 수 있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려고 할까요?”

“맞습니다. 그러나 글 쓴 사람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면 회원제 도입은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익명성은 닉네임으로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혁은 유신과 펀 갤러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오후 7시 경에 만난 그들은 밤 11시가 다 되도록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 12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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