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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26화 (126/316)

126화

수혁이 부임한 이래로 지오닷컴의 회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50만을 돌파했지만, 업계 최고를 지향하는 회사입장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안타깝지만 메일이나 뉴스와 같은 기본 서비스로 고객들을 유치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어. 다른 서비스들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돼.’

수혁은 웹툰과 같이 이목을 끌 수 있는 컨텐츠를 사이트에 게시하는 것이 고객들의 유입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본부장님, 이건 제가 만든 웹툰 플랫폼 도안입니다. 이걸 참고해서 제작을 진행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수혁은 손으로 직접 그린 사이트 도안을 유신에게 보여주었다.

“도안을 참고해서 사이트를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작가 수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군요.”

유신은 플랫폼 도안을 살펴본 뒤 말했다.

“현재 만화 시장을 고려해보면 그런 생각이 드시는 건 당연합니다. 기성작가들이 모두 종이에 만화를 그리니 만화가를 꿈꾸는 대부분의 지망생들도 아마 웹툰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거니까요.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트랜드는 변하게 될 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혁은 웹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챌린지 섹션을 만들어서 작가를 수급하는 방식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과연 작가들이 지원을 할까요?”

“걱정은 실천해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만화 시장은 소수의 기성작가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연재에 목마른 수많은 작가들이 도전을 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는 만화가가 될 수 있는 문턱을 낮춰 수많은 작품들을 포털에 개재한 다음 잘 된 작품들 중심으로 정식연재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는 전생에서 봤던 웹툰 서비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었다.

“대표님이 주신 도안을 참고하면 웹툰 서비스는 금방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웹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와 논의해서 작업을 진행해보겠습니다.”

“마케팅 담당자와 논의해서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만드세요. 단, 티비광고나 신문광고와 같이 광고 노출 정도가 강한 매체는 피하시고요.”

“죄송하지만, 광고는 대대적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유신은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웹툰 플랫폼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으면 경쟁 업체에서도 따라할 거예요. 대대적인 홍보는 웹툰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수혁은 회사의 경쟁력이 타 업체들에 비해 약한 것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사업을 벌이려고 했다.

“우리 회사 특성 상 여러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분발해야합니다. 힘들겠지만 다들 수고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가서들 일 보세요.”

대화를 마친 용민과 유신은 대표실을 나갔다. 수혁은 그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후 결재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 * *

수혁은 플랫폼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자 직원들도 다른 프로젝트들을 제쳐두고 웹툰 플랫폼 작업에 정성을 기울여 예상보다 빨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홍보팀에서는 웹툰 작가 모집 공고를 했고 금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너, 지오닷컴에서 웹툰작가 모집한다는 이야기 들었어?”

“응, 내 주변에서도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지오닷컴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웹툰에 대한 이슈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봐서 나도 도전해보려고 예전부터 그리던 만화가 있었거든.”

“웹툰 그릴 때 필요한 소프트웨어만 깔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것 같던데 한 번 잘해봐.”

웹툰 작가는 만화 작가에 비해 등단의 기회가 폭넓게 열려있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관심도 끌고 있었다.

“요즘 우리 애가 집에 오면 게임만 해서 문제에요.”

“그러게요. 인터넷으로 하는 게임이라 돈은 안 들지만 조금 걱정이 되네요.”

지오닷컴은 4월 중순부터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선보인 게임들은 조작법이 간단하고 중독성이 강했기 때문에 아동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피시방에 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집에 있으면 통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맞아요, 사실 저도 한 번 해봤는데 재밌긴 하더라고요.”

저 연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게임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종종 거론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었다.

비록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었지만, 게임 콘텐츠로 인해 많은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대표님 5월 들어서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입한 회원 수는 203만명 정도 되는데 이는 업계 4위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수혁은 월례 회의에 참석하여 직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지난달에 비해 4배 이상 늘었군요.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아직 거대 포털 들과의 격차가 상당합니다. 다들 방심하지 말고 지금처럼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리고 어제부터 웹툰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벌써 10명이 넘는 작가들이 출품을 했습니다.”

“그렇군요.”

수혁은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반응했다.

“오늘만 해도 웹툰 작가 지망생들의 지원 문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다음 달쯤이면 대표님이 구상하신 대로 각 요일별로 웹툰을 연재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 같습니다.”

“정식 연재에 들어갈 작가들에 대해서는 계약서 작성을 확실하게 하세요. 연재가 일주일에 한 번 뿐이라 연재방식에 대해서 명문화를 해놓아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유신은 직원들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웹툰 부서를 따로 만들어서 작가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그러려면 신입사원들을 뽑아야겠죠?”

“인사 팀장님과 협의해서 신규직원을 모집하겠습니다.”

유신은 수혁의 지시를 메모하며 말했다.

“회사 재정상황은 어떻습니까?”

“포털 내 서비스 이용이 활발해져 지금까지 350억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여유자금이 많이 확보되었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 때문에 지출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총무팀장은 재정상태가 기록된 서류를 보며 대답했다.

“비용이 확보되는 대로 사옥을 지을 계획이니 자금운용에 신경을 써주세요. 본부장님은 우리 팀의 잠재 성장률과 필요한 인력들을 감안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사옥을 지어야 되는지 알아봐주시길 바랍니다.”

“대표님, 장소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에 대한 정보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흠, 그 부분은 아직 생각을 못 했군요.”

유신의 말을 들은 수혁은 생각에 잠겼다.

‘강남이나 선릉 아니면 광화문 일대와 같이 도심에다 건물을 짓기에는 부지를 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수혁은 유수의 IT기업들이 회사 이미지를 위해 사옥 건설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전생을 떠올려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IT회사들은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사옥들을 갖고 있었다.

“사옥 위치는 판교로 하겠습니다. 판교는 강남과 위치도 가깝고 건물을 짓기에도 적당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판교를 중심으로 견적을 뽑아보겠습니다.”

수혁은 멀지않은 미래에 판교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판교 근방에 거대한 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점도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지금 이 건물의 시세는 어느 정도 됩니까?”

나날이 성장하는 SH커뮤니케이션은 신사옥이 구비되기 전까지 임시적으로 사용할 본사 건물이 필요했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지만 이 근처 건물들의 시세가 싼 건 150억에서 비싼 건 1000억 이상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 직원이 대답했다.

“대출을 받아도 좋으니 건물주와 상의해서 매입이 가능한지 알아보세요. 안 되면 다른 건물들을 알아보셔도 좋습니다.”

“회의 끝나면 바로 찾아보겠습니다.”

수혁은 빠르게 커가는 회사에 걸맞는 사무실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펀 갤러리도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지만, 시간을 두고 조금씩 개선하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유신은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 현황에 대해 보고했다.

“다행이군요. 저는 본부장님을 믿으니 갤러리만큼은 독자적으로 알아서 잘 해주세요.”

수혁은 커뮤니티 사업에 관한 유신의 안목과 실력을 믿고 있었다.

“다들 있는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 바랍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혁은 안건들을 모두 처리하고 회의를 끝마쳤다.

* * *

강남에 위치한 푸른닷컴의 본사, 이낙훈 대표는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근에 지오닷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지요?”

“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회사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직원은 낙훈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말했다.

“지금이야 그렇지요. 우리 회사도 한때는 해외에서 들어온 유수 포털 들에 밀려 어려웠던 시절이 있지 않았습니까?”

“대표님과 함께 열심히 노력한 직원들 덕분에 어려움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죠. 우리는 항상 다른 업체와 차별화 된 서비스를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거고요.”

낙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푸른 닷컴은 항상 선구자의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지오닷컴의 강 대표께서 포털 업계의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흠, 선구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커뮤니티 서비스나 웹툰 플랫폼 등을 보면 경계할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은 낙훈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SH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무엇입니까?”

“지오닷컴의 웹툰 서비스 개시에 발맞춰 우리 회사도 웹툰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보다 잘 할 수 있습니까?”

낙훈은 직원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기본적으로 지오닷컴과 우리 포털은 이용자수 면에서 게임이 안 됩니다. 만약 우리가 웹툰 서비스를 개시하면 강 대표도 별 수 없을 겁니다.”

직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오닷컴을 이기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말씀해보세요.”

낙훈은 직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제가 분석해본 결과 지오닷컴의 웹툰 플랫폼은 신인 작가들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기성 작가들을 영입해서 웹툰을 개시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성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일리가 있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신인작가들을 고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독자들의 취향이라는 것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그는 직원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목소리 톤이 한결 낮아졌다.

“네, 신인작가 영입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지오닷컴에 게시된 작품들을 보니 기성작가들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퀄리티 면에서는 기성작가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네, 그래서 저는 기성작가들 중심으로 작품들을 연재하되 신인작가들이 등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웹툰 사이트를 운영해볼까 합니다.”

지오닷컴을 주제로 시작된 그들의 대화는 점차 열기를 띠고 있었다.

- 127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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