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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30화 (130/316)

130화

‘뭐지? 대답이 시원치 않은데?’

수혁은 머뭇거리는 신욱의 대답에 답답함을 느꼈다.

“저는 단순히 계약만 생각하고 연락드린 것은 아닙니다. 작가님이 그린 작품들을 보고 감명을 받은 팬의 입장에서 뵙자고 청하는 겁니다.”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신욱은 일적인 만남이 아니라면 만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어디서 보면 좋을까요?”

“작가님 계시는 곳으로 제가 가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있는 곳이 춘천이라 서울에서 오시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신욱은 강원도 춘천에서 살고 있었다.

“춘천이면 그렇게 멀지도 않네요. 주소 알려주시면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점심이나 같이 하시죠. 여기가요.......”

신욱은 자신의 집 주소를 수혁에게 알려줬다.

“집에서 뵙는 겁니까? 괜히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싶네요.”

“여기가 도심에서 동떨어져 있는 데라 음식점이나 카페를 찾기 힘듭니다. 집이 편하니까 여기로 오세요.”

신욱은 비록 전업 작가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는 천성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수혁은 약속을 잡은 뒤 전화를 끊었다.

‘딱 보니 우리 회사에는 관심이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수혁은 신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 * *

다음날이 되었다.

‘오랜만에 서울을 나와 드라이브를 하니까 상쾌하다.’

수혁은 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고 있었다. 어제 내렸던 비의 영향으로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지만 한적한 도로에서 음악을 들으며 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간만에 스트레스도 풀고 좋네.’

이른 새벽에 출발한 수혁은 도로 중간 중간에 있는 휴게실에 들려 음료와 간식거리를 사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수혁은 길가에 있는 노천카페를 발견하자 주차를 한 뒤 커피를 주문했다.

‘일하다 지치면 가끔씩 와야겠다.’

목재로 만든 테라스에는 예쁜 테이블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수혁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아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약속시간까지 한참 남았기 때문에 그로서는 딱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슬슬 가볼까?’

커피를 마신 후 차에 돌아온 수혁은 시동을 걸고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 톨게이트를 지나자 수혁은 지도책을 편 뒤 신욱이 알려준 주소의 위치를 확인했다.

‘왜, 근처에 카페나 음식점이 없다고 했는지 알겠네.’

수혁은 도심에서 벗어나 춘천외곽으로 이동했다.

신욱의 집이 가까워질수록 주택과 건물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서울 돌아가면 새 차 한 번 해야겠다.’

도로는 어느 새 흙길로 변하였고 수혁은 약속 장소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리고 드디어 신욱의 집에 도착했다.

“강수혁 대표님이신가요?”

키는 작지만, 체격이 건장한 남성이 천천히 다가와 물었다.

“네, 장신욱 작가님이시죠? 반갑습니다.”

수혁은 집 앞에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려 인사를 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약속보다 일찍 오셨네요?”

“딱 맞춰서 온다는 것이 생각대로 안 됐네요.”

“괜찮습니다. 일단 들어오시죠.”

신욱은 수혁을 집 안으로 인도했다.

“좀 있다 1시쯤에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시장하신 가요?”

“오는 길에 이것저것 먹어서 상관없습니다.”

수혁은 약속시간인 12시보다 한 시간 일찍 신욱의 집에 도착한 상태였다.

“여기 앉으시죠.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신욱은 집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에 가서 차를 만들었다.

‘조금 허름하긴 하지만 혼자 작업하기에는 괜찮은데?’

수혁은 바깥 풍경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집 안을 구경했다.

처음 그의 집을 봤을 땐 연식이 오래돼 보이고 곳곳을 수리한 흔적 때문에 낡은 주택이라고 여겼으나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정말 멋지네요.”

수혁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저수지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연풍광을 보며 감탄했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일부로 이쪽 벽면을 통유리로 바꿨습니다. 작업을 하다 지칠 때면 여기에 앉아 맥주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정말 끝내줍니다.”

신욱은 찻잔을 손에 든 채 차분히 말했다.

“저쪽에 오솔길이 보이는데 작업을 하다가 지치면 산책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안 그래도 매일 아침을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수혁은 다짜고짜 일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신욱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낚시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수혁은 거실 한쪽에 세워진 낚시대를 발견했다.

“하하, 이곳에 있으면 사람 만나기도 힘들고 그저 낚시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저의 유일한 취미지요.”

신욱은 종종 집 앞에 있는 저수지에서 낚시를 즐겼다.

“점심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같이 낚시나 하면 어떨까요?”

“저야 좋지요. 낚시를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낚시를 좋아하는 신욱은 반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했지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낚시라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려드릴 테니 같이 가시죠.”

“덕분에 좋은 경험하겠네요.”

신욱은 낚시도구들과 물고기를 담을 플라스틱 통 2개를 챙겼다.

“비가 온 뒤에는 이상하게 고기가 더 잘 잡히더라고요. 그럼 갈까요?”

“넵.”

수혁은 신욱이 건네준 낚싯대를 손에 쥐고 그를 따라나섰다.

그들은 평소 신욱이 낚시를 즐기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플라스틱 의자와 간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만요.”

신욱은 물고기 모양의 루어를 낚싯대에 연결한 다음 캐스팅을 했다. 그리고 그는 낚싯대를 의자 앞에 고정시켰다.

“대표님, 여기 앉아 계시다가 낚싯대가 흔들리면 와이어만 감아주시면 되요.”

“저, 실례가 안 되면 제가 직접 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신욱은 낚시 경험이 미천한 수혁을 대신해서 세팅을 하다가 멈추고 낚싯대를 건네주었다.

수혁은 좀 전에 본대로 루어를 낚싯대에 연결한 다음 능숙하게 캐스팅을 했다.

“정말 잘하셨어요.”

“아까 작가님이 하는 거 보고 따라 한 겁니다.”

“제가 깜빡하고 낚싯대를 고정시켜놨는데 루어 낚시는 기본적으로 캐스팅을 잘 해야 되요.”

신욱은 고정시켜 놓았던 낚싯대를 들고 휠을 감았다 풀었다 하였다.

그는 누군가와 낚시를 한다는 사실에 신이나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처음 낚싯대를 던지는 것도 캐스팅이라고 하지만 낚시를 물에 넣어 움직임을 넣어주는 것도 캐스팅이라고 합니다. 루어 낚시는 파지 법이 중요하니까 하는 거 잘 보세요.”

“네.”

수혁은 신욱이 한 것처럼 낚시 줄을 적절히 풀고 감는 것을 반복하며 낚싯대를 다뤘다. 그는 도구이용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낚시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낚시 처음하시는 거 맞으세요? 너무 잘하시는 데요?”

신욱은 수혁을 보며 말했다.

“그냥 작가님 보고 따라하는 건데요 뭘.”

수혁은 그저 손이 가는대로 낚싯대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표님, 감으세요.”

낚싯대에 입질이 온 것을 본 신욱이 다급하게 말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요?”

수혁은 손끝에 느껴지는 흔들림을 느끼며 말했다. 그의 감각은 물고기가 아직 루어를 물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빨리 감으셔야 돼요. 그러다 놓쳐요.”

“흠, 알겠습니다.”

수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신욱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 급하게 휠을 돌렸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제가 조금 성급했나 보네요.”

“아닙니다. 걸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깝네요.”

신욱은 루어에 아무 것도 걸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의아해했고 수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다시 캐스팅을 했다.

‘걸렸다.’

낚싯대에 느껴지는 미묘한 진동을 느끼고 있던 수혁은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는 확신이 들자 조심스럽게 낚싯줄을 감아 올렸다.

“와, 송어네요.”

“저수지에 송어도 사나요?”

송어를 바다 고기로 알고 있던 수혁은 궁금하여 물어봤다.

“송어가 회로 먹으면 맛있어서 저수지에 몇 마리 넣어 놓았거든요”

신욱은 수혁이 잡은 송어를 보며 말했다.

“대표님, 저한테 거짓말 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이래 봐도 낚시 경력이 10년 이상 되는데 캐스팅 하는 솜씨나 휠 돌리는 게 초보자 같지 않아요.”

“제가 원래 금방 배우는 스타일이라 그래요.”

수혁은 신욱의 칭찬에 멋쩍어하며 말했다.

“저도 분발해야겠어요. 여기가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는 포인튼데 제꺼는 건들지도 않네요.”

신욱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분명히 입질이 올 겁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은 흐린 날씨 속에서 말없이 낚시를 했고 약속했던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3시에 낚시를 끝냈다.

“대표님, 정말 많이 잡으셨네요.”

신욱은 플라스틱 통에 든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3마리나 잡으셨잖아요, 저는 고작 1마리 잡았는데......”

신욱은 자신이 잡은 붕어를 보며 말했다.

“제가 잡은 송어랑 작가님이 잡은 붕어로 식사를 하면 어떨까요?”

“안 그래도 곧 식사 준비를 하려고 했습니다. 집 밖에 야외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서 드실래요?”

“좋습니다.”

수혁과 신욱은 가져온 도구들을 챙기고 집에 들어갔다. 신욱은 부엌에서 고춧가루와 각종 양념들을 꺼냈다. 그는 자신이 잡은 붕어로 매운탕을 끓이려고 했다.

“작가님, 칼 좀 써도 될까요?”

“네, 마음대로 쓰세요.”

수혁은 칼을 집어든 뒤 잡은 송어를 회 뜨기 시작했다.

“회 뜨실 줄 아세요? 손님이신데 그냥 쉬세요. 제가 할게요.”

신욱은 회를 뜨려는 수혁을 보고 말했다.

“여기 와서 작가님 덕분에 낚시도 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제가 직접 요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먼 곳에서 오신 분께 그건 실례죠.”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신욱은 결국 수혁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에 식기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세팅하러 갔다.

‘기왕 하는 거 점수를 확실히 따야지.’

회 뜨는 작업을 마친 수혁은 매운탕을 만들기 위해 붕어를 손질했다.

‘손질은 끝났고 이제 소스를 만들어 볼까?’

수혁은 도구 이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숙련된 장인처럼 생선을 손질했다. 그리고 그는 고서를 통해 익혔던 전통 방식의 매운탕 양념을 만들었다.

‘다 됐다. 이제 끓이기만 하면 돼.’

마지막으로 냄비 안에 물을 넣은 수혁은 완성된 음식들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회를 정말 잘 뜨시네요. 제가 했으면 큰일 났겠어요.”

신욱은 버리는 부위 없이 정교하게 발라진 송어 살점들을 보며 말했다.

“손으로 하는 거는 자신 있는 편입니다.”

수혁은 덤덤하게 반응했다.

“맛있는 음식들이 있는데 술이 빠질 수 없죠.”

신욱은 집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 안에서 소주와 맥주를 가지고 왔다.

- 131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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