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132화 (132/316)

132화

‘쓸 만한 사람들이 제법 있잖아?’

수혁은 가까운 미래에 웹툰으로 이름을 날리는 작가들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는 이들과의 계약을 위해 적절한 조건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고정급 500에 인센티브를 주면 계약하는데 나쁘지 않을 거야.’

신욱보다는 못 미치는 조건이었지만 상당한 고액을 보장해주는 계약서를 만 든 수혁은 곧바로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는 다른 포털과 계약을 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가들이 아닌 무명의 작가들을 중심으로 계약을 제안했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만간 저희 쪽 직원이 찾아 뵐 겁니다.”

수혁은 부지런히 연락하여 2명의 작가와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나름대로 자리를 잡는데 성공한 웹툰 작가들이었다.

‘장신욱 작가님 정도는 아니지만 중타 이상은 쳤던 사람들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가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해.’

회귀하기 전에 웹툰을 많이 봤던 수혁은 스타 작가가 웹툰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

SH커뮤니케이션의 직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 때문에 쉴 틈 없이 일만 했다.

6월 중순이 되었다. 방학을 맞은 수혁은 회사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조금 쉬어가면서 하세요. 이러다가 몸이 상하겠습니다.”

유신은 피곤에 지친 수혁을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다들 고생하는데 저만 편할 수는 없지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혁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유신을 바라봤다.

“대표님 지시로 생략되었던 월례 회의가 금일 오후 3시에 있을 예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각 부서 팀장들에게 이야기해서 회의 준비 잘 해오라고 일러두세요.”

“알겠습니다.”

신욱은 대답했다.

“지금 제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요. 죄송한데 자세한 보고는 회의 시간에 듣도록 하죠.”

“넵, 그럼 회의 때 뵙겠습니다.”

수혁은 회의 전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먼저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는 점심도 먹지 않고 일에 매진했다.

‘후, 겨우 끝났네. 이제 슬슬 가 볼까?’

회의 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확인한 수혁은 직원을 불러 결제한 서류들을 가져가라고 지시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회의실에 들어가자 용민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네, 최근에 바쁘신 거 같은데 게임은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까?”

“하하, 이번 달에 게임 2개를 더 출시했는데 반응이 괜찮습니다. 제가 듣기로 지오게임에서 나오는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으니까 방심하지 말고 지금처럼 해주세요.”

수혁은 회의 시작에 앞서 용민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표님, 다들 참석한 거 같습니다. 괜찮으면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네, 시작하세요.”

유신은 직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뒤 회의를 개시했다.

“5월 매출은 본부장님한테 들어서 아니까 6월 매출만 추려서 발표해 주세요.”

“아, 넵.”

수혁의 말을 들은 직원은 5월 매출이 기록된 문서를 탁상 위에 내려놨다.

“SH 커뮤니케이션은 6월 1일부터 6월 27일까지 493억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는 지난달에 비해 20퍼센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게임, 웹툰, 갤러리, 회원 수 등 모든 지표에서 상승세를 보인 점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신규 회원들은 많이 들어왔습니까?”

“네, 최근 1달 새에 회원 숫자가 크게 늘어 드디어 400만을 돌파했습니다.”

직원은 고무적인 성과에 상기되었는지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정도면 업계에서의 위치는 어떻게 됩니까?”

“현재 우리 회사의 매출과 회원 수를 고려했을 때 푸른닷컴과 넥스트, 다음 가는 기업으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원의 보고를 들은 팀장들은 수혁에게 덕담을 건넸다.

“3개월 만에 이 정도 성과를 올린 것은 여러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최고가 되는 그날까지 저 또한 몸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혁은 겸손하게 반응했다.

“각 부서별로 보고 사항을 말씀해주세요.”

수혁은 다시 차분하게 회의를 진행했고 각 부서 팀장들은 준비한 자료들을 토대로 자신들이 거둔 성과를 보고했다.

“펀 갤러리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군요.”

펀 갤러리 운영 현황에 대한 보고를 들은 수혁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네, 펀 갤러리의 일일 접속자 수가 지오닷컴에 접속하는 사람들 수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티즌들의 의견이 모이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크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다 본부장님이 힘을 써준 덕분이지요.”

수혁은 펀 갤러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유신을 칭찬했다.

펀 갤러리 안에 있는 각종 커뮤니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활성화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기 시작했다.

이용 고객이 늘자 갤러리의 광고수당은 크게 올랐고 이는 회사 수익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오웹툰은 어떻습니까?”

수혁은 웹툰 부서의 팀장에게 질문했다.

“대표님이 영입하신 장신욱 작가의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6월 중순부터 연재를 시작한 탓에 월간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제가 추천했던 다른 작가님들은 언제부터 연재합니까?”

“다행히도 기존에 그려놓은 비축분이 있어서 늦어도 7월 초에는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웹툰의 경우에는 타 업체들에 비해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더욱 분발해서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유념하겠습니다.”

팀장은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작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회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 먼저 솔선수범할 테니 다들 고생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직원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이후에 수혁은 각 부서에 맞는 적절한 지시를 내렸고 논의해야 할 사안들을 모두 처리한 뒤 회의를 끝마쳤다.

‘휴, 조금 쉴까?’

대표실로 돌아온 수혁은 책상 서랍에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오르골을 꺼냈다.

오래된 성당에서 발견한 목함 오르골은 사용자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수혁은 오르골을 작동시킨 뒤 대표실 안에 있는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네.’

서초동에 있는 수혁의 아파트, 그는 방금 도착한 택배를 뜯고 있는 중이었다. 택배 상자 안에는 일전에 주문했던 웹툰 도구들이 들어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마땅히 줄 사람도 없는데.......’

수혁은 신욱에게 주려고 했던 드로잉 패드와 마우스 패드를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한 번 직접 그려볼까? 흥행할 만한 스토리들은 머릿속에 다 있잖아.’

회귀하기 전에 수많은 웹툰들을 읽었던 수혁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포장을 뜯은 뒤 도구들을 사용해서 간단한 그림들을 그려봤다.

‘역시, 도구 이용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그림 그리는 것은 일도 아니네.’

수혁은 전생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가의 그림체를 흉내 내어 몇 장의 그림을 그려봤다.

‘이 정도면 해볼 만 하겠어.’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 다른 작가들과 비교해보아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들은 수혁은 직접 웹툰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마음 같아서는 판타지물을 그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연재 기간도 길어지고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그냥 무난하게 학교 물로 컨셉을 잡자.’

수혁은 전생에 봤던 웹툰들 중에서 가장 흥행했던 작품을 생각해냈다. 그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상물을 그리기로 결정했다.

‘웹툰을 읽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니까 충분히 먹힐 거야. 그러면 대충 구성이라도 짜볼까?’

수혁은 표절 의혹이 발생하지 않게 201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작품의 플롯을 빌려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작가한테는 미안하지만, 기왕 하는 거 제목도 빌려서 쓰자.’

보통의 웹툰 작가들은 작업을 하기에 앞서 대략의 스토리와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수혁은 머릿속에 작품제작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수혁은 밤 11시가 돼서야 웹툰을 그리기 위한 기본 작업을 마쳤다. 그는 마우스 펜을 들고 시나리오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어플이 정말 대단하긴 하구나.’

도구 이용 프로그램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그는 손이가는대로 쓱쓱 그림을 그렸다. 물 흐르듯이 밑그림을 그린 후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채색을 했는데 한 컷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0분에 불과했다.

‘이 속도면 하루에 3시간만 투자해도 연재하는데 걱정 없겠어.’

웹툰 한 화에 보통 60컷에서 100컷 정도의 만화가 들어가는데 수혁의 속도라면 약간의 시간만 할애해도 연재를 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잠을 줄여서라도 그리자. 딱 이번 작품만 하는 거니까 큰 무리는 없을 거야. 지오웹툰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 고생하자.’

이날 수혁은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그림 그리는 데 열중했다.

그는 전생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작업에 임했다.

* * *

바빴던 6월이 지나고 7월이 되었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자 거리곳곳에는 매미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대표님, 이 칼럼을 보셨습니까?”

유신은 호들갑을 떨며 대표실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잘 오셨습니다.”

수혁은 일을 하며 틈틈이 웹툰을 그려 한 화 분량을 완성한 상태였고 직원들을 시켜 연재 날짜를 잡을 계획이었다.

“아, 무슨 일로 저를 호출하려 하셨습니까?”

“오히려 제가 먼저 묻고 싶네요. 뭐 때문에 노크도 없이 그렇게 급하게 찾아왔습니까?”

“죄송합니다. 흥미로운 기사가 떠서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신욱은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수혁에게 건넸다.

“그냥 평범한 잡지 아닙니까?”

수혁은 코리안 캐피탈이라고 쓰인 잡지를 건네받았다.

“제가 표시해 둔 부분을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겁니다.”

‘뭐야 이건?’

기사를 읽은 수혁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리안 캐피털에서는 1년에 한 번 대한민국 부자 100인을 선정하는데 이 목록에 처음으로 수혁이 포함되었다.

“뭐, 정식 순위에 들진 못했지만 제 이름이 거론되다니 재밌네요.”

“왠지 관심이 있으실 거 같아서 가져왔는데 다행이네요.”

코리안 캐피털은 수혁의 재산을 대략 천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로 SH스터디의 높은 기업가치와 90퍼센트 이상의 지분이 수혁에게 귀속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였기 때문에 공식 행킹에는 들지 못한 상황이었다.

“만약 대표님이 SH스터디를 상장하신다면 50위 이내는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하하,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해보도록 하죠.”

그는 순위에 집착하진 않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 13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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