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139화 (139/316)

139화

<2009년에 출시된 스마트 폰의 기능을 재현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모든 기업들의 역량을 한데 모으면 짧으면 내년 길면 내후년에 스마트 폰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WG 한 회사의 힘으로는 스마트 폰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해결을 해도 스마트 폰의 콘텐츠를 채워 줄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도 함께 들어가야 됩니다.>

“그 부분은 우리 회사에서 전담해서 할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수혁은 짬이 날 때마다 어플과 스마트 폰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현 회장님에게 하루 빨리 사업 계획서를 전달해야겠어. 더 시간을 끌다가는 출시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그는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데 몰두했다. 그런데 그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회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전화가 걸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명길이었다.

“보성이한테 들었는데 대표님께서 조만간 절 보러 오신다면서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좋은 아이템이 있다고 들었는데 알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명길은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말씀 드릴 수는 있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 만났을 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전화로 말하기에는 내용이 방대하다고 생각했다.

“허허, 그러시군요. 보성이 말로는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데 어떤 분야인지만 들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것 때문에 전화를 주신 거군요. WG전자를 총괄하시는 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핸드폰에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려고 하거든요.”

“네, 그러면 만나는 날에 맞춰서 관계자를 불러 놓겠습니다.”

명길은 이 외에도 필요한 것들을 물어봤고 수혁은 사업 설명에 도움이 될 만한 사항들을 일러준 뒤 전화를 끊었다.

‘과연, 준비성이 철저하시구나.’

수혁은 명길을 보면 볼수록 그의 인품과 사업을 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을 많이 신뢰하고 있다고 여겼다.

‘나를 믿으시기 때문에 만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거야. 실망시켜 드리면 안 되겠어.’

수혁은 만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여의도에 있는 광고 촬영 스튜디오, SH커뮤니케이션의 마케팅 부서 직원들은 광고를 찍기 위해 출장을 나와 있었다.

“저, 배우님이 말씀하실 때 목소리가 좀 더 밝으셨으면 좋겠네요.”

과장으로 보이는 직원은 촬영된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말했다.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러는데 조금 양보해주시죠?”

매니저는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날 촬영에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톱스타 중 한 명인 황혜미가 광고모델로 참여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빡빡해요? 괜찮은 거 같은데 괜히 트집이야.”

한눈에 보아도 아름다워 보이는 여성은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오똑한 코와 육감적인 몸매는 아름다움을 부각시켜주고 있었지만, 살짝 치켜 올라간 눈이 보통 성격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냥,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매니저는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혜미는 가수로 데뷔를 했다가 연기자로 전향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대중들은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가진 그녀에게 열광했으나 방송계에서는 좋지 않은 인성으로 유명했다.

“아무리 노련한 광고모델들도 원 테이크로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써주세요. 촬영한지 고작 30분밖에 안 됐는데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과장은 성의가 없는 그녀의 태도를 지적했다.

“뭐라는 거야? 여기서 시간 보내다가 스케줄 펑크 나면 그쪽이 책임져 줄 거예요?”

혜미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이거야 원.”

“티비에서 본 거랑 완전 딴판이잖아?”

앙칼진 그녀의 모습에 직원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하, 어이가 없네. 이봐요, 저희 사장님이 하도 졸라대서 촬영해주는 건데 뭣들 하는 거예요? 직원들 교육 똑바로 시키세요.”

혜미는 아무 잘못 없는 과장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다.

“저, 잠시만 통화를 좀 하고 오겠습니다.”

이 광고를 찍기 위해 계약금만 1억이 소모된 상황에서 촬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과장은 윗선에 보고를 하기로 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홍보팀의 김기준 과장입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이날은 유신과 홍보팀장 모두 여름 휴가기간 이었기 때문에 기준은 부득이하게 수혁에게 연락을 했다.

“지오닷컴 티비 광고 촬영 때문에 잠시 스튜디오에 와있는데 광고모델 분이 협조를 안 해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쭤보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흠, 모델 분이 말을 잘 안 듣나요?”

“네, 촬영이 끝나지 않았는데 막무가내로 그만하시겠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안 끝내주면 스케줄이 펑크 난 것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겠다며 떼를 쓰고 있습니다.”

“계약을 해지하고 새 모델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럴 바엔 다음 일정을 잡고 차분히 촬영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수혁은 새로운 모델 선정부터 촬영업체와 계약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혜미씨가 스케줄이 워낙 많아서 오늘도 어렵게 스케줄을 잡은 겁니다. 이번에 미루게 되면 촬영이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골치 아프게 됐군요. 제가 가겠습니다. 촬영장이 어디입니까?”

“네, 여기는 여의도에 있는........”

기준은 스튜디오의 주소를 수혁에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어딜 갔다 오신 거예요? 미안하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먼저 들어 가봐야겠어요.”

혜미는 이날 특별한 스케줄은 없었지만, 전날 촬영으로 인해 피곤했기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

“저, 대표님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는데 기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15분 내로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휴, 피곤해 죽겠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재벌기업 자제들과도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SH커뮤니케이션의 대표가 온다는 이야기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5분만 참으시면 됩니다. 지금 하시는 행동이 계약에 위반되는 건 알고 계시죠?”

기준은 성실하게 촬영에 임해야 된다는 계약서 조항을 언급하며 말했다.

“하, 이래서 제가 이름도 없는 회사랑은 촬영 안한다고 했잖아요.”

혜미는 매니저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대표님이 오신다고요? 혜미야, 그래도 계약은 계약이니까 한 번만 더 촬영해보자.”

“저 복잡한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계약 내용이나 그런 건 오빠가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매니저는 수혁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그녀는 태평스러웠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기준은 수혁이 스튜디오에 들어온 것을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황혜미씨는 어디 있죠?”

수혁은 차를 몰고 급하게 스튜디오에 온 탓에 경황이 없었다.

‘뭐야, 저 사람이 대표야? 되게 잘생겼잖아?’

혜미는 심상치 않은 눈길로 수혁을 쳐다봤다. 185에 달하는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수혁은 웬만한 남자 연예인보다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황혜미입니다.”

그녀는 좀 전과 달리 다소곳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강수혁입니다. 촬영에 불만이 있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수혁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뭐야? 목소리도 좋잖아.’

높은 매력수치로 인해 보정된 수혁의 목소리는 혜미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제가 좀 바빠서 촬영을 끝내려고 했는데 수혁씨가 여기까지 오시니까 마음이 좀 변하려고 하네요.”

혜미는 눈웃음을 치며 호감을 드러냈다.

‘뭐야 이 여자?’

수혁은 안하무인 같다는 기준의 보고와 다른 혜미의 행동에 당황스러워졌다.

“촬영 끝나고 식사라도 같이 하실래요? 그러면 제가 시간을 내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혜미는 고혹적인 눈빛을 보내며 수혁을 유혹했다.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많으신가 보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식사할 시간 정도는 있으니까 가볍게 이야기 한 건데?”

수혁은 진지하지 못한 그녀의 언행에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 회사에서 배우님과 충분히 협의하고 일정을 잡은 걸로 아는데 바쁘다고 하시는 건 좀 무책임하신 거 아닙니까?”

“네?”

혜미는 다른 남자들과 상이한 수혁의 반응에 곤혹스러워 했다.

“계약서 내용을 보면 배우님은 광고 제작이 완료될 때까지 성실하게 촬영을 해주셔야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부디 서로 얼굴 붉히지 않게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수혁의 차가운 말에 혜미는 화가 올라왔다.

“실망이군요. 혜미씨를 우리 회사의 모델로 뽑은 제 선택이 후회스럽네요.”

그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일송전자가 혜미를 핸드폰 전속 모델로 고용하여 크게 재미를 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어떻게 저한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남자들의 선망어린 시선만을 받아왔던 그녀는 수혁의 낯선 반응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재벌 집 자식들도 나랑 데이트 한 번 하려고 난린데 이 사람은 왜 이러는 거지?’

혜미는 20대 초반에 성공을 거둔 뒤로 안하무인처럼 살아왔기 때문에 미숙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흠,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까 일이 진행되려면 다른 분하고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그쪽이 매니저신가요?”

“네, 맞습니다.”

“사장님 번호 좀 알려주세요.”

수혁은 소속사 사장을 통해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사장님도 혜미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못합니다. 대표님이 이번 한 번만 잘 이야기해보시면 안 될까요?”

매니저는 혜미가 듣지 못하게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하, 진짜 이게 뭐하는 겁니까? 과장님, 광고 컨셉 다시 짜시고 황혜미씨랑 계약 해지하세요.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러왔지 누구 비위맞추러 온 게 아닙니다.”

수혁은 매니저의 말에 짜증이 밀려왔다.

“저, 그렇게 되면 광고 일정이 많이 꼬이게 되는데 괜찮겠습니까?”

“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인기를 끄는 거 같은데 그분들 중에서 모델을 찾으세요.”

수혁은 프로게이머들이 포털 광고에 많이 출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어이가 없네, 해지하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위약금은 회사 통해서 청구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흥, 그깟 푼돈 상관없어요.”

혜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스튜디오를 나갔다.

“신평에서 연락이 갈 거니까 소송을 하고 싶으면 미리 준비하라고 전해주세요.”

수혁은 혜미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매니저에게 말했다.

“네? 신평이요?”

매니저는 신평 법무법인이 언급되자 크게 놀랐다.

“계약금과 개런티 명목으로 5억원이 지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위약금이 작지는 않을 겁니다.”

“대표님, 제가 사장님과 통화를 해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매니저는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밖으로 나가 소속사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 14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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