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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57화 (157/316)

157화

소프트웨어에 대한 논의를 마친 수혁은 어플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꿨다.

“김용민 팀장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스마트 폰 출시와 동시에 시장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팀장님께서 하실 일이 적지 않을 겁니다.”

“보니까 게임, 웹툰, 메신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을 계획하고 있더군요. 조만간 개발 팀원들과 논의해서 애플리케이션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기존의 것들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팀장님께서 보시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괜찮은 앱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대표님께서 아이디어 창고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개발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새로운 걸 창조하는 데는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필재는 회사가 출시한 게임들과 여러 프로그램들이 수혁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용민에게 들은 상태였다.

“원하신다면 팀장님에게도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필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후 이들은 스마트 폰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에 대해 논의했다.

* * *

<히든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매력과 지능이 3씩 올랐습니다.>

‘드디어 퀘스트가 끝났다.’

수혁은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화면이 뜬 걸 발견했다.

‘지능이 오른 건 대충 이해가 되지만 매력은 의외인데?’

<최필재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이 높게 평가되어 스텟이 향상되었습니다.>

‘하긴, 그 까칠이가 고개를 숙일 줄 누가 알았겠어?’

수혁은 차를 운전하며 생각에 잠겼다.

* * *

한남동에 있는 럭셔리한 카페에서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 진짜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인가?”

명학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뭐, 한동안 바쁘게 지냈느라 연락을 못했다. 너도 알겠지만 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 큰일이 있었잖아.”

“나도 뉴스 보고 알았다. 의원님이 그렇게 되실 줄 누가 알았겠냐? 우리 아버지도 가끔씩 너희 아버지 안부를 물어봤는데 도통 연락이 없으니 드릴 말씀이 있어야지.”

명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조성준이었다. 그는 수혁과의 일로 선민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방황을 하다가 최근에 아버지의 도움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이었다.

“의원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셔? 정치는 그만두신 거야?”

“그쪽 사람들하고는 아예 학을 뗐어. 실수 한 번 했다고 당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사람을 헌신짝처럼 버릴 줄 누가 알았겠어?”

일오는 아들 문제가 터지고 지역구 내에서 저질렀던 비리들이 밝혀지자 당에서 제명을 당했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망연자실하여 한동안 폐인처럼 지냈으나 의원 활동을 하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건설 회사를 차려 재기를 도모하고 있었다.

“그러게. 그래서 정치보다는 돈이 최고야. 우리 봐, 가끔씩 시끄러운 일이 발생해도 누구 하나 터치 못 하잖아?”

“맞는 말이야. 권력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돈은 그렇지 않더라고.”

성준은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건 그렇고, 사업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잘되고 있어?”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널 보자고 한 거야. 우리 아버지가 최근에 회사를 차리면서 나한테 일을 하나 맡겼거든. 혹시 일송건설하고 연결시켜 줄 수 없냐?”

“에이 씨, 뭐야. 갑자기 왜 일 이야기야.”

명학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서로 돕고 살면 좋잖아? 내가 나중에 거하게 한번 쏠게. 그리고 이번에 똘똘한 애들 많이 들어와서 잘할 자신도 있다고.”

“똘똘한 애들? 너 무슨 일 하는데?”

명학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버지가 토지 수용 문제나 철거민들하고 부딪힐 일이 있을 때마다 용역 업체를 쓰는 게 불편하다고 나한테 일을 맡기셨어.”

“그럼? 용역 깡패들을 부린다는 이야기야?”

“하하, 깡패라니. 이것도 엄연히 비즈니스고 나름 직함들도 있는데.”

성준은 기분이 상했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이야, 조성준. 한 번 고꾸라지더니 갈 데까지 갔네? 이제는 깡패까지 동원해서 사업을 하냐?”

“뭐, 네가 계속 그렇게 말하면 부인은 안 할게. 그런데 혹시 알아? 네가 나중에 걔네들을 이용할 일이 있을지?”

성준은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건달들을 연락해서 자신의 회사로 끌어들였다.

‘깡패 새끼들을 써먹을 일이 있나?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그런 놈들이야 부를 순 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못하는 건데? 아니야, 어차피 저 자식이 다 책임지면 되잖아?’

명학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 강수혁 알아? 듣기에는 너랑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데?”

“네가 그 새끼를 어떻게 알아?”

성준은 수혁의 이름을 듣자 대번에 얼굴이 굳어졌다.

“왜? 무슨 일 있었어? 난 용건도 안 꺼냈는데 왜 이렇게 흥분하고 난리야?”

“그 새끼 때문에 우리 집안이 이렇게 된 건데 흥분 안 하게 생겼어?”

“뭐? 그럼, 뉴스에서 나왔던 사건이 너랑 강수혁 간에 있었던 일이라는 거야?”

명학은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됐고, 그 자식이랑 너랑 무슨 관계야?”

“이 새끼가....... 진정하고 이야기 잘 들어.”

성준은 이전까지 비위를 맞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야, 너 그 자식 엄청 잘나가는 건 아냐?”

“이야기는 들었어. 무슨 학원 같은 것을 운영한다며? 그래 봤자 뭐 별거 있겠어?”

그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세상 돌아가는 것 좀 보고 살아라. 그 새끼 지금 엄청 잘나가. 네가 말했던 학원이라는 곳은 연 매출 1조 원을 목전에 두고 있고, 지금은 포털까지 운영해서 우리 학교에서는 유명인사야.”

“……뭐? 이런 씨, 우리 아버지랑 나는 개고생하며 살았는데 그 자식은 승승장구했단 말이지?”

이야기를 들은 성준은 분한 마음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걸렸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금방 넘어오겠는데?’

명학은 생각했다.

“휴, 말도 마라. 나는 심지어 그놈이랑 같은 과고 가끔씩 얼굴도 마주쳐서 스트레스야.”

“내가 몰래 그 새끼 작업 좀 해 볼까?”

성준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나도 생각은 했었지만 그 새끼 하나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냐? 너, 최근에 판교에서 건물 짓는다는 이야기 못 들어 봤어?”

“판교면 그쪽에 우리 아버지 사무실이 있어서 잘 알아. 하지만 그쪽에 건물 짓고 있는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잖아?”

“지금 판교 근방에 강수혁이 본사 건물을 올리고 있어. 규모가 상당한 걸 보면 신경을 꽤나 쓰는 것 같아.”

명학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세상 엿 같네. 누구는 용역 애들이나 끌고 다니면서 영업하고 다니고 있는데 어떤 놈은 건물도 올리고. 팔자가 좋아.”

“팔자 좋을 일이 뭐 있어? 그냥 네가 가서 어그러트리면 되잖아?”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성준은 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가 듣기로 강수혁이 회사에 일할 공간이 부족해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만약 네가 애들을 시켜 공사 기간을 계속 지연시키면 그놈도 스트레스를 좀 받지 않을까?”

SH커뮤니케이션은 수혁이 맡은 이후 빠르게 성장을 하여 현재 가지고 있는 사무실로는 추가인력을 소화하기에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음, 불가능할 거 같지는 않은데?”

“그래? 그러면 한번 해 봐!”

명학은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성준을 부추겼다.

“우리 아버지가 검경 쪽에 인맥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적당한 선에서는 그놈을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네 말을 들어주면 나한테 돌아오는 이득은 뭐지?”

“참나, 알았어. 내가 아버지한테 물어봐서 일송건설에서 줄 수 있는 일감이 있는지 알아볼게. 대신, 먼저 성의를 보여 줘.”

명학은 성준 못지않게 수혁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쪽은 내 전문 분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너야말로 약속 제대로 지켜라. 내가 비록 집안이 무너지긴 했지만 악밖에 안 남은 놈이니까.”

“미친놈, 개소리 말고 네 할 일이나 잘해.”

그는 성준이 거칠게 말하자 똑같이 되받아쳤다.

“아무튼 다음에 또 보자고. 난 간다.”

“수고해라.”

그들은 용건을 마치자 서로 약속했다는 듯이 바로 헤어졌다.

* * *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되었다.

수혁은 오랜만에 SH커뮤니케이션에서 매달 열리는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대표님께서 취임한 이래로 월 매출은 점진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매출 측면에서는 푸른닷컴에게 크게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H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티, 웹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포탈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줬고, 그 인기에 힘입어 대형 포털들과의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회원 수 관리는 잘 되고 있지요?”

직원의 보고를 듣던 수혁은 차분하게 물었다.

“네, 지난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900만이 넘는 회원 수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뉴스와 메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검색 엔진에 대한 홍보가 잘 이루어진 덕분이라고 판단 됩니다.”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넥스트는 올 한해 회원 수가 100만이 채 늘지 않았습니다. 내년 초면 넥스트를 넘어 명실상부한 대형 포털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유신은 최고가 아니면 만족하지 않는 수혁의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 첨언을 했다.

“본부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 초부터 회사가 새롭게 변모한 이후 우리는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이제 업계 1위가 목전에 있습니다. 좀 더 힘을 냅시다.”

“명심하겠습니다.”

유신은 직원들을 대표해서 대답했다.

“본부장님, 본사 건물 설립 건은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임시적으로 사무실을 임대하여 늘어나는 인원들을 감당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우리 회사에 걸맞은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표님,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공사가 시작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됐기 때문에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임시로 쓸 본사 건물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건의사항을 말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지요. 그러면 임시 본사로 쓸 만한 건물을 한 번 알아보세요.”

수혁은 유신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수혁이 지시를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무팀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본부장님께도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최근 며칠 동안 공사가 지연되고 있어 쓸데없는 지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공사 지연이라니요?”

“건설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 용역 업체에서 사람들을 보내 수시로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부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차피 현장에서 생긴 문제는 도급을 맡긴 건설사에서 책임질 문제라 추가 비용에 대한 책임 여부는 좀 더 알아봐야 합니다. 그것보다 공사가 지연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본사에 들어가는 시기가 늦어지니 걱정입니다.”

수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158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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