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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58화 (158/316)

158화

“용역 업체에서 온 사람들이 한번 오면 나가지 않고 아예 공사현장에서 상주하는 날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팀장은 건설사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수혁에게 전달했다.

“아니, 그러면 경찰들은 뭐 하고 있습니까? 무단 침입죄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서 싹 다 잡아넣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경찰들을 부르면 어떻게 알았는지 금세 현장을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경찰들도 처음과 달리 신고를 받아도 짜증을 내거나 늦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하…… 건설사에서는 후속 대처를 준비 중이랍니까?”

수혁은 짜증이 몰려왔다.

“건설사에서 해당 용역 업체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이상하게 검사가 일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검사 측에서 다른 밀린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처리해 준다고 답한 상태랍니다.”

“음, 검사까지 일을 안 하려고 한다는 말이네요?”

수혁은 사건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놈들이 그러는 이유는 뭔지 아십니까?”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무작정 들어와서 공사를 방해하기만 할 뿐 왜 그러는지는 이야기를 안 한다고 합니다.”

“용역 업체에 대한 정보는 아십니까?”

“경문건설이라는 업체의 자회사라고 합니다. 특이점은 회사의 오너가 전 국회의원 조일오라고 하고요.”

‘조일오?’

수혁은 뜻밖의 이름을 듣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용역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은 그의 아들 조성준이라고 합니다. 그거 말고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군요.”

수혁은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짚이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과거 조일오는 국회의원 재직 중에 본인 지역구였던 곳의 경찰서장과 비리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그의 전적을 봤을 때 아마 성남시 경찰들하고도 강한 유착관계가 있을 겁니다.”

유신의 질문에 수혁은 차분하게 답변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요.”

수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

판교 외곽에 있는 SH커뮤니케이션 본사 건설 현장, 그곳에는 용역 직원들과 현장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번 오셔서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이 씨, 꼬우면 경찰 부르든가? 그냥 잠깐 둘러보고 가겠다는 왜 유난을 떨어?”

거구의 남자는 관계자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말했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우리도 계약 기간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계속 그러시면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뭐!? 젠장, 좀만 있다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야, 중국집에서 음식 좀 시켜라. 밥이나 먹자.”

“네, 형님.”

부하로 보이는 사내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아주 막 나가는구만. 툭하면 여기 와서 밥 먹고 담배 피우고 별 짓거리를 다 하니…… 나야 원.”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끝마쳐야 되는데 저 자식들 때문에 어휴.”

인부들은 공사장에 주저앉아 상황을 지켜보며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래도 일 안 하고 좋잖아?”

“야, 건설사가 바본 줄 알아? 일이 진행이 안 되면 생돈 주고 사람을 쓸 거 같아?”

“쯧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인부들 중 하나가 철없는 소리를 하자 사람들은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저 새끼들이군, 대충 세어 보니 8명 정도 되는 거 같아. 그런데 조성준은 안 보이네?’

수혁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왔다.

“누구시죠?”

현장소장은 수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곤 다가가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SH커뮤니케이션 대표, 강수혁입니다.”

수혁은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

“안 그래도 회사로부터 오신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저쪽으로 가시죠. 따뜻한 커피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그것보다 저 녀석들 책임자는 어디 있습니까?”

“책임자라면……?”

“용역 업체 사장 말입니다.”

수혁은 성준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 사람은 저녁이나 돼야 옵니다. 하루에 한 번 이곳에 와서 저놈들에게 격려금을 주기도 하고 가끔씩 밥도 사 줍니다.”

‘개 같은 새끼.’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났으나 꾹 참고 표정을 관리했다.

“한 7시나 돼야 오겠군요.”

“네,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옵니다. 제가 그동안 쭉 지켜봤는데 틀림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깐 현장 좀 돌아보겠습니다.”

“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외투만 걸치고 바로 나오겠습니다.”

소장은 현장을 보여 주기 위해 준비를 하려고 했다.

“아닙니다. 그냥 조용히 보고 가려고 합니다. 그럼 일 보세요.”

수혁은 홀로 현장 주변을 관찰했다.

‘휴, 이제 지대를 다지고 1층을 올리고 있잖아? 빨리 처리를 해야겠어.’

그는 오늘 안으로 용역 깡패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CCTV도 없는 거 같고. 현장 근처는 다들 공사 중인 건물들뿐이라 무슨 일이 있어도 경찰이 알아내기 어렵겠어.’

수혁은 원래 신평 법무법인을 통해 정식으로 고소하려고 했으나 복잡한 절차를 거친 후에야 나오는 법원의 판결 혹은 명령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충 다 둘러본 거 같으니까 차에 가서 기다려 볼까?’

수혁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만한 위치에 차를 주차해 놓은 뒤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저녁 6시 30분이 되었다. 겨울이 되어서 그런지 거리는 금세 어두워졌다.

‘그럼 출발해 볼까?’

수혁은 복면을 써 얼굴을 가린 뒤 공사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날도 추운데 다들 고생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저희야 뭐, 가만히 있으면서 돈 버니까 서로 좋은 거죠.”

성준은 자신의 직급이 더 위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은 건달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야, 춥다, 가서 나무 좀 더 넣어라.”

“네, 형님.”

그들은 드럼통에 불을 피운 뒤 몸을 녹이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 오늘 너희들은 죽었어.’

수혁은 나무 자재를 함부로 가져가 불을 피우는 데 쓰는 남자의 모습에 짜증이 몰려왔다. 그는 통찰의 능력을 사용해 그들의 스텟을 확인했다.

‘조성준만 힘이 25고, 나머지는 다들 31에서 35사이네. 나 혼자서 상대해도 무리는 없겠어.’

그의 힘은 52에 달해 있었기 때문에 건달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저기 누가 있는 거 같은데?”

“이 시간에 어떤 미친놈이 여길 와?”

“아니야, 저기 좀 봐봐.”

건달들 중 하나가 손가락으로 수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누구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어쭈? 이거 봐라, 얼굴까지 가리고 왔잖아?”

거구의 사내는 수혁에게 다가가 복면을 벗기려고 했다.

“손대지 마라.”

수혁은 성준이 듣지 못하게 조용히 말함과 동시에 주먹으로 거한의 턱을 가격했다.

“컥.”

거한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다시는 여기로 못 오게 확실히 처리해야 돼.’

수혁은 쓰러진 거한의 팔을 잡은 뒤 그대로 꺾어 버렸다.

“으아아악, 안 돼!”

그는 어깨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야, 다들 뭐 해! 저 새끼 죽여!”

건달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허접한 새끼들.’

수혁은 맨 먼저 달려드는 건달의 주먹을 스텝을 밟아 간단히 피한 뒤 팔꿈치로 관자놀이를 쳤다.

“다들 뭘 보고 있어? 연장 들어!”

상대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판단한 남자는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

“너 이 새끼. 오늘 살아서 못 나갈 줄 알아라.”

“건방진 놈이 어디서 나대?”

건달들은 미리 챙겨온 야구 배트와 각목 등을 손에 쥔 채 수혁에게 접근했다.

‘음, 무기를 들었단 말이지? 가볍게 뼈 한두 개만 부러뜨리려고 했는데 안타깝네.’

사내들이 연장을 든 것을 확인한 수혁은 한쪽 벽면에 세워진 쇠 파이프를 말아 쥐었다.

“이쯤 되면 꽁지를 빼고 도망가야 정상인데 배짱 하나는 대단하구나? 진짜 우리랑 해볼 생각인가 본데? 너 오늘 잘못 걸렸어. 이 근처는 경찰도 안 오고 CCTV도 없어서 너 하나 담가도 상관이 없거든.”

성준은 본인들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병신같은 놈, 넌 나중에 직접 손봐주지.’

수혁은 천천히 다가오는 건달들을 보며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들어가지 말고 한 번에 덮쳐!”

명령을 받은 건달들은 손에 쥔 도구들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뭐,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연장 다루는 법을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실전에 대한 경험이 풍부했던 건달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들어 수혁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공격은 번번이 쇠 파이프에 막히고 말았다.

‘머리는 때리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웬만하면 얼굴 아래로만 공격해야겠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파이프를 휘둘러 당황한 건달들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쳤다.

‘저 새끼 정체가 뭐야?’

뒤에서 여유롭게 지켜보던 남자는 수혁이 사방팔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모두 막아 내고 부하들을 쓰러뜨리자 크게 당황했다.

“크으윽,”

“악, 내 팔.”

머리를 제외한 어깨, 팔, 다리 등을 쇠 파이프로 가격당한 건달들은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도구 이용 프로그램을 이렇게 써먹는 날도 오네?’

수혁은 일전에 습득한 검도에 관한 지식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내들을 순식간에 물리쳤다.

“제, 제발…… 그만둬, 크아아아아악!”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을 내기로 마음먹은 수혁은 쓰러진 건달들의 팔과 다리를 확실히 부러뜨렸다.

“잔인한 놈…….”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는 무서운지 몸을 떨고 있었다.

“실장님, 뭐 하세요? 저놈 좀 어떻게 해봐요.”

성준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덩달아 겁을 집어먹었다.

“큭,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모르겠지만, 헉…….”

수혁은 우두머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빠르게 다가가 어깨와 허리를 강하게 후려쳤고 순간적으로 당황한 남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 이봐. 어디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시킨 거면 내가 돈을 2배로 줄 테니까 그냥 나가게만 해 줘.”

“…….”

손속의 잔인함을 목격한 성준은 이성을 잃고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이프로 그의 팔을 힘껏 때렸다.

“크아아아아악! 팔! 팔이 부러진 거 같아. 아아아악!”

성준은 강한 고통이 엄습하자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이제 시작인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수혁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성준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이프로 그의 무릎을 아작 냈다.

“으아아악, 헉, 헉, 헉. 제발 그만, 그만…….”

한쪽 무릎이 부서진 걸 직감한 성준은 바닥에 엎드린 채 숨만 가쁘게 몰아쉬었다. 고통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호흡하는 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등짝을 가볍게 가격했다.

“컥, 헉, 헉. 살려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성준은 너무도 두려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159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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