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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62화 (162/316)

162화

“한 사장님, 팀장님이 바로 답신을 못 드린 것은 회사 기밀 사안을 언급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이해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팀장님. 앞으로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수혁은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는 일이 많아 미처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타 부서나 다른 계열사에서 문의가 들어오면 즉각 답변하겠습니다.”

“나중에 우리 회사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명단으로 작성해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 외의 사람들에게 답변하기 힘든 문의가 들어오면 저에게 알려 주세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필재는 메모를 하며 말했다.

“SH랭귀지 원장 김현모입니다. 듣다 보니 궁금해서 그러는데, 우리도 기밀 사안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야기를 듣던 현모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네, 그렇습니다. 조금 서운하실 수도 있겠지만, 보안이 중요한 작업이라서 임원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수혁은 스마트 폰과 관련된 사안은 출시가 되기 전까지는 되도록 함구할 생각이었다.

“자, 다음은 각 계열사별로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책임자들께서는 성장률, 매출 증감률 등을 근거로 결산 발표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지도 간략하게 말씀해 주세요.”

찬명은 부담스러운 질문들을 예방하고자 빠르게 회의를 진행했다.

“안녕하십니까, SH랭귀지에서 토익 파트를 전담하고 있는 이진우 부원장입니다. 저희는 올해 6월, 강남에 SH토익을 차렸고…….”

임원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발표했다.

“SH커뮤니케이션에만 신경을 쓰느라 몰랐는데, SH에듀케이션 소속 계열사들도 엄청난 성장을 거뒀군요.”

수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새로운 학원들이 잘 안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대표님 덕분입니다.”

“저는 단지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박 부사장님이 한 사장님과 열심히 한 결과지요. 그렇게까지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수혁은 찬명의 칭찬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가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대표님께서 SH스터디를 업계에서 제일가는 회사로 만드신 게 가장 영향이 컸습니다.”

“그래요?”

“다른 데는 몰라도 교육 시장에서 SH는 명품 브랜드와 다를 바 없습니다. SH스터디의 성공으로 확립된 최고라는 이미지는 다른 학원들을 차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맞습니다. SH라는 명패를 앞에 달면 고객들은 최고의 강사진과 강의 서비스를 떠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일례로 SH에듀케이션에서 전문직 시험 시장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기대감을 표한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임원 중 하나가 찬명을 거들고 나섰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업계에서 뛰고 있는 강사들과 강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가장 들어오고 싶은 회사가 우리 SH에듀케이션입니다. 그리고 대표님에게 그간 보고드리지 못했지만, 옛날에 만드신 강사 플랫폼은 지금도 엄청나게 사람들이 몰리는 중입니다.”

“그쪽을 통해 강사 수급이 활발히 이루어지나요?”

찬명의 설명을 들은 수혁은 예전에 벌인 사업에 관심이 생겼다.

“SH강사제작소는 대도시마다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방에 있는 스튜디오로 지원해 강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수능 외에도 영어, 일본어,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자들을 받았기 때문에 작년에 비해 사람이 훨씬 많이 몰렸습니다.”

“좋은 현상이에요. 기성작가를 영입해서 쓰는 것도 좋지만 스타 강사를 키워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일정 기준을 통과한 참여자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수혁은 새로운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회사가 나날이 커지니 기존에 있던 스타 강사들을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더 잘 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정길은 훈훈한 분위기에 동참했다.

“그건 알 수 없는 거지요. 업계 선두가 되는 것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현재, 잘 나간다고 방심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돼요.”

수혁은 경영에 관한 것만은 한 치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았다.

“잘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것보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발표를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SH에듀케이션의 매출이 학원 업계 최초로 1조를 넘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스컴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기서 만족하면 안 됩니다. 교육 시장의 규모를 생각해 봤을 때, 올해 거둔 성과는 대성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것보다 제가 이 말을 꺼낸 건, 보여 드릴 자료가 있어서였습니다.”

정길은 침착하게 대답을 한 뒤, 파일철에서 서류를 꺼냈다.

“이건…….”

서류를 건네받은 수혁은 내용을 살펴보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내용을 보셔서 파악이 되셨겠지만, SH에듀케이션과 SH커뮤니케이션은 회사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굉장히 높은 회사들입니다. 특히 SH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수익 측면에서는 동종업계의 유력회사인 푸른닷컴에 뒤지지 않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정길은 지오닷컴이 규모 면에서는 경쟁 포털회사에 밀리나 수익 창출 면에서는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했다.

“네, 살펴보니 그렇더군요. 그런데, 이 보고서는 누가 작성한 건가요?”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저에게 메일로 보낸 자료입니다. 상장할 시에 예상되는 자본 수익을 다각도로 분석한 것 같은데 나름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사장님은 우리 회사가 상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수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회사가 상장하길 기다리는 투자자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상장 시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현재 우리 회사의 시장가치에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에 달합니다.”

“그건 까 봐야 아는 겁니다.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전 솔직히 내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 회사가 이전보다 더 많은 자본을 갖게 된다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결정은 전적으로 대표님이 내리시는 거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상장을 해 자금을 확보하는 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길은 수혁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회사에 공헌이 크신 분의 의견을 묵살할 생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최소 2년 동안은 상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산적한 과제들을 처리하는 데도 힘이 많이 드는데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 않군요.”

“네, 대표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뜻에 따르겠습니다.”

정길은 순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표정에는 아쉬운 감정이 배어 있었다.

“회사를 위한 사장님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섭섭하시겠지요. 하지만,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 프로젝트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는데 상장까지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수혁은 점잖게 그를 타일렀다. 그러자 정길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한순간의 이익만 쫓았지, 생각을 깊게 못 했군요. 상장을 하면 세간의 관심을 받기 훨씬 쉬워진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데, 상장을 하면 이 과정의 타당성을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도 발생할 겁니다.”

“상장이 된다고 해서 마냥 다 좋은 것은 아니었네요…….”

정길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 주자 풀이 죽었다.

“투자자들이 모두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매력적일수록 해외 자본은 회사의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먼저 회사의 내실을 튼튼하게 다진 뒤 상장을 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앞으로 대표님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시기 전까지는 이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현재 맡고 있는 회사를 잘 키우는 것이 여러분들이 할 일이니까,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시고 본분에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한 사장님 외에도 건의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수혁은 그 후에도 여러 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중요하다 여겨지는 내용은 적절하게 수용했다.

“대표님, 회의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찬명은 준비한 순서가 모두 끝났음을 알렸다.

“올 한해를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회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헌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성공에 안주하고 만족하기보다는 큰 비전을 갖고 먼 미래를 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만요.”

목이 탔던 수혁은 생수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어 갔다.

“전 SH를 짧으면 2년, 길면 3년 내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저를 안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은 이 말이 허황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꿈을 크게 가지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허황된 말로 들리지 않습니다. 대표님의 포부에 맞게 저희도 열심히 회사에 이바지하겠습니다.”

“다 같이 합심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요.”

수혁의 포부를 듣고 자극을 받은 몇몇 임원들은 고무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로써, 제1회 SH그룹 총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공지를 받아 아시겠지만, 40분 후에 근처 호텔에 그룹 만찬이 예정돼 있습니다. 잠시 다과를 드시면서 다른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찬명은 회의 종료를 알렸다.

“박유신 사장님, 잠깐 저 좀 보시죠.”

“네, 알겠습니다.”

임원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유신은 수혁의 호출에 하던 것을 멈추고 그를 따라갔다.

“지오쇼핑 론칭 계획안을 발표하셨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저도 하루빨리 다른 분들처럼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유신은 수혁과 함께 대표실에 들어오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곧 있으면 식사를 하러 가야 하니, 빨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넵.”

소파에 앉은 수혁이 태도를 바꾸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유신은 자세를 고쳐 앉고 진지하게 경청했다.

“부지 선정 작업은 착수했습니까?”

“죄송합니다. 건축 설계 및 공사를 시행할 회사를 찾느라, 부지를 알아볼 틈이 없었습니다.”

“흠…… 제가 좀 급했던 것 같군요.”

수혁은 지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그를 불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아닙니다. 저도 최대한 여러 방안을 모색해서 론칭이 늦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부담가지지 마세요. 제가 시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그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유신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16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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