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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76화 (176/316)

176화

“회장님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리 회사와 계약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큰 수익을 내드린다고 보장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우리와 함께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수혁은 스마트 폰이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당초 대표님과 협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경제적 이익은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염려가 되는 것이 있다면 온라인 영업을 위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겠지요.”

“저 또한 비용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엘마트 측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창고 개조의 경우에도 말이 개조지, 있는 공간을 재배치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면 될 거고. 운송 인력의 경우에는 우리 회사에서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흠, 그 말은…… 우리 회사에 인력을 파견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병섭은 수혁의 제안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석호와의 의리 때문에 지오쇼핑에 손을 내밀었지만, 경영에 피해가 되는 선택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파견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측에서 운송에 관한 인건비를 부담한다는 점이겠지요.”

“아, 죄송합니다. 저는 우리가 인건비를 모두 지불하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사업 계획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말로만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까 아무래도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당초 정 회장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날 만난 거지, 지오쇼핑에 대한 신뢰는 거의 없어 보이는군.’

수혁은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병섭의 속마음을 캐치하고 있었다.

“하하, 오해라니요. 저는 이왕 같이하게 된 거 확실히 알고 싶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

“저도 꼼꼼히 확인해 주시는 모습에 믿음이 갑니다. 적지 않은 비용읻 들어가는 만큼 기획안을 확실히 검토해 주신 다음 사업적 결정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사업에 안착하기보다는 우리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거든요.”

수혁은 사뭇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메일로 보내 주시면 확인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만약 마음에 드시지 않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쇼. 저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라면 최대한 수렴하겠습니다.”

‘강 대표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생각보다 일이 커지겠는데? 그런데…… 왠지 모르겠지만 믿고 일을 맡겨도 될 거 같아.’

병섭은 손해를 볼 거 같은 일에는 모험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지오쇼핑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지원할 생각이었지,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수혁에게 점점 끌리고 있었는데 이는 최근 향상된 매력 스텟의 영향이 컸다.

“최종 결정은 우리 회사 임원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간도 늦었는데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술이나 더 기울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웨이터를 불러 술을 더 시키겠습니다.”

수혁은 직원을 불러 양주를 더 시켰고, 남은 시간 내내 병섭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집중했다.

* * *

4월이 지나 5월이 되었다. 수혁은 지오쇼핑 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업무는 모두 제쳐두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오쇼핑 론칭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홍보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수혁과 유신은 회장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오닷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준 덕분에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 대표님. 티비 광고는 따로 안 해도 괜찮겠습니까?”

“지오쇼핑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건 그렇고 다른 사항들은 어떻습니까?”

“대표님 지시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했지만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 사업이라 조금 불안합니다.”

“어차피 그 비용 중 대부분은 물류창고를 짓는 데 들어갔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것보다 제일물류 측과는 이야기가 잘 되었습니까?”

지오쇼핑은 주요 도시마다 물류센터를 만들어서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려고 했으나 공사에 들어간 지 불과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공되기 전까지는 제일물류의 유통망을 쓰기로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네, 정 회장님께서 힘을 써 준 덕분에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을 거의 대부분 들어주고 있습니다.”

“론칭까지 불과 3일밖에 안 남았습니다. 회사들과 제휴는 많이 맺으셨습니까?”

“의외로 제조 회사들 측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만 잘 돌아간다면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우리 쪽에서 물건을 받아 대신 팔아 준다는데, 이 제안을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지오쇼핑의 판매 시스템은 다음과 같았다. 사이트에 주문이 들어오면 지오쇼핑의 직원이 제조사의 재고창고에 가서 물품을 수령한 다음, 이를 물류창고에 보내서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대표님, 외람된 말이지만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거야 물류창고의 택배 인력들이 해 주면 되는 거지만, 제조 업체의 물건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우리가 전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제조 업체 측에서도 우리에게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수혁은 지오쇼핑의 매출이 오르면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싼 가격의 제품의 경우에는 일정량 이상을 주문해야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제가 이쪽 분야에서는 문외한이라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온라인으로 전 분야의 제품들을 싸게 공급하는 겁니다. 비록 초기 단계라 제품의 수도 많지 않고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빠르면 6개월 길면 1년 안으로 크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이 보실 때 우리 회사의 장점이 뭐라고 보십니까?”

“지오닷컴의 회원들이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겠지요.”

지오닷컴의 회원이라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지오쇼핑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맞습니다. 물류센터 설립을 서두르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는 돼야 완공이 될 겁니다. 우리는 그 시기까지 기초 토대를 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회사의 경우에는 당장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는 은행이 아니라 제일물류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지오쇼핑은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에 이자를 낼 일은 없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보다는 실적 압박을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됐다.

“일단 해 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대책을 세워도 늦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엘마트 측에서는 답신이 있었습니까?”

“그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요? 말씀해 보세요.”

수혁은 긴장이 되는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는 병섭과의 만남 이후 수정한 계획서를 엘마트 측에 보낸 상태였다.

“대표님이 만든 기획안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엘마트 운영에 과도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몇몇 임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보수적인 사람이야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며칠에 걸친 회의 결과, 대표님의 보고서는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여진 듯 보입니다.”

“부분적으로요?”

뜻밖의 대답을 들은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현재 엘마트는 각 도시들마다 적게는 하나, 많게는 5~6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데요. 기획안이 타당성을 갖추고는 있으나 사업성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은 관계로 엘마트 청량리점에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추후에 확대할지를 검토해 본다고 합니다.”

유신은 행여 수혁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엘마트 측의 이런 결정은 보고서를 작성한 수혁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엘마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정입니다. 대신 청량리점이 우리가 제안한 시스템을 잘 갖출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씀드리세요.”

“저,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오너가 회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엘마트 청량리점에 관한 공개된 정보를 뽑아서 저한테 가져다주세요.”

수혁은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크진 않더라도 주어진 기회를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업가들 간의 신뢰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증명을 통해 쌓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이 외에 또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론칭 전에 점검해야 할 사안들을 모두 체크해 주세요. 하시면서 스스로 해결이 안 되거나 판단이 안 되는 부분은 저한테 바로 가져와 주시고요.”

“네, 대표님.”

유신은 론칭에 관한 세부적인 질문들을 몇 개 물어본 뒤 회장실에서 나갔다.

‘후,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업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하시군.’

수혁은 병섭의 행동에 섭섭함을 느끼진 않았지만 지난 술자리에서 많은 대화를 느꼈기에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병섭은 임원 회의에서 지오쇼핑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엘마트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전적으로 임원들의 거센 반대의 영향이었다.

‘사실 물류창고가 완성되고 스마트 폰만 활성화되면 유통 업체랑 이 정도로까지 협업할 이유는 없는데…… 아니야, 이런저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해 보자.’

가까운 미래를 보더라도 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자체적으로 온라인 몰을 만들어서 유통했지 중간업체를 끼고 영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수혁은 왠지 모를 갑갑함이 속에서 올라왔지만 꾹 참고 일단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 * *

3일이 지나고 금요일이 되었다. 지오쇼핑 직원들은 고객들의 주문을 확인하고 일을 처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당일 배송이 가능한 제품과 시간이 걸리는 제품 간에 혼선이 있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제조 업체와 이야기해서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항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품절이 된 물건에 대해서 주문이 들어오게 되면 안 되니까요.”

“네, 다행히도 오픈 초반이라 주문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랑 재고에 관한 부분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신은 사무실을 오가며 직원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당일 배송 약속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서비스 개시시기를 늦추는 건 괜찮지만 고객에게 거짓말은 하면 안 됩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수혁은 유신에게 거듭 강조했다.

- 177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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