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로 재벌 참교육ⓒ판금투구 0-139 完
§000화 여는 글
[살아있다면 언젠가 당신의 내일은 희망으로도 가득 찰 수 있어요.]
한강대교를 걷던 현시운은 다리 난간에 적혀있는 글귀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희망? 지랄!"
44년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희망적인 순간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터벅터벅.
시운은 다리 중앙까지 걸어갔다.
"……."
교각 밑으로 물결치는 강을 내려다본다.
어두운 하늘을 투영하듯 새카맣다.
마치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는 것처럼.
- 앞으로 더 분발해봐. 지켜보는 재미라도 좀 있게.
녀석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귓가를 맴돈다.
난간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장기우!!"
녀석과는 대학 동기였을 뿐 딱히 교류는 없었다.
그는 한 학기만 학교를 다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녀석이 자신의 삶을 마구 뒤흔들어놓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한 학교에서 시험지 도둑으로 몰려 퇴학당했다.
생산직으로 일하던 공장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쫓겨났으며, 길에서 분식점을 할 땐 동네 건달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훼방을 놓았다.
거기다 최근에 상가 하나를 임대하려다 당해버린 전세 사기까지!
덕분에 십여 년간 공사판에서 일하며 모았던 돈을 모두 날려버렸다.
처음엔 그저 운이 없어서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장기우, 그놈이 모두 사주한 일이다.
시험지 사건 당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조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신을 해고한 공장은 대기업과 거래를 트면서 더욱 번창했고, 동네 건달들은 대기업 소속 경호원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대기업.
모두 한곳이었다.
장강 그룹.
대한민국 재계에서 서열 1, 2위를 다투는 초거대 글로벌 기업.
그런 장강 그룹의 현재 총수가 바로 장기우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놈을 찾아갔을 때.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처박힌 자신을 내려다보며 한 녀석의 말이.
"그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내 인생을 망쳤다고?!"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빴는지는 자신도 잊어버렸다며 녀석은 능글맞게 웃었다.
당하는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
무심결에 한강을 바라본다.
자신을 홀리듯 일렁이는 검은 물빛에 저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만 같다.
"미친! 지금 무슨 생각을!"
아무리 힘들다고 비관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시운은 서둘러 한강대교를 건넜다.
"으윽!"
다년간 건설 일용직으로 혹사당한 오른쪽 무릎 통증이 오늘따라 더욱더 심했다.
병원비를 아끼려다 초기에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미 회생불능의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후…."
시운은 횡단보도 앞에서 한숨을 내쉬다 마침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는 걸 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빠아앙!
이때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트럭이 경적을 울린다.
"…아."
급히 피해보려 하지만 역시나 오른쪽 무릎이 말썽이다.
시운은 다가오는 헤드라이트를 보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끼익-
뒤늦게 트럭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