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6화 (6/139)

§005화 첫 번째 기업 투자(1)

단기간에 이렇듯 많이 오른 데에 물론 이유는 있었다.

[제이오엠(주), 세계 최대 운송업체인 제덱스와 국내 독점 MOU 체결!]

[특급 호재 공시로 제이오엠(주) 주가 나날이 고공행진!]

주식잔고에 찍힌 숫자에 시운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주식 매도를 준비했다.

오전 9시가 지나고 주식 시장이 열리자 천 단위, 만 단위로 나누어 제이오엠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는지 유입되는 매수세에 주가는 전일보다 더 올랐다.

"며칠 더 묵혀뒀다 팔 걸 그랬나?"

순간 욕심이 났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3개월간 주식 관련 책을 보며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과한 욕심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무릇 주식이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게 적당하다나 뭐라나?

어디가 무릎이고 어깨인지 파악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과연 흔할까?

의문이 들었지만,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라는 뜻으로 시운은 해석하며 주식을 내던졌다.

매도할 때도 매수할 때만큼이나 시간이 소요되었다.

2시간을 훌쩍 넘겼을 무렵, 시운은 제이오엠 주식을 모두 처분할 수 있었다.

"휘유!"

살짝 경직된 손가락을 풀며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본다.

[주식 잔고 : 26,230,376,000원]

그 사이 2억 원 가까이 수익이 늘었고, 증권거래세와 주식매매 수수료를 제해도 260억 원이 넘는 돈을 수중에 얻게 되었다.

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하지만 곧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분명 많은 돈이다.

그렇긴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

장기우의 아버지이자 장강 그룹의 현 총수 장철구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만 9조 원에 달한다.

부동산과 기타 자산들까지 고려하면 그 액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특히나, 재벌들의 전매특허인 차명 계좌와 해외 비밀 계좌에 있을 자금까지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드러나 있는 재산의 규모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18년 뒤면, 장기우가 그걸 고스란히 물려받게 되겠지.

이를 훼방 놓고 놈을 무너뜨리려면 못해도 장철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이 필요하다.

최소 50조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갈 길이 머네."

지금 가진 돈의 2,000배는 더 벌어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시운은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그리고 유레카 앱을 실행시킨다.

[잔여 정보 이용권 : 3장]

"……."

세 번의 정보 검색만으로 260억을 50조 이상으로 늘리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미국 파워볼의 당첨금이 매회 조 단위라면 해볼 만은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십 차례의 이월이 있어야만 겨우 그 금액이 가능해진다.

지난주 파워볼 당첨금이 원화로 환산했을 때 352억 원이었으니까.

검색해보니 2016년에 15억 8,600만 달러로 가장 당첨금이 많았다.

오늘 자 평균환율로 계산하면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기는 하지만, 흔히들 착각하는 몇십, 몇백 조의 당첨금에 비하면 작게 느껴진다.

거기에 세금까지 떼면….

돈의 단위가 조가 아닌 억으로 강등된다.

미국은 복권국에서 제하는 세금 말고도 연방세와 주세를 별도로 내야 하는데, 이를 다 합하면 평균 55~60%를 차감한다.

결국 1조 7천억 원의 파워볼에 당첨되더라도 수중에 들어오는 건 7천억 원 언저리라는 말이다.

분명 적은 돈은 아니지만, 시운이 목표로 하는 금액에 도달하려고 남은 이용권 3매를 파워볼에 투자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도 없어 보인다.

매번 1조 원 이상의 당첨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미국은 대한민국과 달리 당첨자의 신상을 공개하니까.

주마다 공개 시점을 두고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파워볼 추첨의 투명성을 위해 공개하는 게 그 나라의 방침이다.

그런데 여러 번의 이월로 당첨금이 1조 원을 넘길 때마다 자신이 파워볼에 당첨된다?

"총 맞으려면 무슨 짓을 못 해."

시운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파워볼 당첨번호 검색에 이용권 하나를 소모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은 두 번의 정보 검색으로 돈을 불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그렇게 쉬울 리가!

결국은….

"유레카 정식 이용자로 등급이 올라야 한다는 소린데…."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지 아직 감도 잡히지 않는다.

예상하는 바는 있지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추론에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시운은 바닥이 보이는 바닐라라떼를 단번에 들이키고는 자리를 정리했다.

아직 시간은 많다.

유레카의 정보를 이용할 때보다 효율은 낮을지 몰라도 자신이 대략이나마 알고있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로 충분히 돈을 불릴 수 있다.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미래 내용을 적어놓은 메모장 앱을 실행시킨 시운은 안의 내용을 훑어봤다.

그러다 어느 한 대목에서 시선을 멈췄다.

시운의 입가로 긴 호선이 그려졌다.

큰돈을 벌 수 있는 정보를 거기서 발견한 까닭이다.

* * *

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마음 맞는 동기·후배들과 야심 차게 IT 기업 '드림비전(Dream Vision)'을 설립한 한진형은 근래 들어 걱정이 늘어만 갔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사무실을 얻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만 같았는데….

"미안해요, 형."

"……."

오늘 또 한 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나려 한다.

미안하다는 말과는 달리 표정은 무척 홀가분해 보이는 후배 녀석.

한진형은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팔을 붙잡았다.

"여태까지 해온 게 아깝지 않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올해 국제 IT 박람회에 우리 기술이 출품되기만 하면…."

"형, 그만 해요."

"…뭐?"

"작년에도 똑같은 말 했잖아요. 재작년에도 그랬고. 벌써 3년이에요, 3년! 되지도 않을 일에 시간 낭비 좀 그만 해요, 제발!"

"야, 너. 너…."

거칠게 쏘아내는 후배의 말에 한진형은 제대로 대꾸도 못 하고 버벅댔다.

"그래요. 제가 멍청해서 선배 말만 듣고 이 바닥에 뛰어들었으니 누굴 원망하겠어요. 이제라도 정신 차려 제 살길 찾아가려는 거니 더는 잡지 마세요."

"……."

항상 미안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모두 억만장자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만 주고 3년을 이 일에 매달리게 했으니까.

시작할 때만 해도 금방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라 여겼다.

실제로 성공을 목전에 둔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꼭 하나씩 큰 문제가 발생해 개발은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과정이야 어쨌든 자신을 믿고 따라준 이들에게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섭섭한 마음이 들어도 그걸 표현할 자격이 없다고 한진형은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쾅!

"야! 이 개 육시랄 잡놈의 젓갈 같은 새끼야!"

대신 자격이 충분한 녀석이 오늘도 그를 위해 화를 내준다.

연일 이어지는 고된 일로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드리운 정혜련이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켠 그녀는 예쁘장한 얼굴과는 비교가 안 될 거친 입담을 평소에도 자랑해왔었다.

"맨날 남들보다 늦게 쳐와선 일도 제대로 안 하고 빈둥대다 급한 약속이 있다며 일찍 가던 새끼가 뭐? 되지도 않을 일? 원망은 무슨! 선배랑 내가 널 이 팀에 참여시킨 게 천추의 한이다. 이 개잡놈아!"

"혜, 혜련아. 무슨 말을 그렇게…."

"왜? 내 말이 심해? 지랄 똥 싸고 앉아있네! 내가 네 속셈 모를 줄 알아? 한 선배 팀에 이름만 올렸다가 일이 잘 풀리면 약속받은 지분 팔아치우고 튀려 했잖아!"

"무, 무슨 소리야!"

"개소리다, 시밤바야! 그럴 거면 일이나 열심히 하고 생색을 내든가. 예전부터 너 외주 받아와서 여기서 작업하는 거 다들 알고 있었거든. 한 선배도 진작에 알았다고, 개새끼야!"

"!!"

몹시 당황해하는 동기 녀석을 향해 정혜련은 혀를 쯧쯧 차고는 한진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선배, 저 새끼 그냥 잘라버려요. 제 발로 나가는 게 아니라 하도 일을 못 해서 우리가 자른 거로 하자고요."

정혜련은 다시 동기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야, 이 씹새꺄! 오늘부로 넌 잘린 거니깐 그렇게 알아! 다른 데 가서 헛소리 지껄이다 걸리는 날엔 내 손에 죽을 줄 알고. 얼른 꺼져, 개새야!"

평소 정혜련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던 그는 잔뜩 울상을 지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아우, 후련해!"

기지개를 켜듯 팔을 위로 쭉 뻗으며 정혜련이 외친다.

그런 그녀를 한진형은 말없이 바라봤다.

힐난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 정혜련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항변했다.

"아, 왜요! 전부터 하나도 도움 안 되던 놈 맞잖아요. 진작에 내치자니까."

"그래도 날 믿고 지금껏 버텨준 녀석이야. 이런 식으로 보내는 건 정말 아니었어."

정혜련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착한 것도 정도가 있지!

한진형의 그런 생각과는 달리 방금 쫓아버린(?) 그놈은 당시 취업도 쉽지 않으니 곁다리 삼아 이 팀에 합류했을 뿐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거기에 빨대를 꽂으려는 생각도 다분해 보였고.

무엇보다 오늘 갑작스레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도 최근에 면접을 본 회사에 최종으로 합격했던 까닭이다.

정혜련이 다른 동기의 입을 통해 이미 전해 들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걸 입 밖으로 말할 순 없었다.

상종할 가치도 없는 녀석 때문에 한진형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더 보탤 필요가 없어도 한진형의 얼굴은 이미 매우 어두웠다.

"선배, 너무 걱정 마요. 다 잘될 거에요."

매번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창립 멤버가 한 명씩 이곳을 떠날 때마다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던 정혜련이다.

평소라면 열심히 하는 녀석의 얼굴을 봐서라도 힘을 내는 시늉을 했을 건데 오늘따라 그게 쉽지가 않다.

"글쎄다. 이젠 나도 자신이 없네."

보통 때와 다른 한진형의 반응에 정혜련은 눈을 부릅떴다.

"자그마치 3년이야. 그만큼 했는데도 안 되는 거면, 애초부터 안될 일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조금 전 사무실을 나간 후배의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혔다.

더는 이 일을 이어나갈 힘도 용기도 나지 않는다.

"무슨 약한 소리예요, 선배! 작년 스타트업 사업발표회에서 저희 아이템이 가장 주목받았던 거 벌써 잊었어요?"

"…알지."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상용화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말에 관심을 보이던 투자자들 모두 등을 돌린 것도.

굳이 동료들에게 알려봤자 사기만 떨어질 것 같아 함구했던 내용이다.

"이제 80%까지는 왔잖아요.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혜련아."

"네, 선배."

한진형은 책상 여섯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무실을 둘러보곤 힘없이 웃었다.

"이제 우리 둘뿐이야."

"……."

"지금까지 날 믿고 따라와 준 건 정말 고마운데…."

"선배, 그만 해요. 더는 말하지 말아요."

"…이제 그만하자."

"선배!"

한껏 격앙된 목소리와 함께 눈물마저 글썽이는 정혜련의 얼굴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어 한진형은 고개를 돌렸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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