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15화 (15/139)

§015화 불패의 주식 투자

"죄송하다뇨? 김 비서,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무엇 때문에 김학수가 이러는지 이미 눈치챘음에도 장기우는 짐짓 모르는 척 반문했다.

김학수는 인상을 굳혔다.

4년간 가까이에서 수행했던 만큼 장기우를 남들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는 그였다.

지금 장기우는 극도로 분노한 상태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를수록 되레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 그걸 파악하고 있는 김학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시키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해내지 못했다, 라…."

장기우는 김학수가 한 말을 작게 되뇌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김학수는 더욱더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둘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뒤처리는요. 문제 될 건 없습니까?"

먼저 침묵을 깬 건 장기우였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표는 어음 업자를 통해 신분을 밝히지 않고 구매한 거라 추적이 불가능했고, 일을 맡겼던 한준석과 이동수에게 알려준 연락처 역시 제삼자 명의의 대포폰이다.

이 역시 오늘 아침 폐기해서 버렸다.

전문 업자를 통해 만든 위조 출입 카드와 전기충격 장비 역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기에 꼬리를 밟힐 염려는 없었다.

신동우에 대한 언급은 어차피 거짓말이었으니 파고들어봤자 도돌이표일 뿐이고.

"경찰이 알아챌 일은 없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본부장님."

김학수의 확신 어린 말에 장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보세요."

"……."

상관의 지시에도 김학수는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켰다.

뭔가 싶어 장기우가 바라보자 그는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입술을 힘겹게 떼었다.

"…본부장님."

"네, 말하세요."

"다시 한번 믿고 맡겨주신다면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는 일 없이 제가 직접…."

"아뇨, 됐습니다."

"……."

4년간 쌓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이번 일로 금이 갈 지도 모른다.

김학수로선 이번 실패를 만회해야만 했다.

하지만 장기우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그딴 놈에게 연달아 두 번이나 손을 쓴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아직 쓸만하다고 여기기에 이번 일로 김학수를 내치지는 않겠지만, 크게 실망한 건 분명했다.

그렇다고 내키지도 않는 기회를 줄 수는 없지.

"아, 대신…."

"?"

장기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현시운, 그놈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를 해봐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고시원에서 살다가 어떻게 강남의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었는지부터 해서 현재 녀석이 뭘 하고 다니는지. 재산의 정도까지 알 수 있다면 더 좋겠군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망가뜨릴릴 수 있다고 여겨 지금껏 동태만 간간이 살피라 일렀었다.

근데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시운에게 장기우는 위화감을 느꼈다.

보다 자세한 정보가 필요해졌다.

"네,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줘요."

타인의 정확한 재산을 알아내려면 공권력까지 동원되어야만 한다.

아직 장기우와 김학수에게 그럴만한 재량권은 없었다.

그런데도 김학수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김학수를 내보낸 장기우는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펜대를 만지작거리다가 두 손으로 끝을 잡아 힘을 주었다.

빠각!

부러진 펜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낮게 읊조렸다.

"꽤 운이 좋구나, 현시운."

그 말속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 * *

월요일 아침, 주거래은행에 들러 50억 원의 대출을 받은 현시운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30억 원을 써서 이번 달 구매 한도인 정보 이용권 세 장을 구매했다.

"아쉽네. 대출을 더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김현석과 강하민을 대상자로 등록하고 예비로 위기 알림권 두 장을 샀을 텐데 말이다.

위기 알림권 한 장으로만 커버하기엔 동시에 여럿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으니까.

극히 드문 경우라 해서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처음엔 드림비전과 강하민에게 투자하고 위탁한 사백억 원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보려 했으나, 은행 담당자는 변동성이 높은 투자금은 담보 설정 대상이 아니라고 이를 거부했다.

그나마 반년 가까이 수백억 원을 계좌에 예치한 덕분에 아파트 담보와 신용으로 5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시운은 유레카 앱의 메인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잔여 정보 이용권 : 6장]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제 지금처럼 돈 걱정(?) 하지 않게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팔 차례다.

오랜만에 해보는 유레카 검색에 시운은 손가락 마디를 풀며 짧게 심호흡했다.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볼까?

7배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던 제이오엠 같은 종목을 발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석 달은 너무 길어."

제이오엠을 검색할 당시에는 쓸 수 있는 정보 이용권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식 이용자로 승급하면서 매달 세 장의 정보 이용권을 추가 구매할 수 있게 된 마당에 석 달이나 길게 투자 기간을 가져갈 필요는 없겠지.

"으음…."

검색어에 대해 잠시 고민하던 시운은 이내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들겼다.

[한 달 동안 수익률이 1,000%까지 오르는 주식 종목]

전보다 검색 조건을 좀 더 명확히 했다.

별 기대 없이 시운은 검색 단추를 눌렀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해당하는 정보가 없습니다.]

"역시 한 달 만에 10배는 무리인가?"

그런데도 시운은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수익률을 낮춰가며 검색했다.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검색은 자유니까.

정보 이용권이 소모되지 않으니 말이다.

950%.

900%.

850%.

….

그렇게 50% 단위로 수익률을 줄여가며 검색을 하길 여러 번.

드디어 기다리던 결과가 나왔다!

[(주)사한기술산업]

450%의 수익률로 검색했을 때였다.

"사한기술산업?"

왠지 낯익은 회사명이다.

시운은 곧장 HTS '스탁도어'를 실행 시켜 사한기술산업을 조회했다.

[(주)사한기술산업 / 현재가 1,310원 / 전일 대비 -30원 / 등락률 -2.24% / 시가총액 805억 원 / 거래량 7,850주]

금액만 보면 흡사 코스닥 종목일 것 같은데, 의외로 코스피 상장 업체다.

자세한 업체 정보를 알기 위해 기업 개요를 띄운 시운은 왜 사한기술산업이 익숙하게 느껴졌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주요 사업 - 멕시코 유전개발]

"…사기산?"

사한기술산업.

줄여서 사기산.

줄임말 그대로 이 업체는 사기를 쳐서 개인투자자의 등골을 빼먹을 기업이다.

- 젠장! 내가 그때 그딴 도둑놈들 회사에 퇴직금을 투자하지만 않았어도…. 빌어먹을!

회귀 전, 공사판에서 같이 일했던 한 씨가 술만 마시면 하소연하던 이야기다.

그때 말한 도둑놈들 회사가 바로 사한기술산업이었고.

"한 씨 아저씨가 말한 그 기업이라니…."

그럼 그 특급 호재라는 가짜 공시가 뜨는 게 11월이란 말인가?

공시의 내용은 바로, 멕시코에 있는 중질유 개발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것.

이때부터 바닥을 기던 사한기술산업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연일 이어지는 주가의 고공 행진에 개인투자자들은 크게 환호하지만, 이 역시 얼마 못 가 절규로 바뀐다.

"8,000원대까지는 오른다고 했었지, 아마."

술자리마다 항상 한 씨의 푸념을 듣다 보니 시운도 아예 외워버렸다.

8,000원 이상 올랐을 즈음, 사한기술산업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종석이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팔아치우고 해외로 도피해버린다.

(주)사한기술산업은 전형적인 테마주에 작전주였던 것이다.

멕시코 중질유 개발업체?

그것부터가 가짜다.

아니, 가짜라기보다는 유령이랄까.

대표이사 이종석의 영어 이름인 칼 세이든이 대표인 그 회사는 이번 작전을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과 그 회사가 멕시코 중질유 개발을 위해 설립된 회사는 맞지만, 명목 상만 그럴 뿐 죄다 사기였다.

이런 업체가 어떻게 코스닥도 아닌 코스피에 상장된 건지 의문일 정도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임은 분명했다.

"작전주라고 해서 이 좋은 기회를 마냥 놓칠 수는 없지."

작전주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엄연히 코스피에 정식으로 등록된 하나의 주식 종목일 따름이다.

게다가 이미 10억이나 하는 정보 이용권을 사용했으니 본전 이상은 뽑아먹어야지.

시운은 즉시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들기며 매수를 시작했다.

계좌에 남은 30억 중 20억 원만 사한기술산업에 묻어두기로 했다.

최대한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잘게 나눠서 매수에 들어간 시운은 1시간 30분쯤 지났을 때 목표로 한 금액만큼 사한기술산업 주식을 매집할 수 있었다.

[보유 종목 : (주)사한기술산업]

[보유 주식수 : 1,500,000주]

[평균 매입가 : 1,330원]

[매입 금액 : 1,995,000,000원]

제이오엠 때처럼 갑자기 늘어난 거래량에 매수 세력들이 몰렸다.

시운이 산 평균 매입가보다 40원이 더 오른 상황.

사한기술산업의 거래를 이쯤에서 끝낸 시운은 다시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돌렸다.

계좌에 남은 10억 원.

혹시 모를 위기 알림권 사용에 대비해 아껴둘까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기까지 72시간 즉, 3일의 여유가 있다.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시간은 3영업일.

만약 위기 알림권이 사용되어 메시지가 오더라도 그 즉시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화해서 다시 알림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리다.

연달아 위기가 올 확률은 낮으니 천천히 구매해도 되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거니까.

불안할 바에야 보험을 들듯 미리 사놓고 마음 놓는 게 훨씬 낫다.

"3일이라…."

괜히 10억 원을 계좌에 묻어둘 필요는 없지.

시운은 다시 유레카 앱을 실행해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었다.

[현재 상한가 종목을 제외하고 3일 동안 수익률이 100%까지 오르는 주식 종목]

거의 3일 연속 상한가를 맞아야 이런 수익률이 난다.

시운은 검색을 실행했고, 해당하는 정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에 실망하지 않고 시운은 계속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수익률을 1% 단위로 낮췄다.

그리고 86%의 수익률로 검색했을 때 결과가 나왔다.

[(주)유성 / 셀리온(주) / (주)대산산업]

"……."

키워드 조건과 맞으면 하나의 결과만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시운이 깨닫는 순간이었다.

* * *

10억 원을 투자하여 86%의 수익이 난다고 한다면, 수익을 실현했을 때 18억 6천만 원으로 금액이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는 미수 거래라는 게 있다.

이를 통하면, 주식 종목의 증거금률에 따라 실제 예치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치금 10억 원으로 증거금률이 50%인 종목을 20억 원에 미수 거래한 후 86%의 수익을 내고 판다면?

미수금 10억 원을 갚고도 남는 금액이 27억 2천만 원이다.

수익률이 두 배로 뻥튀기된다는 말이다.

다만, 수익이 날 게 확실한 경우에만 미수 거래가 유용하게 쓰일 뿐이다.

반대로 손실이 난다면?

그 역시 두 배가 되어버린다.

깡통 계좌를 양산하는 거래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운의 입장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레카의 정보는 정확했으니까.

사한기술산업의 증거금률이 100%인 게 아쉬울 따름이다.

시운은 만약을 위한 대비 차원에서 3장의 정보 이용권만 남기고 나머지는 미수 거래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은 많이 돈이 필요하다.

이용권 구매에 여유를 두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장기우가 눈독 들이고 있을 진성전자를 먼저 가로채기 위해서라도.

회사 인수 시점이 올해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또 어떻게 역사가 변할 지 모른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둬야겠지.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미수 거래는 10월 31일에 172% 수익을 내고 완료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미수 거래를 시작하는 날인 11월 1일에 정보 이용권의 구매 한도는 다시 리셋.

남은 정보 이용권이 3장, 새로 구매할 수 있는 이용권도 3장.

시운은 애초의 결정대로 구매 가능한 3장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정보 이용권을 모두 사용했다.

두 번째 미수 거래부터는 굳이 현물시장만 고집하지 않았다.

선물시장의 종목이 더 증거금률이 낮아 보다 많은 미수금으로 거래가 가능하니까.

그렇게 미수 거래는 다섯 번까지 이어졌다.

총 다섯 장의 정보 이용권을 사용한 다섯 번의 미수 거래가 끝난 11월 16일.

10억 원의 돈은 647억으로 불어나 있었다.

키워드의 조건에 맞는 투자 종목 중 가장 증거금률이 낮은 것들로만 골라서 미수 거래를 진행한 결과였다.

50억 원에 상당하는 다섯 장의 정보 이용권을 사용해 647억을 벌었으니 무척이나 남는 장사였다.

그리고….

시운이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떴다.

[(주)사한기술산업, 11월 16일 멕시코 중질유 개발업체 아이가스(IGAS) 코퍼레이션과 공급·유통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

[특급 호재 공시로 (주)사한기술산업 가격제한선까지 주가가 급등!]

"시작되었군."

끝내 절벽으로 떨어지게 될 주가의 고공 랠리가 이제 막 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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