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61화 (61/139)

§061화 결착(2)

문을 열고 나타난 건 바로 신수근이었다.

씩씩대는 그의 등 뒤로 안절부절 못해 하는 부회장실 비서들의 모습이 비쳤다.

신경질적으로 문을 쾅 닫는 신수근.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신수겸에게 소리 질렀다.

"뭐야, 오늘 나온 기사들은!"

그에 신수겸은 비릿하게 웃으며 응수했다.

"몰라서 묻는 거야? 형도 알고 있었던 일이잖아."

"…씨발! 일을 처리하려면 제대로나 하든가. 지금 너 하나 때문에 그룹 이미지가 얼마나 엉망이 됐는지 알아?"

언젠가 도로 뺏어오려던 신정문의 불법 비자금 계좌가 탄로 난 건 무척 속이 쓰린 일이다.

하지만, 그 여파로 경쟁자를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감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5년 전, 여기자 살해 사건과 며칠 전에 있었던 기자 납치 및 살인 미수 사건….

이는 삼정을 줄곧 지배해왔던 신씨 일가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의, 핵폭탄급 악재였다.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버리는 신수겸의 태도에 신수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잘도 그런 소리가…."

"그러니 상황을 잘 알고 계신 형님께서 수습하셔야겠지."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안타깝게도 난 검찰에 가봐야 해서 말이야."

어제 불법 비자금 관련 기사가 터져 나오고 인터넷과 매스컴이 시끄러울 때, 검찰로부터 정중히 출두 요청을 받은 바 있었다.

"미치기라도 한 거냐? 네가 싼 똥을 내가 왜 치워!"

"그래야 그 빌어먹을 중공업 사장 자리라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나 혼자만 죽을 것 같아?"

"너, 이 개새끼가…."

"아, 참! 형수는 아직 모르지?"

"…뭐?"

"형한테 또 다른 자식이 있다는 걸 말이야?"

"너, 너어…!!"

신수근의 얼굴이 당황과 분노에 붉게 달아올랐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성철우는 몰래 한숨만 내쉬었다.

"형의 혼외자와 여성 편력들.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싶지 않으면 이번 일, 제대로 수습해."

"이 개새끼가!"

신수근이 단번에 달려들며 동생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냐!!"

험상궂게 일그러진 얼굴을 들이밀며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신수근.

그를 잠시 바라보던 신수겸은 거칠게 손을 뿌리쳤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난 혼자 죽지 않아. 그러니 제대로 수습해서 날 빼내."

여론이 좋지 못하다.

아니, 무척 나쁘다.

루머처럼 떠돌던 파나마 불법 비자금의 기사는 꽤 자세했다.

최근에 자신이 계좌에서 돈을 옮긴 정황까지 나와버린 상황.

어떻게 그걸 다 알아냈는지 궁금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법 비자금과 관련된 책임 전부를 신정문에게 덮어씌워야만 한다.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회생을 기대하기도 힘든 아버지다.

자식을 위해 그 정도 선행은 베풀고 가셔도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죄의 무게를 최대한 덜어낸 뒤에, 엄석태 사건에 맞서야만 한다.

두 개가 결부되어버리면 신수겸으로선 무척 난감한 일이다.

여론이 이런데, 검찰도 관례처럼 시늉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성 실장은 모든 신문사 광고 내려버리고, 어떤 식으로든 기자들 구워삶아 놓으세요."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답에 힘이 없다.

신수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부회장실을 나섰다.

검찰에 출두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뒷모습을 신수근이 죽일 듯 노려봤다.

* * *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신수근은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어냈다.

분이 안 풀리는지 책상을 강하게 내려쳐 보지만, 자신의 손만 아플 뿐 하나도 속 시원해지지 않았다.

'씨발 새끼가! 언제 또 내 뒷조사를?'

여태껏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동생이 알고 있다.

성철우 실장이 녀석과 붙어먹으면서 알려준 건가?

신정문 회장은 자식들의 사생활까지도 면밀히 주시하던 인물이었다.

그런 일 대부분을 비서실장이 수행했을 것이고.

"개새끼들…."

어제오늘 연달아 매스컴을 타며 세간의 시선을 끄는 사건들에 자신은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근데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한 데 엮여버렸다.

"나더러 이 사태를 수습하라고?"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삼정이 출범하고, 그 다사다난했던 시국을 헤쳐나오면서도 이렇듯 적나라하게 오너 가의 이면이 까발려진 적은 없었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포섭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제대로 무마할 수 있을지….

창사 이래 최대의 고비다.

어쩌면 이번 사태로 인해, 신씨 일가가 삼정의 주인 자리에서 내쫓기게 될지도 몰랐다.

그만큼 여론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 나 혼자만 죽을 것 같아?

부회장실에서 들었던 신수겸의 으름장이 다시 귓가로 들리는 듯했다.

"신수겸…. 이 개새끼는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뱀처럼 교활한 놈!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수습이 먼저다.

국회와 검찰, 신문사들을 어떻게 구슬려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지 한참을 고심하고 있던 그때, 별안간 인터폰의 호출음이 울렸다.

따로 말하기 전까지 찾지 말라고 일러뒀더니!

신수근은 인상을 찌푸리며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뭡니까!"

자연히 나오는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셔서….

"내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 그게, 저. 워낙 중요한 손님이시라….

신수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중요한 손님이라면 못해도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들이 찾아왔을 리 없지 않은가.

"누군데 그럽니까?

- 아, 네. 영국 로쉬찰트 금융 그룹의 홍콩 지부장입니다.

"…네?"

로쉬찰트 금융 그룹이라면….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았던 로쉬찰트 일가에서 운영하는 그 회사?

"거기서 갑자기 무슨 용건으로…?"

- 사장님께 도움이 될만한 제안을 가져왔다면서 면담을 요청합니다.

"음…."

도움이 될 제안이라.

신수근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다 이내 면담을 허락했다.

잠시 후, 한 노년의 신사가 신수근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인자한 인상의 그는 동양인의 외모를 갖췄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쉬찰트 금융 그룹 홍콩지부장을 맡은 찰리 정입니다."

한국계인지 제법 한국어가 유창했다.

"어서 오십시오. 삼정중공업 사장 신수근입니다."

신수근은 그를 응접용 소파로 안내했다.

따라 들어온 여비서에게 커피 두 잔을 부탁한 그는 곧바로 찰리 정의 방문 목적을 물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찰리 정은 나이답지 않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현재 곤경에 처하신 거로 압니다. 그걸 저희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대신 신수근 사장님과 협력 관계를 맺었으면 합니다."

위험한 거래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오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지금 선대의 불법 비자금과 두 건의 강력 사건으로 골치를 썩이고 계신 거로 압니다만."

"……."

신수근은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그를 빤히 쳐다봤다.

찰리 정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사실 사장님의 부친이신 신 회장님께도 아주 예전에 찾아뵙고 협력을 제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30여 년 전, 자신의 젊었을 적을 회상하며 찰리 정은 작게 웃음 지었다.

"아쉽게도 당시 신 회장님께선 거절을 하셨죠. 하지만, 또 이렇듯 기회가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전과 결과가 달랐으면 합니다."

"……."

신수근이 아는 자신의 아버지는 그룹과 신씨 일가에 도움이 되는 걸 마다하실 분이 아니다.

찰리 정의 제안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 여겨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 거절하는 게 마땅했으나….

'로쉬찰트라….'

과거 1경의 재산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대부호.

전성기 시절만큼은 못해도 여전히 힘 있는 가문이다.

그런 곳과 연을 맺고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평소라면 굳이 손을 잡겠단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다.

신정문은 사고로 혼수상태이고, 망할 동생은 가문을 위기에 빠트렸다.

이럴 때 도움의 손길이 하나 느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래도…, 확인할 건 하고 결정을 내려야겠지.

"어떤 식으로 해결을 하겠다는 건지도 궁금하지만…. 협력 관계요? 로쉬찰트 금융 그룹과의 협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영국에 기반을 뒀지만, 로쉬찰트는 유대계 금융 그룹이다.

암암리에 세계 금융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그 자본 중 하나란 소리다.

협력은 좋지만, 간섭은 사양이다.

신수근의 그런 계산과는 달리 찰리 정이 말한 협력 대상은 로쉬찰트가 아니었다.

"과거 11세기 중엽부터 서유럽에서는 기존에 없던 상인 길드가 형성됐었죠."

"?"

갑자기 튀어나온 서양사에 신수근은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도 찰리 정은 묵묵히 말을 이었다.

"한때, 상인 길드는 도시와 국가를 지배할 정도로 막강하기도 했습니다. 뭐, 지금이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도태되어 거의 다 사라졌지만 말입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지만 개중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온 곳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비밀결사 단체로 변모하기는 했지만요."

"……."

찰리 정은 방긋 웃었다.

"제가 몸담은 로쉬찰트 금융 그룹도 그 단체의 일원일 뿐입니다. 오늘 전 그 비밀결사 단체의 대리인 자격으로 신수근 사장님께 입단을 권유하러 온 겁니다."

선뜻 믿기지 않는 말이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상인 길드라니?

비밀결사 단체라니?

신수근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며 놀라다가, 뒤늦게서야 입을 열어 말했다.

"믿기 힘든 얘기군요."

"이해합니다. 누구나 다 처음엔 그런 반응이었습니다."

"……."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런 입단 권유를 자신이 처음 받는 건 아니겠지.

만약, 찰리 정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그 단체라는 곳의 규모와 세계적 영향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할 것이다.

그 대단한 로쉬찰트가 단체의 일원일 뿐이라고 했으니까.

"입단이라…. 그 전에 이번 사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건지, 방법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걸 듣고 나서 결정을 내리죠."

"물론 그러셔야죠."

찰리 정은 웃으며 해결 방법을 설명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

설명을 다 들은 신수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인자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찰리 정이 제시한 해결책은 무척이나 과격했고, 섬뜩했다.

반면, 가장 확실하기도 했다.

"어쩌시겠습니까? 저희와 손을 잡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삼정의 주인으로 길이 남겠습니까? 아니면…."

뒷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거절하면, 신씨 일가의 몰락에 자신들도 한 손 거들겠다는 의향이 은연중에 묻어났다.

"음…."

이 순간, 아버지가 해준 말이 갑자기 떠오른 건 왜일까.

- 아무리 혈육이라도 냉정해질 때는 한없이 냉정해져야만 하는 법이다.

물려받은 권좌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형제들을 그룹에서 내치면서 그가 처음 꺼냈던 말이다.

오랜 고민 끝에 신수근은 말없이 찰리 정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이에 찰리 정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 * *

"아무래도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한 모양이야."

뜬금없는 강하민의 고백에 현시운은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강하민은 씩 웃었다.

"그렇잖아. 예전에도 신수겸이 유럽으로 쫓겨나면서 일이 알아서 해결됐잖아. 지금도 봐. 해외 불법 비자금과 살인 교사 혐의로 삼정…. 아니, 신수겸이 궁지에 몰렸잖아."

그러면서 보여주는 핸드폰 액정화면에 삼정 관련 기사들이 가득하다.

"식사나 하세요. 다 식어요."

어제오늘 인터넷과 매스컴을 장악한 삼정 기사에 대해 강하민은 오전 내내 자신을 붙잡고 떠들어댔다.

덕분에 시운은 업무도 보지 못하고, 대표이사실에 붙들렸었다.

시운의 면박에도 강하민은 연신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그에 시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수저를 다시 들었다.

'그래도 상황이 나쁘진 않아.'

아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풀리고 있었다.

'고발IN'의 비자금 기사 이후로 한껏 달구어진 여론에 시의적절하게도 '이건 꼭 알고 싶다'가 특집방송을 내놓았다.

제보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듯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었는데.

신수겸의 몰락이 한층 더 앞당겨졌다.

검찰 포토라인에 선 신수겸의 모습을 오전에 TV 뉴스를 통해 확인했었다.

불법 비자금 사용처와 '고발IN' 기자의 납치와 살인을 교사했는지에 대해 기자들이 집요하게 물었고, 신수겸은 검찰 청사로 들어가기 직전 짧게 답변했다.

- 둘 다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표정 변화 없는 담담한 말투.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속아 넘어갈 정도로 뛰어난 연기였다.

하지만, 신수겸의 장담과는 달리 이어진 상황은 그와 반대였다.

범죄 현장에서 검거되어 구속된 엄태석이 자기 혼자 덤터기를 쓸 것 같아지자, 녹취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거기에는 신수겸에게 납치와 살인을 지시받던 대화 내용이 모두 담겨있었다.

애초에 돈으로 엮인 관계였던 만큼 엄석태도 신수겸을 보호해줄 의리 따윈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죄의 무게를 덜어보겠다는 심산이었겠지만, 유치장에 있으면서 엄석태는 바깥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5년 전, 고려일보 여기자의 죽음에 자신이 관련되어 있다는 방송이 나간 것과 그로 인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3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을.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그는 중형을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삼정 그룹 측에선 엄석태가 내놓은 녹취파일을 날조된 증거라며 전면 부정하고 있었다.

이에 과학수사대에서 녹취파일의 성문 분석에 들어갔고, 늦어도 내일 오전 중으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래저래 신수겸으로선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근데, 시운아."

"…네?"

강하민의 부름에 시운은 국물을 뜨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그는 말을 이었다.

"감사의 뜻이라도 전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삼정 불법 비자금 기사를 최초로 낸 '고발IN' 잡지사 말이야. 덕분에 우리도 큰 도움을 받은 거잖아."

"……."

내심 속이 뜨끔해지는 시운이다.

이번 일을 시작한 게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밥이나 드세요. 이미 다 식었네."

시운은 애써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려본다.

* *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시작은…, 모르겠다.

과정 역시…, 알 수 없다.

유럽에서 돌아와 숨죽여 지내다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쟁자인 형이 안심하고 있을 때, 마지막 기회라 여겨 악착같이 권좌를 향해 손을 뻗었다.

노린 대로 얻었다.

임시주주총회에서 형을 제치고 부회장직에 올랐다.

이젠 모든 게 다 잘될 거로 생각했었는데….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이 나부꼈다.

찬 기운에 머리가 맑아진다.

'잠깐?'

자신이 유럽으로 쫓겨가게 된 원인?

아버지의 비자금을 몰래 빼돌려서다.

자신이 검찰에 출두하게 된 원인?

아버지의 비자금 계좌를 밝힌 기사가 나와서다.

근데, 그 두 상황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미래투자신탁.

우연하게도 그곳을 건드리면서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

"아…!"

막 깨달은 사실을 입 밖으로 내고 싶었으나, 신수겸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버렸다.

쿠웅-!

지금 닥친 불행의 시작은 불과 십여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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