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화 서막을 올리다(2)
오후 다섯 시 무렵.
회사를 나온 강하민은 청담동으로 차를 몰았고, 출발한 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청담동 다인팰리스.
평당 기준시가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비싸기로 유명한 오피스텔이다.
강하민은 이곳을 여러 번 와봤는지 어색함 없이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아갔다.
마침 비어있던 공간에 차를 댄 그는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띵-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초고가의 오피스텔인 만큼 이곳은 입주민에 대한 보안이 아주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입주민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으며, 보안 카드가 없으면 이용할 수조차 없다.
방문객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는데….
올라갈 수 있는 최상층이 바로 이곳, 1층이다.
호텔식으로 꾸며진 1층 로비.
강하민은 정문을 바라보고 있는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중히 방문 목적을 묻는 직원에게 강하민은 답했다.
"2201호에 방문하기로 예약되어 있을 겁니다."
입주민은 방문객이 있을 때마다 날짜와 시간, 인원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만 했다.
최소 한 시간 전에는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아무리 입주민의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문객은 로비에서 방문이 거절된다.
방문 기록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24시간 후 자동으로 삭제되며, 오피스텔 직원들도 최고 등급의 권한이 없다면 어느 층, 어느 호수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었다.
철저히 입주민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조치였다.
강하민의 답변에 직원은 잠시 컴퓨터로 확인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다시 물었다.
"성함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미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하면서 낯이 익은 안내직원이지만, 언제나처럼 제 일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이다.
"강하민. 강하민입니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강하민은 직원이 건네는 방문객용 보안 카드를 받아들었다.
보안 카드 위에는 2201호라는 글자가 선명히 찍혀있다.
1층과 22층 외에는 다른 층수도 누를 수 없게끔 보안이 설정된 카드다.
참고로 이곳 다인팰리스는 층마다 2개의 집이 있는데, 여느 아파트처럼 현관을 마주하며 이어져 있지는 않았다.
끝자리가 1인 호수는 1번 엘리베이터로, 2인 호수는 2번 엘리베이터로 오를 수가 있는.
각각 격리된 공간이다.
'이 정도면, 결벽증 중증이지.'
사생활 보호는 확실하겠지만, 정작 본인들도 꽤 번거롭고 귀찮을 텐데….
오늘 만나기로 한 상대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서, 작년 9월에 이곳으로 이사했지만 말이다.
1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강하민은 벽면에 부착된 리더기에 보안 카드를 갖다 댔다.
삑!
정지해있던 엘리베이터가 그제야 움직이며 1층으로 내려왔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누를 수 있는 1층과 22층의 버튼에만 불이 들어와 있다.
"철저하군."
내심 한 번쯤은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을까 방문할 때마다 작은 기대감을 품었지만, IT 강국의 기술답게 언제나 정상 작동한다.
22층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빠르게 상승했다.
띵-
2201호 현관문 앞에 도착한 강하민은 초인종을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잠시 후,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익숙하게 현관에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은 강하민은 곧게 뻗은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섰다.
전용 면적이 100평에 가까운 펜트하우스다 보니 거실 크기도 웬만한 아파트 전체 크기만 했다.
비앙코 카라라 무늬의 대리석 바닥에 화이트톤을 바탕으로 골드 컬러를 포인트로 연출한,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거실 중앙에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의 소파가 기다랗게 마주 보고 놓였다.
그곳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앉아서 강하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약속 상대다.
"콜록! 콜록콜록-"
그녀는 거친 기침 소리로 강하민을 맞이했다.
소파로 향하던 강하민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입술을 떼었다.
"코로나?"
"아니에요!"
강하민의 말에 여성, 장세연은 새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목소리만큼이나 뾰족한 그녀의 시선에 강하민은 멋쩍어하며 애꿎은 마스크만 만지작거렸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의 목소리가 컸다고 여겼는지, 장세연은 무안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냥 환절기 감기에요."
병원에서 진단키트로 검사도 했고, 음성으로 판정 났다고 장세연은 부연 설명했다.
"요즘 중국에서도 그렇고, 워낙 불량인 진단키트가 많아…."
"디젠에서 생산한 제품입니다."
"…믿을 수 있는 결과군요."
미래투자신탁이 최대 주주로 있는 디젠을 장세연이 언급하자, 강하민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그런 그를 살짝 흘겨보던 장세연은 다시 기침이 올라오자 고개를 돌려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힘들어하는 그녀를 본 강하민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파로 다가갔다.
스윽-
그러나 정작 그가 앉은 자리는 그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인, 맞은편 소파의 끄트머리였다.
몇 번을 더 기침하고 나서야 속이 겨우 진정되었다.
장세연은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다시 강하민에게로 돌렸다.
"……."
자신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강하민의 행동을 뒤늦게 확인한 그녀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강 대표님은 참으로…, 철두철미하신 분이군요."
비꼬는 장세연의 말에도 강하민은 표정 변화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기 옮아서 좋을 건 없지 않겠습니까. 할 일도 많은데 말입니다."
"……."
옮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
딱히 반박할 말도 없었다.
"콜록!"
대신하듯 기침이 터져 나왔고, 강하민도 걱정이 되는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프면 얘기를 하지 그랬습니까? 그냥 전화상으로 정보를 주고받았어도 됐을 것을."
"후….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아요. 그보다 본론에나 들어가죠."
작년 봄, 타도 장강을 기치로 협력 관계를 구축한 둘은 혹시 있을지 모를 감시의 눈길을 피해 전화로만 정보를 공유했었다.
연말에 장기우와 가졌던 은밀한 만남에 관해 설명하기도 전에 장세연이 먼저 알아채 버리는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후로, 장세연은 직접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거짓말을 하는지, 중요한 사항을 숨기는지 직접 표정을 보며 파악하겠다는 취지였다.
장기우와의 만남을 미리 알리지 않았던 건 명백한 자신의 실수였기에, 강하민은 장세연의 의견을 따랐다.
그 뒤부터 강하민은 오늘처럼 장세연이 거주하는 다인팰리스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었다.
매번 거쳐야 하는 절차가 번거롭기는 했으나, 강하민은 기꺼이 이를 감내했다.
"장강건설의 중국 지린성 상업지구 개발 사업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에요. 아마 곧 기사로도 나가겠죠. 또, 장강화학은 러시아 유전개발업체와 업무 제휴를 위해…."
먼저, 장세연이 아직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장강 그룹의 사업 진행 현황에 관해 브리핑했다.
이미 장기우를 통해 알게 된 중복 사항도 있었지만, 대부분 생소한 얘기들이다.
"…고, 내년 중순쯤에 첫 제품이 출시될 거에요."
장강전자를 마지막으로 장세연의 설명이 끝났다.
중요한 사항들을 요약하여 자신의 핸드폰에 메모한 강하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강하민의 차례다.
평소였다면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될만한 투자 정보들을 공유했을 거다.
여태껏 전달받은 정보로 장세연은 차명 계좌의 자금을 불렸으며, 장강유통과 리조트의 지분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오늘 강하민이 그녀에게 전달할 내용은 보통 때와 매우 달랐다.
"위에서 결정이 내려왔습니다."
"……."
아직 현시운의 존재를 장세연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강하민의 뒤에 미국 사모 펀드가 있는 거로 믿고 있었다.
스피어와 블레스, 티엔유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되겠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작년 연말보다 더 화를 내겠지?'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말이다.
눈빛을 반짝이며 다음 말을 기대하는 장세연.
강하민은 그녀가 원했을 답을 입 밖으로 꺼냈다.
"다음 주부터 장강 주식 매입을 시작할 겁니다."
드디어!
장세연은 세차게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좋아요. 어디서부터죠?"
장강 그룹의 전 계열사 수만 오십네 개에 달하고,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모두 열한 곳이다.
"리조트."
"!!"
"거기가 첫 번째 타깃입니다."
장강지주를 필두로 지주회사 지배구조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그룹 내에 순환출자 구조의 잔재가 남았다.
현시운과 강하민은 리조트 - 유통 - 푸드로 이어지는 한 축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다.
그 세 곳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건설, 화학의 지분을 합치면 11%와 14%에 달한다.
스타트를 끊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목표였다.
"리조트라…."
장세연은 작게 읊조리며 향후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마스크에 가려진 그녀의 입가가 자연히 위로 올라갔다.
"전에 한 약속은…?"
"당연히 지킬 겁니다."
강하민은 애초에 약속한 대로 유통과 리조트를 장세연에게 양보할 생각이다.
그녀에게 두 곳의 경영권을 보장할 것이며, 장세연이 원하는 시점에 주식 역시 시장가에 양도될 거다.
앞으로 장강 그룹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지난한 여정에 장세연만큼 든든한 동반자도 없다.
탄탄한 신뢰 관계 형성을 위해 미리 보상을 건네려 한다.
현시운과도 미리 협의된 내용이다.
그녀가 지금껏 품어온 장철구 회장과 장기우에 대한 원한, 그 독기는 둘의 계획에 큰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콜록콜록!"
기쁜 것도 잠시.
장세연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숨결로 토해내기 바빴다.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냥 감기라기엔 기침이 너무 심해 보이는데…."
아파져 오는 목을 감싸며 장세연을 고개를 저었다.
"의사도 그냥 목감기라고 했어요. 약 먹으면 낫겠죠."
가방에서 약 봉투를 꺼내든 장세연은 바로 복용하려는지 안에서 약봉지 하나를 집었다.
"근데 식사는 하고 약을 먹는 겁니까?"
강하민의 말에 장세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약봉지를 뜯었다.
"아뇨, 별로 입맛도 없어요."
그러면서 입으로 그대로 옮기려 하는데, 강하민이 그녀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왜요?"
장세연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강하민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약사가 말하지 않던가요? 공복에 약을 넘기지 말라고."
감기약은 약효가 센 편이다.
그걸 빈속에 먹었다가는 위나 간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괜찮은데…."
"괜찮기는요. 잠시 기다려봐요."
"……."
여러 번 방문하면서 장세연이 집에서 끼니를 챙겨 먹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장고 안과 주방을 살펴봤지만, 역시 당장 먹을만한 인스턴트 식품조차 없었다.
감기약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재차 당부한 강하민은 곧장 다인팰리스를 나와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근처에 죽 전문점이 있나 검색을 해봤지만, 제일 가까운 가게도 차로 15분 거리였다.
배달 주문도 한 시간 후에나 도착할 예정.
이럴 땐, 편의점의 간편 음식만한 게 없다.
즉석밥과 참치캔 통조림을 하나씩 산 강하민은 장세연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주방으로 향했다.
강하민은 참치캔 내용물 사 분의 일만큼을 덜어내 즉석밥과 섞더니 믹서기 용기로 옮겨 담았다.
물을 용기의 절반 가까이 채운 뒤에 믹서기를 돌리자, 이내 허여멀건 한 죽이 만들어졌다.
'음식도 해 먹지 않으면서 도구들은 또 다 갖췄네.'
찬장에서 적당한 크기의 냄비를 꺼낸 강하민은 믹서기 안의 죽을 옮겨 담은 뒤, 인덕션에 올려 가열했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한 뒤에, 눌어붙지 않게 주걱으로 저었다.
10여 분쯤 졸이자, 먹음직한 죽이 한 그릇 완성되었다.
"자, 들어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죽을 잠시 바라보던 장세연은 이내 숟가락을 들어 한 스푼 떴다.
"요리를 잘하시나 봐요?"
"시늉만 냅니다. 워낙 자취를 오래 하다 보니…. 맛은 장담 못 합니다."
강하민의 말처럼 참치죽이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래에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따듯하다고 장세연은 생각했다.
* * *
- 얘기 다 마쳤어. 계획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밤 9시를 지나 걸려온 강하민의 전화에 현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 …아냐, 고생은 무슨.
여느 때처럼 장세연과 만나서 나눈 얘기를 전해 들은 시운은 강하민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막 해외 투자법인에 보낼 지시사항을 정리하던 차였다.
"근데 평소보다 많이 늦었네. 대화할 게 많았나?"
일곱 시 무렵이면 오던 전화가 오늘은 두 시간이나 늦게 왔지만, 시운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머릿속에서 금방 그 생각을 지워버린 뒤, 시운은 스피어, 블레스, 티엔유에 발송할 메일을 마지막으로 검토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세 해외법인은 장강리조트의 주식을 야금야금 사들일 계획이다.
이미 코스피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각국의 증권사 세팅도 끝난 상황.
수수료는 제법 나오겠지만,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푼돈이다.
"대략 3, 4개월 정도 걸리려나?"
세 해외 투자법인의 관계를 장강 그룹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순차적으로, 일정한 텀을 두면서 리조트 지분을 매입해나갈 생각이다.
3~4개월.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현재 리조트 - 유통 - 푸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지분 현황은 이랬다.
리조트는 유통의 지분 29%를, 유통은 푸드의 지분 31%, 마지막으로 푸드는 리조트의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리조트의 시가총액이 세 계열사 중 가장 높았으나, 펜데믹의 여파로 호텔과 각지 리조트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관계사가 보유한 지분도 26%로 다른 두 곳보다 낮아 확보해야 할 주식 수도 가장 적었고 말이다.
푸드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제하면 74%.
지금까지의 주총 이력을 살펴보면, 이 중 8%는 개인투자자가 쥐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지분이다.
리조트에 대한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훔치려면 못해도 46% 이상의 지분이 있어야만 했다.
"장세연 부사장이 보유한 리조트 지분이 7.5%니까…. 앞으로 38.5% 이상만 확보하면 되는 건가."
장강리조트의 현재 시가총액은 3조 4천억 원가량.
1조 3천억 원만 쏟으면 리조트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동시에 유통과 푸드에도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진다.
재벌들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지배하기 위해 사용한 변칙적인 출자 방법, 순환출자.
동시에 외부 투기 세력의 공격에 취약하고 연쇄적인 부실화의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도 지녔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편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다수의 대기업이 기존의 순환출자 방식에서 지주회사 중심으로 새로이 틀을 바꾸고는 있지만, 아직 잔재는 곳곳에 남아있다.
그 덕분에 시운과 강하민은 이렇듯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지만.
"음…. 이대로 하면 되겠어."
세 해외 투자법인에 할당한 리조트 지분 확보량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운은 마우스를 움직여 발송 버튼을 눌렀다.
[메일 발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정상적으로 메일이 날아간 걸 확인한 시운은 한껏 기지개를 켠 뒤,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이제 시작이군.'
발코니 너머로 비치는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는 시운의 눈이 반짝였다.
* * *
충남 청양군의 외진 곳에 자리한 종교단체 '구원교'.
그곳의 수장인, 교주 구세주는 갑작스레 방문한 후지이 다까라의 용건에 두 눈을 부릅떴다.
"광진제약?"
구세주의 반문에 다까라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잇."
그의 짧은 답변에 구세주는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