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65화 (65/139)

§065화 사이비와 광신도(1)

구원교의 창시자이자 교주인 구세주.

그의 본명은 구동철이다.

전라도가 아닌 경기도의 광주가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

그건 바로 거짓말.

선한 인상을 타고난 그는 공부를 잘했고, 평소 행실도 올발랐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 전부 구세주가 거짓말을 하여도 그게 거짓말인 줄을 몰랐다.

뒤늦게 그에게 들었던 것과 사실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실수거나 잘못 알았을 거로 생각했지 의도적인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구세주는 선입견의 맹점을 어렸을 적부터 잘 이용했다.

그만의 룰도 있었다.

90%의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10%의 허구와 자신의 의도를 섞는 것.

덕분에 그는 남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가 있어서 거짓말을 했다.

- 네가 내 신발에 압정을 넣었다며!

- 너야말로 내 체육복에 우유 쏟았잖아!

자신의 거짓말에 속아 멍청한 짓을 일삼는 모습을 보며 구세주는 즐거워했다.

- 우와! 진짜로 영화배우 김선희 사인받은 거야?

- 어디 한 번 봐봐. 헐! 진짜였어.

중학교 시절, PC통신 팬 동호회에 올라와 있던 유명인의 사인 이미지 파일을 그대로 베껴 가짜 사인지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은 뜨거웠다.

- 동철아, 이거 나한테 팔아라. 천 원 줄게, 응?

- 미친 새끼! 천하의 김선희 사인을 고작 천 원에 넘봐? 동철아, 오천 원! 나한테 넘겨.

결국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친구에게 가짜 사인지는 넘어갔다.

당시 짜장면 가격이 1,300원이었는데, 사인지는 팔천 원에 팔렸다.

자그마치 짜장면 여섯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는 돈.

이때, 구세주는 깨달았다.

거짓말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등학생이 된 구세주는 여느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그러하듯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고, 그 시기에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만족스러운 삶을 한번 살아보자고.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지만, 전국 순위에 들 정도의 수재는 아니었다.

자신의 머리로 아무리 노력해봤자,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한계일 거라고 예상한 구세주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장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직장인의 평범한 인생은 그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을 썩힐 이유도 없었고.

그는 자신처럼 뛰어난 거짓말로 세상을 놀라게 한 역사 속 인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신화 속에 나오는 거짓말쟁이부터 몇 년 전, 수천 명의 사람에게 사기를 치고 거액의 돈을 들고 해외로 튄 희대의 사기꾼까지.

밤마다 PC통신을 뒤져가며 자료를 찾았고, 그들의 기록에서 삶의 지혜를 하나씩 배워나갔다.

- 이거다!

그리고 마침내, 구세주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했다.

신흥종교 창시자.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한국의 신흥종교사와 일본의 신도를 바탕으로 한 여러 신종교 관련 서적을 독파한 뒤 내린 결정이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도 교리나 맹목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잘만 포장하면 진실이 되는 게 바로 신앙이다.

교리란 것도 창시자의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그럴듯하게 보이려면 널리 알려진 종교의 교리에서 상당 부분 발췌해와야겠지만.

어쩌면 후대에 선지자 요한과 예언자 마호메트 같은 위인처럼 받들어질지도 모르지.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운만 잘 따라준다면 말이다.

목표를 정한 구세주는 계획을 하나씩 세웠고, 또한 행동으로 옮겼다.

먼저 성당을 다니며 세례를 받았다.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세례 후 3년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모든 거짓은 사실을 바탕으로 꾸몄을 때,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법이다.

아무런 기반도, 지지 세력도 없는 자신이 신흥 종교를 만들었다고 대중 앞에 나서봤자 따를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신앙을 만들고, 그걸 또 부흥시키려면 결국 믿고 따를 신도들이 필요하다.

그들을 끌어들이려면 우선 믿음을 줘야겠지.

그러려면 우선 자신을 잘 포장할 필요가 있다.

누가 봐도 그럴듯해 보이는 이력이 갖췄을 때, 신도는 알아서 찾아오게 되어 있다.

구세주는 신실한 천주교인을 가장하며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에, 교구의 본당신부 추천서로 가톨릭대학교에 무난히 입학할 수 있었다.

거기서 2년간 신학 공부를 이어온 구세주는 다른 동기들처럼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예전부터 계획한 바를 그대로 실천했다.

- 하나님의 종임을 자처하는 제가 어찌 총칼을 드는 행위를 할 수 있겠습니까.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구세주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때는 1990년대 중반.

그처럼 행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는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고, 매스컴의 관심을 불러왔다.

그의 용기 있는 발언은 비슷한 신념이나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당시 인기 있던 시사 토론 TV쇼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토론도 펼쳐졌었다.

구세주는 자신의 의도대로 유명해졌으며, 소수의 지지자도 얻게 되었다.

그의 계산된 유별남은 뭇사람의 눈에는 특별함으로 비친 것이다.

이슈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병역법의 적용은 칼 같았다.

결국, 구세주는 3년의 징역을 살았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갑갑한 감옥 생활이 편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구세주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본심을 갖추고 신실하고 성실한 감옥 생활을 이어 나갔다.

갱생의 여지가 없는 연쇄살인마를 사형 집행 직전, 깊이 뉘우치게 했다는 일화는 교도소 안팎으로 금세 유명해졌다.

물론, 이 역시 적절한 연출과 거짓말의 산물이었다.

출소하는 날, 전보다 수가 늘어난 지지자들이 그를 반겼다.

자유의 몸이 된 구세주는 가톨릭대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톨릭대 출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옥고도 기꺼이 감수한 종교인.

이미 원했던 이력과 명성을 얻었으니, 더는 그곳에 미련이 없었다.

구세주는 그 이후부터 해외 봉사라는 명목으로 인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약력을 쌓아나갔다.

비용은 지지자들의 후원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다.

구세주는 그들에게 미래의 성인(聖人)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은연중에 심었다.

마흔이 되던 해, 그는 마지막으로 들렀던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그리고 지지자들과 함께 구원교를 일으켰다.

이때 그는 자신의 이름을 구세주로 개명했다.

현재 구원교는 신도 수만 만 명에 가까운 종교단체로 거듭났고, 구세주는 계획했던 대로 자신만의 왕국을 갖게 되었다.

"광진제약 공장에 불을 질러 달라?"

구세주가 입고 있는 법의는 가톨릭의 교황이 미사를 집전할 때 입는 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앞을 바라봤다.

아직 거래 시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돌연 찾아온 후지이 다까라.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였다.

다까라는 일본 유수의 제약회사인 아신제약 한국총판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아신제약의 현 대표인 아소다 겐세이의 지시로 다까라는 구원교와의 정기적인 약품 거래를 직접 담당하고 있었다.

구원교가 아신제약으로부터 매입하는 약품은 하이드로에크고닌이란 향정신성 성분의 수용성 알약으로, 구세주의 포교 활동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중독성은 약하지만, 엄연히 마약류로 분류된 약물이다.

유통이 불가한 이것을 아신제약 한국총판에서는 본토로부터 밀수하여 구원교에 공급하고 있었다.

이는 구세주가 일본에 거주할 때, 아소다 겐세이와 인연을 만들어놨던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다.

구세주는 그렇게 얻은 약물을 물에 타서 성수로 속인 뒤, 신도들에게 나눠 먹였다.

하이드로에크고닌은 복용했을 때에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활력을 북돋는 효과를 지녔다.

반대로, 복용을 끊었을 때는 탈력감과 우울증의 금단현상을 불러온다.

한 번 약물을 접한 신도들은 구세주가 내리는 성수에 저도 모르게 중독되어 교단에 더욱 목을 매게 되었다.

구세주가 이렇듯 빠르게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 약물의 도움이 크게 한몫을 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구세주의 물음에 다까라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교주님께서 짐작하시는 그대로입니다. 광진제약에서 코로나 19 백신 개발을 해냈다지요? 벌써 임상 3상 시험도 진행 중이고 말입니다."

"흠…."

구세주도 최근 뉴스를 보아 알고 있는 일이다.

다까라는 아신제약에서도 지금 코로나 19 백신을 개발 중이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완성될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서방 국가에서도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지요. 현재 가장 유력한 백신 개발 가능국은 한국과 일본. 우리 일본으로선 세계 최초라는 명성을 한국에게 뺏길 수는 없습니다."

임상 단계를 모두 거치고 시중에 판매될 때에야 비로소 백신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극우 성향의 아신제약 대표 아소다 겐세이는 이미 같은 정치 성향의 집권당으로부터 임상 승인에 대한 졸속 행정처리를 약속받았다.

전 임상 단계만 무사히 마쳐도 한 달 안에 3상까지 빠르게 승인받을 수 있게 준비된 상황이다.

한국의 광진제약만 아니면 아신제약이 세계 최초의 백신 개발업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명성에 걸맞는 부가 따르는 건 당연지사다.

타국의 임상 시험을 도중에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시판 시기는 늦출 수 있다.

비록 그 수단이라는 게 합법적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방화는…."

구세주에게는 애국심도, 반일감정도 없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의 손을 들어줄 뿐.

과거 아신제약의 요청에도 여러 번 응한 바 있다.

대부분 불법적인 해결방식을 선호하는 일들이었다.

이미 자신의 노예나 마찬가지인 신도를 부리면 다까라가 원하는 바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광진제약은 이미 여러 번 매스컴을 타며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기업이다.

그런 곳에 불을 놓는다는 건….

자칫 잘못하다간 그 여파에 자신과 구원교가 휩쓸릴 수 있다.

한발 슬며시 빼려는 구세주에게 다까라는 준비해온 물건을 가방에서 꺼냈다.

여러 개의 통장과 도장이 탁자 위로 올라왔다.

보수로 건네려고 가져온 돈이었다.

"음…. 평소보다 개수가 너무 많은 것 같은데요."

겸양의 말과는 달리 구세주의 눈은 탐욕에 번들거렸다.

도합 열 개의 통장과 같은 수의 도장들.

손을 뻗어 안을 확인하니 5억이란 숫자가 떡하니 인쇄되어 있었다.

모두 합하면 50억 원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별장을 하나 장만하려고 돈을 모으고는 있었는데….

평소의 열 배도 넘는 대가에 구미가 확 당겼다.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는 다까라를 향해 구세주는 인자한 미소를 가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힘닿는 데까지 도우리다."

그렇게 거래는 성사되었다.

* * *

오늘도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 아침 예배를 드리고 숙소로 돌아온 최중섭은 구원교의 경전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여러 종교의 좋은 구절들만 입맛에 맞게 가져다 짜깁기 했다는 걸 알 리 없는 최중섭은 오늘도 경전의 좋은 말씀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1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정독하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나 흘러있었다.

최중섭은 경전을 원래 있던 곳에 두고선 창가로 가 500㎖ 플라스틱 물통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예배당에서 받아온 성수였다.

교주님께서 친히 축도까지 올리시며 완성한 귀한 물을 왜 이런 싸구려 플라스틱 통에 담아놓는 건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장로와 권사들로부터 교단의 살림이 넉넉지 않아 그렇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최중섭은 자신을 스스로 책망했다.

"속세에 있을 때 돈을 좀 더 벌어두는 건데…."

구원교에 몸을 의탁할 때, 그는 속세에서 가졌던 재산 전부를 처분하여 교단에 헌납했다.

독단적인 선택이었고, 이를 이해하지 못한 아내와 이혼까지 했다.

두 명의 자식들과도 인연을 끊은 지 오래다.

어차피 세상의 종말이 머지않았다.

속세의 사사로운 정 따윈 앞으로 닥칠 위기와 구원 앞에선 그리 중요하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예배에서도 현재의 세상을 덮은 코로나 19가 종말의 전조라고 교주님께서 다시 한번 더 강조하셨다.

머지않은 종말.

거기서 살아남고, 또한 구원을 받으려면 교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방법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구원교의 기도문을 마음속으로 외며, 최중섭은 평소처럼 성수를 경건히 들이켰다.

몸 안에 서서히 차오르는 충만함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넘치는 활력에 최중섭은 운동장으로 나왔다.

산책 삼아 몇 바퀴 돌 생각이었다.

"바흐보 형제여."

바흐보는 최중섭이 입교할 당시, 교주가 직접 세례와 함께 내린 세례명이다.

또한, 경전의 예언록에 명시된 18사도 중 한 명의 이름이기도 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최중섭은 인자한 미소를 띠고 걸어오는 교주를 발견했다.

그는 혼비백산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아…, 교주님!"

종말을 앞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신이 내리신 메시아.

그를 향한 예는 이마를 땅바닥에 댄다고 하더라도 한참 부족할 것이다.

"형제여. 그만 일어나세요."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형제에게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듯 찾아왔습니다."

"제, 제게 말입니까?"

교주가 직접 손을 뻗어 최중섭의 몸을 일으켰다.

감격해 마지않는 그에게 교주는 살짝 어두운 기색을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바흐보 형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구원교의 교주, 구세주는 아신제약에서 의뢰한 일의 히트맨으로 최중섭을 점 찍었다.

* * *

오랜만에 드림비전에 들렸던 현시운은 한진형과 정혜련의 배웅을 받으며 판교의 사무실을 나왔다.

작년에 미국에서 초빙해온 M&D의 마이클과 더그의 합류로 브레인 컨택팅 기술 개발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진성전자와 업무 제휴를 맺고 개발 중이던, 접속 기기 '다이버'의 초기 모델도 완성 단계로 들어섰다.

오토바이 전용 헬멧보다 1.5배 정도 큰 사이즈의, 온갖 전선들이 뒤죽박죽 꽂혀있는 프로토타입의 접속 기기는 정말이지….

마치 SF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도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상업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브레인 컨택팅을 기반으로 상상 속의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해 내려면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풀어야 할 숙제도 여럿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원래보다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겠어."

막 판교IC를 지나 고속도로에 접어든 시운은 입가를 위로 끌어올렸다.

드림비전의 현재 목표는 올해 11월 중으로 짧게 선보일 콘텐츠를 완성한 뒤, 내년 1월로 예정된 상하이 국제 IT 박람회에 정식으로 출품하여 알리는 것이다.

코로나 19 범유행 사태로 행사는 비대면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박람회 홈페이지에 참가를 신청한 업체들의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

하지만, 광진제약에서 백신의 정식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면?

상황은 지금과 또 달라질 것이다.

띠링!

"……."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림음에 시운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썼다.

문자메시지를 수신할 때 나는 알림음과는 데시벨과 길이가 전혀 달랐지만….

기억 속에 있는, 꽤 익숙한 소리였다.

5km 앞의 졸음쉼터 표지판을 확인한 시운은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치솟는 RPM에 차량이 호응하며 질주했다.

얼마 걸리지 않아 졸음쉼터에 도착한 시운은 비어있는 주차라인에 차를 세우고는 곧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위기 알림!]

[대상자 '현시운', '강하민'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위기 알림 메시지.

게다가 이번엔 시운 혼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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