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66화 (66/139)

§066화 사이비와 광신도(2)

[2020년 10월 21일 15시 44분. 광진제약 공장 안으로 난입한 0.5t 트럭에 치여 '현시운' 대상자는 다리 골절 부상을, '강하민' 대상자는 전신 복합골절의 중상을 입게 됩니다.]

"10월 21일?"

정확히 일주일 뒤에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그날은 현시운과 강하민이 광진제약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짜였다.

"……."

위기 알림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어내리는 시운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서서히 어렸다.

'공장 안으로 난입한 0.5t 트럭….'

이 대목에서부터 사고가 우연이 아닐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대관절 어느 누가 맨정신에, 그것도 밝은 대낮에 남의 공장 안으로 트럭을 몰고 뛰어들겠는가.

시운은 즉시 유레카 앱을 실행시켰다.

[잔여 정보 이용권 : 5장]

[잔여 위기 알림권 : 3장]

사흘 전,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와 비교해 위기 알림권이 한 장 줄어들어 있었다.

두 명의 위기를 알렸기에 두 장이 소진되었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같은 사고일 때는 대상자가 여럿이 연루되더라도 한 장으로 충족되는 건가?

어찌 보면 시운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10억 원이나 하는 이용권 한 장을 아낄 수 있게 된 거니까.

평소 예비로 남겨뒀던 정보 이용권은 3장.

그 수량을 제외하면 이번 달에만 벌써 4장을 사용했다.

남은 2장 역시 10월 하순 무렵, 해외 투자법인을 위해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우선은 이것부터 해결해야겠지."

돈은 나중에라도 벌 수 있지만, 사람은 한번 잃게 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원래대로 사고가 나면, 자신은 몰라도 강하민은 평생 불구로 살아야만 했다.

그걸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지금은 정보 이용권을 아낄 때가 아니다.

시운은 유레카 검색창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이내 뜨는 문자 입력기.

톡- 토독!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여 검색어를 완성해나갔다.

[2020년 10월 21일 광진제약에서 일어나는 0.5t 트럭 난입 사건의 전말]

검색 버튼을 누르자,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우는 내용이 2페이지 분량으로 이어졌다.

"……."

화면을 아래로 내려가면서 글자를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시운의 얼굴은 한껏 찌푸려졌다가 다시 점점 어둡게 굳어갔다.

"구원교, 아신제약."

일주일 뒤의 사고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들.

광진제약의 코로나 19 백신 생산을 막으려는 게 그들의 목적이었다.

그렇다고 공장에 불을 지를 생각을 하다니….

아신제약.

시운의 기억에 없는 회사다.

수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인체에 해가 없는 백신을 완성한 건 미국의 제약회사 한 곳뿐이었다.

광진제약의 앞길을 막아선다고 해서 아신제약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은 지금 헛수고를 하는 거다.

거기에 구원교가 한 손을 거들은 셈이고.

"이 두 곳은 대체 무슨 연관이 있길래?"

구원교라는 이름은 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다.

어느 한 유명 종교인이 새로이 세운 신흥종교인 거로 아는데….

"일본의 제약회사와 한국의 신흥종교 단체라."

굉장히 수상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결국 시운은 정보 이용권을 한 장 더 사용했다.

그리고…, 두 집단 사이에 얽히고설킨 어두운 커넥션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 마약?"

나온 결과에 기도 차지 않았다.

종교단체라는 곳에서 제약회사로부터 마약성 약물을 사들이다니.

신도들을 중독시켜 교단의 노예로 부려먹으려 한다는 대목에서 시운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구원교…."

이름에 담긴 뜻과는 달리, 사람들을 타락과 파멸로 이끄는 곳이다.

시운은 구원교의 마약 사용에 대한 기사나 소문을 회귀 전에 접해본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이런 엄청난 만행이 끝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걸."

시운은 이 추악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버릴 생각이다.

"여긴 어쩌지?"

구원교에 마약을 제공하고, 광진제약에 해를 가하려는 아신제약.

마음 같아서는 구원교와 같이 갈아 마셔버리고 싶었지만, 타국의 기업체다.

구원교와의 커넥션을 밝히면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있겠지만, 문제는 국내의 사법권이 일본 본사에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

기껏해야 중간에서 운반책으로 이용된 한국총판만 철저히 파헤쳐지겠지.

결국, 일본에 소재지를 둔 아신제약 본사는 일본 사법부에 의해 범죄 사실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유례없이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 과연 일본은 제대로 법의 심판을 내릴까?

한국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묵살하고 자국의 기업체를 핍박한다며, 극우 단체를 필두로 깎아내리기 바쁠지도 모른다.

아니, 그전에 아신제약 본사에서 먼저 꼬리 자르기에 들어가려나?

어떻게든 응징을 하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시운에게는 정보 이용권이란 세상의 해답이 존재하니 말이다.

삼정의 신수겸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신제약의, 혹은 아신제약 대표의 결정적인 범죄 사실을 알아내 증거와 함께 세상에 터트려 버리면 되겠지.

하지만.

"남은 게 세 장…."

고민이 된다.

정보 이용권을 사용해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일단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고 결정할까?"

시운의 예상과는 달리 구원교와의 마약 거래로 일본에서도 상식적인 수사와 처벌을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예상대로 일이 진행된다고 해도 정보 이용권이 자신에게 존재하는 한 문제는 없겠지.

조금 늦을 뿐, 응징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닐 테니까.

시운은 당장 직면해있는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두 장의 정보 이용권으로 밝혀진 음모와 내막들.

구원교와 아신제약을 옭아맬 증거는 아직 없다.

그 증거는 수사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자신은 알아낸 사실을 세상에 퍼트려 의혹을 증폭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 뒤는 경찰과 검찰이 알아서 움직여줄 거다.

가장 빠르고 널리 이슈화 하는 데는 역시 매스컴만 한 게 없다.

"이번 일도 역시…."

포크레인 흥신소를 통해 처리할 예정이다.

몇 번의 협업으로 이미 그 진가는 확실히 확인해뒀으니까.

시운은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졸음쉼터를 빠져나온 차량은 원래의 목적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이번 구원교의 마약 스캔들.

알려졌을 때,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되었다.

* * *

서울 외곽 재개발 지역의 갈등 상황을 취재하고 사무실로 돌아온 신명훈은 카메라와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주택가 입구를 틀어막고 맨몸으로 농성하는 주민과 인근 상인들.

그에 밀고 들어가 철거를 강행하려는 건설사 직원들.

그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와 두 눈에 담아온 만큼 피로도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이걸로 다음 주 표지와 메인 기사는 확보한 셈이군."

작년의 HR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접대 기사와 올해 삼정 그룹 비자금 기사로 주간 매거진 '고발IN'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물론 HR 엔터 기사는 '고발IN'이 창간되기 전, 스타 체이서를 통해 나온 거긴 하지만 같은 잡지사이기에 따로 구분 지어지진 않았다.

삼정 그룹 기사로 제법 재미를 본 잡지사는 기존의 변두리에서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번화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의 사무실보다 인근의 유동 인구가 많은 상업 지구로 지난달에 이사를 마쳤다.

아무래도 지난번 신명훈이 괴한에게 납치당하는 험한 일이 있다가 보니, 그를 아끼던 편집장이 나서서 잡지사 대표와 담판을 지은 결과였다.

이사와 함께 '고발IN' 소속 직원들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사무실은 제법 활기를 띠는 편이다.

물론 저녁 7시를 넘은 지금 시각에는 다들 정시 퇴근을 하여 신명훈 외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누가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만들었는지, 원.

잠깐의 휴식으로 피로를 떨쳐낸 신명훈은 컴퓨터를 켜서 오늘 취재한 내용과 사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개발 지구의 이어지는 갈등, 과연 해결책은 있는 건가?]

타이틀도 정해졌다.

조판 양식의 빈 문서 파일에 정리해온 기사 내용과 사진들을 첨부하며 하나의 기사를 이어나갔다.

개중에 잘 나온 사진은 표지용으로 따로 빼놓기까지 했다.

그렇게 다음 주 매거진에 실을 메인 기사를 거의 완성해나가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댔다.

"응?"

액정 위로 '민철 형님'이란 발신자명이 표시되었다.

"이 시각에 무슨 일이시지?"

8시가 가까워져 가는 지금 저녁을 먹자고 전화할 리도 없고 말이다.

설마 또 술을 마시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지난 삼정 그룹 비자금 사건과 함께 5년 전에 묻혔었던, 고려일보 여기자 사망 사건에 대한 관심도 불거졌었다.

'이건 꼭 알고 싶다'의 방송 여파로 사건은 재조명되었고,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재수사에 들어갔다.

그렇게 진실은 밝혀졌으며, 진범은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되었다.

아내의 사건이 해결되자, 정민철은 후련해하는 것과 동시에 더없이 착잡해 했었고, 한 달 내내 신명훈을 불러내어 술만 마셨다.

처음에야 그의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했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한동안 정민철과의 술자리는 사양하고 싶었다.

"네, 형님! 어쩐 일이세요?"

- 바쁘냐?

이전과 비슷한 레퍼토리다.

아니라고 하면,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이 뒤따라 나오겠지.

대놓고 거절하는 건 그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너무 매몰차게만 느껴진다.

해서 신명훈은 그럴듯한 핑계를 길게 늘어놓았다.

"그렇죠. 내일까지 기사 마감이라서요. 어쩌죠? 오늘은 도무지 시간이 안 될 것 같은데…."

- 잘됐네. 안 그래도 기삿거리가 있어서 방금 네 이메일로 내용을 보내놨거든.

"네?"

- 확인하고 다음 주 매거진에 실어줘.

"……."

그 순간, 신명훈의 뇌리를 하나의 예감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입을 열어 제 생각이 맞는지 확인했다.

"설마 지난번처럼 그 정보원이 또?"

- 이메일이나 확인해봐. 그럼 끊는다.

"……."

뚜렷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정민철의 태도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신명훈은 핸드폰 내려놓은 뒤에 마우스를 바삐 움직였다.

거의 완성되어가던 문서 파일을 내리고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 도착한 정민철의 메일을 확인하고 클릭했다.

이어서 화면에 출력된 메일 내용을 살펴본 신명훈은 한껏 경악했다.

"구원교?"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다.

최근 충남 일대에서 교세를 넓혀나가고 있는 신흥종교.

고려일보 재직 당시, 대한민국의 신흥종교란 특집 기사를 기획하면서 취재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구원교와 관련된 정보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신명훈은 잠시 후, 다시 마우스를 움직여 문서 파일을 화면에 다시 띄웠다.

"……."

방금까지 썼던 재개발 관련 기사를 밑으로 쫙 내려버린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약 먹이는 교주님]

다음 주 '고발IN'의 메인 기사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 * *

- 그들이 만드는 약은 백신 같은 게 아닙니다. 도리어 악마의 숨결로 혼탁해진 이 세상을 더욱 악으로 물들이는 독물에 불과할 뿐이지요.

- 아아….

- 그들은 악마의 종입니다. 신께서 여전히 건재하시고, 지상의 피조물들을 굽어살피고 계신다는 걸 이번에 저희 구원교에서 제대로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바흐보, 그대가 앞장서 주세요. 그대라면 악의 무리가 번성한 그곳을 광휘로 물들일 수 있을 겁니다. 오직 바흐보,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교주님, 제 한 몸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

악이 득세하고 있다는 말에 분노했고, 그들을 응징하는 거룩한 사명을 자신이 받들게 되었다는 사실에 최중섭은 감격에 겨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교단으로부터 활동비를 받아든 최중섭은 구원교에 입교한 지 수년 만에 고향 땅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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