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화 미래 그룹
"이게 뭐 하시는 겁니까?"
"제발, 제발 한 번만 저 좀 살려주십시오!"
두 손까지 모아 올리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는 남성의 행동에도 현시운은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답했다.
"충분한 시간을 드렸습니다. 분명 선택하셨고요. 그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죠."
"제가 뭘 모르고 그랬던 겁니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네?"
"그만하시죠. 말씀하신 5분도 지난 듯하군요."
"부장님, 현 부장님!"
시운은 남성을 지나쳐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와버렸다.
등 뒤로 남성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냉정해져야 할 때이다.
또 그래야만 하고.
다시 5층 대강당에 들어선 시운은 입구에서 안내받은 자리로 가서 앉았다.
개회 시각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이윽고 정기주주총회가 시작되었다.
개회사를 시작으로 광진제약이 지난 한 해 동안 이뤄낸 영업과 재무, 투자 활동에 대한 성과 보고가 이어졌다.
연간 수익과 손실이 수치화되어 재무제표로 만들어졌고, 이는 자리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책자로 전달되었다.
단상에 선 재무이사가 회계 관련 용어들을 쉽게 설명하며 재무제표의 제반 사항들을 보고했다.
잠시 뒤, 재무제표에 대해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시간이 주어졌고 최종적으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주주들은 이를 승인했다.
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 결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제 대미를 장식할 일만 남았다.
이어서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이 다루어졌다.
"음…, 지금부터 광진제약(주) 방언식 대표이사의 해임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장으로 나선 전무이사의 선언에 연단을 마주하는 앞 자리.
1열에 앉은 남성의 얼굴이 대번에 핼쑥해졌다.
그가 바로 해임안에 올라온 방언식 사장이다.
또한, 총회 시작 전에 시운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며 사정한 인물이기도 했다.
강하민에게 미래 그룹을 설립하겠다고 공표한 뒤로, 시운은 미래투자신탁에 지분으로 종속된 여섯 업체를 찾아가 그룹화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네 곳은 이에 자의 혹은 타의로 응했지만, 디젠과 광진제약 두 곳은 끝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운은 해외 투자법인을 동원하여 디젠과 광진제약 지분을 10% 가까이 매집했다.
미래투자신탁이 들고 있던 주식까지 합치면 충분히 독단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그렇게 안전장치, 아니 강제 장치를 마련한 시운은 추후 있을지 모를 내부의 분란을 막기 위해 현 경영진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은 내려졌다.
다만, 디젠과 광진제약에 행한 처분은 달랐다.
디젠의 대표는 원래 연구원 출신의 창업자로, 투명 경영을 천명하고 그를 직접 실천한 참 경영인이었다.
디젠의 진단키트 성과는 시운이 의도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원래 대박이 날 회사의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미리 선점한 것뿐.
그런 이를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매몰차게 내칠 수는 없었다.
디젠 임직원들에게 인망도 두터웠던 그였기에, 시운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찾아가 그를 설득했다.
시운의 삼고초려에 디젠 대표는 결국 뜻을 꺾고, 그룹의 한 축이 되는 걸 받아들였다.
반면에 광진제약의 대표 방언식은 시운의 제안에 대응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과거 광진제약은 시운이 의도한 미래투자신탁의 투자가 있기 전까지 방만한 경영으로 문제가 많았던 곳이다.
괜히 주가가 바닥을 쳤던 게 아니라는 말.
그런 곳이 미래투자신탁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과 시운이 찔러넣었던 백신 조합식으로 지난해 크게 도약했다.
그런데 그 성공을 방언식은 자신의 위업인 것처럼 생각하며, 시운이 계획했었던 그룹 설립 동참 의사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아까 4층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백팔십도 다른 행동으로 시운을 대했다.
- 고작 돈 몇 푼 투자해놓고, 대박 나니까 여길 홀라당 털어먹으려고 해? 현 부장, 당신 말고 강 대표 오라고 해. 강 대표와 내가 직접 담판을 지을 테니까!
여태껏 광진제약 대표로 누렸던 것들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집착이 엿보였다.
강하민은 이미 이 건에 대해선 시운에게 일임했기에, 방언식의 요청을 무시했다.
시운이 해외 투자법인을 통해 광진제약 지분을 매입할 때도, 방언식은 미래투자신탁과 연관이 있음을 빠르게 눈치채고 언론을 동원했다.
그는 투자회사가 지분으로 백신 개발 최대의 공로자를 회사에서 내쫓으려 한다는 식의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사주했다.
당시 미래투자신탁을 비난하는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왔었다.
시운은 이에 철저히 대응했다.
주주들을 규합하여 방언식 대표이사의 내부 감사 결의를 통과시켰다.
진행된 내부 감사로 그간 방언식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은 물론 백신을 사사로이 팔아치운 정황까지 밝혀냈다.
횡령과 배임이다.
명백히 드러난 해사 행위에 주주들은 그를 형사 고소했고, 이번 달 말에 첫 공판을 앞둔 상황이다.
거기에 오늘 대표이사 해임까지.
강하민은 시운 혼자서 정기주주총회에 가겠다는 말에 걱정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니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그에 시운은 웃으면서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며 이곳으로 왔다.
일신상에 무슨 일이 생길 거였다면, 일주일 전에 미리 위기 알림권이 발동됐을 거다.
"찬성 62.9%, 반대 21.5%로 방언식 대표이사의 해임안이 가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며 해임안이 무사통과되었음을 알렸다.
그에 방언식은 벌떡 일어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어진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에 시운이 선택한 인물이 선출되었다.
아까 주주들에게 재무제표를 설명한 바 있는 재무이사였다.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흐름을 잘 알고 있으며, 전부터 방언식 대표의 회사 공금 유용에 사사건건 따지고 들며 맞섰던 인물이기도 했다.
이미 유레카로 믿을 만하다고 검증까지 마친 인재다.
시운은 그의 대표이사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로써 증권사 인허가를 제외한 모든 사전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 * *
"시ㅇ…, 큼! 현시운 부장."
별안간 강하민이 2팀 사무실을 찾았다.
"네, 대표님."
"나 좀 봅시다."
"알겠습니다."
시운은 강하민의 뒤를 따라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자, 이거."
대표이사실에 들어서자 강하민이 서류 봉투 하나를 시운에게 내밀었다.
[미래증권 인허가 관련 서류 재중]
보낸 이는 금융위원회였다.
"드디어 결정 났군요."
"그래, 어서 확인해 봐."
"이미 확인한 거 아닙니까?"
이미 봉투가 뜯어져 있었다.
강하민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나야 당연히 확인했지."
"……."
그럼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강하민의 밝은 표정에서 결과를 들은 것 같았으니까.
그래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시운은 봉투 안의 서류를 꺼냈다.
금융위원회에서 발행한 증권업 인허가증이다.
시운의 입가에도 강하민이 짓던 웃음이 옮겨왔다.
미래투자신탁이 미래증권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단추까지 채워졌다.
그룹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미래투자신탁의 사명이 미래증권으로 바뀌었고, 증권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빠르게 채워나갔다.
시기에 맞춰 HTS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직원 채용 1차 면접까지 치러졌다.
같은 시기에 사무실도 이전했다.
기존의 미래빌딩에서 서초동에 새로 마련한 15층 신사옥으로 말이다.
비어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곧 채워질 예정이다.
진성전자, 우송, 디젠, 광진제약의 현장과 생산관리 부서를 제외한 모든 부서가 신사옥으로 이전해올 것이며, 인력 역시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시운은 더불어 미래E&M이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산하에 블루드래곤 픽처스와 빅스텝 엔터테인먼트를 두었다.
기존에 미래증권이 들고 있던 두 회사의 지분도 미래E&M으로 옮겨졌다.
시운이 회귀했었던 2038년까지도 한류의 바람은 이어진다.
K푸드, K뷰티의 위용도 대단했지만, 세계인을 사로잡는 데 역시 영화와 드라마, 음악만 한 건 없었다.
현재 국내의 영화, 드라마와 엔터 계에까지 영향력이 막대한 GJ그룹의 GJ E&M처럼 자체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게 미래E&M의 설립 목적이다.
그룹 설립 초창기의 어수선함이 제법 가시고 난다면 바로 추진할 생각이다.
새로이 합류하게 된 드림비전은 정혜련이 제안한 대로 사명을 넥스트로 바꾸었다.
시운과 한진형, 정혜련이 들고 있던 지분 중 40%가 미래증권으로 넘어왔다.
대가는 사천억 원.
고글이 제시한 10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한진형과 정혜련은 벼락부자가 된 것에 한동안 얼떨떨해하며 실감을 하지 못했다.
시운은 그들보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가장 많은 주식을 내려놓고, 최대 주주 자리를 미래증권에 양보했다.
지분 거래를 마쳤을 때, 넥스트의 지분 구조는 미래증권 40%, 현시운 28%, 한진형 22%, 정혜련 10%로 바뀌었다.
한진형은 넥스트의 대표이사를 계속 연임하였고, 현재 리얼 월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대단위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갖출 부지를 선정 중이다.
몇 곳이 후보지로 올라왔는데, 그중 춘천이 가장 유력했다.
그렇게 미래 그룹은 외형을 하나씩 갖춰나갔다.
* * *
현시운은 신사옥 15층의 집무실에서 창 밖을 바라봤다.
창가 앞에 자리한 넓은 책상 위에는 새로운 명패가 떡하니 놓였다.
[회장 현시운]
오랜 기간 머물렀던 미래투자신탁 투자운용2팀의 부장에서 내려온 시운은 미래 그룹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스물일곱의 그룹 회장.
아마도 국내 최연소이지 않을까?
화려한 취임식도, 언론의 집중 조명도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려질 걸 미리부터 부산스럽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증권사로 거듭난 미래증권과 산하 계열사 대부분이 이미 유명한 편이라 홍보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강하민은 시운의 그런 결정에 못내 아쉬워했지만, 별 말 없이 뜻을 따랐다.
미래 그룹을 구성하는 기업은 총 아홉 곳이다.
우선, 그룹의 지주회사인 미래증권.
다른 계열사의 최대 주주로 강력한 지배력을 지녔다.
나머지 여덟 곳은 바로,
미래전자(구 진성전자).
미래화학(구 우송).
미래의료기기(구 디젠).
미래제약(구 광진제약).
미래E&M과 산하 회사인, 블루드래곤 픽처스와 빅스텝 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넥스트다.
계열회사 수가 아홉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소박한 외형이지만, 자산총액은 약 12조 원으로 재계 서열 30위 안팎이다.
"거기에 스피어, 블레스, 티엔유의 자산 가치를 더하면…."
단숨에 10위권 중반까지 뛰어오른다.
물론 시운은 해외 투자법인을 미래 그룹과 관련지을 생각은 없었다.
지난번 장강리조트 지분 매입으로 세 곳 모두 장기우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또 다른 투자법인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미래증권에서 시운이 할 일은 이제 별로 없었다.
여느 국내의 증권사들처럼 평범하고 상식적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이미 회장직에 오른 그가 일선에 나서기엔 남들 시선 역시 신경이 쓰였다.
현재 미래증권의 대표이사인 강하민은 수호증권 재직 당시에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서를 개편하는 중이다.
기존의 투자운용 팀제에서 투자종목에 따른 세부화된 부서 체계를 만들었고,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배치했다.
시운이 데리고 있었던 장구용과 전민아는 대리로 승진하여 각기 주식과 해외 선물 부서로 나뉘었다.
다른 투자운용 1, 3팀의 팀장과 팀원들 역시 각각의 강점에 따라 부서 이동이 이루어졌으며 모자란 인력은 채용을 통해 충원되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밑에 직원들이 알아서 착착 움직인다.
그에 시운은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다.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하며 한가로이 보낼 생각은 없다.
시운은 앞으로 국내 회사들을 관리하면서도 해외 투자법인 수를 늘려갈 예정이다.
한 달에 여섯 장이 갱신되는 정보이용권 역시 그곳에 모두 투자할 계획.
"아직 한참 멀었지."
이왕 재벌의 길로 들어섰으니, 못해도 재계 서열 1위로 발돋움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 길에 걸리는 돌부리들은 치우면 그만이다.
어둑해져 가는 바깥.
맞은편 고층 빌딩 외벽에 불이 들어왔다.
"……."
장강이란 두 글자에 시운은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말없이 창문의 블라인드를 아래로 내렸다.
비슷한 시각.
장강 그룹 본사 17층의 어느 한 창가에서도 블라인드가 내려오더니 외부와 실내를 차단하였다.
그곳은 바로 장강 그룹 부회장실이었다.
* * *
현시운은 너른 내부를 돌아다니며, 생경한 광경에 호기심을 보였다.
2021년 4월 16일.
시운은 현재 상하이에 와 있었다.
오늘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국제 IT 박람회에 넥스트의 홍보 및 진행팀과 함께 말이다.
"바쁘실 텐데 굳이 여기까지 오실 필요는…."
함께 박람회장을 둘러보는 한진형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내용과는 달리 그는 시운이 와줘서 기쁜 얼굴이다.
"역사적인 순간이잖아요. 넥스트, 리얼 월드가 최초로 선을 보이는 자리인데요."
"그렇죠."
이런 순간이 온 것에 한진형은 감격스러운 듯 눈망울을 빛냈다.
원래라면 코로나 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최될 행사였다.
작년 말, 광진제약의 백신 개발이 없었다면 말이다.
광진제약과 네 곳의 위탁생산 업체에서 쉬지 않고 백신을 생산한 덕분에 세계 주요 도시부터 예방접종이 시작되었다.
많은 이가 백신을 맞지 못한 상황이지만, 확산은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박람회 주최 측은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계획을 변경했다.
"저기군요."
"네."
둘의 발걸음이 어느 한 부스 앞에 멈춰 섰다.
[NEXT Corporation]
[REAL WORLD]
[New and Another World]
부스 앞을 장식한 문구에 시운은 작게 웃었다.
말 그대로다.
새롭고도 다른 세계.
리얼 월드를 나타내기에 적절한 표현이다.
곧 개장할 박람회 준비에 진행 요원들은 바빴다.
"오셨어요?"
그 사이로 한 여성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넥스트의 전무이사인 정혜련이었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대신할 사람은 많았지만, 정혜련은 자식과도 같은 리얼 월드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며 넥스트 총책임자로 발 벗고 나섰다.
"준비는 잘 되는 모양입니다."
"물론이죠!"
씩씩하게 대답하는 정혜련.
넥스트의 부스가 들어선 곳은 박람회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다.
원래 주최 측에서 그곳을 자국의 IT 기업에 내어주고, 텃세처럼 한국의 넥스트 부스를 구석진 곳에 지정하려 했었다.
그걸 알고도 가만히 있을 시운이 아니다.
박람회장 배치도를 전달받은 날, 시운은 바로 미래제약을 움직여 중국에 수출할 백신 물량을 통제했다.
위탁 생산까지 한다고 해서 넉넉한 물량은 아니다.
시운의 이런 행동은 상하이 박람회 주최 측을 제대로 압박했다.
분명 협박이고, 갑질이다.
하지만, 먼저 도발한 건 중국이었다.
주최 측은 하는 수 없이 주요 자리를 넥스트에 양보했다.
부스 안은 네 칸의 칸막이로 나뉘어 각각 서버 컴퓨터와 헬멧형 접속기기 다이버로 세팅되어 있었다.
진행 요원들의 최종 테스트가 이어졌고, 개장 직전 정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우려 섞인 한진형의 말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리얼 월드는 분명 성공합니다."
시운은 확신으로 답했고.
"당연하죠!"
정혜련은 힘차게 동의했다.
이윽고 박람회가 시작되었다.
신기술을 구경하기 위해서, 혹은 투자할만한 업체는 없나 확인하러 온 이들의 발길이 회장을 휩쓸었다.
그리고….
시운과 정혜련의 장담대로 넥스트의 리얼 월드 시연은 크게 성공했다.
"어이, 거기! 새치기 하지 말라고!"
"거, 좀! 밀지 맙시다."
"아, 진짜. 줄이 줄어들 기미도 안 보이냐, 그래…."
개장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입소문을 탄 리얼 월드.
이를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의 줄은 넥스트 부스에서부터 박람회장 입구까지 길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