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90화 (90/139)

§090화 빚 청산(1)

무라카 노미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실에서 예배를 올리는 신실한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들어와 예배를 시작한 다른 신도들은 그런 노미치를 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무라카 장로님은 언제나 근면하고 성실하시네요. 하루도 일찍 나오지 않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항상 본받으려 하는데도 이 모양입니다.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입교하신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찌 저리 신앙심이 깊으신지."

자신을 찬양하는 그들의 말을 못 들은 척 노미치는 기도를 마무리했다.

'이제 슬슬 여길 접수할 때가 되었군.'

일본 혼슈 동중부 지바현의 나리타 시 외곽에 자리한 옴 교.

극락정토에서 사바세계의 가련한 중생들을 구원하고자 생불이 재림한다고 굳게 믿는 이 종교는 여타의 신흥종교 대다수가 그러하듯 사이비 색채를 띤 종교다.

이미 사이비 종교에 도가 튼 무라카 노미치는 올해 초 전 재산이라며 5천만 엔을 이곳 옴 교에 기부하고 입교했다.

상당한 기부액에 옴 교의 교주와 장로는 그를 살갑게 맞이했고, 노미치는 하루하루 신도로서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며 타의 모범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반년 만에 장로의 직책에 오른 그는 이젠 교주의 자리까지 넘본다.

아니, 애초부터 그게 입교한 최대 목적이었다.

이미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자신이 옴 교의 예언서에 나오는 생불의 재림이라고 세뇌했다.

노미치와 달리 하루가 멀다고 술과 고기, 여자를 탐하는 교주.

볼썽사납게 살까지 뒤룩뒤룩 오른 그는 알게 모르게 신도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어느새 교내에서는 노미치에 대한 신망이 교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노미치로선 이제 그 자리를 손쉽게 거머쥐기만 하면 된다.

십 인의 장로 중 여섯 명이나 자신에게 포섭된 상황이니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겐세이에게 약을 더 받아와야겠어.'

한국에 있을 때처럼 그는 아신제약으로부터 받은 약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 사람을 늘려갔다.

그랬다.

무라카 노미치라는 일본인 신분의 그는 작년 하반기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구원교 사건의 원흉, 일본으로 밀항한 구세주였다.

오늘 하루도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로 시작한 그는 경건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기도원을 나섰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몇 달 전부터 자신이 주도하여 만든 예언서 연구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다.

거기에 오는 장로와 신도는 이미 자신의 수족이나 마찬가지다.

말이 연구 모임이지, 어떻게 교주를 몰아낼지 궁리하는 작전 회의와 다르지 않았다.

시끌벅적.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사원의 입구가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내심 궁금했지만, 평소의 루틴대로 걸음을 재촉했다.

근데 입구를 통해 들어선 건장한 남성들이 구세주를 알아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음?"

구세주의 앞길을 막아서는 그들.

맨 앞에 선 마흔 중반의 사내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어 앞으로 내밀었다.

경찰 신분증이다.

"경시청에서 나왔습니다."

뒤에 섰던 남성들이 옆으로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구세주를 포위했다.

"무슨 일로…."

"무라카 노미치 씨,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구세주의 확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의 남성에게 지시를 내렸다.

"체포해."

"네!"

우르르 달려든 사복 경찰들이 삽시간에 구세주를 제압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수갑까지 채우려 하자 구세주는 소리 높여 외쳤다.

"대체 신성한 사원에서 이게 뭐 하는 짓들입니까!"

자신의 신분이 탄로났을 거로 짐작한 그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목을 끌었다.

과반수 장로와 신도들의 지지를 받는 구세주다.

마침 사원 앞마당은 아침 예배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그들을 이용해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한다.

사원으로 난입한 경찰들에게 줄곧 시선을 주던 신도들은 구세주가 붙들리자,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쌌다.

그들 손에는 몽둥이와 빗자루, 돌멩이 등 무기로 삼을만한 것들이 들려 있었다.

간격을 좁혀오는 신도 무리에 중년 사내를 제외한 경찰들이 긴장하며 품 안의 권총 손잡이로 손을 옮겼다.

"다들 멈추시오!"

중년 사내의 외침에도 신도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몽둥이와 빗자루를 뻗으며 경찰을 위협했다.

당장 구세주를 놔주라는 아우성에 중년 사내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자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어서 무라카 장로님을 풀어주지 못해!"

"진짜 무라카 노미치는 3년 전에 죽었어요!"

한 신도의 으름장에 중년 사내가 대꾸하듯 소리쳤다.

그 말에 구세주의 지지자들이 잠깐 술렁였지만, 이내 쌍심지를 올리며 외쳐댔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여기 버젓이 살아있는 무라카 장로가 어떻게 3년 전에 죽었다는 거야!"

"우릴 기만하려는 수작입니다. 정부의 개 말을 들을 필요가 있겠소? 형제자매들이여, 현혹되지 마시오!"

이미 구세주를 세상을 구하러 온 부처라 여기는 독실한 신도 몇몇은 극렬하게 반응했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속으로 신도들을 욕하며 중년 사내는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펼쳐 들었다.

컬러 프린터로 인쇄한 한 장의 이미지였는데, 거기엔 과거 구원교의 교주 시절 법의를 걸치고 오만하게 선 구세주의 상반신이 찍혀있었다.

"이자는 여러분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무라카 노미치가 아닌 구세주라는 이름의 한국인으로, 작년 10월 사기 및 마약밀매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범죄자란 말입니다!"

그 말마저 거짓으로 매도하려고 했던 지지자들은 무심결에 이미지를 보고는 경악에 어린 눈으로 구세주를 바라봤다.

"마, 말도 안 돼!"

"아닐 거야. 생불이 어찌하여…."

분위기가 급속도로 자신에게서 돌아서려고 하자, 구세주는 발악하듯 소리 질렀다.

"이건 모함입니다! 전 오사카에서 나고 자란 순수 일본인이요. 이자들은 우리 옴 교를 탄압하고자 가짜 이미지를 합성하여 장로인 날 구속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고성에 다시 눈에 분기를 채우는 지지자들.

"닥치지 못해, 조선인!"

극우 성향의 경찰 한 명이 짜증스럽다는 듯 구세주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아악! 씨발!"

저도 모르게 나온 욕설.

"……."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히 식어갔다.

구세주는 뒤늦게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하필이면 한국말로 욕을 해버린 거다.

"아, 이건…."

"이제 알겠습니까? 이자는 한국인이 확실합니다!"

미처 변명해보기도 전에 중년 사내가 선언하듯 소리를 질렀고,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향한 호의 가득한 신도들의 시선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정말 한국 사람?"

"우릴 여태껏 속였다고?"

"감히! 조선인 따위가!"

화가 난 신도 한 명이 손에 든 돌멩이를 던졌고, 정확히 구세주의 이마를 맞췄다.

"우릴 모욕한 저 조선인을 죽여라!"

"죽여! 죽여!"

신앙심과 별개로 날 때부터 일본인인 그들은 한국인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교육받으며 자랐다.

그런 저변에 깔린 선민의식은 열등한 한국인에게 그동안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불길 같은 분노로 타올랐다.

"다들 용의자 보호해! 바로 빠져나간다."

맞아죽을 위기에 봉착한 구세주는 의도한 바와 다르게 일본 경찰들의 보호 속에서 옴 교 사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까 맞은 돌멩이로 구세주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지만, 그 누구도 치료하려 하지 않았다.

범죄자, 그것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다들 그의 부상을 외면했다.

그렇게 잡힌 구세주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비행기에 실려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법적으로 아무 이상 없는, 완전무결한 신분을 얻었다고 믿었었던 구세주로선 어떻게 자신의 행적이 들통난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아신제약의 아소다 겐세이가 밀고했을 리 없다.

잘못하다간 자신의 죄상까지 낱낱이 밝혀질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 도대체 누가?

혹시나 자신을 알아볼 이가 있을까 봐 외출할 때도 얼마나 신경을 썼었는데….

구세주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서울 강남경찰서 광역수사대에 인계되어 조사실로 향했다.

"……."

풀리지 않는 의문에 구세주는 망연자실해 했다.

* * *

[작년, 구원교 마약 선교 사건의 주범 구세주. 어제 오전 8시경 일본에서 검거!]

[신출귀몰 구세주, 그가 몸을 숨긴 곳이 일본의 한 사이비 종교단체로 밝혀져 충격!]

[신병 인도를 받은 강남경찰서 광역수사대, 내일 오후 2시경 사건 브리핑 예정]

현시운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했다.

급한 업무와 결재 건은 모두 끝낸 상황.

한가롭게 구세주 검거에 관한 기사를 살펴보는 시운의 입가로 옅은 웃음이 걸렸다.

"이 사람도 평범한 인물은 아니네."

이 땅에서도 모두를 속이며 살았던 그가 일본으로 밀항하고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다니.

그것도 비슷한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말이다.

1년 전, 지금의 미래제약 전신인 광진제약의 코로나 19 백신 생산을 막으려고 테러를 사주한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동안은 국내와 인터폴의 수사력을 믿고 가만히 내버려 뒀었다.

언젠가 잡히겠지 싶어서.

근데 1년이 다 지나도록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고, 이번 일본의 새로운 총리 취임에 맞춰 지난 빚을 갚아주려 하던 차에 구세주의 징벌도 함께 진행했다.

대포폰을 통해 구세주의 행방을 강남경찰서에 신고했고, 그 결과는 지금과 같다.

"조금은 아깝네."

이번 일에 정보 이용권을 한 장 사용했다.

한동안 아껴 쓰다 보니 다시 잔여 장수는 열 장을 넘어섰지만, 장당 10억 원의 가치를 지녔기에 아까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틱- 티딕!

시운은 마우스를 움직여 다른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클릭했다.

[일본 새로운 내각 구성]

[지난 2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제1당 민주자유당의 압승으로 이어져]

[코로나 19 대응과 올림픽 개최 실패로 책임론을 피하지 못한 전 총리 하야시, 연임 실패]

[하야시 전 총리 비리에 대한 고소·고발 빗발쳐. 일본 사법부 금일부터 수사 착수]

[정계 복귀에 성공한 하베 신이치 총리. 전 총리의 실정 성토하며 신 일본론 주창!]

대다수의 사람이 2021년 9월에 돌아오는 중의원 선거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상적인 시기에 치러질 거로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하야시가 지병으로 사임한 하베를 대신해 임시로 총리에 올랐다는 인식이 강해 섣부른 의회 해체를 감행할 리 없다고 세인들은 여겼다.

근데 이게 웬걸?

중의원 선거를 80여 일 앞둔 지난 8월 초순경 하야시 총리는 돌연 의회 해체를 선언했다.

내각불신임 결의에 맞설 권한으로 총리에게 주어진 의회 해산권이 발동되어 기존 중의원 임기가 조기 종료되었고, 선거법에 따라 40일 이내에 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기사에 나온 것처럼 민주자유당의 승리.

원래라면 하야시 총리의 재임이 성공해야 하지만, 민자당 내에서의 국정 책임론이 대두되며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지난 1년간 코로나 19 대응에도 실패했고, 한국과의 무역 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해 국내 경기만 더욱 나빠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쿄올림픽.

도쿄올림픽 개최가 무산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백신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그 혜택이 전 세계인 모두에게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위탁 생산으로 밤낮없이 생산하지만, 아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개최를 1년 연기한 도쿄올림픽의 2021년 진행 역시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또 1년 미뤄서 개최하기엔 2024년 열릴 파리올림픽의 일정에까지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인 로비에도 불구하고 IOC 위원들의 과반수 찬성으로 도쿄올림픽은 잠정 취소되었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준비 사업 등으로 2천억 엔이 넘는 세금을 탕진한 책임은 결국 하야시 총리에게로 돌아갔다.

원인을 따지자면 잘못은 하베 신이치에게 있다.

도쿄올림픽 추진과 준비 모두 그의 임기 내에 벌어진 일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한 그는 1년 전, 지병을 핑계로 총리직을 사임함으로써 책임을 피했다.

하야시 처지에서는 무척 억울할 만도 하건만, 그는 선선히 자신의 실정을 인정하며 정계를 은퇴했다.

8월 초의 의회 해산부터 하야시가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 것까지, 모두 하베 신이치의 성공적인 정계 복귀를 위한 노림수였다고 야당 의원들이 핏대를 올리며 주장했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를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오로지 하야시 전 총리의 실정만을 부각하였고, 신 일본론을 들고나온 하베 신이치를 경배하기 바빴다.

외신들 모두 말로만 민주주의 국가라고 떠드는 이런 일본의 행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 일본론…."

하베 신이치가 총리에 오르며 취임사에 언급한 공약.

말이 신 일본이지, 실상 내용은 코로나 19 범유행 사태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었다.

대한민국과의 무역 분쟁은 더 확대하고, 국내 내수 경기를 국책 사업 등으로 부양하며, 무엇보다 오랜 염원인 자위대의 군대화.

하베는 현재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조장을 강조하며, 그 야욕 어린 총구가 언제 자국을 향할지 모른다고 소리 높였다.

안보를 위해서라도 군대를 창설하여 앞으로 다가올 국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극우 단체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실제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2023년에 일본은 그토록 바라던 군대를 창설한다.

평화 헌법이 공표된 1946년 이후 77년 만의 일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의 로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간접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일본은 애초 중국의 군비증강을 경계한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사사건건 대한민국을 걸고넘어졌다.

자위대 시절보다 더욱 빈번하게 영해를 침범해 독도 인근 해상에서 군사 훈련을 벌였고, 한때는 양국 해군의 함포가 서로를 겨눈 채 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리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게 해야지."

작년에 진 빚을 아신제약에 갚는 김에 하베 신이치도 함께 쳐낼 생각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그래서 자신의 사업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니까.

정계 복귀에 한창 들떠있을 지금이 적기다.

시운은 예전에 유레카를 통해 내려받아 뒀었던 자료를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을 눌렀다.

수신자는 포크레인 흥신소의 사장, 정민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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