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재벌 참교육-98화 (98/139)

§098화 인도네시아(1)

입국 수속을 마친 현시운은 수행비서인 강철완과 함께 짐을 챙겨 입국장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보스! 여기에요!"

익숙한 음성에 시운의 고개가 돌아갔다.

거기에는 이번 인도네시아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한 헬렌 리우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과거 신진 그룹의 계열사였던 신진자원개발은 천우자원개발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는 티엔유가 42%의 지분을 쥐고 있는 명실상부 종속기업이 되었다.

보르네오섬의 고속도로 사업과 함께 광산 개발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상에 그녀도 참여한 것이다.

현지에서 고용한 통역관과 경호원들도 그녀의 일행과 함께 모여 있었다.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입니다. 미스 리우. 잘 지내셨죠?"

"그럼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헬렌의 옆에는 그녀의 비서인 장지옌도 함께 있었다.

시운은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대번에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하곤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습니다. 장지옌 비서…, 맞으시죠?"

"아, 네! 현시운 회장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치 유명인사라도 영접하는 듯 앳된 외모의 장지옌은 얼굴을 조금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시운은 헬렌의 옆에 딱 붙어서서 주변을 경계하는 건장한 사내에게도 눈길을 돌렸다.

"근데 이분은 누구신지?"

시운의 물음에 헬렌은 작게 웃으며 답했다.

"제 개인 경호원입니다."

"개인 경호원이요?"

"네. 아무래도 지난번 일도 있다 보니…."

신진 그룹에서 주도한 납치 사건은 그녀로서도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날 리 없다고 여겼던,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을 직접 겪었다.

한동안 불안증세에 시달렸던 그녀는 결국 몸과 마음의 안전을 위해 사설 경호원을 고용했다.

헬렌의 사정을 잘 아는 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잘했다고 답했다.

"이분은 보스의 경호원인가요? 덩위안보다 체격이 좋으시네요. 든든하시겠어요."

강철완을 보며 한 헬렌의 말에 옆의 경호원이 두 눈을 치켜떴다.

덩위안은 헬렌의 개인 경호원 이름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지 그 말을 알아들은 덩위안은 강철완을 매섭게 노려봤다.

자신보다 체격이 좋다는 말이 마치 본인의 실력이 그보다 못하다는 말처럼 느껴진 까닭이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강철완은 둘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었는데, 웬 동양인 사내가 자신을 째려보자 영문을 모르면서도 눈을 마주 부라렸다.

"아뇨. 제 수행비서입니다."

물론 경호원의 역할로 권재환이 붙여준 것이긴 하지만, 원래의 직분은 수행비서가 맞으니까.

"아! 제가 실수를 했네요. 반가워요. 헬렌 리우입니다."

"아, 아…. 나, 나이스 투 미, 미트 유. 아, 아임 철완 강."

"……?"

수행비서라기에 자신의 비서인 장지옌처럼 영어는 능통하게 사용하는 줄 알고 인사를 건넸던 헬렌이다.

그런데 당황스러워하며 더듬더듬 답하는 강철완의 반응.

이에 헬렌은 어리둥절해 하며 시운을 바라봤다.

"음…. 영어는 지금 배우는 중입니다."

시운은 강철완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수행비서라면서요?"

이해되지 않는다는 헬렌의 말에 시운은 픽 웃으며 대답했다.

"국내 한정입니다. 인사도 다 끝난 것 같은데, 그만 이동할까요?"

"아, 네…."

시운의 말에 헬렌은 일행과 현지에서 고용한 이들을 이끌고 공항 밖으로 향했다.

"푸훕!"

"?!"

헬렌의 경호원, 덩위안은 강철완이 수행비서면서도 영어를 못 하는 걸 알자 대놓고 비웃었다.

경호원도 아닌 그에게 괜히 호승심을 일으킨 자신을 나무라면서 말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향한 덩위안의 조롱을 강철완은 귀신같이 알아챘다.

그는 자신을 힐끗 쳐다보며 웃음을 짓는 덩위안을 매섭게 노려봤다.

조만간 손을 한번 봐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 * *

렌트한 SUV 차량 두 대에 나눠 탄 현시운과 헬렌 리우 일행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을 빠져나와 자카르타 시내로 향했다.

이틀 일정으로 미리 숙박을 예약한 아디카르야 자카르타 호텔에 도착한 일행들은 저녁 전까지 여독도 풀 겸 각자 알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차피 인도네시아 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은 내일 오후로 예정되어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강 비서, 같이 사우나나 갈까요?"

"아! 그게…. 죄송하지만, 개인적인 볼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개인적인 볼일?

처음 와본 인도네시아에서?

말도 안 통할 텐데….

"음, 알겠습니다. 볼일 보세요."

미심쩍긴 했지만, 급한 일이 있겠지 싶었다.

시운은 혼자서 호텔 사우나를 즐겼다.

확실히 겨울인 대한민국보다 적도 인근의 인도네시아는 낮이 길었다.

오후 7시를 넘어섰는데도 한국의 한여름 때처럼 해가 아직도 하늘에 걸려있다.

물론 서쪽으로 몸을 뉘는 중이지만.

붉게 타오르는 이국의 노을은 또 다른 정취를 맛보게 했다.

예약한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호텔 라운지로 향한 시운.

자리에는 이미 헬렌과 장지옌, 강철완이 도착해있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시운의 사과에 헬렌은 손을 내저었다.

"아뇨. 저희가 일찍 온 겁니다. 근데…, 보스?"

"네?"

헬렌은 조심스럽게 강철완을 쓱 훔쳐보더니 나직이 물었다.

"이분…, 수행비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만, 그건 왜 묻는 거죠?"

"…아닙니다."

시운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헬렌의 표정이 어둡다.

옆을 보니 장지옌 역시 비슷한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헬렌의 개인 경호원이 보이질 않네요?"

그 말에 두 여성은 살짝 움찔하는 표정이다.

"별로 식욕이 없다고 하더군요."

"……."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심스럽게 강철완을 훔쳐보는 헬렌과 장지옌의 시선.

방금의 난데없는 질문 또한 그러했고.

게다가….

"강 비서.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까부터 그의 표정이 싱글벙글한다.

"네!"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

아까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고 그랬었나?

지금 이곳의 분위기상 그 볼일에 헬렌의 경호원인 덩위안이 관련되었을 거란 강한 의심이 들었다.

"무슨 좋은 일이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는군요."

추궁하듯 묻자, 강철완은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별건 아니고, 그냥…."

"그냥?"

"…덩위안이라는 친구와 가볍게 스파링을 했습니다."

스파링?!

"무도인들끼리 만나면 간혹 서로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대련 정도라고 보시면…."

"……."

"별로 안 때렸어요. 그냥 한두 대 정도…."

그 한두 대의 결과를 시운은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다.

* * *

"…미안합니다. 제 수행비서 때문에."

현시운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어제와 달리 덩위안은 새카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보였다.

선글라스로도 가리지 못한 눈 주변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음을.

그것도 양쪽 다 말이다.

"아닙니다. 서로 합의하고 가볍게 대련한 것뿐입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네."

어떤 형식의 가벼운 대련이었기에 두 눈두덩이가 멍이 들었는지 의아했지만, 본인이 그렇다는데야.

제대로 혼쭐이 나서인지 어제 공항에서와 달리 강철완에게 깍듯하게 행동하는 덩위안이다.

말이 통하지 않을 텐데, 제스처로 서로 소통하는 둘의 모습.

그걸 잠시 지켜보던 시운은 이내 신경을 끊었다.

당사자들이 문제없다는데 더 참견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시운과 일행은 약속한 시각에 맞춰 차에 올랐다.

출발한 차량은 인도네시아 독립기념탑인 모나스 타워 북쪽에 있는 정부 기관의 관공서에 도착했다.

대통령궁의 오른쪽에 있는 고층의 건물이었다.

통역관을 통해 입구에서 용건을 밝힌 시운과 헬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미팅룸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고위 공직자와 대면하는 자리이다 보니 통역을 제외한 이들은 밖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약속 시각이 다 되어가고, 시운과 헬렌은 문만 쳐다봤다.

시운은 이번 인도네시아 사업 계약에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거 코로나 19 범유행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시운은 인도네시아에 진단키트를 기부했었다.

백신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도 일정량의 기부와 함께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는 순서를 앞당겨주기까지 했다.

충분히 좋은 인상을 심어줬을 거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그토록 바라는 수도 이전 사업을 더욱 앞당겨 진행할 수 있게 자금지원책도 마련해왔다.

물론 그 자금지원책을 협상의 카드로 삼아 고속도로 건설과 광산 개발 권리를 따내려는 거였지만.

이젠 협상만이 남았을 뿐이다.

"……."

시운은 무심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봤다.

오후 2시 9분.

이미 약속 시각인 2시가 지나 있었다.

"원래 이곳 현지인들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인가요?"

"아, 네. 뭐, 조금씩은 늦는 편입니다."

약간 불쾌하다는 헬렌의 물음에 통역관은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타지역보다 비교적 게으르고 시간 개념이 다소 느슨하다는 걸 들어본바 있는 시운은 차분히 기다렸다.

그렇게 초침과 분침이 열심히 돌아가고, 어느덧….

오후 2시 40분을 넘어섰다.

"보스. 이거 아무래도?"

"음…."

헬렌의 짐작에 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늦는 모양입니다."

"역시 그런 거겠죠?"

"네. 아쉽게도 말이죠."

시운은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헬렌은 분기를 얼굴 가득 드러냈다.

이번 협상은 인도네시아 측에서 더욱더 바라마지 않는 일이어야 했다.

"……."

둘에게 고용된 통역관은 중간자 입장에서 곤란한 듯 둘을 훔쳐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어느덧 기다린 지 한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그제야 닫힌 문이 열리며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세 사람이 등장했다.

하나같이 전통모자인 송콕을 머리에 쓴 그들은 거만한 태도로 시운과 헬렌을 쳐다보더니 맞은편 자리에 가서 앉았다.

"───────."

"───."

"───."

좌측의 배가 남산만 하게 튀어나온 중년의 남성부터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모양이다.

"아, 저 이분들은 왼쪽부터 인도네시아의…."

시운의 추측이 맞았다.

통역관이 그들의 말을 번역해서 들려줬다.

왼쪽의 배불뚝이부터 중앙의 홀쭉이와 맨 오른쪽의 험상궂은 남성까지.

국가개발기획부 장관,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그리고 교통부 장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모두 시운이 제안하고자 하는 고속도로 건설과 광산 개발에 관련된 부처의 장들이다.

이들만 설득시킨다면 인도네시아의 사업이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온 미래 그룹 회장 현시운입니다. 그리고 여기 숙녀분은 대만의 투자법인인 티엔유의 헬렌 리우 대표입니다."

통역관이 그대로 말을 옮겼다.

하지만, 셋의 반응은 퉁명스러움 그 자체.

수도 이전과 함께 보르네오섬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이들이 반겨야 할 일임이 분명할 텐데도 이런 태도라는 게 시운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옆을 슬쩍 바라보니 헬렌 역시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태도에 불쾌한 듯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기다렸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그들과의 미팅은 불과 십 분 만에 끝이 나버렸다.

이미 이메일로 관련 자료들을 전달한 상황이지만, 자세한 설명을 위해 준비해온 서류를 꺼내려는데 배불뚝이 국가개발기획부 장관이 다음 일정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구두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별수 없이 시운과 헬렌은 사업의 개요와 이로 인한 경제 창출 효과를 열심히 말했지만, 셋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중간에서 통역이 제대로 되지 않나 의심도 들었지만, 시운과 헬렌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대화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통역관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

대략적인 설명 이후 자세한 사업 내용을 부차적으로 말하려는 순간, 배불뚝이 장관이 손을 뻗어 뭐라고 말하더니 다른 둘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팅룸을 나가버렸다.

"……."

시운도 이때만큼은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죠?"

"저, 그게…."

헬렌의 물음에 통역관은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자신들이 바빠서 더는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내일 아침 9시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네요."

"…뭐, 저런 사람들이 다 있어!"

"……."

뭔가 이상했다.

분명 저들이 더 매달려야 하는 입장인데 말이다.

발릭파판으로의 수도 이전 사업과 보르네오섬의 고속도로 건설은 재작년 재선에 성공한 토라 위라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내걸고 있는 목표였다.

그런 그의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각 부처 장관들이 저런 태도를 보인다?

"혹시…."

"네?"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지나가는 투로 말한 거라도 상관없습니다."

"……."

금세 어두워지는 통역관의 표정에서 시운은 무언가 있다고 확신했다.

"다른 게 아니라…."

"네, 말해봐요."

"그게…. 장관 중 한 명이 나가면서 투덜댄 건데 말입니다."

뜸을 들이는 통역의 말에 시운과 헬렌은 몹시 궁금하다는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성의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 그렇게 말하는 걸 얼핏 들었습니다."

"……."

"……."

통역관은 그저 우연히 들은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장관 중 한 명이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좀 알라는 듯 큰 목소리로 문을 나서며 했던 말이다.

정확히 시운과 헬렌을 향한 노골적인 뇌물 요구였다.

"인도네시아의 부패인식지수가 분명…."

시운의 중얼거림에 헬렌이 답했다.

"29점. 2021년 7월 기준으로 98위에요."

부패가 만연한 중국이 82위라는 점으로 비추어 볼 때, 인도네시아는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시운과 헬렌도 인도네시아의 공직사회가 어느 정도 부패했다고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대통령이 2기 내각의 최우선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던 보르네오 인프라 구축에까지 그 척도를 내밀 줄은 몰랐다.

"어떡하죠?"

"…내일. 내일 다시 와서 상황을 봐야죠. 필요하다면…, 저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수밖에요."

돈을 좀 쥐여주더라도 이번 일은 성사되어야만 한다.

허사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깝다.

또한 여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놓치기도 싫었고.

결국, 시운과 헬렌은 빈손으로 호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숙박을 하루 더 연장했고, 다음날 오전 일찍 다시 호텔을 출발해 9시도 되기 전에 미팅룸에 전날처럼 앉아서 대기했다.

"……."

세 장관이 오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어제보다 더 길었다.

자그마치 한 시간 30분가량을 하는 것 없이 허비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것 같은 헬렌의 표정.

시운은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어제처럼 거만한 태도로 세 장관이 자리에 앉았고, 시운과 헬렌은 끓어오르는 속을 겨우 달래며 사업 설명을 시작하려 했다.

근데 바로 그때!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노년의 남성이 미팅룸으로 들어섰다.

"──────!!"

배불뚝이 장관의 안색이 금세 질리며 비명처럼 뭔가를 외쳤다.

그리고 그 말 중 일부는 인도네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시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였다.

누군가의 이름.

시운은 고개를 돌려 노년의 남성을 바라봤다.

한껏 사나워진 시선으로 세 장관을 노려보는 그.

시운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현 대통령인 토라 위라완,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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