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공군 창설 (2)
“먼저 금일 우리 대피소로 옮겨온 이들은…….”
성현은 장황한 말보다 간단명료한 말로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미군과 그 군속들에 대한 처우는 기존 대피소 거주민과 같음을 알렸고, 차후 미국에서 이들을 데려 갈수 있음을 전했다.
그전까지는 거주민과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록원에 있는 연구소를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신에너지 원을 개발하고, 차후 닥칠 전력난에 대비하게 됩니다. 정우현 소장님. 준비시간은 빠르면 이틀에서 길면 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미리 연구원들에게 알려 준비를 해주십시오.”
“네, 사령관님. 연구원들도 속히 연구가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정우현 소장이 성현의 말에 준비되어 있음을 말했다.
자리한 이들 중 군 수뇌부와 의장을 제외한 누구도 정확히 어떤 연구이고, 신에너지가 무엇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머지않은 시일에 닥칠 전력난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는 데에 한뜻으로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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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외부에서 최대한의 물자를 확보할 방침입니다. 혹시 배식량을 줄일 계획이었다면, 그럴 필요 없으니 현재 기준을 지키면서 급식 식단을 유지하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성현의 말은 근린복지본부장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라, 대답이 시원했다.
“마지막으로 장기 플랜을 만들어 종국에는 지상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선행해야 될 과제가 많고, 분명 어려움이 닥칠 때도 있을 겁니다.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됩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다시 열어봅시다. 오늘 회의는 이상 마치겠습니다. 군 지휘관을 제외한 분들은 본연의 직무에 복귀하시고, 일과가 끝난 분들은 이만 돌아가 쉬도록 하세요.”
답답한 지하에서 벗어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세상없던 이적을 행사하는 성현의 말.
그의 능력이라면 불가능도 가능하리라 믿고 있었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성현의 말만으로도 지상에서의 생활이 그려졌음인지 모두들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었다.
* * *
성현과 군 지휘관들은 새로운 공군 창설을 두고 이야기 중이었다.
중지를 모아 대대급으로 창설하고, 한시적으로 해밀턴 중령이 비행대대를 맡기로 했다.
미군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기존의 명령체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의견을 성현이 받아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성현 아래에 공군을 지휘할 만한 역량을 가진 이가 없기도 했다.
그리고 최동원 중령이 성현 다음으로 통합 지휘관으로서 지휘체계를 확립했다.
“그리고 우리 대피소 내 조종사들도 의견을 물어 참여할 사람들은 군으로 편입시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그리할 생각이던 최동원 중령이 곧장 대답했다.
“그리고 동원이 너는 대피소 인근에서 물자 조달이 가능한 곳들 추려서 서면으로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최동원 중령에게 지시를 하고 나자 해밀턴 중령이 쭈뼛거리고 있는 게 성현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 대피소에 적응이 안 된 탓인지 어색함이 역력했다.
“해밀턴 중령, 무슨 질문 있나?”
“아-, 네. 저 혹시… 제가 알려드린 그 기체들도 다 가져오셨는가. 해서…….”
“물론!”
성현은 해밀턴 중령의 물음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뭘 가져오셨다는 겁니까?”
최 중령도 못내 궁금한지 은근히 물었다.
“랩터.”
“예? F-22 말하시는 거 맞습니까?”
성현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F-22 랩터 8대.
랩터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동원되어, 극초신성 사태와 맞물려 오산 공군기지 병참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이를 성현이 얻은 것이다.
“안 그래도 이 때문은 아니지만,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네, 말씀 하십시오.”
“대피소 인근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다부수고 상행선도 정리해야겠다. 최소 2㎞는 확보해놔. 그곳을 유사시에 활주로로 써야 할 것 같다. 미리 강성 포장도 해서 이착륙 시에 포장 안 벗겨지게 해놓고.”
또 다시 할 일을 주는 성현이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시설관리과에 전달만 하면 되는 부분이라 경계 병력만 좀 더 추가하면 될 일이었다.
“아무래도 단시일 내로는 힘들 겁니다. 하루에 차량 정리되는 거리가 150~200m 남짓 입니다. 그리고 중앙 분리대 해체와 더불어 강성포장이라면, 최소 보름에서 한 달은 걸릴 거라 보여 집니다.”
“그래? 급할 건 없으니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해나가자.”
최동원 중령의 말에 당장 F-22 스텔스기의 위용을 보고 싶던 성현은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다들 괜찮으면, 새로운 식구도 왔고 하니 저녁 먹으면서 한잔하자.”
“““넵!!!”””
모두가 하나같이 대답을 했다.
대피소의 특성상 술과 같은 기호식품은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모두 강제적인 금주를 하고 있었다.
“자식들…. 동원아, 말나온 김에 보급계에 전달해서 전 대원 오늘 한잔 할 수 있게 창고 열라고 해라. 애들도 긴장 좀 풀어줘야지.”
“넵! 알겠습니다. 모두 좋아하겠네요. 하하하.”
안 그래도 간부들만 한잔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최동원 중령은 성현의 지시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가자, 간만에 허리띠 풀고 한번 먹어보자.”
성현은 대피소에 도착 후 이런 저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이들과 회포다운 회포를 풀지 못했었다. 그간에 고생도 격려하고,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 *
성현은 대피소 인근 대단위 물류기지를 바쁘게 뛰어 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고속도로에 널린 차량들을 이용해 연구소를 요새화 할 생각이었지만,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다양한 기종들로 인해 창고에 그다지 많은 수를 넣을 수가 없었다.
수십 번 왕복한다면 채울 수야 있겠지만, 일정치 않은 크기로 인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어 방법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인근에 대단위 물류기지가 존재했고, 그곳에 있던 20피트와 40피트 빈 컨테이너를 활용하기로 했다.
물건이 적재된 컨테이너는 홀로 한 칸을 차지했지만, 빈 컨테이너는 다행히 중복해서 창고에 넣을 수 있었다.
‘합리적이지 않지만 나야 땡큐지.’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라 한들 디테일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었다.
색은 물론 외관과 이니셜 부분도 틀리지만, 창고에 중복 입고되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
창고의 매커니즘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으면서 사용자에게 상당히 편향된 편의를 제공하고 있음을 이제 파악이 된 상태다.
‘어쩌면 사물을 보는 관점이 보편적이면서도 개략적인 통념을 따른 것 같아.’
그래서 내린 결론은 창고에 입고 기준은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뭐, 복잡하게 생각할거 없잖아. 좋은 게 좋은 거니 불만은 없다.’
이해되지 않는다 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고심해본들 시간낭비일 뿐.
할 수 있는 대로 이용하고 이렇게라도 사용할 수 있는 데에 감사하면 그만이었다.
투타타타타.
대피소 공터에서 이륙한 치누크 헬기 2대가 국가 기록원 서쪽 주차장에 착륙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움직여. 1팀, 2팀 건물 확보하고 옥상에 진지 구축을 서두른다.”
호명된 팀들이 부산하게 전투채비를 갖추고, 팀장을 선두로 국가기록원 건물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1층 로비 클리어!
-2층 A서고 좀비 발견!
팀별 무전이 어지럽게 들려오고, 연이어 총성이 울렸다.
타타타탕.
연구원들을 구출할 때 미처 제거 못한 좀비들과 새로이 이곳으로 넘어온 좀비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부대원들은 착실하게 단 하나의 좀비도 놓치지 않고 완전무결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3팀 4팀은 인접 지역 소거 작전을 시작한다. 작전 완료 후. 부비트랩 매설을 서둘러라. 5팀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지원 준비해.”
성현은 헬기가 이륙한 자리에 바라쿠다 중장갑 차량 1대와 험비 3대를 꺼내 놓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토록 했다.
쿠쿵.
성현은 부대원들이 맡은바 임무를 시작하자 국가기록원 벽면에 벽돌 쌓듯 컨테이너를 쌓기 시작했다.
이미 허물어진 벽면을 메우고, 컨테이너를 둘렀다.
“이거 생각보다 적게 들어가겠네.”
건물의 넓이가 짧은 면이 90m, 긴 쪽은 150m였다. 컨테이너로 건물을 둘러싼다 해도 20피트 컨테이너 40개면 충분했다.
거기다 40피트 컨테이너를 섞게 되면 숫자는 더욱 줄어들었다.
20피트 컨테이너의 길이는 대략 5.9m정도였고, 높이는 2.4m였다. 건물 높이까지 쌓아 올려도 20피트 컨테이너만으로 400여개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두세 겹쌓아도 되겠다.”
쿵.
허공에서 튀어나온 컨테이너가 아래의 컨테이너와 만나면서 육중한 소리를 냈다.
“조금 삐뚠가?”
아래의 컨테이너와 각을 맞추기 위해 성현은 수차례 창고에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이것도 하다 보니 기술이 늘어 두 칸을 쌓을 때쯤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듯하게 쌓을 수 있었다.
“진짜 사기네.”
약 2시간에 걸친 컨테이너 쌓기를 끝낸 성현이 웅장한 성벽 같은 모습을 보고 뿌듯해했다.
컨테이너 3겹으로 만들어진 벽은 높이가 25m에 달했고, 그 폭은 7m에 이르렀다.
좀비들을 상대로 수성하는데 과할만큼 완벽한 성곽을 만들어 냈다.
-외각 3차 매설작업 완료 했습니다. 지금 복귀합니다. 이상.
마침 외각 좀비 제거를 마치고 부비트랩 매설을 끝낸 3, 4팀이 복귀 소식을 알려왔다.
“그래 수고했다. 복귀해.”
-대령님. 전 구역 안전 확보 했습니다. 옥상 진지 구축 장비 올려주시면 됩니다. 이상!
외각 팀 복귀 소식과 맡 물려 국가기록원 내의 청소 또한 완료되었음을 1팀 팀장인 최동원 중령이 보고했다.
“알겠다. 대원들 도착하면 모두 데리고 올라갈 테니 대기하고 있어.”
10여 분이 지나지 않아 외각 팀이 복귀하자 성현은 5팀과 더불어 모두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뚫려 있던 공간에 컨테이너를 채우고 틈 없이 완벽한 요새를 구축했다.
“모두 옥상으로 간다.”
성현과 3, 4, 5팀의 대원들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밟고, 옥상으로 향했다.
* * *
“대령님, 모두 완료했습니다.”
최동원 중령이 진지 구축을 끝내고, 다가와 보고했다.
“모두 고생했다.”
성현은 대원들을 노고를 치하하고, 진지로 화한 옥상을 둘러봤다.
본관 옥상 헬기 착륙장을 기준으로 건물외각에 총 6대의 경기관총이 거치되어 있었고, 중기관총 2대가 동서방향 끝에 위치했다.
그리고 사격통제장치가 덕지덕지 붙은 XK13 자동유탄발사장치 4대가 위풍 당당히 설치되어있었다.
“레이더는?”
“네, 저기 보시면 본관과 연결된 별관이 지대가 좀 더 높아 별관 옥상에 설치했습니다.”
야간에는 모두 철수할 예정이었고, 혹시 모를 침입이나 좀비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고정 레이더를 설치해놓았다.
열 감지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레이더 수신기는 반경 500m이내 크기가 1m이상인 물체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자동 추적해 대피소에 있는 상황실로 보내진다.
“내일은 첫날이기도 하니 동원이 네가 2개 팀 꾸려서 직접 인솔하고, 다음부터는 돌아가며 1개 팀만 동행해서 상주하는 걸로 해.”
“네, 대령님. 문제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연구원들이 투입되고,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다.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연구는 역시 플라즈마 융합 발전기의 완성이었다.
그리고 기존 연구도 필요하다는 정우현 소장의 요청에 따라 다른 연구도 허가한 상태였다.
다만 생명공학으로 통칭되는 제타 연구는 3개의 팀이 하던 것에서 1개 팀만 유지하도록 하고, 나머지 2개 팀은 현재 지상을 장악하고 있는 좀비에 대한 연구를 요청했다.
성현이 요구한 첫 번째 연구는 늦은 감이 없잖아 있는 2차 감염에 대한 여부였다.
좀비에게 팔을 물린 대원도 있고 자잘한 상처를 입은 대원도 있었다. 걱정과 함께 다소 위험할 수 있던 탓에 하루 이상을 격리하기도 했다. 다행이, 이상 징후는 없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되는 부분임에 틀림없었다.
‘어련히 잘하겠지.’
그 외에 좀비에 대한 연구는 전문가인 정우현 소장에게 전적으로 맡긴 상태다.
성현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보다 자율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고 좀 더 다양한 접근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터였다.
“자-, 모두 돌아간다.”
투타타타.
저공비행으로 다가오는 치누크 헬기가 어느덧 건물 상공에 도달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