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35화 (35/176)

# 35

제주도 선발대 (2)

노을이 지고 사위가 완연한 어둠에 잠긴 저녁. 우도 전역은 헬기의 로터음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성현은 총 14대의 공격 헬기 중 10대의 공격 헬기를 현재 운용 중이었다.

AH-64D 아파치 롱보우 2대, AH-64E 아파치 가디언 4대 그리고 AH-1Z 바이퍼 4대였다.

남은 바이퍼 4대는 청계산 대피소에 남겨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케 했다.

“대령님. 웨이포인트로 몰이꾼들 집결 시작했습니다.”

“알겠다.”

성현은 아파치 롱보우 부조종사 겸 무기 관제사로 뒷좌석에 탑승해있었다.

혹시나 하고 했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고, 게이머로 각성한 능력의 효용성의 광범위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패시브*

[특수]무기전문화

-모든 무기 사용가능 및 공격력 50% 증가(활성화)

공격 헬기도 무기로 인식해 스킬의 영향 아래에 있었다.

성현은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헬기의 계기판을 읽어내는 능력을 발휘 하고 있었고, 현재 헤딩(비행 방향)을 확인하고, 기압 고도를 살피며, 수평 유도볼 등을 능숙하게 살필 수 있었다.

“대령님, 몰이꾼들 순차 교차시작 했습니다. 현재 식별 번호 4호기까지 임무 완료.”

지상 50여 미터 상공에서 저공비행으로 우도 전역을 커버한 헬기들은 흩어져 있던 좀비들을 한곳으로 유인 중이었다.

성현은 자신이 탄 기체의 영향으로 좀비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교차 지점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500m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거 기대 이상인데.”

헬기의 로터 소리에 반응한 좀비들은 닫지도 않을 헬기를 쫒으며, 한곳으로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예상했지만,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효과에 상당히 고무된 성현이었다.

헬기 당 적게는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100여 마리 이상의 좀비 때를 몰아왔다.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순서대로 다음 헬기를 기다려 교대로 이탈해, 모아둔 좀비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했다.

“식별 번호 9호기 도착! 고도 120m까지 상승. 현 위치에서 호버링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헬기가 고도를 상승시킨 체 지상 120m 높이에서 멈춘 체 몰려든 좀비들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9호기! 10초 후 현 위치에서 이탈해라!”

성현은 무전을 보냄과 동시에 다기능시현기(MFD)를 통해 사격통제 레이더(FCR)를 켜고, 무기통제 패널(WPN)을 불러와 사격 모드를 선택했다.

열화상카메라에 사각형의 꽉 찬 미확인체(고정화기, 보병)가 검색되었고, 다중 목표물들을 표기했다.

표기된 목표물에 순번을 부여하고, 일정거리를 두었다.

과도한 화력이 한 점에 집중됨을 피했다.

-9호기 카피! 카운트다운. 10, 9,…… 1 제로!

9호기의 주조종사가 자체 카운트를 시작했고, 제로 카운트와 동시에 급상승하며 멀어져갔다.

‘불꽃놀이 한번 해보자.’

열화상 카메라에 잡힌 목표물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성현은 모두 락온(Rock on) 되었음을 최종 확인했다.

“파이어!”

푸화확. 푸확!

긴 섬광을 뿜으며 헬파이어 미사일 8발이 순차 발사되었다.

꽈과과광!

수 초간 비행한 첫 미사일이 밀집한 좀비들의 종심을 타격했고, 뒤이어 도착한 미사일들이 주변을 초토화 시켰다.

8㎏의 대전차고폭탄(HEAT)이 성현의 스킬의 영향을 받아 기존 화력보다 강력한 폭발을 발했다.

지면과 미사일이 만나는 순간 강렬한 불꽃과 화마가 터져 나왔고, 충격에 인근의 지면이 뒤집히며, 파편과 잔해가 주변을 휩쓸었다.

쿠구구궁.

거대한 폭음이 메아리 되어 돌아올 쯤, 성현은 사격 모드를 70mm 로켓으로 변경했다.

“파이어!”

로켓 특유의 날카로운 발사음을 내며 초당 6발 이상 도합 38발의 로켓이 창공을 가로 질렀다.

콰콰쾅!

광역 제압에 대한 파괴적인 능력을 가진 70mm로켓으로 인핸 언덕 지형은 거의 평지로 화해 버렸고, 그 위에 있던 좀비들은 흔적도 없이 산화했다.

“휘유-.”

성현은 헬기 하부의 서치라이트를 켜고 자신이 만든 지상의 현장을 보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직 흙먼지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웠지만, 당장 보이는 것만으로도 짧은 순간 얼마만큼의 화력이 투사되었는지 가늠하기엔 충분했다.

대략 일천에 가까운 좀비 떼였다.

우도 전역에 있던 좀비 대부분이 이번 한 번의 몰이로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으리라.

“모두 지정된 위치에서 웨이포인트로 진입하여, 잔여 좀비들 소탕한다.”

폭격 와중에도 운 좋게 살아남은 좀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도를 내려 넓게 포진한 헬기들을 불러들여 완전 박멸을 시작했다.

드르르륵.

30mm 체인건에서 발사된 탄환들이 지상에 기다란 불줄기를 그리며 이어졌다.

이중목적 고폭탄(M789)이 탄착 지점에서 폭발해 직격 당한 좀비는 그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성현은 끊임없이 열화상카메라로 좀비를 찾고 게임하듯 체인건을 쏴댔다.

“각 헬기는 지금부터 배정된 지역에서 작전 개시하고, 24시 까지 복귀토록 한다.”

-1호기 카피.

-3호기 카피.

성현의 무전을 받은 각 헬기에서 접수했음을 알리는 답을 했고, 할당된 지역으로 선회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아무래도 미사일은 이후로는 안 쓰는 게 좋겠다.”

성현은 공격 헬기에 사용되는 탄약들의 재고가 많지 않은 것을 보고 혼잣말을 했다.

캐릭터 창고에는 여분의 탄약과 미사일들이 있지만, 그 중 헬파이어 미사일의 경우 200여발 남짓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제 야간에 행해진 전투에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헬기만을 이용해 미사일을 사용했었다.

앞으로 추가 보급이 사실상 없을 수도 있고, 이에 최대한 사용을 줄여야 함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그리고 문뜩 레벨 옆의 경험치에 눈길이 닿았다.

“역시 경험치가 분배되고 있어. 차라리 잘 된 거겠지.”

예상대로 파티 경험치 분배는 거리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해미와 파티가 풀렸다면 오롯이 완전한 경험치가 들어와야 했지만, 이전과 같은 양의 경험치를 얻고 있었다.

성현은 극초신성 사태 발표 당시 게임에서 파티 중이었고, 강제 종료 되면서 지금의 강제 파티 상태를 만든 것은 아닐까 짐작했다.

“그나저나 이거 경험치가 깨나 짭짤한데.”

레 벨 : 1  (EXP 98.95 %)

경험치가 거의 레벨 업에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좀비도 개체별로 레벨이 달랐지만, 경험치는 큰 차이가 없었고, 평균 0.05% 정도였다.

우도에 오기 전 49%에 불과한 경험치 이었음을 감안하면 시간 대비 엄청난 양 임이 분명했다.

게임 상에서 레벨 업 당 필요 경험치가 레벨이 오를수록 1.2배 정도 상승 했다.

이를 토대로 가정 한다면 10레벨에 이르기 위해서는 5만 마리를 조금 상회하는 좀비를 잡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럼 20레벨이 되려면 33만 마리 정도고, 30레벨은 230만 마리. 이때부터는 거의 어렵다고 봐야하겠지? 제주도 공략을 하면서 할 수 있을 때 레벨도 좀 올려야겠다.”

과거 사태이전 제주도의 인구가 70만정도 인걸 감안한다면 안타깝지만, 못해도 60만 정도의 좀비들이 예상되었다.

홀로 독식은 힘들더라도 절반 정도만 자신이 잡는다면 20레벨근처 까지는 가능할거 같았다.

똑똑.

“들어와.”

“대령님, 편히 쉬셨습니까?”

두식이 성현의 방에 찾아왔다.

어제 성현과 공군들이 몰이사냥에 열중일 때 전투 부대원들과 남은 이들이 마련한 펜션에 성현과 선발팀 전원이 묵고 있었다.

사실 야간 작전을 완료하고 I-5 대피소로 이동할까도 생각했지만, 늦은 시간 터널 입구를 개방하고 다시 닫는 번거로움을 끼칠 필요가 없다 싶었다.

마침 적당한 곳을 수배해둔 탓에 괜한 수고를 하지 않았다.

해안가에 위치한 단층짜리 펜션은 신축 건물로 시설은 나름 쓸 만했고, 무엇보다 경관이 기가 막히게 좋은 자리에 위치해있었다.

“그래, 오랜만에 지상에서 잠자리라 그런지 푹 쉰 거 같다. 대원들은?”

“야간 경계를 담당했던 대원들은 좀 더 쉬도록 했고, 나머지는 모두 기상했습니다.”

전일 몰이사냥과 잔여 좀비들을 소탕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다 할 수는 없었다.

전투 부대원을 둘로 나뉘어 2인 1조로 동초를 섰고, 해가 뜨고 취침에 들어간 대원들도 있었다.

“알겠다. 모두 좀 더 쉬도록 하고, 10시 까지 집결할 수 있도록 전달해.”

“넵! 대령님.”

두식이 나가고 성현은 군 작전 지도를 펼쳤다. 낮 동안에 대원들은 크게 활동할 일이 없었지만, 성현은 따로 할 일이 좀 있었다.

“한반도 남부에만 들릴만한 곳이 10군데는 족히 되겠다.”

성현은 지도에 손가락을 짚으며, 음식점 메뉴를 고르듯 고심했다.

“가까운 곳부터 가는 게 맞겠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언제가 되었든 모두 들릴 생각이었던 탓에 선택은 쉬웠다.

* * *

양자산 I-3 대피소.

“충성! 다녀왔습니다, 중장님.”

“고생했다. 우선 보고부터 듣도록 하지.”

무력으로 I-3 대피소를 장악한 김성무 중장과 그의 신복인 신동호 대령이 이틀 만에 만나 그간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신동호 대령은 김성무 중장의 명령으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정광산 I-4 대피소를 다녀왔고,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역시! 천 소장이라면 잘해 낼 줄 알았어. 하하하.”

김성무 중장은 자신의 아래 기수이고,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은 천학운 소장이 I-4 대피소를 장악했다는 소식에 파안대소했다.

“이리되면 서울 경기 지역 5곳 중 3곳 이상이 우리 쪽 사람이란거지. 청계산 대피소는 조중한 의원이 의장이니 두말할 필요 없을 테고, 아직은 시기상조겠지만, 제주 대피소가 건재하대도 한판 붙어 볼만 하겠어.”

세상이 멸망에 가까운 지경이지만 인간의 권력욕은 그 끝이 없음을 김성무 중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병력 손실은?”

“150여 명의 병력 중 9명이 전사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어 I-4 대피소에서 치료받게 두고 왔습니다. 그 외 127명이 복귀 완료 했습니다. 초전에 피해를 입은 후에는 병사들도 기민하게 대응한 탓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좀비들에 대한 내성이 없던 상태에서 대피소를 나섰고, 첫 전투에 우왕좌왕 했던 탓에 초기에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후 전투는 큰 어려움 없이 좀비들을 상대했다.

I-3 양자산 대피소의 병력도 나름 군에서 정예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전투력 면에서 좀비에게 하등 뒤질 이유가 없었다.

“그 정도 병력 손실이라면 나쁘지 않아. 아직 우리에게 이천이 넘는 병력이 있지 않나. 그건 그렇고 돌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청계산 대피소에 좀 다녀와야겠어. 병력도 좀 더 많이 데려가고, 그곳을 경유해 1, 2 대피소까지도 이참에 확인해줘야겠네.”

죽은 병사들이나 다친 병사들에 대한 연민은 손톱의 때만큼도 존재치 않는 김성무 중장이었다.

“알겠습니다, 중장님. 준비되는 데로 즉시 출발토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믿는 건 자네 뿐이야. 오늘은 쉬도록 하고 내일 정도에는 출발 할 수 있도록 해. 우리 대피소만으로 지금 상황에서 홀로 설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네가 고생을 좀 해줘. 내 그 공은 잊지 않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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