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제주도 선발대 (3)
“영기야, 해지기 전까지 다녀올 테니 해밀턴 중령하고 할 수 있는데 까지 수색해서 남은 좀비 없나 한 번 더 훑어라.”
성현은 본격적인 제주도 좀비 소탕에 앞서 우도를 좀비 클린 지역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라 여긴 탓이기도 했고, 깔끔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어차피 남은 건 소수의 좀비라 생각했고, 지금 전력으로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여겼다.
“넵, 대령님 알겠습니다.”
성현은 김영기 중위의 힘찬 대답에 어깨를 가볍게 한번 두드려주고, 그 옆에 서 있는 해밀턴 중령을 바라봤다.
“해밀턴.”
“네, 대령님.”
“수색에 전투 헬기를 동원하되 될 수 있으면 미사일은 아끼도록 해. 건물에 좀비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면 그냥 기관포로 건물 째로 날려 버려라.”
공격 헬기에는 열화상레이더가 장착되어 있어, 건물 내부에 있는 좀비들을 외부에서 충분히 탐지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사일을 투사하지 않아도 헬기의 기관포로 어지간한 건물은 순식간에 주저앉힐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수의 전투 부대원들을 예측 불가능한 건물로 진입시켜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건물과 함께 날려버리는 게 좀 더 효율적이었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오실 때까지 마무리 하겠습니다.”
성현은 해밀턴의 대답에 미소로 화답하고, 출발 대기 중이던 바이퍼에 곧장 탑승했다.
* * *
캠프 캐럴(Camp Carroll)
경상북도 칠곡군에 위치한 주한 미군 육군의 군영이자 창고로써 군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부대이다.
제2 보병사단 예하 지원여단과 6병기 대대 등이 있는 곳이며, 과거 고엽제 매립 등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던 부대였다.
“아-, 뭐가 이리 많아.”
성현은 캠프 캐럴의 한 대형 군수품 저장 창고를 강제로 열고 들어와 입을 떡하고 벌렸다.
M1A1 아브람 탱크, M109A6 팔라딘 자체추진 곡사포, M992 탄약운반장갑차, M2A2 브래들리 탱크와 M1126 스트라이커 보병전투차, MK-19유탄발사기를 탑재한 M1025 군용 다목적차량 등 그야 말로 없는 게 없었다.
성현은 일단 넉넉한 캐릭터 창고에 전차와 탱크를 등 50여대를 챙기고, 바로 옆의 창고로 향했다.
“…….”
이동한 창고는 지상 지원 헬기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CH-47치누크 헬기, AH-64D 아파치헬기와 구급용 HH-60 블랙호크, 한국군이 운용하는 벨사의 UH-1 휴 헬기와 휴스 MD500 디펜더 헬기 등 다양한 헬기와 기종이 한데 섞여 모두 60여대나 되는 엄청난 수의 헬기들이 산재해있었다.
“어차피 미군 전체 비중으로 보면 새 발의 피겠지만.”
성현은 노후 기종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신형 공격 헬기와 치누크를 포함해 총 24대를 챙기고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
아직 들릴 창고가 많이 남아있었다.
“폭발물 저장 창고가 왜 이리 허술해.”
기지 자체가 오래되고 빈약한 건물들이 많았다.
이전 오산 공군기지보다 보안에 취약해서 수월하게 창고를 열거나 벽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보강 공사를 한 격벽의 콘크리트 벽면도 대형 해머로 부수는데 1~2분이면 족히 뚫고 들어올 수 있었다.
“미친! 이게 다 TNT 하고 컴포지션이라고? 도시하나 날릴 일 있나?”
TNT는 고성능 폭약으로써 미사일의 탄두로도 많이 쓰이며 군용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쓰이는 경우가 잦았다.
다만, 취급에는 상당히 세심한 관리를 요하는 위험한 물질로써 안전성이 떨어진다 할 수 있었다.
컴포지션 일명 C4는 오직 군사용으로 쓰이는 폭약이고, TNT와 RDX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 복합 폭약이었다.
C4가 TNT보다 안정성이 우수하고 위력 계수 또한 1.3배가량 높았다.
다행히 TNT도 불안정성으로 보관되어있지 않고, 4파운드(약1.8㎏)짜리로 고체 폭약으로 밀봉형태로 되어 있어 안정성에는 큰문제가 없어보였다.
다만 그런 폭약이 산처럼 쌓여있는 상황이다 보니 성현도 조금 떨리긴 했다.
“천천히 하자 성현아.”
성현은 캐릭터 창고에 넣어두었던 헬멧까지 쓰고 조심히 TNT 폭약이 든 밀폐용기를 뜯어 창고에 수납하기 시작했다.
TNT는 차후에도 별도의 보관은 생각하지 않았다. C4라면 몰라도 TNT는 그 무엇보다 안전한 자신의 창고에만 보관할 작정이었고, 사용이 용이하게 미리 준비하는 심정으로 창고에 입고 시켰다.
-대령님. 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우-, 놀래라.”
불현듯 들려온 무전에 깜짝 놀란 성현이었다. 자신을 태우고 온 바이퍼 공격 헬기의 주조종사가 장시간 창고에 들어갔다 모습을 보이지 않은 성현이 걱정되어 한 무전이었다.
‘이름이 헨리라 했던가?’
조종사의 이름을 떠올려 봤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별일 없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다. 엔진 시동 끄고 대기 하고 있어라.”
엄청난 양의 폭약에 정신이 팔려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그제야 전달한 성현은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장장 1시간 30여분 동안 TNT와 C4를 창고에 수납한 성현은 이후 각종 뇌관과 기폭장치 등을 모두 챙겨 넣었다.
“휴우, 이 짓을 또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많은 폭약과 무기를 챙겨 뿌듯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다. 두 번하라면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성현은 힘 빠진 다리를 재촉해 늦춰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그렇지! 이정도면…….”
바래 마지않던 공격 헬기에 장착하는 미사일과 각종 탄약들이 적재된 창고였다.
코브라나 하인드, 500MD 등의 헬기에 장착되는 2세대 미사일, 즉 유선 유도 방식의 BGM-71 토우 미사일이 900여 발에 달했다.
그리고 현재 주력 공격 헬기에 사용되는 3세대 AGM-114A 헬파이어 미사일과 AGM-114L 롱보우 레이더와 연동한 헬파이어 미사일이 각 2,000여 발에 달했다.
아파치와 바이퍼에 장착되는 3세대 파이어 앤 포겟(Fire & Forget)방식의 미사일은 타깃에 레이저를 쏘아 암호화된 반사광을 자동 추적해 공격할 수 있는 능동형 미사일을 말한다.
이 미사일의 큰 장점중 하나가 발사 전은 물론 발사 후에도 목표를 지정할 수 있다는데 있었다.
헬파이어 미사일은 지옥 끝까지 쫒아가 이름 그대로 지옥의 불 맛을 안겨준다.
“쇼핑 할 맛나네.”
긴축 재정이라 할 만큼 미사일 사용에 제한적이었는데 가뭄의 단비처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듯했다.
“흐음…. 이정도면 지금 당장 다른 곳을 들러 더 챙길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미사일을 비롯해 각종 총화기의 탄약까지 엄청난 양을 자신의 창고에 입고시키고 보니 캐릭터 창고의 칸수가 몇 개 남지 않았다.
당장 캠프 캐럴에서 가져가지도 못하는 군수 지원품과 물자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다른 곳을 찾아갈 필요성이 없어졌다.
100칸의 캐릭터 창고에 동일한 물건이라면 9,999개까지 수납이 가능해 여태 부족하다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이것도 턱없이 부족하다 느껴졌다.
“그건 좀 욕심인가? 사실 이것도 감지덕지긴 하지.”
자신이 각성한 특성 게이머가 초월적인 능력임에도 다소 과한 욕심을 부렸다 생각했다.
“오늘 쇼핑은 여기까지 하자.”
돌아갈 결심을 굳힌 성현은 밖으로 나왔다.
* * *
-전방 700m 부근, 도로 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차량들은 치워져 있고, 일부 군인들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이상!
“알겠다. 일단 접촉하지 말고 현 위치 대기. 너희들도 본대와 합류하도록 한다. 이상”
-넵. 알겠습니다. 충성.
양자산 I-3 대피소에서 출진한 병력을 인솔 중인 신동호 대령은 광주 원주 고속도로를 타고 3번 국도를 이용해, 현재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 올라 북진 중이었다.
총 350명으로 구성된 대대급 병력이었다.
기갑 전력은 도로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배제 할 수밖에 없었고, 병과는 대부분 일반 보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자란 화력은 공용화기를 최대한 챙겨 단기간에 화력을 투사할 수 있게 준비했다.
곡사화기인 60mm 박격포(㎞187) 5대와 인마 살상력이 높은 고폭탄(K207) 50발, 그리고 직사화기인 90mm 무반동총(M67) 3대와 M590 캐니스터 탄 30발을 챙겼다.
캐니스터 탄은 알루미늄 탄두에 내부는 수많은 플레쉐트(작은 화살, 다트)가 내장되어 있어 어지간한 장갑 차량은 물론 인마살상에 대한 치명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대 속보 전진.”
35㎞를 오는데 생각이상으로 시간이 지체되어 있었다. 새벽 동이 트자마자 출발해 현재 시각 오후 1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예정은 6시간 안에 I-5 청계산 대피소에 도착예정이었지만, 이동에 제약이 많은 구간이 있어 일반 행군 시간 보다 느린 8시간 이상이 걸렸다.
신동호 대령이 선두에서서 부대를 이끌며 나아가길 잠시, 전위로 삼았던 정찰 부대원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도로가 정비된 구간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차량 위를 걷고 좀비 시체들을 벗 삼아 온 길을 벗어나자 그제야 좀 살 것 같은 표정을 했다.
“흐음…….”
I-5 청계산 소속이 분명해 보이는 군인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부산해 보였다. 그 모습이 다분히 경계하는 태도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전원 전투 대비토록 한다.”
뭔가 이상한 낌새에 신동호 대령의 감각은 팽팽하게 당겨졌고, 부관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
“네? 넵. 알겠습니다.”
부관은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지시를 따르며, 속히 예하 부대에 명령을 하달했다.
“자네가 가서 말 좀 걸어봐. 김 중장님 휘하에 있다고 전하고, 그리고 이곳 I-5 대피소 조중한 의장님의 안부는 반드시 묻도록 해. 가능하다면 의장님과 통신도 요청해보고 반응을 잘 살펴봐.”
날카로운 눈매를 번뜩이며 전방을 주시하던 신동호 대령은 좋지 못한 예감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