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46화 (46/176)

# 46

양자산 토벌 (2)

I-3 양자산 대피소 3㎞ 지점.

최동원 중령이 이끄는 부대가 적들의 눈을 피해 접근해 있었다.

성현이 열어놓은 무전을 계속해서 들으며 때를 기다렸다.

김성무 중장과 적 수뇌부를 성현이 일망타진하는 순간, 그때가 작전 시작을 알리는 분수령이었다.

다행히 성현이 탄 헬기에 장치한 고출력 트랜시버(transceiver) 무선송수신기에 힘입어 무전이 끊기는 일은 없었다.

“성공했다!”

최동원 중령이 소리쳤다.

“해미양. 장갑차와 험비를 꺼낼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대규모 작전에 해미도 동참하고 있었다.

성현이 따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해미의 능력이 작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네-.”

해미가 너른 개활지 한편에 장갑차와 험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각 지정된 차량에 탑승! 신속히 이동한다.”

미리 지정된 장갑차와 험비에 부대원들이 탑승하고, 이내 진격을 시작했다.

*  *  *

도로를 경계로 인근 논밭에 소속이 다른 두 부대가 마주하고 있었다.

한쪽은 진지를 구축해 그 안에서 농성할 뜻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장갑차와 험비를 넓게 포진시켜 대치 중이었다.

-A3. HEAB 장전완료! 공격준비 완료!

-B7. HE 장전완료! 공격준비 끝!

이미 투항 권고를 수차례 했음에도 항복하는 자들이 없었다.

제아무리 적들의 최고 수뇌부가 제거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 상위 계급의 군인들이 상황 파악을 마치고 수습에 나설 수도 있었다.

더는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전차부대 공격 개시!”

드르르륵. 퉁퉁퉁.

도합 16대의 장갑차를 앞세운 최동원 중령의 부대가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꽈과광.

진지를 구축중인 적들의 머리위에서 공중 폭발탄(HEAB)이 폭발하며 진지를 초토화했다.

콰쾅!

이어 고폭탄(HE)에 직격된 엄폐물이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최전방의 적들이 순식간에 몰살을 당하며 아비규환의 시작을 알렸다.

꽈과광!

분당 300발을 쏟아내는 자동유탄 발사기가 끊임없이 철비를 선사하며 피해를 강요했다.

운이 없음인지 중군과 후방에 있던 군인들은 초전에 부대장이 죽은 탓에 제대로 된 대응 한 번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고 있었다.

“11시, 삼이공 발사!”

투투퉁.

간헐적으로 소총탄을 쏘며 저항하는 놈들의 머리위에 불벼락이 떨어졌다.

압도적인 무력은 적들의 저항 의지를 완벽하게 꺾어 놓고 있었다.

“스트라이커 부대 전진하며 압박한다.”

적들의 저항이 뜸해지자 역공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압박 전술을 펼쳤다.

쿠르르릉.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거친 엔진 음을 토해내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상부 포탑의 주포가 연신 주위를 경계하며, 언제든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여기는 이글 편대 편대장 해밀턴이다. 대피소 입구에 지대공 미사일 차량과 포대 방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상.

대피소 외각 5㎞ 상공에서 대기 중이던 해밀턴 중령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무전을 전해왔다.

“즉시 공격해서 적 미사일 차량과 포대 제압 바란다! 이상.”

-라져!

공격 허가가 떨어지고 20여초가 지나자 상공에 도합 12발의 미사일들이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슈아아악!

공기를 찢는 굉음을 내며 공대지 미사일들이 날아갔다. 흰 궤적을 그리며 양자산 대피소에 방열중인 자주포와 미사일 차량을 향해 직선으로 내려 꽂혔다.

콰콰쾅! 콰쾅!

멀리 큰 폭발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고, 화마가 크게 솟구쳤다.

-전 탄 명중! 적 전차 및 포대 완전 침묵. 안심해도 된다. 이상!

“수고했다. 이후 전투는 해밀턴 편대장의 판단에 맡긴다. 이상!”

-라져.

공군 지휘권을 해밀턴 중령에게 맡긴 최동원 중령이 고개를 돌렸다.

“넌 투항 권고 다시 시작해.”

최동원 중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동호 대령의 투항 방송이 터져 나왔다.

[시, 신동호 대령이다. 이미 김성무 중장과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죽었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투항하면 살 수 있다.]

퀭한 눈에 피골이 상접한 신동호 대령이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알린다. 신동호 대령이다. 투항해라…….]

각 차량에 달리 스피커를 통해 투항 방송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  *  *

성현이 건물 입구로 나서자 상당한 숫자의 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공격!”

엄폐도 하지 않은 수십 명의 군인들이 장교의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타타탕.

다짜고짜 총격이 가해졌지만, 성현은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부렸다.

전신을 두드리는 작은 충격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고통은커녕 손가락으로 가볍게 마사지 하는 정도의 느낌이 들뿐이다.

“쯧-.”

성현이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티팅, 팅!

공격이 먹히지 않음에도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성현의 라이트 아머와 헬멧을 계속해서 두드려댔다.

“꼭 이래야겠냐?”

가급적이면 많은 이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설득이 먹힐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사격을 하며 흥분 상태인 군인들에겐 극약 처방이 필요했다.

철컥.

성현은 K3경기관총 한 자루를 꺼내고 드럼 탄창을 결합했다.

따다다다당!

그리고 전방의 장교를 향해 집중 사격을 했다.

육체가 탄환에 관통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수십 발의 총탄을 맞은 장교의 몸통이 갈기갈기 분해되어 흩어졌다.

피 묻은 육편이 비산해 주변으로 떨어지자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군인들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러댔다.

“고, 공격해 이 새끼들아!”

사태 파악을 못한 부사관 한 명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어디를 가나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정신 나간 놈은 있기 마련이다.

타타탕.

몇 명의 병사들이 소리 지른 부사관에 동조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성현이 늘어진 총구를 다시 들었다.

조준 사격을 할 필요도 없이 자신을 공격중인 이들을 향해 난사했다.

“끄아악.”

비명이 난무하고, 성현을 공격 중이던 군인들이 피분수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때.

[알려드립니다. 김성무 중장을 비롯한 수뇌부 모두가 죽었습니다. 죽어 마땅한 놈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I-5 대피소 사령관께서 우리 모두를 해방시키기 오셨습니다. 투항하는 이들은 살려 주신다고 합니다. 장병 여러분께서는 모두 무장을 버리고 대피소 입구로 나가 투항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상황실에 남긴 제법 눈치가 있던 사병이 전체 방송을 시작했다.

그제야 겁을 집어 먹은 군인들이 살길을 찾아 도주를 시작했다.

성현은 굳이 도망가는 이들을 쫒지 않았다.

“자식이 생각보다 잘하네.”

성현은 상황실에 남겨두고 온 병사가 도망가도 어쩔 수 없다 싶었는데. 웬걸, 그런대로 설득력 있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나도 한 손 거들어야지.”

성현은 주변을 돌아보고, 창고를 열어 험비 한 대를 꺼내 탔다.

“아아-.”

운전석에 탄 성현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손에는 확성기와 연결된 마이크를 쥐었다.

그리고 서서히 넓은 공동을 돌기 시작했다.

공동 중앙에는 산더미 같은 자재와 물류들이 쌓여 있어, 외각을 돌아 투항을 권고하며 다녔다.

성현이 외각을 크게 돌 때 또 하나의 큰 터널을 발견해 들어설 때였다.

“으응?”

전방 30m 앞에 두 명의 군인이 튀어나왔다.

한 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원통 형태의 뭔가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현궁??”

푸화확!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현궁 두발이 성현이 탄 험비에 날아들었다.

콰쾅! 쾅!

순간 귀청이 얼얼할 정도의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전신을 압박하는 폭압과 파편들이 성현을 거세게 덮쳤다.

폭발의 충격으로 전면의 방탄유리가 박살이 났고, 차체가 뒤집혀 위아래가 바뀌었다.

*  *  *

작전계획을 세우고 시행 전에 라이트 아머와 헬멧의 방어력을 면밀히 테스트 해봤다.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 지근에서는 해미가 언제든지 힐을 넣기 위해 준비해 있었다.

해미의 힐 스킬은 육체의 손실이 있어도 복구할 수 있어 즉사만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라고 할 만큼 살려낼 수 있다.

성현은 그걸 믿고 시험을 강행했다.

소총탄과 경기관총은 거의 데미지가 없음을 일전에 확인했던 탓에 좀 더 강한 화력을 가지고 시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 K6중기관총, 12.7mm의 탄환은 묵직한 느낌을 성현에게 전해줬다.

고통이나 피해는 경미했지만, 한 발을 맞을 때 마다 물리력에 살짝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두 번째. K413 세역수류탄을 손에 쥐고 터트려도 봤지만, 손가락이 펴지면서 손바닥이 쩌릿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성현은 집중 화력으로는 중기관총이 좀 더 세다고 생각했다.

좀 더 강한 화력을 맞아볼 생각에 공격 헬기를 한 대 꺼냈다.

세 번째. 아파치 공격 헬기의 M230 체인건을 직접 맞아 봤다.

이륙하지 않은 채로 발사된 30mm탄환의 충격은 상당했다.

맞은 부위가 확실히 아프다는 감각이 느끼게 해주었다.

고폭탄 탄환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탄환의 물리력이 좀 더 높은 데미지를 주는 듯했다.

처음으로 한 발당 2% 내외의 HP가 소모되었다.

마지막으로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맞아보겠다고 하자 모두가 성현을 말렸다.

하지만, 성현은 끝내 강행했다.

확실히 해둘 필요도 있었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AGM-114L 롱보우 헬파이어.

성현도 긴장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양팔을 크로스해서 머리부위만은 어떻게든 다치지 않도록 방비했다.

헬파이어에 맞는 순간 연말 타종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거기다 몸은 폭발의 충격으로 20여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HP는 30% 가까이 증발했고 양팔과 가슴 부위에 큰 타박상을 입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급히 해미가 힐을 시전하고 잔소리 폭격을 해왔다.

그리고 내구도가 처음으로 크게 닳았는지 방어구가 주황빛을 띄고 있어 더 놀랬다.

미사일 정도 되는 화력은 죽지는 않겠지만, 조심해야 됨을 몸소 알게 됐다.

그랬는데 방금 두 발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하-, 놀래라. 이것들이 진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공격이었던 터라 순간 놀랬지만 미사일임을 확인했을 때도 죽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차체의 방어력이 데미지를 경감시켜 직접적인 피해는 상당히 줄어들어있었다.

쾅!

성현이 꺼꾸러진 험비의 문짝을 부수고 불구덩이에서 뛰쳐나왔다.

바닥을 크게 박차 성현은 미사일을 쏜 놈들에게 짓쳐 들어갔다.

버걱!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주먹을 내질러 미사일을 쏜 두 명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머리통이 사라지고 없는 놈들의 시신을 보니 한 놈은 대위 다른 한 놈은 중위 계급을 달고 있었다.

“또 덤빌 놈 있나?”

성현의 목소리가 쩌렁하며 주위에 울리자.

주변의 있던 군인들이 그 자리에서 총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성현이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남은 병력을 손쉽게 투항시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