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양자산 토벌 (3)
-대령님. 대피소 입구까지 적 병력 진압 완료 했습니다. 현 위치에서 투항 병력 정리 중입니다.
최동원 중령은 250여명의 지상군과 해밀턴 중령이 이끄는 공군에 힘입어, I-3 대피소 입구까지 진군해있었다.
저항 세력은 깔끔하게 일소 했고, 투항 병력 수습이 한참이었다.
“수고했다. 나도 지상으로 나가는 길이다. 잠시 후에 보자.”
-넵, 대령님. 알겠습니다.
성현은 무전을 끝내고 다시금 확성기를 손에 잡았다.
“모두 속보로 이동!”
성현은 약 300여명의 군인들을 앞세우고 뒤를 따르고 있었다.
험비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수차례 저항하는 놈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소소한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투항한 해병대 소속 원사 하나가 자진해 군인들을 설득했고, 큰 저항 없이 남은 병력 전부를 수습했다.
“단결! 고생하셨습니다.”
최동원 중령이 300여 명의 적 병력을 인솔해 온 성현을 보고 달려왔다.
“휘유- 엉망진창이네. 동원이 너도 수고했다.”
대피소 입구는 아직도 화마가 가시지 않은 장갑차와 처참하게 구겨진 전차들이 수두룩했다.
상부 장갑이 찢겨진 장갑차와 포신은 온데간데없이 날아간 전차며 온전한 것이 하나 없었다.
최동원 중령이 철저하게 적 전력을 무력화했음을 짐작케 했다.
다만, 치열했던 전투치고 사망한 이들의 시신은 주변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투항 병력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 먼저 처리했구나.’
그랬다. 당장은 투항했다 하나 적개심이 남아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고, 동료들의 시체를 보는 순간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최동원 중령도 이점을 염두에 두고 가장 먼저 처리한 게 시신 수습이었다.
투타타타.
성현이 하늘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격 헬기들이 사방을 에워싸다 시피 한 형태로 포진해 경계 중이었다.
강력한 무력으로 적들의 저항 의지를 꺾기에는 충분했다.
성현은 뭐든 예방이 중요하다 생각했고, 모자람보다 과한 게 좋다 여겼다.
“아저씨-.”
“어, 해미야. 너도 고생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에이, 저야 뭐… 어라? 아저씨 옷이 왜이래요 어디 다쳤어요?”
성현의 군복은 태반이 불에 타고 그슬려 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구멍들로 너덜거리고 있었다.
“뭐… 크게 다치진 않았다만 아직 귀가 멍멍하네.”
“에구, 조심 좀 하고 다녀요. 힐!”
해미는 잔소리를 하면서도 성현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손끝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와 성현을 감쌌다.
눈을 아리지 않으면서도 포근한 빛 무리에 주변의 시선이 한순간 모여들었다.
아군에게도 익숙하지만 신비스러운 광경이었고, 투항한 이들에게는 그저 어리둥절한 순간이었다.
10% 가량 떨어진 성현의 HP가 단숨에 가득 찼다.
“어라? 해미 너, 힐 스킬 효율이 상당히 좋아진 거 같은데.”
“아-. 스텟 안 찍고 있던 거 이번에 전부 마력에 투자했어요. 헤헤.”
“생각 좀 해본다더니 마력에 올인 했구나.”
“네. 이제 마력이 62랍니다. 이전보다 효율만 본다면 2배 이상 올랐어요.”
“그래, 잘했다.”
성현은 해미의 안전을 위해 내성을 좀 더 찍는 게 어떨까 했지만, 해미의 선택을 존중해 줬다.
“아참, 저는 줄리 때문에 먼저 돌아가 볼게요.”
“그래라. 나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오늘은 힘들 것 같다.”
“네, 아저씨. 줄리는 제가 잘 돌보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동안 또 다치거나 그러지 마세요. 알았죠?”
해미는 당부의 말을 하고 이륙 대기 중이던 헬기에 올라탔다.
성현은 해미를 배웅하고 헬기가 이륙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때지 않고 지켜봤다.
* * *
I-3 대피소 내부 대 공동.
임시 점령본부가 차려졌다.
성현을 비롯한 작전에 투입된 군 지휘관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 전투로 인한 아군 피해는 사망 7명, 부상자 21명으로 집계 되었습니다. 다행이 해미양께서 부상자는 전원 치료해 주셔서 현재 부상자는 없습니다.”
“7명이라…….”
성현은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작전을 계획하고 진행했지만, 전투는 언제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성현의 침통한 표정에 모두가 숙연해져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신 수습 잘해서 제주도에 이주하면 그곳에 안장할 수 있게 준비해라.”
“네, 대령님.”
성현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고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곳에 먼저 간 부하들을 남겨두기 싫었다.
제주도에 이주하면 그곳에 양지 바른 곳을 찾아 안장해 위령비라도 세워주고 싶었다.
“그럼 계속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총 1,179명의 투항 병력 중 부사관 이상이 245명, 일반 사병이 934명입니다. 이중 부상자는 229명입니다. 중상자가 많아 추가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망자는 어느 정도야?”
“전투 중 사망자 집계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대략 170여 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흐음, 동원아. 사병 중상자부터 본진으로 후송해서 해미에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해라. 일단은 살리고 보자.”
성현은 적으로 만나 싸웠지만, 일반 사병들에겐 죄가 없다 생각했다.
그냥 죽게 내버려두기에는 불필요한 희생이라 여겼다.
그리고 사실 한참 동생뻘인 젊은이들이 가엽기도 했다.
“네, 대령님. 그리고 투항한 사병은 모두 본진으로 옮겨서 아군 귀속 작업을 서두를 생각입니다.”
어차피 어미 잃은 새들이고 보듬어주고 이끌어주면 따르지 않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알겠다. 보내는 즉시 군 편제 확대해서 모두 분산시키도록 해. 단,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면 가담자 전원 즉결처분하도록 하고 무관용으로 처리해라.”
“네, 대령님.”
“헌데 투항병이나 사상자들 숫자가 예상했던 숫자와 차이가 큰데?”
“아마도 내부에 숨어든 놈들이 200명 남짓 될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것도 문젠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거주지로 병력 투입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방송을 통해 식사 시간외에는 통금하도록 유도하고, 모레부터 신원 확인을 시작해 저희 대피소로 이송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걸러내면 될 듯합니다. 뭐,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모두 이주시킨 후에 대피소 자체를 소거해 버리면 됩니다.”
“괜찮은 방법 같다만, 우리 대피소에 그만한 여유가 있겠어?”
“대략 4만 명까지는 무난하고, 좀 더 무리를 한다면 6만 명 까지는 가능하다는 답을 오기 전에 받았습니다.”
성현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 거렸다.
“헌데 일별 5천 이상은 한 번에 소화하기가 힘들다고 해서 조정할 생각입니다.”
“여기 양자산 거주민 수가 얼마라고 했지?”
“일반 거주민들이 약 3만 2천정도 됩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모두 수용하고도 남겠다. 그럼 거주민 이주 관련해서는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2시간 가까운 회의가 끝나고 성현과 지휘관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성현은 대피소 입구 지상에 올라 창고에서 치누크 헬기 4대를 꺼내 부상자 후송에 투입했다.
헬기를 꺼낼 때 일부로 투항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 탓에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법에 가까운 능력을 본 투항병들은 소란해 졌고, 최동원 중령과 지휘관들은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했다.
성현을 우상화해서 투항병들의 귀속화를 앞당길 요량이었다.
“서둘러!”
부상병들을 들것에 실어 헬기로 이송하느라 대피소 입구는 소란스레 졌다.
치누크 헬기가 요란한 로터 소리를 내뿜으며, 연신 이착륙을 계속했다.
치누크 헬기는 부상자를 한번에 24명을 후송했고, 각 헬기 당 3번의 왕복 끝에 부상자 전원을 후송할 수 있었다.
한번 왕복에 20여분이 소요되었고, 부상병 다음으로 일반 사병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들것들로 채워진 내부를 치우기 시작했다.
“좌석수가 모자라지만, 매트리스를 깔아둔다면 괜찮을 듯합니다. 50명 아니라 100명을 태워도 최대 이륙중량은 남아돕니다.”
치누크의 기본 좌석은 33석이지만 이를 빼버린다면 정원을 초과한 50명이상을 태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4대가 한번에 200여명을 이송하게 했다.
“그럼 저는 복귀해서 투항병들과 기존 부대원들 융합해서 군 재편을 서둘도록 하겠습니다.”
2시간 가까이 투항병 이송을 끝마치고 최동원 중령은 복귀하겠다는 뜻을 성현에게 알렸다.
“그래, 부탁하마. 그리고 해미에게는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알려주고, 틈틈이 들릴 거라고 전해줘라.”
“네, 대령님. 알겠습니다.”
성현은 최동원 중령과 이번 전투에 투입된 병력 중 절반을 돌려보내고 본인은 남은 병력을 인솔해 I-3 대피소에 남았다.
* * *
다음날.
“어떻게 구분은 잘되고 있어?”
“네, 대령님. 아주 열의를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성현은 부사관 이상의 간부들을 처리하기위해 투항병 중에서 40명을 뽑아 정보를 취합 중이었다.
쓸 사람과 버릴 놈을 구분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조사도 같이 할 생각이었다.
이 건과 관련해서 성현은 해병대 소속 임수동 원사에게 일임했다.
임수동 원사는 성현이 대피소 내에서 투항병을 받을 때 스스로 나서서 병사들을 설득한 이였다.
알아보니 군내에서도 상당히 인격적으로나 능력이 좋은 이였고, 알만한 병사들은 모두 그를 칭찬함에 거리낌이 없었다.
“가보자.”
성현은 부사관이상 간부들을 성향이나 죄질에 따라 나누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정말인가?”
“저도 일을 시작하고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성현은 임수동 원사가 건넨 파일을 보다 할 말을 잊었다.
부사관 이상 부상자 포함 245명을 구분한 명단은 생각 이상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좋음부터 시작해 4단계 아주 나쁨까지 구분한 이들 중 좋음을 받은 이는 단 7명에 불과했다.
좋음 - 7명
보통 - 22명
나쁨 - 47명
아주 나쁨 - 158명
결과지에 나쁨 이상에 속한 이들에 대한 첨부된 내용을 살펴보니 가관이었다.
상습 폭행에서부터 부녀자 강간 심지어 살인도 심심찮게 있었다.
“일단 내일부터 거주민들 이송 전에 중복 체크해라. 확인해서 맞는다면 나쁨 이상 이놈들은 이야기한데로 처리해. 그리고 중복 확인에서 나타나지 않는 놈들도 따로 구분해놓고.”
“넵! 대령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학수야. 난 잠시 내일 거주민 이송에 필요한 게 있어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잘 좀 하고 있어라.”
“넵, 대령님.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이학수 대위는 전투부대 3팀장으로 과거 성현과 같은 부대에서 함께한 동료고 후임이었다.
성격이 꼼꼼하고 철저해 성현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럼 다녀오마.”
성현이 I-3 대피소를 나와 경기도 평택으로 향했다.
대규모 수송에 필요한 좀 더 많은 대형 헬기들이 필요했고, 성현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