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49화 (49/176)

# 49

제주도 공략의 종막 (1)

“대령님,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헬기까지 도합 31,284명의 거주민들이 넘어왔습니다.”

최동원 중령이 마지막 헬기를 다시 타고 건너와 성현에게 보고했다.

“수고 많았다. 이제 마무리하고 가야지. 모두 헬기에 올라타라.”

성현의 지시에 남은 대원들과 최동원 중령까지 모두 4대의 치누크 헬기에 탑승했다.

“대피소가 잘 보이는 위치까지 한 1㎞만 이동하자.”

헬기가 고도를 높이며 I-3 대피소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대령님, 말씀하신 위치에 도달했습니다.”

조종 칸에 있던 대원 하나가 로터의 소음을 뚫고 크게 소리쳤다.

“후방 해치 열라고 하고 고도 유지하라 전해라.”

헬기가 호버링하며 후방 탑승 해치를 오픈했다.

해치가 내려지고 성현은 열린 틈으로 대피소를 내려다 봤다.

대피소 입구가 손가락 한마디 보다 작게 보인다.

“폭탄 사용량은 줄이고 화력은 극대화되고 좋네.”

제주도 몰이사냥 때와는 달리 모든 폭탄들을 하나의 단파(HF)로 묶어 단일 디바이스에 연결 했다.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꼼수였다.

성현은 손에 들린 원격 폭파 장치의 스위치에 손을 얹으며 스킬을 시전 했다.

[특수]무기기술자

-모든 무기 공격력, 속도, 범위, 명중 50% 증가 (적용 시간 10분,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일반]강타

-무기 공격력 30% 증가 (재사용 대기시간 3분)

[일반]이연격

-유효한 공격 성공시 동일한 추가타 적용 (재사용 대기시간 3분)

*패시브*

[특수]무기전문화

-모든 무기 사용가능 및 공격력 50% 증가(활성화)

[일반]마력부여

-마력 1당 1%, 공격력&스킬능력 추가상승 (15% 상승)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의 연계로 얻을 수 있는 공격력, 즉 폭발력은 복리로 가산되어진다.

1.5*1.3*1.5*1.15 는 3.36배가 된다.

거기에 더해 ‘이연격’ 스킬 발동으로 동일한 폭발이 한 번 더 있을 예정이었다.

딸칵.

꽈과광! 콰쾅!!

양자산 일대의 지반이 흔들리며,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초목이 떨리며 산새들도 놀라 높이 날아올랐다.

폭발음에 비해 외부에서 보이는 화려한 불꽃쇼는 없었다.

다만 대피소 입구에 대량의 흙먼지가 크게 솟구쳐 내부의 상황을 대변해 줬다.

쿠르릉.

산의 지반 일부가 내려앉으며 대피소 내부의 터널을 완전히 매몰 시키는 산사태가 일어났다.

차츰 흙먼지가 가시면서 입구 부근도 완전히 막혔음을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돌아가자.”

성현은 굳이 내부에 숨어든 소수의 군인들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스스로 택한 것이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 하나하나 찾을 시간에 제주도 개척을 서둘러 수천, 수만의 사람들을 구하는 게 이득이었다.

숨은 놈들은 대부분이 죄질이 안 좋은 놈들이었고, 밝혀지지 않았다 뿐이지 함께 도주한 놈들도 결코 좋은 놈들이 아니다 생각했다.

폭발의 여파로 죽든, 혹은 살아남았다 해도 얼마못가 더한 고통 속에 죽을 것이다.

성현은 후자가 되어 공포에 질려 지옥에 가길 바랄뿐이었다.

*  *  *

성현은 1-5 청계산 대피소에 돌아와 하루를 푹 쉬고 제주도로 떠날 채비를 했다.

한데 줄리가 자주 떨어져 있다 보니 이번에는 가지 말라고 때를 쓰기도 했다.

성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참을 어르고 달랜 끝에 겨우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아쉬운 점은 I-3 대피소 지도부와 일부 사병들의 악행에 종지부를 직접 찍어주지 못하는 것과 그걸 보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조사를 하다 보니 일부 사병들도 지도부의 범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놈들이 있었고, 이놈들도 모두 잡아들여 구속해 두고 있었다.

성현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기 전에 만나야할 이들을 모두 만나 보고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장님. 플라즈마 발전기는 아직 입니까?”

“하하, 안 그래도 그 때문에 보고를 하려고 찾아뵈었더니 역시나 그것부터 물어보십니다.”

성현의 물음에 정우현 소장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예, 맞습니다. 어제부로 최종 완성했고 시뮬레이션 결과는 완벽했습니다. 이제 지상에서 시험가동만이 남아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소장님.”

“헌데… 지상에서 조립을 하게 되면 다시 분해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주도 이주 후에 조립해서 시험 가동과 함께 본격 가동을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소장님이 그렇다면 그렇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플라즈마 발전기 부품들은 이곳 대피소에 미리 옮기도록 하시죠. 해미에게 이야기 하면 맡아줄 겁니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성현은 떠나기 전 희소식에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이후 안영식 의장과도 별도의 면담을 하고, 이주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 되고 있음을 밝혔다.

안영식 의장은 새로운 거주민들로 인해 어수선 했지만, 준비는 이미 충분하다며 시기가 도래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음을 전해줬다.

성현은 알아서 척척 맡긴바 일을 기대 이상으로 처리해주는 의장에게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인사를 하고 의장실을 나왔다.

“동원아. 그 쌍놈의 새끼들 잘 처리해라.”

“물론입니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놈들 모두 최종 선별이 끝나는 즉시 죗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그래,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새로 받은 대원들은 잘 융화 되고 있어?”

“네, 우려와 달리 재편된 부대에서 애들 적응 잘하고 있습니다. 어디 내놔도 한몫 단단히 할 수 있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알았다. 모두가 알아서 잘해주고 있네. 편한 마음으로 다녀오마.”

성현은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대피소를 나서 우도로 향했다.

후발대 인원은 헬기 조종사 20명과 지상군 150여 명으로 선발진보다 전체적인 규모를 더욱 키웠다.

성현은 제대로 몰아서 한 번에 해치울 생각이었다.

*  *  *

성현이 내륙을 지나 바다를 건널 시점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남해안은 본격적인 장마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가르며 날아간 헬기들이 어느덧 우도 상공에서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모두 몰이는 잘하고 있었나?”

“넵, 사령관님. 제주도 동쪽 해안인근 마을과 숲에는 그야말로 좀비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그래? 다시 흩어지지는 않았고?”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지금 서쪽은 거의 텅텅 비다시피 했고, 한라산 인근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쪽 해안에 대부분의 좀비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조나단 대위의 말에 성현은 상당히 고무되고 있었다.

자신이 시킨 일이지만 성과를 자신할 수 없었다.

그리되지 않을까 하며 요행을 바랬는데 조나단 대위의 말을 듣고 생각 이상의 효과가 있었음을 알았다.

“오는 새벽에는 나도 합세해서 확인 하도록 하지.”

성현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마지막 몰이 시기를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펜션 밖에 나와 풍속과 날씨를 확인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조금 걱정이긴 했지만, 지금 정도라면 작전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해밀턴. 모두 저녁 일찍 먹게 하고 쉬도록 조치해라. 그리고 새벽 2시에 기상해서 30분 안에 출동준비 끝마쳐라.”

“네, 사령관님.”

해밀턴은 해미의 도움으로 부상이 완쾌되어 성현과 함께 우도에 와있었다.

성현의 지시를 받은 해밀턴은 전 대원을 소집해 작전 개시 시간을 알리고 취사 준비를 서둘렀다.

*  *  *

우도에서 도합 51대의 헬기 부대가 이륙을 시작했다.

헬기들은 제주도를 크게 우회해 서쪽 해안가에서부터 저공비행으로 동진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남북의 길이가 가장 긴 곳이 30㎞ 남짓 된다.

성현의 헬기를 포함한 51대의 헬기들이 600m정도 거리를 두고, 촘촘히 그물망을 형성해 제주 상공을 누비고 있었다.

성현은 북쪽에 치우친 위치에서 그나마 인구밀집도가 높은 제주도청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정말이네. 이정도일 줄은…….”

조나단 대위의 말처럼 좀비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가뭄에 콩 나듯 간혹 보일뿐이었다.

성현이 계속해서 동진을 거듭했다.

해안에서 약 4㎞ 남짓 떨어진 만장굴 인근을 지날 때까지 극소수의 좀비들만이 헬기들을 따르고 있었다.

“이거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은데…….”

성현은 어쩌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하지,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 잠시 묻어 두었다.

어느덧 남북의 폭이 좁혀지는 지형에 들어서 해안가가 가까워질 때였다.

“헐…….”

지상에 어마어마한 수의 좀비들이 작은 능선을 넘자 보이기 시작했다.

깨알 같은 레벨 표기들이 시야 전체에 들어찼다.

“전 편대 고도 100 유지하면서 지정된 위치로 이동한다.”

-2호기 카피!

-3호기 카피!

-4호기-…….

…….

좀비들의 물결이 파도치듯 헬기들을 따라 움직였다.

성현은 자신이 계획한 작전임에도 놀라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조금 흩어져 있던 좀비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수천수만의 무리로 변해 괴성을 지르며 헬기들을 쫓아왔다.

“도대체 이게 몇 마리나 되는 거야?”

수를 헤아리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고 그리고 어찌 보면 의미가 없었다.

단 한마리도 남김없이 소거하는 게 중요할 뿐 얼마나 많은 수인지는 헤아릴 필요가 없었다.

이 모두가 성현의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로 화할 예정이었다.

-2호기 작전 지역 도착! 진입하겠습니다.

“알겠다. 이후 순서에 맞춰 진입하고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서 정위치할 수 있도록 한다.”

성현의 명령이 떨어지고 2호기부터 순차적으로 폭이 200m 정도 되는 호리병 모양의 지형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성현은 과연 이정도의 좀비 무리가 들어가기에 너무 작은 지역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차분히 기다리며, 마지막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좋아! 된다, 됐어!”

2호기부터 50호까지 작전 구역으로 진입하는 데는 모두 1시간 남짓 걸렸고, 성현이 마지막으로 호리병처럼 생긴 구역으로 좀비들을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공간은 충분했다.

“벌써 시간이?”

그리고 잠시 후 좀비들은 이전보다 더 큰 괴성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헬기의 로터 소리에 이끌려 왔던 것이 언제냐는 듯 근처의 건물이며, 숲으로 숨어들고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려 나갔다.

흐린 날씨 탓에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모두 수고 했다. 오늘 작전은 대성공이다.”

성현의 잔뜩 들뜬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전해졌다.

*  *  *

작전을 마무리 하고 귀환한 대원들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 성현은 공군을 제외한 모두를 불러 모았다.

성현은 이들을 데리고 펜션 서쪽 약 400m 떨어진 너른 개활지로 이끌었다.

“SW 221, 거리는 7420, 목표 반경 550 지역 전체를 포격 범위에 넣도록 한다.”

성현은 세부적인 작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정찬석 대위.”

“대위 정찬석!”

“너무 딱딱하게 할 것 없다. 차차 익숙해지겠지만, 좀 더 편하게 말해도 된다.”

“아닙니다!”

“이거 참-.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정찬석 대위는 I-3 대피소에서 투항한 군인이었다. 선별 과정에서 ‘좋음’을 받은 7인중 하나이기도 했다.

정찬석 대위는 성현이 대피소 점령 당시 직위 해제되어 있었는데. 그 사유가 명령 불복종에 상관 폭행이었다.

사유만 본다면 눈여겨 볼 것도 없었지만, 경우가 그러고도 남을 만했다.

상관이던 소령의 파렴치한 행동에 제동을 걸다 끝내 폭행까지 한 거다.

원래 남다른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었고, 좀 고지식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배려심 깊은 인물로 소문이 자자한 이였다.

“작전 내용 모두 숙지했지?”

“넵, 사령관님.”

“알겠다. 혹 실수 있으면 안 되니 미리 부대원들 연습도 좀 시키고 있어라. 여기 지도를 보면 2.3㎞ 부근에 돌섬이 하나 있다. 그곳을 표적지로 삼으면 될 거 같아.”

“넵, 알겠습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임무 수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겠습니다.”

“그래그래. 다 좋은데 힘 좀 빼고 하자.”

“아닙니다. 언제든 적의 도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긴장은 필수 입니다. 신속한 태세 전환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천상 군인이었다.

성현도 이런 군인 한둘은 있어도 좋다는 생각에 더는 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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