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제주도 공략의 종막 (2)
성현은 휴식 없이 홀로 헬기를 타고 제주도에 와있었다.
좀비들을 몰아넣을 최종 작전 지역으로 선택된 장소였다.
이곳은 제주도 내지와 연결된 호리병 형태의 지형으로 전체 면적이 70만m²에 달했다.
내지와 연결되는 길은 폭과 길이가 모두 200여 미터.
길목만 막는다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이라 그야말로 몰이 장소로는 최고의 입지를 가진 장소였다.
다만…….
“모두 날려버리기엔 건물들이 너무 아깝기는 한데…….”
막상 자신의 손으로 없애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 동양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인 제주 아쿠아플라넷이 있었다.
성현이 보기에도 디자인이 독창적이면서 상당히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사람부터 살고 봐야지.”
아쉽지만 도리 없었다.
현재 이보다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진 장소는 찾기 어려웠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건물 때문에 좀비 소탕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이나 하자.”
성현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내지와 통하는 길목부터 촘촘한 간격으로 폭탄을 매설하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에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폭탄을 소비할 생각이어서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TNT 42톤, 컴포지션C4 35톤 총 77톤이나 되는 양이었다.
여기에 성현의 스킬이 합해진다면, 대략 258톤 규모의 대폭발이 가능해진다.
C4의 위력계수가 1.34임을 감안하면 좀 더 강력한 폭발이 예상되었다.
전술 핵폭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 한들 어지간한 현대전에서 조차 보기 힘든 파괴적인 모습이 될 터였다.
건물에 점토와 비슷한 C4 폭탄을 덕지덕지 부착하고, 뇌관과 원격 기폭장치를 달아두었다.
한번에 50㎏에서 많게는 100㎏에 이르는 폭탄을 지형과 형태에 따라 매설하고 부착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시작한 작업은 정오를 지나 오후 3시경이 다되어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휘유-.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네.”
성현은 마지막 폭탄을 매설하고 허리를 쭉 펴며, 중얼댔다.
일을 끝냈다는 뿌듯한 기분에 한껏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다 문뜩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건물의 깨어진 유리창 넘어 보이는 좀비들에게 시선이 멈춰있었다.
“기본 레벨들이 상당히 높아졌어. 9레벨도 보이고, 도대체 레벨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가 뭐야?”
점차 높아지는 좀비들의 레벨에 불안과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정우현 소장에게 자신과 해미만이 볼 수 있는 좀비의 레벨에 대한 부분을 알리고 자문을 구했지만, 아직 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생물학적 한계는 틀림없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를 기점으로 퇴화, 또는 특정되지 않은 2차 변화가 있지 않을까 추정할 뿐이었다.
현재도 성현이 아닌 이들의 소총탄에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는 좀비들이었다.
아직까지 화력을 집중하면 소총탄으로도 죽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소총탄 정도로 피해를 주지 못하는 날이 올수도 있었다.
“설마 그 정도 까지는… 기우겠지.”
성현은 쓸데없는 걱정이라 치부했지만, 앞날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 * *
폭탄 매설을 마친 성현은 우도로 가지 않고 내륙으로 향했다.
좀비들을 몰아와 폭탄으로 몰살 시킬 생각이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처음 제주도에서 행한 몰이보다 수십 배 규모였고, 그만큼 방대한 지역에서 행해질 예정이었다.
더군다나 현재 좀비들의 레벨은 높아져 생존능력 또한 강해졌다 할 수 있었다.
부상을 입은 좀비들이 자연사할 가능성은 없다시피 했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성현은 최소 절반 이상의 좀비들이 폭발에서 살아남을 것에 대비해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했다.
일부는 전투 헬기로 처리할 수 있겠지만, 역할을 한정지었다. 내지로 통하는 길목 차단만을 목적으로 쓸 생각이었다.
무장 능력이 무한하지 않았고, 로테이션으로 보급과 재투입을 실시간으로 병행해야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할 포병 투입을 계획했고, 후발대에 미리 참여시켰다.
현재 성현이 가지고 있는 자주포의 숫자는 상당했지만, 운용이 힘든 자주포가 많았다.
성현에게는 운용이 쉽고, 성능이 우수한 K9이 더 필요했다.
이번 작전에 동원된 포병들의 숫자는 150명, 기동성을 배제해 운전병을 제외하면 K9 운영에 필요한 실질적 인원은 4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대 37대까지 운용이 가능했다.
일단 성현에게는 보다 많은 K9과 K10 다수가 필요했다.
K10 탄약보급차량은 세계 최초의 로봇형 탄약운반 장갑차로 자동 이송장치를 채용해 탄약을 컨베이어 벨트로 K9에 자동 재보급을 해줄 수 있었다.
K9 탄약 적재량이 48발.
K10 탄약 적재한도가 104발로써 K9에 실시간으로 보급 해줄 수 있었다.
K10은 많으면 많을수록 재보급에 부담을 줄이고, 포사격 딜레이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수를 확보하고자 했다.
그래서 성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5포병 여단 예하 부대들이 있는 경기도 포천으로 향했다.
4개의 포병대대가 인접해 있어 이보다 좋은 먹잇감이 없었다.
편도 500㎞에 이르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멀긴 더럽게 머네.”
성현은 전투 헬기를 한계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몰아 북상하고 있었다.
1시간 30여분이 조금 지나 포병대대가 있는 부대에 도착한 성현은 격납고와 탄약고를 알뜰히 털어 내고 다녔다.
마지막 8포병단 113 대대의 병참을 들린 성현은 캐릭터 창고를 열고 수확물들을 점검했다.
“어디 보자.”
K9 자주포 (72)
K9A1 자주포 (20)
K10 탄약운반장갑차 (35)
M107 고폭탄 (8,541)
K307 항력 감소탄 (3,884)
.
.
이외에 성현의 창고에는 각종 추진 장약과 로켓보조탄(RAP)으로 넘쳐났다.
“뭐 이정도면 이번 작전에는 쓰고도 남겠다.”
창고에 찍힌 장비와 포탄의 수를 확인한 성현은 흐뭇한 얼굴을 했다.
* * *
날이 저물 때가 되어서야 우도에 복귀한 성현은 포병 주둔지에 가서 추가 K9과 K10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40피트 컨테이너 5개 꺼내어 예비 장약을 준비해두었다.
“사령관님. 지금 인원으로는 절반도 운용이 안 됩니다만……..”
판초우의를 입은 정찬석 대위가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기를 닦아내며 말했다.
성현이 쓰라면서 꺼내어 놓은 자주포와 탄약운반 장갑차의 위용에 살짝 질린 표정이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앞서 방열해 놓은 K9이 10대였고, 새로이 꺼내놓은 자주포가 K9 72대, K9A1 20대, 거기다 K10 탄약운반 장갑차가 35대나 되었다.
최소 5개의 포병대대가 운용 가능한 무지막지한 전력이었다.
“한 번에 운용 하라고 꺼낸 게 아냐. 탄약 소진되면 계속해서 옮겨 타. 그러라고 꺼내 논거다.”
성현이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 넵. 아, 알겠습니다.”
그랬다.
한정적인 인원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적 공격에 대한 걱정이 없는 대 좀비 전투인 만큼 일반 야전과는 전투양상이 틀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대원들 좀 쉬게 해. 작전 예정 시간은 03시 정각이다. 별도의 사격 지시는 없을 거다. 표적지 폭발에 맞춰서 포사격 해라.”
“넵. 사령관님.”
성현은 정찬석 대위에게 포병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권한을 일임했다.
이로써 준비는 마쳤다.
펜션으로 돌아온 성현은 왠지 들뜨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잠시 눈을 붙였다.
5시간 뒤.
7월의 셋째 날. 자정.
장마 전선이 북으로 이동한 탓에 저녁 늦게부터 빗줄기가 가늘어져 어느새 그쳐 있었다.
성현과 공군은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로써 제주도 좀비 소탕의 종지부를 찍는다. 모두 실수 없도록 하고, 작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라.”
““넵! 알겠습니다.””
“모두 신속히 탑승!”
아파치 가디언 20대, 아파치 롱보우 14대, 바이퍼 16대로 도합 40대의 전투 헬기들이 우도에서 이륙을 시작했다.
모두가 단독 비행이다.
별도의 부조종사, 즉 무기관제사를 두지 않았다.
정지비행 중 주조종사 혼자서도 충분히 지상공격이 가능한 만큼 최대한도의 전투 헬기를 운용 했다.
* * *
제주도 서해안에서 시작된 좀비 몰이는 1시간 20여분이 지나 어느덧 동쪽 해안가에 이르고 있었다.
마지막인 만큼 상당히 공들여 좀비들을 찾으며, 작전 포인트로 이동했다.
각 헬기들이 위치한 지상에는 새까맣게 몰려든 좀비들로 바글바글했다.
“모두 정위치! 2호기부터 차례로 진입한다.”
-2호기 카피. 진입 시작합니다.
저공비행으로 지상에 강한 소음을 퍼트리며, 수만 마리의 좀비 때를 유인해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지정된 순번에 따라 헬기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17호기 진입 완료! 지정위치 도착!
-18호기 진입 시작!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던 전투 헬기들이 저마다의 좀비무리를 이끌고 작전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작전 구역의 제일 안쪽부터 차곡차곡 좀비들을 몰아넣자 자연스레 전 지역에 걸쳐 좀비들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좀비들이 서로를 밀치고 밟아대며 좁은 지역 안에서 끊임없이 밀착되기를 반복했다.
-50호기 진입 완료! 지정위치 도착!
마지막 전투 헬기의 무전이 도착하자 성현의 가슴이 점차 두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
“전원 대기!”
성현은 무전을 하고 자신이 끌고 있는 좀비 때를 몰아 작전 지역으로 통하는 길목에 들어섰다.
300여 미터를 더 나아가자 이미 자리한 좀비들로 인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리고.
“전 편대 이탈 카운트 시작한다. 5, 4, 3, 2, 1 제로!”
성현의 카운트에 맞춰 전 헬기들이 동쪽 바다를 향해 전속으로 빠져나기기 시작했다.
“이탈 완료된 편대부터 우회해 2차 작전 위치로 이동!”
작전 구역에서 1㎞ 해상으로 빠져 나온 전투 헬기들이 5개의 편대로 나뉘어져 남으로 기수를 틀어 크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모두 폭발 충격에 대비해라!”
성현은 선회를 완료하고 전 편대에 무전을 날렸다.
이탈 비행을 시작한지 30여초.
좀비들이 떠난 헬기에 어리둥절하며, 폭발 지역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지금이 적기였다.
‘패시브 활성화 되어있고, 액티브 스킬까지… 중복 적용 됐다!’
*액티브*
[특수]무기기술자
-모든 무기 공격력, 속도, 범위, 명중 50% 증가 (적용 시간 10분,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일반]강타
-무기 공격력 30% 증가 (재사용 대기시간 3분)
[일반]이연격
-유효한 공격 성공시 동일한 추가타 적용 (재사용 대기시간 3분)
*패시브*
[특수]무기전문화
-모든 무기 사용가능 및 공격력 50% 증가
[일반]마력부여
-마력 1당 1%, 공격력&스킬능력 추가상승 (15% 상승)
“간다!”
성현이 원격 폭파장치의 스위치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