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제주도 공략의 종막 (3)
쿠쿠쿠웅, 콰콰쾅!
태양을 방불케 하는 강렬한 섬광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한 지역 전체가 대폭발이 만들어 낸 충격파에 크게 들썩였다. 1㎞ 이상 떨어져 있는 성현의 기체가 좌우로 요동칠 정도로 파괴적인 위력이었다.
“후아-, 지리네.”
섬광이 가시고 충천하는 화마가 어느덧 버섯구름이 되어 빠르게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상 수백 미터 상공까지 솟아올라 가히 핵폭발에 비견되는 장면을 연출해 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을 획득 하였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을 획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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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여섯 번의 레벨 업 알람이 들려왔다.
최소 40만 마리 이상의 좀비를 잡았음을 성현은 짐작했다.
“이제부터는 10만 마리 넘게 잡아야 레벨이 오르겠네.”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어느덧 만 단위를 넘어 십만 단위의 좀비들을 잡아야 하는 극악한 수준에 이르렀다.
레벨 업 메시지를 확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포격을 알리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꽈과광!!!
TOT 일제사로 30여 발의 포탄들이 동시에 착탄하며, 한 번의 효력사로 축구장 2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을 확실하게 소거했다.
-1편대 2차 집결지 도착! 생존 좀비 소거하도록 하겠습니다.
몰이 장소의 길목에 도착한 1편대 10대의 전투 헬기가 도주하는 좀비들을 막으며, 화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후아악-!
1편대 소속 헬기에서 미사일이 궤적을 그리며 지상으로 뻗어 나가, 몰이지역에서 튀어 나오는 한 무리의 좀비들을 덮쳤다.
폭발의 충격으로 사지가 찢겨 나가고 불꽃의 열기가 체액을 기화시켰다.
흙먼지가 비산 중임에도 열화상 카메라에 보이는 좀비들을 향해 기관포와 미사일로 저지하며, 단 한 마리의 좀비들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1편대 재보급으로 회군한다. 2편대 인수 바란다. 이상!
- 2편대 카피! 수고했다. 우리가 맡겠다.
10여 분 동안 가진바 탄약을 모두 소진한 1편대가 2편대에게 자리를 내주고, 탄약 재보급을 위해 우도로 향했다.
* * *
-사령관님. 포탄 전량 소진되었습니다.
“알겠다, 수고 많았다. 전 대원 복귀하도록 해라.”
-넵, 사령관님. 단결!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포격은 도합 6,500여 발에 이르렀고, K9과 K10에 완충된 포탄을 전량 소진해 포격을 중단했다.
“전 편대 일출과 동시에 마무리하고 복귀한다. 이상.”
-1편대 카피 뎃!
-2편대 카피 뎃!
-3편대 카피 뎃!
-4편대 카피 뎃!
성현이 편대장으로 있는 5편대를 제외한 편대장들의 확인 무전이 보내왔고, 모두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서서히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기 시작했다.
“전 편대 저속 전진.”
50대의 전투 헬기가 학익진을 펼친 상태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진입이 시작되고 성현의 눈에 지상의 참상이 들어왔다.
규모가 상당히 컸던 건물은 온대 간대 형체를 찾을 수가 없었고, 지상은 온통 붉은 카펫을 펼쳐 놓은 듯 짙은 핏빛을 띄우고 있었다.
“이거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
악취가 심한 좀비 시체가 행여 토양이나 인근 해양을 오염시키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바였다.
“오염 문제는 연구소 정 소장님께 확인해 달라 해야겠고, 일단은 이걸로 큰 고비는 일단 넘었네.”
성현은 의외로 덤덤했다.
작전은 계획대로 순조로웠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성과를 내었다.
그만큼 이번 최종 몰이 소탕에 많은 신경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를 자신했음을 의미했다.
이 한 번의 몰이로 성현은 9부 능선을 넘었고, 이제 남은 건 극소수일 것으로 추정되는 좀비의 소탕만이 남아있었다.
“전 편대 복귀한다.”
어느덧 일출은 수평선 위에 완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동해에 떠오른 태양만큼이나 모두의 가슴에 뜨겁고 환한 빛이 샘솟는 아침이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 이로써 우리는 오늘부로 우도를 떠난다. 새로운 숙영지는 제주 공항이다. 모두 고생 많았다.”
성현은 복귀와 동시에 전 대원들을 모아 노고를 치하 하고, 우도를 떠나 제주로 거점을 옮길 뜻을 전했다.
“숙영지 부근 안전 확보는 영기, 너희 팀이 주력으로 시행해야 한다. 늦어도 삼일 안에 추가 병력 보충될 테니 그때까지 고생 좀 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찬석이 너는 영기가 지원 요청하면 즉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후속 부대 도착하면 임무 교대시켜 주마.”
“넵, 알겠습니다.”
“해밀턴.”
“넵, 사령관님.”
“제주 공항에 도착하면 민항기 조종이 가능한 조종사들은 모두 대피소로 복귀시켜라. 그리고 남은 공군들은 야간에 남은 좀비 색출에 투입해. 지상군 지원은 없다. 미사일이든 기관포든 발견 즉시 소거한다. 알겠나?”
“넵, 사령관님. 단 한 마리의 좀비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좋아, 모두 11시까지 쉬도록 하고, 12시에 출동한다. 나는 먼저 공항을 경유해 대피소에 갈 예정이다. 병력 이송부터 시작할 테니 활주로 상태는 필히 실시간으로 점검하도록 해. 자칫 착륙 시에 문제 안 생기도록 꼼꼼히 살펴봐라.”
세부적인 지시를 모두 끝낸 성현은 잠시 휴식도 취할 겸 자신이 숙소로 사용하던 방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몸을 깊숙이 기대어 앉아 캐릭터 창을 불러냈다.
[박성현]
레 벨 : 23 (EXP 8.32%)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근력 20 (+10) → 30 ▲
민첩 10 (+10) → 20 ▲
내성 10 (+10) → 20 ▲
마력 5 (+10) → 15 ▲
체력 14 (+10) → 24 ▲
보너스 스텟 : 13
앞서 몰이사냥과 이번 최종 좀비 소탕을 통해 도합 13레벨이 더 올라 23레벨에 도달해있었다.
보너스 스텟은 모두 13개, 어중간한 숫자였다.
“앞으로 레벨 올리기는 더욱 힘들 테고…….”
사실상 레벨 업은 정체기에 들었다 할 수 있었다. 스텟 포인트를 추가로 얻는 게 요원한 이상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는 없었다.
“어쩐다···….”
딱히 성현의 직업인 ‘무기 전문가’는 스텟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석 같은 게 없었다.
게임상에서 버려지고 외면되었기에 선구자라 할 만한 이가 없었고, 애초에 직업 분석을 해볼 가치가 없었다.
홀로 알아서 가야 하는 길이다.
“쉽게 생각하자, 필요 없는 스텟은 없다. 일단 전부 10단위를 우선으로 찍고 남는 건 모으는 게 좋겠다.”
성현은 11개의 보너스 스텟을 마력에 5, 체력에 6을 투자했다.
[박성현]
레 벨 : 23 (EXP 8.32%)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근력 20 (+10) → 30 ▲
민첩 10 (+10) → 20 ▲
내성 10 (+10) → 20 ▲
마력 10 (+10) → 20 ▲
체력 20 (+10) → 30 ▲
보너스 스텟 : 2
깔끔하게 보기 좋으나 현실은 쪼렙일 뿐이다.
근력이 30으로 상승했을 때만큼의 고양감은 없었지만, 활력이 샘솟고 피로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스킬도 살펴봐야지.”
〔 스 킬 창 〕
*액티브*
[특수]무기 기술자
-공격력, 속도, 범위, 명중 50% 증가 (적용 시간 10분,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일반]강타
-공격력 30% 증가 (재사용 대기시간 3분)
[일반]이연격
-유효한 공격 성공시 동일한 추가타 적용 (재사용 대기시간 3분)
[일반]용맹정진
-공격력, 방어력 각 30% 증가 (적용 시간 3분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패시브*
[특수]무기 전문화
-모든 무기 사용 가능 및 공격력 50% 증가(활성화)
[일반]마력부여
-마력 1당 1%, 공격력 추가상승 (20% 상승)
20레벨에 올라서면서 얻은 스킬은 ‘용맹정진’ 액티브 스킬 하나였다.
좀 쓸 만한 스킬이긴 하나 ‘와’하며 쾌재를 부를 정도는 아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고, 크게 기쁘거나 아쉽지는 않았다.
“스킬도 확인했고, 이제 슬슬 출발하자.”
밀려둔 숙제를 끝내고 펜션을 나서자 성현을 기다린 듯 두식과 용칠이 마침 밖에 나와 있었다.
헌데.
“뭐야!”
[ 특성 부여 가능 ]
둘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텍스트 문구를 발견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없던 게 난데없이 튀어나온 거다.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했던 특성 부여였다.
“너희 잠깐 그대로 있어라.”
두식과 용칠이 이유를 모른 채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멀뚱멀뚱 서 있었다.
‘왜 갑자기 없던 특성 부여가 생긴 거야?’
성현은 그제야 자신의 시야 구석에 깜빡이는 작은 창을 확인하고 터치해서 확인했다.
[ 특성 부여 가능 (1/1)]
- 재충전 719시간 51분 45초
‘한 달에 한 번? 극초신성 사태가 있고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어차피 사라질 능력은 아닌 거 같으니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해야겠다.’
성현은 당장 선택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확인해서 할 생각이었다.
이미 각성 능력이 그 쓰임에 따라 지금 세상에서는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가질 수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두식과 용칠이 현재는 자신을 따르고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바다.
성인군자도 아닌 평범한 이가 세상에 없던 큰 힘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준비되어 있지 못한 이들에게 큰 힘이 부여된다면?
열에 아홉은 그 힘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다.
그 파멸이 혼자만 오롯이 맞이할 종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많은 이들이 휩쓸려 함께 맞이할 파멸이라면, 그 책임은 성현이 지게 된다.
그런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성현은 더욱 신중하게 사람들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이도 저도 안될 바에는 차라리 봉인해버리는 게 자신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최선이었다.
“됐다, 두식이, 용칠이 너희 둘도 공군 일부가 복귀할 때 함께 대피소로 와라, 난 먼저 가 있으마. 대피소에서 보자.”
“넵, 알겠습니다. 대피소에서 뵙겠습니다.”
성현은 그길로 우도를 떠나 제주 공항으로 향했다.
* * *
제주도 국제공항.
공항에 도착한 성현은 여객 터미널과 연결된 항공기 계류장에 와있었다.
“다행히, 제법 많네.”
계류장에 있는 항공기의 숫자는 어림잡아 40여 대에 달했다.
국내선 전용으로 보이는 보잉 747-400을 비롯해 에어버스 A380까지 다양한 기종의 여객기들이 계류장에 머물러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대단하긴 하네.”
가장 큰 A380의 크기는 길이가 72m, 날개폭이 79m에 이르고 높이가 건물 9층 높이는 되는 24m에 달했다.
“안은 어떨라나?”
호기심이 동한 성현은 사다리차 하나를 수리해 가져와 A380 안으로 발을 디뎠다.
어차피 대피소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서는 여객 터미널과 연결된 탑승동을 대부분 이용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한 대 이상의 사다리차는 필요했다.
도어를 열고 들어서니 우측은 이코노미석(일반석)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고, 좌측은 12개의 퍼스트클래스(일등석)가 배치되어 있었다.
“엄청나네.”
하늘을 나는 7성급 호텔이라는 말이 그냥 붙어 다니는 게 아님을 실감했다. 최첨단 설비와 고급스러운 치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긴가?”
발길을 옮겨 퍼스트 클래스 앞쪽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자 비즈니스석으로 보이는 좌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앞쪽에는 바 라운지가 있고, 좌석들은 일반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안락함 가지고 있었다.
장시간 비행에도 피로를 느끼지 않은 만큼의 편안한 공간임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