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60화 (60/176)

# 60

습격 (1)

“아무래도 튼튼한 걸로 하는 게 좋겠지.”

좀비를 막고, 구울까지 쉽사리 넘을 수 없다면 대성공이었다.

성현이 원하는 항목을 클릭하자, 작은 미니맵이 생성되더니 자신의 영지가 나타냈다.

미니맵 상에 영지 외곽에 선으로 원을 그렸다.

조금 삐뚤 하기는 했지만,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완성했다.

4)완벽한 성벽

방어력 : 1,000

규격 :  높이 2m, 폭 50cm

길이 : 1m

필요자원 : 석재 2t, 철광석 1t

대체자원 : 10 골드

-설치

규격(10▲) * 길이(32,145▲)= 3,214,500골드

성현이 자신의 영지 외각에 그림 그리듯 원을 둘러 만든 성벽은 길이는 32㎞를 조금 넘었고, ‘규격’의 화살표를 클릭해 최대치의 절반인 10에 맞추었다.

규격을 시험 삼아 어디까지 올라가나 시험해본 성현은 무한대로 ‘규격’을 늘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금 알게 되었다.

높이 20미터, 폭 5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성벽을 32㎞ 남짓한 길이로 설정했다.

상당한 골드가 소모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총 골드의 10% 수준.

그리고 나중에 이곳 영지를 포기하게 되면 50%를 돌려받을 수 있음이었다.

[현재 설정하신 성벽을 설치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당연히 수락!”

[3,214,500 골드를 소비하여 완벽한 성벽을 설치합니다.]

성현의 헬기는 영지 외각에 가까운 곳을 비행 중이었다.

실시간으로 성벽이 생성되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위치였다.

쿠르르르릉

인근 지반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고 거대한 두께의 성곽이 지면을 뚫고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쩌저저적!

가히 지각 변동에 버금가는 광대한 스케일의 성벽이 순식간에 치솟으며, 그 완성된 위용을 드러내자 성현도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바라봤다.

기존 지상에 위치해있던 나무는 뿌리째 뽑혀나갔고, 건물들은 쓰러지고 부서지며 먼지처럼 흩어졌다.

*  *  *

성현은 바이퍼의 동체를 성벽 가장자리에 착륙했다.

두께가 10미터에 이르는 성벽은 공격 헬기를 착륙하기에 충분히 넓었고, 그만큼 견고했다.

헬기에서 내린 성현은 휘황한 달빛을 조명 삼아 성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바로 밑은 우면산의 우거진 수림이 펼쳐져 있고, 불과 500미터 앞에는 예술의 전당과 오페라 하우스가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 63빌딩도 달빛에 취해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분명히 봤는데…….”

조금 전 분명 구울의 표식과 다수의 좀비들을 확인했었다.

즉시 공격하려다 헬기의 연료가 완전 바닥인 관계로 성벽 아래 착륙해서 다른 헬기로 갈아타고 올라오니, 구울은커녕 좀비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주변을 둘러보다 잠시 성벽 위에 착륙해 있었다.

“튀었나?”

성벽이 공격을 받으면 미니맵 상에 그 위치가 붉게 표기되어 성현에게 알려줬다. 전천후 레이더 같은 기능에 성현은 달가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두 군데서 성벽을 두드리는 좀비 때를 몰살하고 오던 길에 구울의 표식을 보고 옳다구나 했었다.

헌데 놓치고 말았다.

“걸레짝을 만들어 실험실로 가져갈랬더니.”

잠시 투덜거리던 성현은 다시 헬기에 올라타 주변 정찰을 하며, 아침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울 참이었다.

그때.

이륙 직후 묘한 기시감이 엄습함을 느꼈다. 등골이 오싹하며, 한기가 침습했다.

“…….”

그리고.

꽈광! 쾅!

“크헉!”

위잉위잉위잉.

헬기가 연속되는 두 번의 충격을 받고, 급격하게 기수가 꺾이고 있었다.

고작 지상에서 100여 미터.

더군다나 성벽 안쪽도 아니고 영지 경계 바깥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콕핏(Cockpit) 내부에 붉은 경광등이 켜지고 디스플레이에 ‘Warning’ 이란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써져있었다.

조종간을 잡고 균형을 잡아보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방금 충격으로 테일 로터에 문제가 생겼는지 동체까지 회전하기 시작했다.

“스크롤을…….”

성현이 급히 창고를 열고 내구회복 스크롤을 손에 쥐었다.

헬기를 고쳐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콰쾅!

스크롤을 사용할 새도 없이 기체는 그대로 지상에 곤두박질치며, 큰 폭발과 함께 기체 일부가 터져 나갔다.

꽈과과광!

공격 헬기에 적재된 미사일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큰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히 낙하 충격으로 좌측 날개가 떨어져 나가 기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그나마 폭발 충격이 줄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폭발의 여파는 파괴적임이 틀림없었다.

화마에 갇혀 고스란히 폭발의 충격을 받은 성현은 거의 생사지경에 다다라 있었다.

HP 수치가 순식간에 70%이상이 증발했고, 남은 HP 조차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직도 유폭되지 않은 헬파이어 미사일들이 우측 날개에 4발이나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70mm 미사일 19발 또한 그대로였다.

거기다 만재된 항공유까지 더해진다면…….

‘크으윽. 이, 이 대로면 지, 진짜 죽는다. 어떻게든!’

기식이 엄엄한 중에도 성현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위기를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새로이 얻은 능력들을 떠올렸다.

최하급 귀족이 되면서 특전으로 ‘전 능력 +3’, 거기다 남작이 되면서 ‘전 능력 +5’ 분명 중복되어서 적용되고 있었었다.

‘캐, 캐릭터 창!’

[박성현]

레 벨 : 23   (EXP 38.78%)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계 급 : 남작

근력 20 (+10,+8) → 38 ▲

민첩 10 (+10,+8) → 28 ▲

내성 10 (+10,+8) → 28 ▲

마력 10 (+10,+8) → 28 ▲

체력 20 (+10,+8) → 38 ▲

권위  0 (+10,+8) → 18 ▲

보너스 스텟 : 2

‘보, 보너스 스텟을 권위에…….’

권위  2 (+10,+8) → 20 ▲

[권위 20달성 및 영지 1개 소유 승급 조건 충족]

[‘자작’으로 승급하였습니다]

[전 스텟 +10의 특전을 얻었습니다]

팡!

공격 헬기의 다 부셔져가는 케노피를 뚫고 성현이 밖으로 날아올랐다.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한 탓인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가파른 능선을 타고 30여 미터를 굴러 내려갔다.

‘사 살았다!’

[박성현]

레 벨 : 23   (EXP 39.22%)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계 급 : 자작

근력 20 (+10,+18) → 48 ▲

민첩 10 (+10,+18) → 38 ▲

내성 10 (+10,+18) → 38 ▲

마력 10 (+10,+18) → 38 ▲

체력 20 (+10,+18) → 48 ▲

권위  2 (+10,+18) → 30 ▲

보너스 스텟 : 0

혹시나 하고 남겨둔 보너스 스텟이 성현의 생명을 건져냈다.

권위에 2를 투자하면서 20을 달성해서 자작이 되고, 자작이 되면서 다시 얻은 특전 ‘전 능력 +10’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만일 특전이 중복 적용이 되지 않았다면, 성현은 지금 이곳에서 숨을 쉬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하악, 하-악.”

바닥까지 내려갔던 HP였다.

10단위로 훌쩍 올라버린 체력으로 인해 HP 최대치가 큰 폭으로 늘어나 순식간에 HP를 30% 이상 회복시켰다.

그리고 38이라는 높은 내성으로 느린 속도지만, 이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HP가 차오르고 있었다.

성현은 차츰 차오르는 생명력 수치를 확인하며,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 잘못 건든 거다.’

민첩도 10단위로 크게 늘어나면서 감각이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작은 풀벌레의 지저귐,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작은 돌조각을 밟으며 움직이는 뭔가.

‘거기냐!’

성현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횡으로 휘둘러졌다. 어느샌가 창고에서 꺼낸 단검이 빛살과 같이 날아갔다.

퍼걱!

키에에엑!

“투명 망토라도 쳐 입었냐.”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허공에 단검이 박혀들더니 단검을 기준으로 서서히 형체를 들어냈다.

[구울Lv3]

레벨 3의 구울이었다.

신장은 2m 남짓, 유인원을 닮은 듯한 긴 팔에 박쥐를 연상케 하는 바람막이가 팔과 몸통을 연결하고 있었다.

파팡! 빵!

박쥐처럼 생긴 구울이 입을 열고 압축된 공기로 성현을 공격했다.

‘크윽.’

의외의 공격에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성현은 가슴을 얻어맞고, 뒤로 크게 날아갔다.

가까스로 공중제비를 돌아 지상에 발을 디뎠지만, 충격을 완전히 상세하지 못한 탓에, 긴 고랑을 파며 밀려 나갔다.

성현은 경각심을 곧추세웠다.

35%까지 차올랐던 HP가 29%까지 떨어져 있었다.

‘저놈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헬기를 공격했구나.’

방금 전의 공격이라면 충분히 헬기 동체를 부수고 피해를 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현은 눈 깜짝할 새 창고에서 K3 경기관총 한 자루와 200발의 드럼 탄창을 결합하고, 구울을 향해 격발했다.

투타타타타.

1미터에 가까운 불꽃이 튀어 나가며 탄환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내구회복 스크롤을 라이트 아머에 올리고 비벼댔다.

서너 번 왕복을 하자 스크롤이 스스로 발광하며, 붉게 빛나던 갑옷의 내구도를 원상 복구 해줬다.

이로서 만전 상태.

꽈과광!

방금 탈출한 헬기에서 재차 유폭이 일어나 큰 폭발음과 함께 기체가 산산 조각나 흩어졌다.

고개 돌려 보지는 않았지만, 성현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20여 초만 더 지났어도 성현도 저 안에서 산화했을 터였다.

‘저 새끼 꽤나 빨라.’

처음 초탄과 몇 발을 맞은 구울이 총구가 따라가기 바쁘게 상하좌우로 반전하며 회피 동작을 하고 있었다.

흠칫!

뒷골을 당기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성현은 찰나의 순간, 경기관총을 던지고 몸을 날렸다.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촉을 믿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또 다른 구울이 성현이 서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서거걱!

수령이 수십 년은 된 아름드리나무들이 수수깡처럼 그대로 잘려 둔중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가히 어마어마한 절삭력이었다.

‘위험했어. 갑옷이 잘리지는 않겠지만, 저 정도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구울Lv3]

구울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그 크기는 대략 50cm 손톱의 길이가 1m에 달했다.

한 놈은 2m에 육박하는 박쥐 닮은 놈, 다른 한 놈은 50cm 정도로 작으면서 손톱은 1m에 달하는 쥐와 유사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존만 한 것들이 다구리도 모자라 뒤치기 질이냐?”

성현도 근접전을 준비했다.

창고에서 근접 무기인 장검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에는 데저트 이글 한 자루를 손에 들었다.

데저트 이글에는 50AE 탄이 삽탄되어 7.62mm 탄과 동일한 운동 에너지를 가진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속성이 다른 무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건 다른 이들에겐 과욕이고, 미친 짓으로 비치겠지만 성현에게만은 최적의 전투 방식이 될 수 있었다.

게이머의 능력으로 각성한 ‘무기 전문가’는 모든 무기를 다재다능하게 사용함에 어떠한 결점도 없는 직업.

한 손에는 검, 한 손에는 권총의 조합은 성현에게 맞춤식 전투 방식이라 할 만했다.

카라라라락

덩치는 콩알만 한 놈이 성깔이 대단하다고 성현은 생각했다.

쉴 새도 없이 ‘카악카악’ 거리는 게 뱉다 만 가래가 사레들린 것처럼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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