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
자동 사냥 (1)
“아저씨!”
해미가 금이 가고 부서지기 일보직전인 캐노피를 강제로 열어젖혔다.
그리고 급히 손을 뻗어 거대한 빛을 생성해 성현에게 쏘아냈다.
해미는 특수 스킬인 ‘구원자’를 사용해 치유 계열 능력을 500% 증폭시켜 ‘그레이트 힐’로 성현을 치료했다.
충전되어 있던 ‘그레이트 힐’을 한계 까지 사용해 모두 소진되자 일반 ‘힐’을 연속해서 발휘했다.
“크헙.”
성현이 답답한 신음을 발하며 정신을 차렸다.
“아저씨!”
해미가 콕핏에 앉아 있는 성현에게 왈칵 안겨들었다.
“왜, 왜! 매번 이렇게 사람을 놀래켜요. 왜에!”
“아-, 하하. 그러게. 이번에 좀 무리했네. 미안하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오늘 자신의 행동은 절대 이성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었다.
구울 두 마리를 처리한 시점에서 좀비들을 피했어야만 했다. 당시 한 행동은 단순한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산화한 부대원들과 용칠에 대한 미안함, 안타까움이 자신을 극한까지 내몬 것이었다.
응어리진 가슴이 조금 해소되었지만, 자칫 자신의 안위마저 위태로웠음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모두 대피소로 복귀해라. 오늘까지는 외부 활동을 전면 금지한다. 가자.”
성현은 해미를 가볍게 안아 들고 헬기에서 뛰어내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해미가 과할 정도로 힐을 주어 HP는 모두 회복한 상태였고, 작은 생체기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 * *
성현은 집하장 한편에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 모두가 자식들을 영지민으로 만들기 위해 성현을 찾아왔다.
성현은 영지 관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안에 있는 목록 중 ‘내정’ 항목을 열고 아이의 몸에 손을 대었다.
[이희진 영지민 신청 (수락, 거부)]
세부 항목의 ‘영지민’을 터치하면 수락과 거부가 대상자의 이름 뒤에 나타났고,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수락을 클릭했다.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 일은 정오가 다되어서야 끝이 났고, 그때부터 노가다나 다름없는 기존 거주민들이 신청한 영지민 ‘수락’을 해주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두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겠다.”
[권민욱 영지민 신청 (수락, 거부)]
[조상현 영지민 신청 (수락, 거부)]
[좀비Lv10 영지민 신청 (수락, 거부)]
[전태희 영지민 신청 (수락, 거부)]
간혹가다 좀비가 영지민 신청을 한 경우도 있었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손길에 영지민 신청 창을 건드려 그리된 걸로 보였다.
사람 이름이 ‘좀비Lv10’ 일리는 없으니까.
“이거 일석이조네.”
영지민들의 신상을 확인하기도 쉽고, 영지에 소속된 인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영지민 신청 기한인 24시간이 지나면 오롯이 인간들만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드디어.
“후아, 다했다.”
점심은 물론 저녁도 거르고 시작한 작업은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제 2시간여만 흐르면 영지민 신청 기한이 끝나고, 영지는 좀비 클린 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 * *
“이것들이 여기 꿀 발라 놨나. 내보내니까 왜 또 기어들어 와.”
대피소 밖으로 나가 영지 전체를 둘러보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있던 좀비나 구울들이 모두 영지 밖으로 추방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헌데 영지 밖으로 내쳐진 놈들이 성벽을 공격하고, 성벽을 넘어 영지로 다시 들어오는 통에 성현은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튼튼한 성벽이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알고도 손을 못 쓰는 게 스트레스를 불러왔다.
“나가서 전부 조지고 싶긴 한데…….”
미니맵에 공격받는 성벽의 위치가 표시되고 있었고, 영지민이 아닌 무단 침입한 존재가 있음을 깨알 같은 점으로 표기해 주고 있었다.
“애들이 저리 나오는 통에 혼자 나갈 수도 없고.”
영지민 신청 시간이 끝나고, 성현은 대피소 밖으로 나가려 했다.
허나 성현이 한번 크게 다치고 나자 모두가 정신이 번쩍 든 상태였다.
세상의 없던 능력을 가지고, 무적일 거라 생각한 성현의 부상은 지휘관이나 부대원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성현이 같은 인간임을 망각하고 있던 것이다.
해미가 저도 같이 가는 게 아니면 절대 혼자는 못 보낸다 했고, 최동원 중령과 기타 지휘관들도 따라나서려 했다.
부산스레 일을 키우기 싫기도 한 까닭에 그냥 참는 편이 낫다 생각했다.
“차라리 골드를 좀 더 써? 흐음…….”
성현의 손이 몇 번이나 허공에서 주춤거렸다.
지를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다.
“나중에 모자라면 또 벌면 되지, 쓰자.”
성현이 영지 관리 메뉴에서 ‘시설’ 항목의 ‘병기’ 부분을 클릭했다.
거기서 수성용 무기들을 유심히 살폈다.
[4.병기]
<수성 전용병기>
-설치된 병기는 적대행위 또는 침입 시 가동됩니다.
“좀 애매하긴 해도, 이건 뭐 인공지능이나 다름없네.”
게임의 설정을 그대로 적용한 병기들은 별도의 공격 지시나 목표를 지정해 주지 않아도 자동 요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비싼 것부터 할 필요는 없겠지.”
아끼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지출은 사양이다.
1)화살 탑(수성 전용)
공격력 : 40
사거리 : 150m
내구 : 50
크기 : 높이 2m, 가로 1m, 세로 1m
필요자원: 가죽 200㎏, 목재 600㎏, 최하급 마정석 1개
대체 자원 : 50 골드
-설치
( 0 ▲) =
2)석궁 탑(수성 전용)
공격력 : 90
사거리 : 300m
내구 : 150
크기 : 높이 2m, 가로 1m, 세로 1m
필요자원: 목재 2t, 석재1t, 철광석 200㎏, 최하급 마정석 3개
대체 자원 : 300 골드
-설치
( 0 ▲) =
3)대형 발리스타(수성 전용)
공격력 : 210
사거리 : 450m
내구 : 300
크기 : 높이 2m, 가로 2m, 세로 2m
필요자원: 석재 2t, 철광석 1t, 하급 마정석 1개
대체 자원 : 5,000 골드
-설치
( 0 ▲) =
4)마법 화염 탑(수성 전용)
공격력 : 900
사거리 : 150m
내구 : 600
크기 : 높이 4m, 가로 2m, 세로 2m
필요자원: 석재 10t, 철광석 4t, 중급 마정석 1개
대체 자원 : 20,000 골드
-설치
( 0 ▲) =
5) 마법 벼락 탑(수성 전용)
공격력 : 2,000
사거리 : 500m
내구 : 1,000
크기 : 높이 4m, 가로 1m, 세로 1m
필요자원: 철광석 30t, 상급 마정석 1개
대체 자원 : 200,000 골드
-설치
( 0 ▲) =
필요자원에 마정석이란 생소한 자원이 필요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설치는 대체 자원인 골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모르는 것에 연연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 시험 삼아서.”
성현은 미니맵 상에 공격받는 성벽 쪽의 지도를 확대해서 성벽 위에 화살 탑 하나를 설치해봤다.
수성 전용인 탓에 일반 지면에 설치되지 않았고, 오직 성벽 위에서만 가능했다.
설치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니맵에 원하는 성벽을 클릭해, 만들고자 하는 병기를 터치하면, 설치하겠냐는 메시지 창이 떴다.
그리고 골드가 빠져나가고 설치가 완료된다.
헌데.
“좀비하고 구울이 강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화살 탑이 약한 거야?”
화살 탑을 설치하고, 미니맵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깨알 같은 점들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화살 탑이 화력은 약해도 어그로는 제대로 끄는 듯했다.
“아오, 진짜 답답하네.”
몸이 근질근질 거리고, 극도의 답답함에 속이 탔다.
나가서 직접 보고 뭐든 하고 싶었다.
“물량으로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걸로 해보자.”
1)화살 탑(수성 전용)
-설치
( 20 ▲) = 1,000 골드
[현재 설정하신 화살 탑을 설치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1,000 골드를 소비하여 화살 탑을 설치합니다.]
“수락하고… 가만, 진짜 게임하고 똑같잖아?”
문뜩 든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이지만 이건 분명한 게임이었다.
방금 자신의 기분이 게임을 할 때 잘 풀리지 않았을 때와 유사했고, 방식 자체가 영락없는 게임이었다.
“이걸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현실 감각이 옅어지는 게 기분이 묘했다.
“여하튼, 화살 탑으로는 효과가 없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효과가 없었다.
소총탄도 버텨내는 좀비에게 고작 화살로 잡아내기란 요원했다.
“석궁으로도 미미할 것 같고 발리스타 정도면 힘 좀 쓰려나?”
성현은 석궁 탑은 건너뛰고 바로 발리스타 다섯 개를 작은 점들이 밀집해 있는 성벽 위에 설치했다.
“어어, 이거 괜찮은데.”
설치한 직후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깨알같이 작은 점들이 점멸하면서 하나둘 꺼지듯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점들은 한두 방에는 죽지 않는 듯, 발리스타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려는 듯 도망치고 있었다.
혹시나 재장전 같은 것이 안 되면 어떡하나 했는데,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꾸준하게 발사하고 있음을 미니맵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두 대가 교차 사격이 가능하게 500미터 정도 간격으로 두면 괜찮겠는데, 어디…….”
3)대형 발리스타(수성 전용)
-설치
( 63 ▲) = 315,000 골드
성현은 어림짐작으로 거리를 잡고, 발리스타를 성벽에 설치했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왜 현질을 하는지 알겠네.”
영지를 둘러싼 성벽 인근에 있던 작은 점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골드 사용은 현질에 비유할만한 대체 자원이었고, 일종의 치트키와 다름없었다.
거기다.
골드(G) 31,632,324골드 62실버
골드(G) 31,638,168골드 76실버
골드(G) 31,642,051골드 21실버
창고의 골드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대박, 자동 사냥이잖아.”
영지 성벽에 설치한 발리스타가 좀비를 사냥하자 창고의 골드가 늘어났고,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창고 한편에 자신이 넣어 놓은 것이 아닌 생소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오늘 바쁜 탓에 창고에 신경을 쓰지 못한 탓에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최하급 마정석 (2,334)]
[하급 마정석 (5)]
“아이템까지 준다고?”
이제는 하다, 하다 좀비를 사냥하니 마정석이란 아이템까지 습득이 가능했다. 실시간으로 최하급 마정석의 수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거기다 최하급 마정석은 수량이 2천을 넘어 있었다.
전날 치른 전투의 전리품이지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를 치렀다는 방증이니 섬뜩할 따름이었다.
“난 무적이 아냐. 멍청한 짓은 한번으로 족해.”
하루 전,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회상하며 조심성 없었던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책망했다.
그리고 하급 마정석 5개는 구울이 준 것으로 짐작했다. 자신의 손으로 잡은 구울 또한 다섯 마리였고, 마정석의 숫자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성현은 창고에서 최하급 마정석 하나를 꺼내어서 살펴봤다.
“야광석 같기도 하네.”
엄지손톱보다 작은 형태로 푸르스름한 빛을 자체 발광하고 있었다.
그다지 강도 높은 물질은 아닌지 성현이 힘을 주자 변형이 일어나며 형태가 변했다.
“신기하네, 이건 정 소장님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