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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78화 (78/176)

# 78

백작이 되다 (1)

[권위 50달성 및 영지 3개 소유, 승급 조건 충족]

[‘백작’으로 승급하였습니다]

[전 스텟 +25의 특전을 얻었습니다]

“허업!”

[박성현]

레 벨 : 30   (EXP 0.00%)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계 급 : 백작

근력 12 (+10,+43) → 65 ▲

민첩  9 (+10,+43) → 62 ▲

내성  9 (+10,+43) → 62 ▲

마력  5 (+10,+43) → 58 ▲

체력 14 (+10,+43) → 67 ▲

권위 60 (+10,+43) → 113 ▲

보너스 스텟 : 0

보너스 스텟을 권위에 몰아넣자마자 백작 계급을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떴고, 추가된 특전으로 모든 스텟이 25가 올랐다.

크게 올라선 스텟으로 인해 온몸에 전율이 감돌고, 활력이 넘쳐 주체하기 힘들 정도의 고양감이 밀려들었다.

산을 쪼개고 바다를 가른다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힘이 끊임없이 용솟음치며, 전신에 감돌았다.

“후-아! 이거 후작 되어도 문제네. 하, 바로는 무리가 있겠어.”

성현은 크게 심호흡 하며, 활화산처럼 터질 것만 같은 힘을 갈무리하기 위해 애를 썼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영지 선포를 해서 다섯 개의 영지를 만들어 바로 후작 계급을 달성하려 했던 계획은 조금 더 미루기로 했다.

당장 그리했다가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게이머의 육체조차도 힘을 감당하지 못해 붕괴할 것만 같았다.

“우선 적응부터. 이럴 때는 몸 쓰는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몸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체화하기에는 움직이면서 힘을 발산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성현은 곧바로 해미와 최동원에게 무전을 넣으면서 집무실을 나섰다.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고 육지에 있는 영지 순찰을 다녀온다는 말로 둘러 전했다.

-아저씨, 급하면… 알죠? 비상 귀환하세요.

성현은 해미의 무전을 받고 피식거렸다.

이젠 5레벨 구울이라 해도 시간문제일 뿐이지,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마저 가능할 것 같았다.

무전을 마친 성현은 곧바로 집무실을 나서 공격 헬기를 타고 날아올랐다.

*  *  *

“씨부럴. 경호야, 여기가 아닌갑다. 아무래도 바다 건너 제주로 간 거 같네.”

“기준이 형. 그것도 그런데, 그놈들 도대체 어떻게 그 큰 비행기 하고 전투기, 거기다 헬기까지 고쳐서 쓰는 거지? 대피소 크기야 다 고만고만한 거 아냐? 그런 큰 비행기를 지하에 넣고 꺼낼 수는 없는 게 정상이잖아.”

Ⅲ-3 무등산 대피소에서 출발한 기준과 경호는 여수 공항에 다다랐지만, 기대했던 이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열흘 전 대피소 상공을 지난 비행기들을 쫓아 이곳까지 왔지만, 허탕을 치고 있었다.

“나도 죽도록 궁금하다. 그리고 나주평야에 갑작스레 생긴 그 벽, 무슨 성벽 같은 그것도 그렇고 우리가 모르는 일이 많은 거 같다. 어쩌면 그 벽 넘어는 안전지대일지도 몰라.”

“와 시발! 거긴 두 번 다시 가면 안 돼. 형도 눈깔 뒤집고 뒈질 뻔한 거 잊었어?”

“누가 간다냐, 그냥 그렇다는 거지.”

둘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등산 정상에서 주변 정찰을 하던 중 서남 방향 나주평야에 갑작스럽게 생긴 거대한 성벽을 보고 접근했다가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육체 강화자인 기준이 벽 근처에 이르러 높은 벽을 오르기 위해 벽에 흠집을 내는 순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얼마나 놀랬는지 몰랐다.

“제기랄, 근데 제주도라면 우리가 확인하러 갈 수는 없잖아.”

“우리는 힘들어도, 진수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해. 비행기가 수십 번을 넘게 건너갔다는 건 제주도는 좀비나 괴물 따위에게서 안전지대일 확률이 높아. 그렇다면 우리도 갈수 있으면 가는 게 맞아. 언제까지 괴물 새끼들하고 싸우면서 불안하게 살 수는 없어.”

“거기 VIP인가 하는 새끼들 다 몰려 있지 않아? 존나 개고생해서 갔다 치고, 조까튼 놈들이 우리한테 못살게 굴던지, 안 받아주면?”

“그때는 대피소에서 완장질 하던 새끼들 꼬라지 나는 거지.”

기준과 경호는 어린나이지만, 능력자들을 규합해 대피소의 지도부를 힘으로 몰아내고, 새로운 지도부를 결성해 대피소를 이끌고 있었다.

물론 초능력자들이 중심이 된 건 당연했고, 일부 주민들과 함께 비교적 평등한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냥 처음부터 다 쓸어버리고 우리가 먹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거시기, 그건 봐서. 갔다가 우리보다 쎈놈들 있으면 그냥 나가리 되는 거야 인마.”

“차라리 우리끼리 말고 내장산 새끼들하고 연계하자 그 새끼들도 우리 말 들으면 솔깃할걸.”

“그라까나? 그도 나쁘지 않겠지. 일단은 돌아가자 가서 진수가 제주도까지 순간이동 가능한지 알아보고, 내장산 애들한테도 연락해보자.”

자신들의 대피소에도 21명의 능력자가 있었고, 동맹이라 할 수 있는 내장산 대피소에도 능력자가 17명이나 있었다.

두 대피소를 모두 합친 능력자 중에 가장 강력한 건 동생인 경호였고, 그다음이 기준이라 할 수 있었다.

경호의 능력은 열흘 전 단독으로 거대 괴물을 잡고 나서 한층 더 강해졌고, 이전보다 훨씬 뜨겁고 거대한 불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기준도 하루가 다르게 육체 능력이 강화되고 있었다.

지금은 순수한 육체 능력으로 좀비뿐만 아니라 괴물과 겨룰 수 있었고, 어제오늘 다섯 마리의 괴물을 경호와 함께 처리하기도 했다.

두려울 것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워메, 형 저거 혹시!”

“헬기다! 저 짝에 내리려나 보다.”

전투 헬기의 특성상 소음이 들릴 거리는 아니지만, 운 좋게 고개를 든 경호의 눈에 좁쌀만 한 헬기가 들어왔다.

그걸 육체 강화자인 기준이 정확하게 확인했고, 착륙 위치를 가늠해 냈다.

“가보드라고!”

사투리반, 표준어가 뒤섞인 둘은 대화 자체가 난해했다. 반이 욕이고, 반은 그나마 들어줄 만 했지만, 입이 거친 것만은 확실했다.

*  *  *

성현은 광양 영지를 확장도 할 겸 지나는 길에 있는 여수에 헬기를 착륙시키고 지상에 내렸다.

그리고 창고를 열어 자신이 가진 근접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어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묵직하고 큰 대검류도 게임할 때 하나 챙겨두는 건데.”

검신만 1.5m에 이르는 장검이지만, 무게감조차 느껴지지 않은 탓에 뭔가 2%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몸 좀 풀어보자.”

헬기의 소음을 듣고 서서히 좀비들이 인근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좀비 Lv10]

[좀비 Lv10]

“잡몹들아 니들 형 좀 데려와라.”

모두가 10레벨에 이른 좀비들이었다.

성현이 검을 곧추 잡으며,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쏜살같이 짓쳐 들어갔다.

쉬이이익!

가볍게 전방을 향해 뛰었음에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들려왔다.

가히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

서거거거걱!

눈으로 쫓지 못할 만큼 빠른 검격이 성현이 지나는 자리에 잔상처럼 일렁였다.

살과 뼈를 가르는 섬뜩한 소음이 좀비들의 몸통에서 들려왔고, 이미 성현은 저만치 나아가고 있었다.

후두두둑.

성현이 지나고 수초가 흘러서야 몸통과 팔다리가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고, 좀비들은 그 자리에서 몇 등분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목이 날아간 좀비는 ‘피식’거리는 소리를 내며, 분수라도 되는 양 선채로 피를 뿜어냈다.

쿠오오오오!

[ 정신 공격에 저항하였습니다 ]

“그렇지!”

[구울 Lv4]

레벨 4의 구울이 때마침 나타나 포효를 내지르자 사방에서 이에 화답하는 좀비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포효를 하고 잠시 움직임이 없던 구울이 이내에 성현을 향해 덤벼들었다.

“넌 새끼야. 깝치지 말고 틈틈이 소리나 좀 질러. 힘들게 쫓아오지 말고, 불편한 두 다리는 먼저 좀 잘라주마.”

포효 후에 일정 시간 경직됨을 익히 알고 있었고, 느긋하게 기다려줄 용의가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죽일 생각은 더 없고, 포효만 내지르는 스피커 역할만 해줄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스카카칵!

상체를 살짝 숙인 상태에서 달려나간 성현은 구울이 경직을 풀기 전에 그대로 양다리에 전력을 다한 베기를 시전 했다.

그래도 나름 4레벨에 오른 구울인 터라 뼈의 강도는 대단했고, 잘라낼 때 전해오는 저항감은 상당했다.

쿠에에에엑!

양다리가 잘린 구울이 고통에찬 괴성을 뿜어내며 쓰러졌다. 바둥거리며 성현을 찢어 죽일 듯 팔을 휘둘러댔다.

그리고.

츠파파파팟!

구울의 전신에서 육안으로도 선명한 스파크를 튀어 나왔다. 특이 특성을 가진 구울로 진화한 놈이었다.

“이놈도 희한하네. 자가발전기로 써도 되겠는데, 어쨌든 좋은 견본이다.”

차후 부대원들과 작전 시에 유의해야 하는 구울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미리 알았다는 점에서 성현은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정우현 박사에게 새로운 특성을 가진 구울의 견본을 추가해 줄 수 있음이었다.

츠파파팡!

구울의 전신에 표출되던 스파크가 그 강도를 더욱 높이며, 외부로 크게 확장되고 있었다.

순간 구울이 성현을 향해 양손을 펼쳤다.

워낙 의외의 공격이기도 했고, 거리도 가까웠다. 더군다나 속성이 전기인 탓에 피하기에도 난해한 공격이었다.

손끝에서 발현된 전격이 순식간에 공간을 장악하고 성현을 향해 뻗어 나왔다.

쩌릿! 쩌릿!

“…….”

구울이 내뿜은 전기가 성현의 전신을 강타했다.

솔직히 처음 당하는 공격이라 조금 놀랐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모든 속성에 저항을 가지고 있는 내성을 믿었다.

내성이 60을 넘어 40대였을 때와는 효율 면에서 2배 이상이 높아진 상태라 그런지 HP의 변화도 미미해 1% 정도 빠진 게 다였다.

통각도 그다지 아프다는 느낌이 없었다.

“놀래라. 아오, 뭐야? 눈이 왜 이리 깜빡거려, 어라 입에도?”

손발이 저릴 때의 느낌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다만 눈이 제멋대로 깜빡거리고, 입안에서 톡톡 튀는 느낌이 절대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

“이 새끼,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성현은 짜증을 유발한 구울의 남은 양팔까지 모조리 끊어내며 중얼거렸다.

“이건 살려서 한번 가져가 봐? 일단 주변 청소부터 좀 하자.”

구울이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체내에 전기를 생성해내는 기관이 있을 법했다.

앞서 거미줄을 내뿜던 구울에 대한 이야기를 정 박사에게 했을 적에 정 박사는 그런 구울을 또다시 대면하게 되면, 가능하다면 살려서 가져다 달라고 요청을 했었다.

이미 사체인 형태로 가져가 봐야 놈들이 특성을 발산할 때의 특징적인 변화를 관찰할 수가 없던 탓에 반드시 살아있는 놈들이 필요했다.

구오오오!

성현의 양학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잡몹에 불과한 좀비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고 있지만, 순식간에 해체되면서 입체 분할되어 땅에 떨어졌다.

부위와 면적만 다를 뿐이지 모조리 분해되는 것은 다를 게 없었다.

머리, 몸통, 팔이 허공중이 비산하며, 성현이 지나는 자리에 흩뿌려졌고, 신경이 살아있음인지 팔다리가 펄떡펄떡 거리며 꿈틀대고 있었다.

한낮에 공포영화보다 더한 괴기스런 장면을 연출해 냈다.

꽈과과광!

“이건 또 뭐야?”

성현이 한데 뭉쳐 달려오는 좀비들을 마중 나가던 중 농구공만 한 불덩이가 날아오더니 좀비들의 가운데로 날아가 큰 폭발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고열에 좀비들이 아스팔트에 떡 진 것처럼 눌러 붙었고, 폭발의 중심에 있던 존비는 허연 재가 되어 흩어졌다.

“어이 거시기, 이야기 좀 하지.”

“쪼까 뚜껑 좀 열고, 토킹어바웃 좀 해보드라고.”

불덩이가 튀어나온 건물 모퉁이에서 두 명의 사내가 걸어 나오면서 성현에게 말했다.

딱 봐도 많아 봐야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이들이었다.

“몇 살?”

뜬금없는 등장에 초면에 반말까지 조금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성현은 그래도 이리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좋게 나이부터 물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것 같지만 혹시나 했다.

“……시바것 세상이 요로코롬 변한 마당에 뭔 꼰대질이여. 그려 나가 씹팔세고 우리형은 이씹센디 댔는감?”

“저세상 가는데 순서 없는 거 몰러? 그냥 이야기 좀 허자고.”

어디서 많이 본 시츄에이션이라 생각한 성현은 간만에 꼭지가 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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