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
외유(外遊) (2)
“러시아는 둘째 치고, 위구르 지역이라면 키르기스스탄과 국경 지역이지 않습니까?”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위구르 지역은 중국의 성(省)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정식 명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이고, 이슬람권의 영향을 받아 반중 정서가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대략 4천 킬로미터는 족히 될 거리로 군요. 전투기는 공중 급유 없이 한 번에 가시기는 힘들겠습니다.”
해밀턴이 아시아 전도를 꺼내 살펴보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투기 중 최대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Su-35조차도 3,600㎞에 불과했고, 성현은 현실적으로 공중 급유나 지상을 한차례 착륙 해야만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수송기나 여객기를 성현이 몰수 있으면 모르지만, 직업의 특성상 무기로 취급되는 전투기나 공격헬기 외에는 성현이 운용 가능한 수단 중에 직행할 수단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목적지는 위구르 지역이지만, 그전에 들릴 곳이 몇 군데 있다. 바로 갈 수 있다고 해도 내가 그럴 생각이 없어.”
성현은 이번 외유 아닌 외유에 많은 일을 계획 중에 있었다.
처음에는 한반도나 인근 국가의 비축유를 얻어 유류 문제를 해결할까도 생각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이 또한 한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했다.
‘능력을 썩힐 이유는 없지.’
지속적인 공급원을 개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
영지 관리의 하위분류 중 자원항목에 있는 ‘자원탐색’과 ‘자원채취’이 두 기능을 활용한다면, 궁극의 물자조달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다.
신규자원 등록에 100만 골드가 소모되지만, 얻는 것에 비해 소소한 지출에 불과했다.
“알다시피 나는 좀비와 구울을 사냥하면 골드를 벌 수 있다. 그 골드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다들 알 테고, 이번 기회에 한동안 사용할 골드를 마련할 생각이다. 그리고 구하기 힘든 물자들도 좀 챙겨야겠지. 할 일이 아주 많아.”
경험치와 골드, 그리고 필요한 물자들을 최대한 챙길 계획을 세워두었다.
부수적으로 중국의 사정을 알아보는 차원에서도 이번 일은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중국이 미국보다 늦다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시간을 극초신성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던 만큼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15억 중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살아남았는지 알 수 없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떤 특이한 이능력을 가진 자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또 그 생존자들이 과연 좀비와 구울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했다.
당장 제주의 인구는 십 수만에 불과했고, 멀리 생각할 때 중국이 적절한 형태로 좀비와 구울을 격퇴하고 있다면, 수십 수백 년이 지난 후 한민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 될 수도 있었다.
중화민족의 정복욕이야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바, 어느 정도 안정되는 순간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었다.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옆집 놈들의 동태는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알아두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
“순간이동과 같은 능력이 있으신데 야간에는 복귀하심이 어떨까 합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이동 간에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다. 이번만큼은 야간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다. 알다시피 지금의 난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도 피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일부로 휴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사령관님, 휴식이라기보다는 상호연락체계가 마련되지 않아서…….”
“아,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돼. 특수한 조치를 해두고 갈 테니.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복귀 할 수 있다.”
조만호 대위가 중국 정도라면 성현의 능력으로 출퇴근도 가능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지만 성현은 그럴 뜻이 없었다.
그리고 성현은 최동원에게 일전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신호체계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방법을 알려준 상태였다.
“동원이는 항시 그곳에 병력 배치해서 유사시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네. 사령관님. 걱정 마십시오.”
영지 외곽에 별도의 성벽 세 개를 만들어 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성벽을 파괴해서 성현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미니맵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한 마당에 마땅히 활용함이 당연했다.
성벽 중에 가장 약한 ‘허름한 목책’은 어지간한 성인 혼자서도 별다른 장비 없이도 충분히 부술 수 있을 만큼 허약했다.
목책 하나가 부서지면 외부 세력과의 조우를 뜻했고, 두 개가 부서지면 영지의 방어물들로는 방어가 불가능한 전투가 발생했다는 표식으로 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영지민들에 의한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고, 가정이지만 장거리 미사일이 날아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세 개가 부서지면 성현 주변 인물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보와 같았다.
주변 인물들이라 함은 해미와 줄리라 할 수 있었고, 좀 더 폭넓게 보면 성현과 인과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었다.
신호체계를 여럿 만들어 두었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성현은 그 성벽 중 단 하나라도 손상을 입게 된다면 즉시 복귀할 생각 중이었다.
앞서 청계산에서의 일도 있고 해서 노파심에 만든 신호체계지만, 이 하나만으로도 외부로 나가 있는 성현이나, 그런 그를 기다리는 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수 있을 터였다.
* * *
성현은 출발에 앞서 해미와 줄리를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소식을 전했다.
최근 들어 많이 성숙해진 탓인지 예전처럼 해미가 같이 간다고 보채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긍정적인 변화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줄리는 올 때 맛있는 거 사 오라며, 성현을 웃음 짓게 했다.
“출발하자.”
관사에서 나온 성현은 대기하고 있던 두식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 공항 화물청사에 도착한 성현은 꼭 필요한 물품들만 캐릭터 창고에 두고, 나머지는 모두 꺼내어 창고의 공간을 비워두었다.
“이걸로 준비는 거의 끝났고.”
이제 중국으로 향하기 전에 남은 할 일은 단 하나였다.
5.후작
-권위 100달성 및 영지 5개 이상(전 스텟+50, 영지 선포 10개 가능)
후작으로 승작을 해서 본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올려둘 작정이었다.
특전으로 얻게 되는 ‘전 스텟 +50’이 수치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상징하는 바가 더 컸다.
무려 전 스텟이 100을 넘기게 됨으로써 기존 10단위의 능력치와는 또 다른 차원의 능력을 발휘하게 될 터였다.
아직 해미에게 듣기만 해서는 감을 잡기 힘들었지만, 스텟이 100을 넘기게 되면 직업 전용의 스킬들이 새로이 생긴다고 했으니 기대하는 바가 컸다.
“무슨 스킬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과거 게임 상에서도 무기 전문가 직업을 가진 자 중에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인 탓에, 스텟 100을 돌파하면서 얻게 되는 스킬은 알려진 게 없었다.
그야말로 성현이 최초였다.
[박성현]
레 벨 : 31 (EXP 41.67%)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계 급 : 백작
근력 12 (+10,+43) → 65 ▲
민첩 9 (+10,+43) → 62 ▲
내성 9 (+10,+43) → 62 ▲
마력 5 (+10,+43) → 58 ▲
체력 14 (+10,+43) → 67 ▲
권위 62 (+10,+43) → 115 ▲
보너스 스텟 : 0
후작계급 달성 조건인 권위는 이미 100을 훌쩍 넘어있었다.
“레벨 업에 신경도 좀 써야겠어.”
직접적인 사냥은 V-1 대피소 안으로 진입하면서 잡은 좀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한 전투가 없었지만, 광양과 나주 영지의 수성 병기들이 침입하는 좀비와 구울을 꾸준히 잡아준 탓에 1레벨이 더 올라 31이 되어있었다.
“영지만 만들면 바로 후작이네.”
후작 조건 충족을 위한 영지의 개수는 5개 이미 3개의 영지가 활성화되어있었고, 2개의 영지만 추가로 만들면 후작이 될 수 있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활성화하는데 하나의 영지가 소요될 예정이었고, 나머지 영지 하나만 더 정하면 되었다.
“아무 곳이나 하나 만들면 되겠다.”
후작이 되면 영지 수는 최대 10개까지 늘어나게 되고, 백작의 한계 영지인 5개를 모두 채운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영지 선포는 골드도 들지 않는바, 깡통 영지 하나 만들어 두면 그만이었다.
“두식아, 다녀오마.”
“넵. 사령관님.”
성현은 누구도 배웅하지 말라 했고, 오직 보좌관인 두식만이 지금 옆에 있었다.
쿠콰콰콰.
두식은 성현이 전투기에 올라 이륙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무탈하게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성현의 전투기가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무사귀환을 빌며, 자리를 지켰다.
* * *
중국의 군부대는 모두 7개의 군구와 18개 집단군으로 구성돼 있었다.
각 군구는 독립적인 작전이 가능한 전군통합부대로서 육해 공군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되었다.
중국의 군은 넓은 국토와 지리적인 영향으로 현재의 체계로 만들어져 있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에 대한 방어선이 긴 탓도 있었지만, 공산화에 따른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 군구는 중국 전역을 커버하며 자리 잡고 있었다.
소수민족의 봉기, 독립을 원하는 자치구에 대한 통제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음이었다.
“사령원 각하! 산동 방면 제6 육전여단 소속 2개 대대가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138보병여단으로 긴급 퇴각했다는 보고입니다.”
“뭐야!”
한웨이궈 육군 사령원(司令員)은 상장으로 국군의 대장에 해당하는 계급에 있는 자였다.
한웨이궈 상장은 그 누구보다 상부의 명령에 충실한 군인이었다. 군사 위원회의 주석이자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의 지시에 착실히 따랐다.
자신의 군구 소속 장병들과 300만 명에 이르는 인민들을 동원해 대규모의 피난 섹터 14개를 만들었고, 그곳에 군과 인민들을 대피시켰다.
중국다운 엄청난 동원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결과 도합 160만 명에 가까운 이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고, 극초신성 사태가 있고 난 후 일부 손실은 있었지만, 20만에 이르는 장병들과 90만 명 이상의 민간인들 휘하에 두고 있었다.
“금일 새벽 대요괴 다수가 급습하여, 웨이팡 남동방면 4개 현 모두가 요괴들의 차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중심 3개 구에서 138보병 여단이 방어 중이라고 합니다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웨이팡시는 지급시(행정구역상 도)로, 4개의 직할구와 6개의 현급시(도시), 2개 현을 관할하고 있다.
그 전체 면적은 대한민국의 충천도와 맞먹는 크기라 보면 된다.
“8 장갑 사단을 급파해!”
“8 장갑 사단도 금일 정오를 기점으로 대규모 요괴들과 접전 중입니다. 당장 발을 빼기가 어렵습니다.”
“뭐라? 그럼 11 장갑 사단, 58 기계화 보병여단 이라도 보내!”
“사령원 각하, 거리가 너무 멉니다. 저희 중앙군보다 후방에 있는 부대를 움직이기엔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한웨이궈 상장은 3개의 집단군 이하 여단과 사단이 모두 15개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당장 지원 가능한 부대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138보병 여단이 뚫리면, 여기도 위험해진다!”
한웨이궈 상장은 펄쩍 뛸 지경이었다.
3개뿐인 육전여단(해병대) 중 2개 대대가 궤멸했다는 소식이 뼈아프지만, 아직 자신의 휘하에 25만 이상의 장병들이 있어 참아줄 만 했다.
하지만, 138보병 여단을 잃게 되면, 중간에 완충지인 쯔보시가 있다지만, 이곳 제남(지난)시까지 일직선으로 문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웨이팡를 기점으로 동진해 칭다오까지 회복하려 했더니.”
초기 일반 요괴들을 잡아내며 승승장구했지만, 갑작스런 대요괴의 등장에 밀고 밀리는 접전을 수없이 펼쳐야 했다.
그렇게 해서 제남을 탈환하는데 무려 한 달이 넘게 걸렸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방어선이 안정화에 들어가자 해상과 연결하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이 화근이 되고 있었다.
“급보입니다! 쯔보시 동남쪽 40㎞까지 요괴들이 진출했다는 공군의 정찰 보고입니다.”
지휘 본부에 날아든 소식에 한웨이궈 상장은 책상을 크게 내리쳤다.
138 보병여단이 뚫리고 만 것이다.
“둥펑15 한기 발사 준비해!”
“······사, 사령원 각하. 차라리 항공사단에 폭격을 지시하심이.”
“시끄럽다! 이참에 한 방에 모두 쓸어버린다. 목표는 쯔보시로 넘어오는 요괴 무리다. 서둘러!”
둥펑15(DF-15), 서방명칭 CSS-6 으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탄이었다.
사거리는 600㎞ 내외이며, 스커드 미사일 발사차량에서도 발사할 수 있는 핵 탑재 발사체였다.
정확도는 낮은 편이지만, 90kt급 전술 핵탄두라는 점에서 오차범위는 사실상 의미가 없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