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90화 (90/176)

# 90

뉴클리어 (1)

모든 게 너무도 선명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의 형태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시야를 차단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아보지만, 주변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감지되고 있었다.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의 느낌조차도 이전과는 달라도 너무도 달라 생소하기까지 했다.

끈적끈적하면서도 농밀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후아-.”

들숨과 날숨이 한 번 오갈 때마다 육체에 잠재되어 있는 미증유의 힘이 꿈틀거리며 요동쳤다.

이는 스텟이 급격히 올라 생긴, 성현의 육체에 체화되면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백작에 오를 때와는 차원이 달라.”

가만히 있음에도 근육이 살아있는 듯 요동치고, 크게 부풀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힘줄이 툭툭 튀어나오며, 당장이라도 터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크게 맥동하고 있었다.

고통은 없었다. 쉽사리 제어되지 않는 육체에 힘을 주어 보지만, 그 반발력에 이내 포기했다.

‘지켜보자.’

잠시 동안 몸을 제어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성현은 안정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몸을 이완시키며,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십여 분이 지날 즈음, 성현은 눈을 치켜떴다.

“……됐다!”

폭주하던 육체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주변에 누가 있었기라도 했으면 야단났겠다.”

자신을 중심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지름 30m가 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인근 건물은 반파되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성현은 황폐해진 주변 지형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번 시험해봐야지.”

아직 완전히 체화되지 못했다 하나, 육체의 컨트롤은 이상이 없었다.

성현이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제자리에서 서전트 점프를 했다.

쾅!

바닥의 아스팔트가 굉음을 내며 크게 부서졌고,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육체가 미사일처럼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헉, 이 무슨!”

단숨에 이백여 미터를 치솟은 육체는 멈출 줄 모르고 더욱 높이 솟구쳐 올라 거의 300여 미터 가까이 날아오를 즈음에서야 멈춰 섰다.

그리고 정점을 찍고 자유 낙하를 시작했다.

중력에 이끌려 초당 50(m/s), 약 180㎞의 속도 떨어져 내린 성현은 지상과 충돌했다.

쿠쿵!

시멘트 바닥에 발목 어림까지 깊이 파고들 정도의 강력한 충돌이었지만, 성현의 육체에는 단 1의 피해조차도 없이 멀쩡했다.

“미쳤네. 아무리 스텟이 100을 넘었다지만, 이건 도무지…….”

이전에 비해 외관상 달라진 점은 크게 없었지만, 내부는 천지개벽을 한 상태였다.

양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성현은 손에 힘을 주어 보았다. 용솟음치는 힘은 태산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신규스킬이······.”

〔초월 스킬〕

【 근력 1차 한계돌파 】

[파멸의 강격]

- 공격력 300% 증가 (격투 계열 육체 적용 및 모든 무기 상시적용)

【 민첩 1차 한계돌파 】

[광속 돌파]

-공격속도, 이동속도 300% 증가 (격투 계열 육체 적용 및 모든 무기 상시적용)

【 내성 1차 한계돌파 】

[신성한 방어]

- 내구성 300% 증가 (격투 계열 육체 적용 및 모든 무기 상시적용)

【 체력 1차 한계돌파 】

[궁극의 회복]

- 최대 HP 및 자연 회복력 300% 증가

【 마력 1차 한계돌파 】

[절대 무적]

- HP 20% 미만일시 10초간 무적, HP 100% 회복  (1일 1회)  (1일 1회, 자동시전)

스텟이 100을 돌파하면서 새로이 생겨난 스킬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패시브 스킬 같았다.

“······.”

그야말로 모두가 완소 스킬들로 채워져 있었다. 성현은 반투명한 스킬창을 들여다보며, 입을 쩍하니 벌린 체 가만히 서서 바라만 봤다.

초월 스킬을 얻기 전 성현의 평상시 무기 공격력은 직업전용 패시브 스킬 ‘무기 전문화’ 1.5배, ‘마력부여’ 2.65배가 복리 적용되어, 3.975배. 거의 4배의 기본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초월 스킬까지 곱해지면, 거의 12배라는 계산인데······.”

소총 화력의 12배라면 아무리 못해도, 20mm 탄환을 사용하는 기관포 정도는 될 거라 성현은 생각했다.

여기에 만약 액티브 스킬까지 가미된다면, 단 한 방일지언정 30배에 육박하는 공격력을 낼 수 있었다.

“공격 헬기 체인건이라면 한 발 한 발이 헬파이어 이상의 위력을 내고도 남겠다.”

자신의 능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긴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1% 부족하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그런 생각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었다.

이로써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슬슬 출발하자.”

다시금 ‘단군천왕’ 함에 오른 성현은 F-35B 한 대를 갑판의 이륙 라인에 꺼내었다.

서둘러 기체에 탑승한 성현은 콕핏에 있는 통합 헬멧 시현기를 쓰고, 파라노믹 디스플레이의 전원을 켰다.

“F35보다 좀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네.”

대형 디스플레이 하나가 기계식 계기판과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대체하고 있었다.

성현은 엔진을 점하하고, 좌석 우측에 있는 조종간을 잡았다.

우우우웅, 쿠후후후!

F135-PW-600 터보팬 1기에서 거의 천둥소리와 맞먹는 152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강력한 불꽃과 함께 토해졌다.

리프트팬의 덮개가 개방되면서 단거리 이륙을 시작했다.

*  *  *

진해에서 이륙한 성현의 전투기는 황해(서해)를 건너 700㎞를 비행 중이었다.

드디어 푸르른 수평선 끝에 육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칭다오인가?”

산둥성 동부, 황해에 접해있는 상공업이 발달한 중국 동부 최대의 항구도시였다.

성현은 최대한 저공비행하며, 지상의 상황을 살폈다.

혹여 지대공 미사일의 공격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그다지 두렵지는 않았다.

“미사일쯤이야. 근데 핵폭발도 막아질런가?”

만에 하나 미사일 공격이 있다고 해도 F-35B의 스텔스 성능을 믿었다. 또 진화에 가까운 변화를 겪으면서 미사일 정도에는 그다지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스텟을 100을 초과하면서 얻은 초월 스킬의 ‘절대무적’ 능력이 핵폭발이라는 미증유의 폭발 속에서도 정상 작동하느냐였다.

일부로 핵 공격을 맞아 시험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이 또한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HP가 2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동으로 시전 되는 무적기가 10초간 절대방어를 해주게 되어있고, 거기다 1일 1회 가능한 즉시 귀환으로 제주에 복귀하면 그만이었다.

“여긴 좀비들만 득실거리네.”

F-35B 동체 외부에 설치된 여섯 개의 카메라 중 두 개가 지상을 촬영해 성현의 헬멧 바이저에 영상을 송출해 주고 있었다.

“여기서 200㎞ 정도만 더 가면 되겠네.”

현재 성현이 목적지로 정한 곳은 제남(지난)으로 700만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중국의 제2포병(전략 미사일부대)의 일부가 있었다.

중국의 제2 포병은 여느 나라와 달리 독립 운용하는 소위 4군에 속한다고 보면 되었다.

그만큼 포병의 독립적 가치를 중국이 중시한다는 방증이었다.

제2 포병부대는 일반 대포를 사용하는 육군 포병과 달리 장단 거리 로켓 유도탄만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이른바 특수 포병이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전략 핵미사일과 전술 핵폭탄도 이들 제 2포병이 운용하는바, 이번 중국행에서 성현은 이를 얻고자 했다.

쿠콰콰콰.

지상 300m 상공을 저공 비행 중인 성현은 칭다오를 지나 웨이팡시에 근접하고 있었다.

“여기서 전투가 있었군.”

웨이팡 시 전역에 화마가 충천하고 짙은 검은 연기들로 자욱했다.

지상에는 좀비의 사체와 부서진 장갑차며, 전차들이 널려 있었고, 상당한 규모의 전투가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좀비들이 이겼나 보네.”

지상에는 멀쩡한 좀비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었고, 이로 미루어보아 인간이 패배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약 50㎞를 더 지나 쯔보시 외곽에 이르렀을 때였다.

“저게 도대체 몇 마리야?”

지평선 저 끝까지 어마어마한 좀비들로 뒤덮여있었다. 드문드문 구울들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좀비들을 이끌고 있었다.

어림잡아 최소 100만은 될법한 숫자였다.

“이놈들, 군대하고 싸우다 쫓아 온 거 같은데.”

성현의 예상은 정확했다.

지상 곳곳에 타다만 차량들과 폭탄에 그을린 자국이 생생했다.

더군다나 시가지 곳곳에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좀비들과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  *  *

“삼둘둘칠, 거리 7,240, 대형 요괴 출현.”

한 고층빌딩 옥상에 있던 탐지병이 구울의 위치를 확인하고 포병 부대에 전달했다.

곧이어 다연장로켓과 자주포의 집중포화가 그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모두 당장 퇴각하라는 본부의 지시다.

“······다시 한 번 확인 바랍니다. 지원을 오는 게 아니라 퇴각 지시가 맞습니까?”

-둥펑15가 20분 후면 이곳에 떨어진다. 어서 철수해!

“챠오니마!(이런 시팔!)”

세 명의 탐지병 중 최상급자가 ‘둥펑’이라는 말에 크게 소리 질렀다.

둥펑15의 핵탄두는 전술핵으로 구분되는 낮은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90킬로톤(kt)에 달했고,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40배에 달한다.

1킬로톤이 TNT1,000톤(t) 둥펑15는 TNT 9만톤(t)의 위력을 가졌다고 보면 되었다.

90킬로톤(kt)의 핵 폭발피해는 열복사 반경이 무려 5.5㎞에 이르고, 폭발 직후 1초안에 폭심지로부터 반경 800m 안쪽은 광구화 하여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증발한다.

800m~1.6㎞ 안에는 차폐물이 있거나 건물 안에 있는 경우 생존률은 30%가량.

하지만, 이것도 잠깐에 불과했다.

4.2㎞ 안쪽은 열복사 노출 지역으로 순간 2천도 이상으로 들끓게 되고, 피부에 직접 노출 시 그 즉시 탄화되고 만다.

간접 노출의 경우도 3도 화상을 입게 되고, 여기까지가 폭발 후 3초안에 일어나는 일로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또 폭발 후, 연소반응 때문에 대량의 산소가 광구방향으로 흡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순간속도가 약 440m/s로 음속보다 빠르다.

사실상 차폐물로 보호받아서 증발하지 않았던 반경 1.6㎞ 이내의 생물체의 95%가량이 이때 사망하게 된다.

“어떻게 20분 안에 25㎞ 이상을 벗어날 수 있냐고! 우릴 다 죽일 셈이냐!”

탐지병들은 빌딩의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가며, 악다구니를 썼다.

핵폭발의 진정 무서운 점은 광구쪽으로 흡수되었던 피폭지 파편과 방사성 물질이 버섯구름을 타고 반경 25㎞ 범위까지 뿌려지는 낙진 현상에 있었다.

18㎞ 반경의 인원은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게 되고, 이후 바람을 타고 가벼운 낙진은 더 넓은 반경으로 퍼져 나간다.

그야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자국, 자신의 앞마당에 핵을 떨어트리는 놈은 없을 터였다.

탐지병들이 빌딩에서 내려와 있는 힘껏 달려나가는 중에 하늘 저편에서 떨어져 내리는 유성과 같은 물체를 보게 되었다.

“개 같은, 20분이라며!!!”

무전을 받고 채 10분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미사일이 찰나의 순간 지상에 떨어져 내렸고, 순간 태양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기억을 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