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92화 (92/176)

# 92

대륙에서 (1)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성도(省都) 제남(濟南).

극초신성 사태 이전, 산둥성의 인구는 1억을 넘어 어지간한 국가 규모를 넘어선 곳이었지만, 현재는 성도인 제남과 그 인근을 제외하면 그 어디에서도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지역이 인간이 아닌 것들의 차지가 되어있었다.

제남의 중앙에 위치한 리샤, 스중, 리청, 창칭 4개의 구에 약 100만을 조금 넘는 이들이 생존해 있었다.

이들은 제남 남쪽 태산(泰山)의 14개의 피난민 섹터의 생존자들이었다.

태산은 고대로부터 중원의 오악으로 불리며, 천하평정을 알리는 봉선의 의식이 거행된 도교의 주요 성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산세가 수려한 것은 둘째 치고, 최고봉이 1,5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해 인간은 물론, 좀비들이 산을 넘어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동부 전구가 제남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여차하면 태산의 피난민 섹터로 다시 피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있지만, 태산의 험준한 산세를 빌려 등 뒤를 단단히 막을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공중 정찰 결과 쯔보시로 향하던 대요괴와 요괴 무리는 완전 격멸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우리 피해는?”

“칭다오 탈환 작전에 동원된 제6 육전여단 소속 2개 대대 1,857명, 산동 동남방면 웨이팡 주둔군 138보병 여단 5,223명 도합 7,080명이 산화하였습니다.”

“모두 인민과 당을 위해 헌신했음이야. 통한의 아픔을 느끼지만, 우리는 멈춰 있을 수 없다. 계속해서 나아가야 함을 잊지 말길 바란다.”

“““넵. 사령원 각하.”””

한웨이궈 육군 사령원은 말은 슬프다고 하지만, 그 눈에는 일말의 동정이나 죽은 장병들에 대한 슬픔은 엿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거점을 옮기는 게 좋을 거 같다. 하북에 있는 제2 포병 본진과 연계하는 방법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말이야.”

“사령원 각하. 관타오 방면에 있는 8호청을 통하는 게 가장 빠르게 네트워크로 통하는 방법입니다.”

관타오는 허베이성 최남단에 위치한 한단시의 작은 현이었다.

“거리는 얼마나 되나?”

“대략 160㎞ 정도 됩니다. 그리고 관타오까지 츠핑현 정도 되는 작은 현 외에는 이렇다 할 도시도 없습니다. 요괴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 좋아. 야오밍 자네가 직접 계획 수립해서 보고하도록 해.”

“넵. 사령원 각하!”

사실 한웨이궈는 가을에 동남풍이 불어 혹시나 방사능이 제남까지 넘어 오지는 않을지 그것이 두려워 거점을 옮기려 했다.

대부분의 군 지휘관들이 이를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들도 불안해하던 차에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기 때문이리라.

“헌데, 장진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건가?”

“저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제멋대로군. 다른 자들은 어떤가?”

한웨이궈의 성정상 크게 화를 내어야 마땅했지만, 기분 나쁜 내색만 살짝 비출 뿐이었다.

장진이란 이의 이름도 더는 거론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다른 자들이야 장 대협의 말을 따를 뿐이라 특별하게 문제 될 것은 없었습니다.”

“대협은 무슨. 여하튼 놈들이 불만이 쌓이지 않게 관리에 신경 쓰도록 해. 사술 같은 능력이라 하나 중요한 전력들이야. 그리고 장진이 돌아오면 내가 좀 보잔 다고 전해, 아니다. 장진이 돌아오면 내게 보고부터 해.”

사실 장진은 한웨이궈 상장이 부른다고 올 만한 이가 아니었다. 되레 ‘그놈보고 오라고 전해’라는 말을 듣게 될 터였다.

차라리 그런 소릴 듣고 찾아갈 밖에는 제 발로 먼저 가서 만나는 게 속 편한 일이었다.

“그럼 오늘 회의는…….”

벌컥!

“사령원 각하!”

소위(少尉)계급을 단 위관 하나가 급히 회의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리 호들갑인가!”

한웨이궈가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자, 그의 심기를 알아챈 부관이 보고 절차를 무시한 것에 대한 질책의 표시로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보고가 있어서…….”

“아아, 됐고. 보고할 게 뭔가?”

한웨이궈가 딴에는 너그러운 척 말했지만, 그 눈매만은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지, 지금 소속 불명의 로봇과 전차들이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 곧장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

소위의 뜬금없는 보고에 다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뭐라? 로봇?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거기다 외곽 방어 병력은 뭘 했기에 침입이 있음에도 이제 와 보고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미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쳐 왔다는 것은 외곽 대요괴 방어 라인이 뚫렸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사령부가 있는 이곳 앞마당에 와서야 보고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그게… 최초 조우한 게 올림픽 경기장 첸첸빌딩 앞이었습니다. 외곽 방어 병력들도 영문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경계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도무지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는 내용의 보고였다.

“아군이 아니라면 적일 따름이다! 당장 전군에 비상 걸고 제12 항공사단 출격시켜.”

동부전구 예하 제12 항공사단의 대부분의 전력은 극초신성 사태 당시 지상에 있던 탓에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스텔스 전투기 젠-20(J-20) 5대만은 지하 격납고에 있어 운행에 문제가 없었다.

한웨이궈의 지시가 떨어지자 부관이 빠르게 통신실을 찾아가 항공 사단의 출격을 명령했다.

* * *

성현은 제남 동남쪽 20㎞ 지점에 기체를 착륙시키고, 육로로 제남을 향해 달려 나갔다.

지나는 길 곳곳에 군 병력이 상주 중인 초소와 주둔 부대들이 있었지만, 모두 무시하고 제남에 이르렀다.

제남을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있었고, 조잡하지만 상당한 높이의 장벽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그럭저럭 좀비 정도는 무리 없이 막을 수준의 방비는 되어 보였다.

장벽 위에도 초병들이 해가 지고 날이 어둑해지자 전기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는지 곳곳에서 횃불을 밝히고 있었다.

드문드문 서치라이트가 있기는 했지만, 한번 지나면 1분 이상 같은 곳을 비추지는 못했다.

성현은 한 마리의 비조처럼 가볍게 장벽을 넘어갔다.

“이곳 사령부를 먼저 찾아야 하는데… 중국어를 못 하는 게 큰 문제야.”

목적 없는 전투만 있다면야 상관이 없지만, 찾아야 할 것들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야 했고, 그리고 추가로 얻어야 하는 정보들이 있었다.

하지만 성현은 영어라면 자신이 있지만, 중국어는 이얼싼쓰 간단한 숫자나 워아이니 정도가 전부였다.

중국군 간부를 붙잡아 심문은 한데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었다.

“일단 뒤져보는 수밖에.”

성현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Can you speak English?”

“시 시쉐이?(누, 누구냐?)”

“간부라는 새끼들이 어떻게 영어 한 줄을 못 해? Can you speak English?”

“한궈렌?(한국어?)”

“하아-. 한국어는 용케도 알아채네. 미안하지만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고통은 없을 거다.”

이로써 12명째 허탕이었다.

일이 틀어졌을 경우, 오늘 사태의 장본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 여지를 남겨둘 수는 없었다.

이미 손에 피를 묻힐 작정을 하고 나선 성현의 손속에 자비는 없었다.

제남에 잠입한 지 2시간이 흐르고 나서 성현은 보이는 군인들 중 그나마 간부라 여겨지는 이들을 붙잡아 물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감시가 제법 삼엄한 곳은 두 곳을 찾아내어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군수품 저장 창고와 식료품을 일부 저장해둔 곳이었다.

“이래선 정말 답이 없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이 상태라면 이대로 시간만 허비하고 성과는 얻을 수 없을 터였다.

“처음 생각대로 할 수밖에.”

성현은 사실 처음 생각은 무력 도발을 해서 힘으로 제남을 정벌해 핵무기들을 회수할 작정이었다.

내부에 침투해 공성 병기들을 풀어두고 일정 부분 군을 와해한 후, 대화를 시도해볼 계획이었지만, 조금은 방법을 달리해봤던 거다.

최소한의 전투로 일을 마무리 하는 식으로 우회했지만, 더는 무리였다.

제주에 복귀한 후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다시 찾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핵무기만은 반드시 회수해야 했다.

핵미사일을 한 번 사용해본 놈이 두 번 세 번인들 못할 리 없었고, 이런 미치광이의 손에 핵을 두고 돌아가기에는 너무도 불안했다.

“시작하자.”

성현의 손이 창고를 열고, 지상에 공성 병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산 이후에 공성 병기 전부를 꺼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급 마력 포탑’ 31대와 ‘4급 거신병’ 11기가 지상에 강림했다. 성현은 그중 한 대의 마력 포탑에 올라타고 공격이 아닌 이동 루트만 설정해 서서히 전진하도록 만들었다.

“신병기들도 시험할 겸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근데 이거 가면 갈수록 더럽게 비싸지네.”

6) 2급 스컬 드래곤 (공성 전용, 비행체)

공격력 : 12,000

사거리 : 2㎞

내구 : 25,000

크기 : 전장 46m, 전폭 43m, 전고 15m

필요자원 : 철광석1,550t, 미스릴1t, 드래곤 하트 1.2㎏

대체자원 : 32,000,000 골드

-생성

( 2 ▲) = 64,000,000 골드

7) 2급 부유 요새 (공성 전용, 비행체)

공격력 : 35,000

사거리 : 2.5㎞

내구 : 105,000

크기 : 전장 142m, 전폭 95m, 전고 60m

필요자원 : 석재 10,500t, 철광석3,000t, 미스릴2t, 드래곤 하트 2㎏

대체자원 : 200,000,000 골드

-생성

( 0 ▲) =

해미가 가지고 있던 골드를 대부분을 받아 왔지만, 당장 ‘2급 부유 요새’는 불가능했고, ‘2급 스컬 드래곤’은 두 개까지는 가능했다.

“뭐,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쓰임이 있겠지.”

성현은 손길이 허공을 터치하자 상공 200m 부근에 거대한 육망성의 마법진 두 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은회색의 두개골이 튀어나오더니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체를 가진 말 그대로 드래곤이 나타났다.

크롸롸롸!

스컬 드래곤의 가공할 괴성이 상공에서 토해내자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두 마리의 드래곤은 거대한 포효를 한차례 내지르고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와 성현의 머리 위에서 부유했다.

“지금 날 보고 있는 건가?”

스컬 드래곤의 뻥 뚫린 두 눈은 심연과도 같은 검은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고, 고개를 숙여 성현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피막이 없는 스컬 드래곤의 날개는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하늘을 나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는 듯했고 마력 포탑이 부유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을 가진 것으로 유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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