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04화 (104/176)

# 104

자원 부국 (2)

성현은 제주를 벗어나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수 영지의 공단 활성화에 필요한 석유에 대한 문제를 오늘 반드시 해결할 생각이었다.

상당한 비축유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언젠간 해야 할 일이었고, 더군다나 중국에서 석유 말고도 반드시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까지 직선거리로 4,000㎞에 달했지만, 잠시 외출하는 심정으로 출발했다.

F-35B의 최대 속도는 마하 1.6에 불과하지만 성현의 초월 스킬과 액티브 스킬이 더해져 동일한 연료를 사용하고도 무려 마하 7.2 시간당 8.800㎞를 비행할 수 있었다.

거기다 항속 거리도 비약적으로 늘어나 9,500㎞에 이르렀다. 여기에 연료가 가득든 드롭탱크를 달아둔다면 2만 km는 거뜬히 비행할 수 있었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 ㎞임을 감안한다면, 연료 재보급 없이도 왕복은 힘들어도 편도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넓은 땅덩이를 가져서 그런지 복도 많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위치한 중가르 분지 마후(瑪湖)지구.

지금 성현이 도착한 상공의 지명이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북부에 해당하고, 알타이 산맥과 톈산 산맥 사이에 끼어 있는 지역이었다.

동부는 해발 1,000m에 이르렀고, 서부는 그보다 낮은 해발 500m인 분지로 그 넓이가 한반도의 절반 정도는 되는 크기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이곳에 무려 12억 톤이 넘는 역암(礫巖) 유전이 존재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발견된 기존 역암 유전보다 매장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세계 최대의 역암 유전이었다.

과거에는 배가 아픈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찾았다. 잘 쓸게.”

GPS가 무용지물인 탓에 지상을 육안으로 확인해서 위치를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형 유전인 탓에 그 규모가 상당했다.

메뚜기처럼 보이는 그래스호퍼(grasshopper) 육상 석유시추 펌프 수십 대가 가동을 멈춘 채 서 있었다.

기체를 완전히 착륙시킨 성현은 지상에 발을 디딘 직후, ‘영지 관리’ 항목을 열고 먼저 ‘영지 선포’를 했다.

“이름은 간단할수록 좋고."

영지의 명칭은 네이밍 센스가 없는 성현답게 ‘석유’로 직관적인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고 영지 귀속이 완료되자 성현은 하위 카테고리에 있는 ‘자원’을 살펴보았다.

[자원]

1.탐색(0/5)

탐색 중인 자원 없음

2.채취(0/5)

채취 중인 자원 없음

3.가용자원(5/5)

1)가죽 : 0

2)목재 : 0

3)점토 : 0

4)석재 : 0

5)철광석 : 0

4. 신 자원 확장등록

- 1,000,000골드

“뭐 백만 골드 정도야.”

[확장등록을 할 신 자원의 명칭을 부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석유.”

[1,000,000 골드를 사용하여, ‘석유’를 자원 항목에 확장등록을 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성현의 손이 수락을 터치했다.

[자원 ‘석유’가 자원 항목에 추가되었습니다.]

[자원]

1.탐색(0/6)

탐색 중인 자원 없음

2.채취(0/6)

채취 중인 자원 없음

3.가용자원(6/6)

1)가죽

2)목재

3)점토

4)석재

5)철광석

6)석유

4. 신 자원 확장등록

- 2,000,000골드

탐색과 채취가 가능한 자원의 수가 1개씩 증가되었고, 가용자원 항목 6번에 석유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신 자원을 추가할 때마다 골드가 배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번 자원 추가 시에는 200만 골드를 들여야만 확장 등록이 가능했다.

“바로 가야지.”

[탐색을 원하시는 자원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원 ‘석유’의 탐색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성현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탐색 완료까지 999시간 59분 59초]

[탐색 완료까지 999시간 59분 58초]

“장난하냐?”

무려 41일을 기다려야 탐색을 마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건 또 뭐야?”

탐색 카운트다운과는 별개로 상단에 반짝이는 또 다른 창이 하나 더 띄워져 있었다.

[즉시 탐색 완료 999만 골드]

탐색을 즉시 종료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시간당 1만 골드를 요구하고 있었고, 배보다 배꼽이 더욱 컸다.

“어쩐지 최근 들어 눈탱이 좀 안친다 했다.”

등가교환의 법칙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우주적인 질서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가 발생한 것인지. 간혹 뜬금없이 추가 골드를 지출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기야 제대로 사냥만 하면 그리 부담되는 골드는 아닌데. 애들 놀려 두었더니 좀 모자라네.”

[ 6,921,456골드 35실버 ]

당장 일룡과 삼룡은 군위원회에 맡겨두었고, 이룡은 중국의 장진에게 대여해준 상태였다.

“사룡이는··· 에휴-.”

북한산 지하 대피소에 있는 사룡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어찌 되었든 경험치와 골드가 한시적이지만,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어쩐다.”

즉시 탐색을 완료하려고 해도 대략 300만 골드 조금 넘는 액수가 모자란 상황이었다.

일전에 해미가 가진 골드 대부분을 성현이 가져간 탓에 남은 골드가 거의 없었고, 최동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디서 빌려 쓸 때도 없는 상태였다.

“하는 수 없네. 그래도 혼자보다 한 녀석이라도 좀 적극적으로 사냥하면 좋겠는데.”

성현은 인근의 좀비를 사냥하며 골드를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우리 이룡이 잘 있니?’

중국에 남겨두고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건넨 성현이었다.

-주인인가? 아직 살아있었군.

‘어쭈? 너 말투가 상당히 공격적인데?’

-스컬 드래곤은 전투를 위해 태어난 존재다. 태생적으로 주인의 말은 틀림이 없다.

‘뭐, 인마. 내가 지금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난 주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나는 주인이 명령한 바를 수행하느라 바쁘다. 더 할 말이 없다면 이만.

‘······.’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던 터라 안부부터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벌처럼 톡 쏘는 듯했다.

성현은 이룡의 상당히 인간적인 감정표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삐졌네.”

성현은 피식하면 웃었다.

기분 나쁘기보다 어린아이의 속 보이는 투정을 보는듯해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찌 보면 감정 없이 메마른 것보다는 이편이 성현은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릇은 초장에 고쳐놔야 하는데. 딴 애들도 버려 놀라.”

나쁜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까지 물들이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이룡아.’

이룡을 심상으로 부르고 잠시 기다려 봤지만, 답이 없었다.

‘이룡!’

-주인 난 할 일이 많다. 별다른 명령이 없다면······.

‘넌 내 명령에 싫던 좋던 무조건 복종하는 게 맞지?’

-그렇다. 우리 스컬 드래곤은 맹약에 의해 탄생했고, 그 맹약의 대상인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대가리 박아.’

-······그게 뭔가?

‘아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줘야겠네. 이룡아 대가리를 바닥에 대고 몸통은 절대 땅에 붙이면 안 된다. 즉, 체중을 머리와 아래의 두 발로 버티고 있으면 된다. 어서 해봐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건 명령이다.’

성현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라도 설명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히 알려 줬다.

스컬 드래곤인 이룡이 힘들어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외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고통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뼈만 남은 앙상한 스컬 드래곤이 원산폭격을 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졌다.

-주, 주인.

‘자세 잡았어?’

-지, 지금 주인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 헌데 이런 것을 내, 내가 왜 해야 하는가? 주변의 인간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이런 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글쎄다. 우리 이룡이가 왜 이런 걸 하게 된 건지 스스로 알게 되면 그때 그만하면 될 거 같네. 그럼 계속 그 자세 유지하고, 나중에 보자.’

말 못하는 짐승도 길을 들이고, 복종시킬 수 있는 게 인간이었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당근과 채찍 이 두 가지 철칙으로 얼마나 시기적절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스컬 드래곤은 인간과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물론 감정 표현에 능숙했다.

정신 연령은 대략 10~13세 정도로 생각되는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었다.

-잠깐! 주인을 오해를 한 거 같다. 이룡이 어리석었다. 주인의 깊은 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위대한 주인을 시험하려 한 이룡을 용서해라.

이룡의 태세전환이 시쳇말로 가히 우르디 급이라 할 만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았고, 변화무쌍했다.

‘너 쉬운 애였구나.’

-······쉬, 쉽다니 무슨 말인가? 주인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이 몹쓸 자세를 그만두어도 되는 건가?

생각과 달리 너무도 쉽게 백기를 든 이룡에게 원산폭격을 더 시켜 본들 얻는 게 없었다.

이룡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스컬 드래곤들에게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채찍을 드는 시늉만으로도 꼬랑지를 흔들고, 배를 보이며 복종할 것이었다.

‘앞으로 주인 말 잘 듣는 이룡이가 될 거지?’

-주인. 당연하다. 지금까지 주인의 말에 최선을 다해서······.

‘잡설이 길어. 됐고, 너 거기서 요즘 사냥 제대로 안 하지?’

-그, 그건 여기 인간들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핑계는, 이룡아 주인님이 지금 좀 쓸 때가 많은데 골드가 없네. 그럼 우리 이룡이는 뭘 해야 할까?’

-그런 거라면 내게 맡겨 달라. 이 땅에 있는 좀비와 구울이라는 하등한 놈들을 모두 쓸어서라도 주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겠다.

‘뭐 그 정도까지야 할 필요 없고, 일단 좀 시작해라.’

-알겠다. 주인.

성현의 귓가로 화풀이대상을 찾아 떠나는 이룡의 포효가 들리는 듯했다.

* * *

중국은 도시들은 한반도의 여느 도시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상공에서 바라보는 모든 곳이 황토 빛 아니면 회백색으로 건물들도 우중충한 것이 생동감이 전혀 없었고, 지역적인 건조한 기후와 맞물려 삭막하기 이를 때 없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 9,369,225골드 84실버 ]

성현은 전투 헬기 한 대를 타고 텐샨 산맥 동단에 위치한 지급 행정구 하미시 상공에 도착해 사냥이 한참이었다.

하미시는 인구 40만 정도의 작은 도시였지만, 그 행정구획에 있는 5개의 가도, 4개진, 12개 향, 2개 민족향 등 동서로 404㎞, 남북으로 322㎞로 면적이 무려 8만㎢에 달했다.

대한민국보다 조금 더 작은 수준의 넓은 지역을 고작 40만이 살고 있는 것이었다.

투투퉁.

아파치 가디언 하부의 30mm 기관포가 대거 밀집한 좀비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인구 밀집도가 낮은 탓에 성현은 저공비행을 하며 상당수의 좀비를 모으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꽈과과광!

도저히 기관포의 화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이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이중목적 고폭탄이 한껏 모여든 좀비들과 인근을 그야말로 초토화 시켜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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