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09화 (109/176)

# 109

마계의 군주 (1)

성현은 대량 살상이 자행된 곳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도 전투 상황이 벌어지면 절대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지만, 이건 아니었다.

전쟁이란 필살의 각오로 각자의 신념을 관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성현 본인도 언제나 죽을 각오로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켰다.

민간이나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저항 의사만 없다면 항복을 받아주기도 하며 선을 지켰다.

허나, 이곳은 너무도 참혹했다.

확인 사살이라도 한 듯 단 한 명도 살아남은 이들이 없었다.

적을 사살하면 훈장을 받지만, 이것은 그냥 살인에 지나지 않았다.

성현은 그 살인자들에게 화가 났다.

6) 2급 스컬 드래곤 (공성전용, 비행체)

공격력 : 12,000

사거리 : 2㎞

내구 : 25,000

크기 : 전장 46m, 전폭 43m, 전고 15m

필요자원 : 철광석106t, 미스릴1t, 드레곤 하트 1.2㎏

대체자원 : 32,000,000 골드

( 30 ▲) = 960,000,000 골드

성현은 대량의 스컬 드래곤을 생성했다.

하늘에 온통 거대한 육망성의 마법진으로 도배가 되었다.

크롸롸롸롹-!

천지를 진동하는 포효가 터져 나왔다.

성현은 개체마다 이름을 부여하고 외쳤다.

‘이곳의 최고 지휘자를 찾아라! 무기를 들고 투항하지 않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라!’

성현의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 * *

무리를 지어 흩어진 스컬 드래곤들의 보고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었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무리를 찾았다는 소식도 있었고, 일부 군인들의 투항 소식도 전해져 왔다.

성현은 투항한 군인들과 민간인들을 모두 모아 오도록 지시를 하고, 살육의 현장을 벗어났다.

더는 보고 있을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지형적으로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성현은 광저우 바이윈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만들어 보고자 했던 ‘2급 부유 요새’ 하나를 생성했다.

스컬 드래곤을 생성하고 남은 골드는 아직 6억 골드에 육박하고 있었고, 2억 골드를 사용해도 전혀 부담될 일이 없었다.

7) 2급 부유 요새 (공성전용, 비행체)

공격력 : 35,000

사거리 : 2.5㎞

내구 : 105,000

크기 : 전장 142m, 전폭 95m, 전고 60m

필요자원 : 석재 10,500t, 철광석3,000t, 미스릴2t, 드레곤 하트 2㎏

대체자원 : 200,000,000 골드

스컬 드래곤 때와 마찬가지로 상공에 육망성의 마법진이 나타났고, 그곳을 통해 ‘2급 부유 요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은 요새라고 하지만, 그 형태는 기본적으로 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전장 142m, 전폭 95m, 전고 60m에 이르는 부유요새는 소형 항모보다 전장은 짧지만, 선폭이라 할 수 있는 전폭이 넓었고, 높이 또한 상당히 높았다.

지상으로 하강한 부유 요새에 올라탄 성현은 요새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어마어마하네.’

요새의 측면에는 곡사포의 포신과 닮은 120mm는 되는 포가 좌우 각 20문이 장착되어 있었다.

운용방식은 짐작컨대 마력 포탑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이거 어떻게 조종하냐?”

3급의 ‘마력 포탑’이나 ‘거신병’과는 달리 스컬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미니맵 상에 별도의 컨트롤창이 존재하지 않았다.

선체 외부를 확인한 성현은 갑판과 연결된 내부 통로로 발길을 옮겼다.

“영주님. 요새 입성을 환영합니다.”

널찍한 통로에 들어서자 귓가로 들려오는 음성에 성현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성인 머리통만 한 투명한 크리스털이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지금 네가 말을 건 거야?”

“그렇습니다. 영주님.”

이제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는 성현이 토끼 눈을 뜨고 말했다.

“혹시 네가 이 요새를 움직이고 있어?”

“맞습니다. 영주님.”

성현은 신비로운 빛을 머금은 투명한 크리스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부에는 어떠한 이물질도 없는 깨끗하기 그지없었고, 고가의 보석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손을 가져다 크리스탈을 살짝 건드려 보기도 했다.

표면이 매끄러우면서도 대단히 강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쉽사리 부서지거나 할 거 같진 않았다.

“네가 그럼 선장이라 보면 되겠네. 널 어떻게 부르면 되지?”

-영주님이 편하신 호칭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좋아. 요새라고 하지만 선장이 어울리겠다. 선장. 이곳을 안내해줘.”

-알겠습니다. 영주님.

요새 탐방이 시작되고, 성현은 보기보다 내부의 규모에 적잖이 놀랐다.

요새는 모두 8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층의 높이는 저마다 달랐지만, 최소 3미터는 되는 높이로 만들어져 있었다.

대략 5천 명 이상을 수용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갑판 하부의 적재 창은 전투기 수십 대를 수용할 만큼 크고 넓었다.

거기다 이동속도도 해상의 배처럼 느리지 않고 상당히 빠른 비행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공대공, 공대지를 아우르는 전투 수행 능력은 스컬 드래곤 몇 마리는 찜 쪄 먹을 정도로 강력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야말로 만능 전투함이라 할 만했다.

* * *

선진홍은 광저우와 자오칭을 경계로 흐르는 베이강에 자신의 손으로 끊어 놓은 다리를 보고 한탄했다.

인간이 아닌 것들의 침입을 방비하고자 부셔놓은 다리는 지금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도하를 준비하고 있을 때 사달이 났다.

크롸롸롸!

-인간들아 모두 멈춰라!

-주인이 너희 인간들을 찾아올 것이다.

-주인을 영접할 준비를 해라!

-도주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도합 다섯 마리의 스컬 드래곤이 선진홍과 친위대의 앞을 막아섰다.

상공 300m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스컬 드래곤을 보고 선진홍은 기함했다.

“모, 모두 공격해.”

주인이라는 자가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선진홍은 그자가 아리스가 말한 자임을 짐작했다.

저지른 일들의 경중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순순히 잡혀갔다가는 결코 좋은 꼴을 면키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타타타탕. 푸화확!

장갑 차량에 거치된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보병지원화기인 90mm 무반동총이 발사되었다.

친위대는 선진홍의 진혈을 흡수해 절대적인 복종을 하고 있었고, 죽음을 불사하고 스컬 드래곤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감히!

스컬 드래곤의 입에서 뿜어진 광선 줄기들이 지상을 할퀴고 지나갔다.

한 번의 공격으로 밀집해 있던 수백 이상의 병력이 탄화해 재가 되어 흩어졌다.

기갑차량의 벌겋게 달궈진 해치가 열리고, 비명을 지르며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광선 다발들이 지상을 불태웠다.

전투가 한참일 때 소수의 인원이 전장을 이탈해 도주를 감행했다.

선진홍이 부하들을 인간을 방패 삼아 생명을 도외시한 공격을 지시하고, 저만 살겠다고 전투 공역을 벗어난 것이다.

-네놈이 하찮은 이놈들의 대장이구나.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스컬 드래곤 한 마리가 거대한 동체를 지상으로 내리꽂히듯이 하강시켰다.

목표는 당연히 선진홍이었다.

쿠쿵!

“크아아악.”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체의 스컬 드래곤이 지상에 거칠게 내려앉으며, 도주 중이던 선진홍을 그대로 밟아 움켜쥐었다.

-우리가 찾았군, 주인이 좋아하겠다.

-주인이 오고 있다. 반항하는 인간은 모조리 죽여라!

크롸롸롹!

선진홍이 사로잡히면서 사실상 전투는 종막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단 한 명의 군인들도 포기하지 않고 공격 일변도일 뿐이었다.

인간성을 상실한 맹목적인 충성에 대한 대가는 참혹했다.

스컬 드래곤에게 자비를 구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적대하는 놈들은 단 하나도 살려두지 말라는 성현의 지상명령까지 있은 터라, 스컬 드래곤의 충실한 명령 이행은 곧 전멸을 뜻했다.

* * *

‘어디까지 왔어?’

-주인 이들의 말로는 이제 절반 정도 왔다고 한다.

‘이들이라니? 장진 말고 더 있어?’

-그렇다 주인. 모두 3명을 태우고 가고 있다.

성현은 지난시에 있는 이룡을 호출했다.

그리고 이룡에게 장진을 데려오도록 했는데 그 외 두 명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이곳 광저우를 그냥 두고 가기에는 남은 이들의 처지가 너무 딱한 것도 있었고, 그나마 중국에서 알게 된 장진은 믿을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같은 나라 같은 민족인 그에게 이곳을 맡기고자 했다.

‘알겠다. 태운 사람들에게 무리가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오도록 해.’

-알겠다. 주인.

스컬 드래곤의 비행능력은 음속에 가까운 탓에 제아무리 이능력자라해도 매달리다시피 해서 1,500㎞를 날아온다는 것은 힘에 겨울 터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 하나가 도착했다.

-주인 도주하는 놈들 중에 이곳의 대장이라는 자를 찾았다.

‘알겠다. 내가 그리로 가마. 근데 넌 누구냐?’

-주인 이사룡이다.

성현은 작은 미니맵을 열고, 이사룡의 위치를 확인했다.

서쪽 방향 30㎞가 조금 지난 지점이었다.

성현은 부유요새를 이동시킬 수도 있었지만, 사방으로 흩어진 스컬 드래곤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도록 한 상태여서 움직이지 않았다.

부유요새의 갑판으로 이동한 성현은 공격 헬기 한 대를 꺼내어 타고 빠르게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놓치면 어쩌나 했는데, 멀리 가지는 못했구나.”

놈의 면상을 보고 왜 그런 살육을 자행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다는 게 성현의 심정이었다.

비행시간은 길지 않았고, 금방 시야에 이사룡과 스컬 드래곤 무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놈이야?”

-그렇다. 주인. 저항하는 놈들에게 이자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홀로 도망을 치는 것을 내가 잡았다.

“잡더라도 살살 좀 잡아야지!”

-그, 그게 놈들의 대장 정도면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저놈이 약해서 이리된 것뿐이다.

선진홍의 뼈라는 뼈는 모두 박살이 난 상태인지, 기괴한 모습으로 관절이 꺾이고 부러진 뼈가 피부 밖으로 삐쳐 나와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손에 죽을 놈이었지만, 이렇게 쉽게 죽어서는 곤란했다.

“하아-.”

성현은 자세를 낮추고 입에 피거품을 뿜어내고 있는 선진홍을 가까이서 내려다봤다.

“사, 살려줘. 푸헙, 쿨럭.”

“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야?”

선진홍이 중국말로 떠들어 대는 탓에 성현은 놈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선진홍은 그러거나 말거나 연신 뭐라 계속해서 말을 했다.

-주인. 놈이 살려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아리스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한다.

“뭐? 그 아리스인가 하는 놈이 누군지 물어봐.”

-알겠다. 주인.

이사룡이 심상으로 선진홍과 성현의 말을 중계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 정도면 바로 죽어야 정상아닌가? 이 자식 이거 이능력자 같은데. 그러고 보니 상처도 조금 아문 것 같은데?”

선진홍의 대답을 기다리며, 이상한 점이 있어 살펴보는데 놈의 상처가 아주 느리지만 점차 아물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성현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주인. 아리스는 이계의 존재라고 한다. 차원의 저편에 있는 마계의 군주 중 하나라고 했다.

“마계?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성현은 하다하다 판타지에서나 볼법한 마계라는 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헌데 놈이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연기로는 보이지 않아 어쩌면 사실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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