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13화 (113/176)

# 113

지하 만리장성 (1)

-주인.

성현이 내정위원회 전체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에서 들어서던 찰나였다.

‘누구?’

-사구룡이다.

‘가만있어봐라 사구룡이면 소속이······.’

-주인의 부하들이 1대대라 칭하는 곳에 속해있다.

성현이 생각을 더듬는 사이 먼저 소속을 알려주는 사구룡이었다.

-여기 내장산 대피소라는 곳에 무혈 입성했다고 전해달라고 한다.

‘다행이네. 전투는 없었고?’

시작이 좋았다.

모든 대피소가 내장산 같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였다.

-그렇다. 주인의 부하 몇몇이 이곳의 인간들과 접촉해 어렵지 않게 설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동요새로 1차 이주민을 보내겠다고 하는데 괜찮은가?

‘문제없다. 그런데 숫자는?’

성현의 물음을 다시 알아보는지 잠시 동안 사구룡의 대답은 없었다.

-주인. 모두 4만 6천 명 정도이고, 1차로 2만 5천 명을 보내겠다고 한다.

기동요새의 최대치에 가까운 인원을 수용해 온다는 말과 같았다.

‘그래 알겠다. 여기도 준비하겠다고 전해.’

성현은 자신의 친구이자 직속 부관인 정한을 불러 내정위원회에 이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네.”

광양 영지의 제철소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철광석 비축분이 동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철광산은······, 아무리 봐도 이웃집 떡이 좀 커 보이네.”

성현은 내정위원회에서 조사해준 목록에서 세계 각국의 철광산 중에 유독 눈독이 가는 곳이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중국이었다.

“북경과도 가깝네. 이번 참에 지하 만리장성 구경도 좀 해보자.”

주민 수송이 곧 시작되겠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잘 돌아가는 두 위원회가 알아서 척척 잘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주는 알람도 수두룩한 마당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 이동하면 될 일이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2을 획득 하였습니다.]

“어라, 벌써?”

전날 초저녁에 레벨업을 하고, 시간상 20시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레벨업을 하고 있었다.

[박성현]

레 벨 : 45   (EXP 00.01%)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계 급 : 후작

근력 12 (+10,+93) → 115 ▲

민첩  9 (+10,+93) → 112 ▲

내성  9 (+10,+93) → 112 ▲

마력  5 (+10,+93) → 108 ▲

체력 14 (+10,+93) → 117 ▲

권위 88 (+10,+93) → 191 ▲

보너스 스텟 : 2

44에서 45에 이르기 위한 경험치는 10레벨 좀비 120만 마리 정도임을 감안하면, 첫날보다 두 배 가까운 경험치를 올리고 있었다.

“애들 위치 좀 옮겨준 게 주요했나 보네.”

무리 지은 스컬 드래곤들을 인근 대도시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었고, 보다 밀집된 좀비들로 인해 효율이 급상승했다.

“이거 내일이면 두식이 능력 공유받게 되는데 잘만하면 공작까지 1레벨만 올리면 가능하겠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기화 시간은 이제 20시간 남짓 남아 있었고, 이는 곧 레벨업 시 주어지는 보너스 스텟이 10이 증가함이었다.

1레벨만 더 올리면 단숨에 공작 승급 조건인 권위 200이 달성됨을 뜻했다.

* * *

중국 지난시 동북 방향 350㎞ 지점.

탕산(唐山)시는 산동반도와 랴오둥반도 사이에 있는 발해만에 인접해 있었다.

탕산시의 마청 철광산은 추정 매장량만 약 16억 톤(t)에 달하는 초대형 철광산으로, 중국 최대의 철광산이었다.

더군다나 갱을 파고 들어갈 필요가 없는 노천 광산으로써, 연간 2천만 톤 이상을 채굴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고작 매장량이 수백만 톤이 최대 규모고, 연간 수십만 톤 채취해도 신문에 나올 정도던데. 매장 규모는 천 배 생산성은 그 백배가 넘는다니 이건 뭐… 여하튼 잘 쓰마.”

결론은 중국은 자원의 보고이고 성현의 주머니 속 동전과 같았다.

“근데 이거 나중엔 희귀 금속들도 다 구해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당장은 철광석만 요구되고 있지만 희토류나 텅스텐, 리튬, 코발트 등 희귀 금속들도 공업용 수요가 틀림없이 발생할 터였다.

성현이 알기로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견되거나 채취된 전례가 없는 것들로 전 세계에서 수입에 의존했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알아서 말하겠지.”

골드와 시간만 있다면 못 구할 자원이 없었다. 그게 현실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과 그 생산지를 알아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고작 그것뿐이었다.

“영지 선포!”

성현의 외침과 동시에 영지는 귀속되었고, 영지의 이름은 채취하는 자원의 이름을 따 ‘철광석 영지’라는 직관적인 명칭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영지의 규모를 이전 석유 영지와 마찬가지로 최소화해서 자원채취에 필요한 땅만을 성벽을 두르고 수성 병기들을 설치했다.

“철광석 탐색!”

기본적인 영지 설정을 끝마친 성현은 본격적인 자원 탐색에 들어갔다.

[자원 ‘철광석’의 탐색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철광석 탐색을 수락하자 일전에 보았던 탐색 카운트와 함께.

[즉시 탐색 완료 999만 골드]

즉시 탐색을 완료할 수 있는 별도의 창이 생성되어 나타났다.

“한결같네.”

차라리 안심이 되는 성현이었다.

매번 골드의 절대 값이 두 배로 증가하는 ‘신 자원 확장등록’과 달리 탐색은 고정값을 요구하고 있었다.

2)철광석

-매장량 : 19억 3천 6백 50만 톤(t)

1급 시설

생산량 : 시간당 1만5천8백 톤(t)

필요자원 : 35,000,000 골드

-설치

( 0 ▲) =

2급 시설

생산량 : 시간당 6천8백 톤(t)

필요자원 : 8,100,000 골드

-설치

( 1 ▲) = 8,100,000

3급 시설

생산량 : 시간당 2천2백 톤

필요자원 : 1,900,000 골드

-설치

( 0 ▲) =

성현은 2급 철광산이면 충분하다 여겼고, 잠시의 고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생산 시설을 지정했다.

“헌데 여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데.”

간헐적으로 좀비 한둘이 보이긴 했지만, 무리 지어 다니는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지만,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공업지구인 탓에 극초신성 사태 때 사람들이 없을 수도 있는 일이라 치부했다.

“제2 포병들이 만들었다는 지하 만리장성 구경 좀 하러 가보자.”

과거 중국은 전략 포병부대가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감추기 위해 제1 포병도 아닌 제2 포병부대를 신설했다.

제2 포병부대는 1995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화북 산간지역에 총연장 5,000㎞에 이르는 지하 터널을 건설하고 핵미사일을 포함해 각종 미사일들이 숨겨왔다.

이 지하 기지는 지하 수백 미터 깊이에 위치해 견고하기로는 수십만 톤의 핵미사일을 견뎌낼 수 있었고, 터널 내부는 군용트럭이 오갈 수 있을 정도여서 지하 만리장성으로 알려졌다.

이 지하 기지는 2차 핵 공격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보복 핵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최종 포석이라 보면 되었다.

“가장 가까운 출입로가…….”

성현은 지난에 있는 장진이 건네준 기밀 문건을 창고에서 꺼내 들여다보고 있었다. 문건과 각종 지도들은 제주에서 한국어로 요약해서 해석되어 있어 읽고 보는데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그중 몇 장의 지도를 유심히 살피던 성현은 이내 한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쉽게 찾기는 힘들 거 같은데.”

출입로가 있는 지역은 표기되어 있지만, GPS가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위치를 특정해서 바로 찾아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도시와 달리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어느 정도 고생은 각오해야 했다.

어쩌면 산맥을 모두 뒤져야 할 판이었다.

“정북 방향 100㎞ 내외라 일단 출발해보자.”

성현은 거리가 크게 멀지 않은 곳이고, 수시로 착륙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공격헬기 한 대를 꺼내 올라탔다.

* * *

해발 1,100m에 이르는 깎아지른 산의 절벽 중턱에 거대한 구멍이 인공적으로 나 있었다.

그것은 제2 포병의 지하 격납고와 연결된 미사일 사일로였다.

기존의 사일로를 더욱 크게 확장해 현재에는 각종 헬기와 전투기까지 다양한 기체들이 드나드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석 각하. 소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잠시 후 16시 정각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장장 8일여에 걸친 몰이 작업이 드디어 그 끝에 다다라 있었다.

“동펑26을 준비하게!”

“넵. 각하!”

둥펑-26(DF-26)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사거리는 4,000㎞에 달하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말 그대로 핵미사일이었다.

“각하 16시 정각입니다. 최종 유도 부대가 무인 드론을 상공에 살포하고 이탈 중일 것입니다.”

이들은 몰아온 좀비들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음을 크게 발산하는 무인 드론을 일정 높이의 상공에 고정비행하도록 고안해 냈다.

그 효과가 나쁘지 않았고 조잡하지만 수제 드론 일천 기 이상을 만들어 이번 작전에 투입했다.

“지체치 말고 발사해!”

“지, 지금 발사하신다면, 마지막 몰이에 나선 60여 대의 헬기들은 폭발에 휩쓸릴 우려가 높습니다. 최소 10분 이상은 기다려야…….”

“그 괴물 놈들의 이동속도가 50㎞ 정도라고 했지? 놈들이 흩어지기 전에 박멸한다. 즉시 발사해!”

단호한 탕우청 주석의 말에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 천둥광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허나 여기서 주석의 말에 불복하는 순간 숙청될 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천중광이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핵미사일 발사키를 손에 잡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길로 키 박스에 꽂아 넣고 좌로 두 번 우로 세 번 돌려 락을 풀었다.

그런데 차마 발사하지 못하고 잠시 주춤댔다.

“뭐 하는 건가!”

탕 주석이 천 참모장을 밀쳐내고 직접 발사 스위치를 눌렀다.

* * *

쿠쿠쿠쿵!

“헐 시발 진짜 어떻게 된 놈들이…….”

성현이 탕산시에서 북상해 이름 모를 산맥에 위치한 작은 현을 지날 때였다.

정확히 북동 방향 200㎞ 이상 떨어진 곳에 핵미사일이 떨어져 내렸다.

후폭풍이 성현이 있는 곳까지 당도하지는 않을 테지만, 온몸에 소름이 올라왔다.

“최소 메가톤 규모다.”

100㎞ 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10㎞ 이상 솟아오른 버섯구름이 성현이 있는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일 지경이었다.

“설마 이놈들도 좀비 몰이를 한 건가? 그렇다 해도 저리 핵을 마구 쏴대도 되는 거야!”

혹시나 했던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곳까지 북상하면서 지상의 좀비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한때 성현도 핵을 염두에 둔 적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건 미친 짓이라 생각했다.

“걷어가는 수밖에는 답이 없는 동네다.”

선진홍 이후에 조금 시들해지던 핵에 대한 공포가 다시금 표면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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