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종횡무진 (3)
역사적으로 중국은 동북아 최대 강대국으로 오랜 세월 한반도의 국가들을 핍박한 전례가 있는 침략자들이었다.
고려나 조선 시대에는 상국(上國)으로 내정 간섭과 왕위 계승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한반도 분단을 횡행했던 주축이 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미적거리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일들을 아래에 지시하다 보니.”
중국 최대 권력자인 탕우청 주석이 앉아 있는 성현 앞에 시립해 있었다.
변변한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못한 체, 성현에게 투항하여 백기를 들었다.
자신을 호위하는 최고의 이능력자들이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방법이 없었다.
호위로 삼은 이능력자 한 명이 대대급 병력 이상의 무력을 가진 것을 생각하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이는 현실이었다.
죽을 자리임을 알고도 누울 만큼 탕 주석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로써 성현은 중국의 최대 군부라 할 수 있는 중부전구를 한순간에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었음이었고, 군인들의 수는 무려 45만에 가까웠다.
거기다 민간인들은 1천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단순히 한 세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국가 규모의 숫자였다.
지하 만리장성은 극초신성의 존재를 파악하고 난 이후 더욱 확장을 거듭해, 현재에는 그 방대한 규모로 말미암아 설계를 담당했던 이들조차 전부를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 그리고 제,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맞을는지요.”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그냥 대인으로 통일하도록 하지.”
장진을 비롯한 중국에 자신의 세력화된 지역에서는 성현을 대인으로 통칭해 부르고 있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장진과 탕 주석을 대면하게 할 생각인 성현은 호칭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인.”
탕우청은 1974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입지전적의 인물이었다.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국 공상당 중앙 후보 위원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지만, 150명 중에서 151등을 할 정도로 미미했던 전력이 있었다.
그가 꼴찌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당 총서기가 된 것은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 할만 했다.
그만큼 처세에 밝은 자였고, 시류를 읽어 내는 데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당장은 자세를 낮추어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애쓰고 있음이었다.
“그건 그렇고 준비는.”
“그, 근데 정말 모두 가져가실 생각이신지? 아, 아닙니다. 금일 안으로 가져가실 수 있도록 준비를 모두 마쳐 놓겠습니다. 곧 안내할 자가 당도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확인 차 물어보던 탕 주석이 급히 말을 바꾸었다. 성현의 눈빛이 두 번 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음을 말하고 있었다.
잠시 후.
성현을 안내할 군 간부가 준비를 마쳤음을 알려왔다.
수 대의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고, 성현이 탄 차량에 안내를 담당할 군 간부와 뒤에는 탕 주석과 고위직들이 탄 차량들이 뒤를 따랐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건가?”
“네, 넵! 핵폭탄과 핵탄두가 보관된 기밀 시설은 차량을 타고 10여 분을 더 가셔서 철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첫 번째 들리실 곳까지 30여 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성현은 잠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곳의 방대한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철로까지 건설되었으리라곤 상상치 못했던바, 한반도의 대피소와는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 * *
“철로의 끝 21구역에 들어서면 시행하도록 조치가 모두 끝났습니다.”
“확실히 마무리해야 해! 만약 저자가 살아서 나오는 날에는 모두가 끝장이야.”
“놈이 핵 공격에서 무사했다는 것이 혹시 진짜가 아닐까요?”
“무슨!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우리를 겁주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해. 핵폭발의 중심에는 3억 도가 넘는 온도가 발생해. 한낱 인간이 그걸 버틴다고? 모두 개소리일 뿐이다.”
탕우청 주석은 성현에게 완전히 승복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 피할 길 없는 사신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납작 엎드린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자네가 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해서 다행이야. 이 기회를 놓치면 절대 안 돼.”
탕 주석은 자신의 보좌관에게 말없이 건넨 메모가 있었다.
자신을 보좌해 15년을 함께한 만큼 본인의 속뜻을 짐작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메모지에 적힌 글귀는 ‘核陰宅’ 3글자로 된 이 글을 풀이하면 핵 무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다음 코너에서 놈의 차량이 가려지는 위치에서 주석께서는 차량을 바꿔 타시고 나가시면 됩니다. 저희는 빠르게 벗어나고 주석의 대역하는 이가 함께하게 됩니다.”
만약 탕 주석이 성현과 동행하지 않아 의심을 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자가 대역을 알아보지 않을까?”
“그 또한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지병을 핑계로 철마에 올라타는 순간 고통스런 연기를 하도록 잘 일러두었습니다. 그자와는 다른 칸에서 있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만에 하나 그자가 도중에 눈치챈다 해도 이미 철마가 지나간 길은 방호벽이 내려온 상태입니다. 그 즉시 폭파해 버리면 절대 살아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척하면 척인 보좌관의 조치에 탕 주석이 생각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나저나 눈엣가시 같던 한웨이거가 죽었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천만다행이야.”
탕 주석은 극초신성 사태 직후 각 전구별로 상황파악에 돌입했었다.
그 당시 북부와 서부는 여전히 자신의 휘하에 있음을 확인했지만, 동부의 한웨이거와 남부의 선진홍은 각자도생(各自圖生)하자며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내 반드시 손으로 죽여주지.”
동부와 남부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수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함부로 건들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권위에 흠집을 낸 둘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탕주석은 때를 보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서둘러 내리시지요.”
“크하하하. 좋아!”
탕 주석은 급히 세워진 차량에서 내리자 자신과 꼭 닮은 대역이 서둘러 차량에 탑승해 아무 일 없다는 듯 출발했다.
그곳에서 차량을 옮겨 탄 탕 주석은 다시금 지상으로 향했다.
* * *
성현이 탄 기차가 출발해 15분여가 흐르자 서서히 정차하고 있었다.
“원래 건강이 안 좋았던 건가?”
“저도 잘은 모릅니다만, 간혹 기침이 아주 심하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현은 기차에서 내리며 탕 주석이 여전히 열차 안의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뭔가 좀 다른데. 어이, 일어나봐.”
어딘가 모르게 탕 주석의 외형에 변화가 있음을 눈썰미가 좋은 성현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넌 누구냐?”
“저, 접니다.”
“그러니까 저가 누구냐고? 이것들이 지금 뭐 하는 개수작질이야?”
탕 주석이라 우기는 자가 덮고 있던 홑이불을 들춰내자 확신이든 성현이 노한 음성을 발했다.
얼굴 생김과 키가 큰 탕 주석과 얼핏 비슷했지만, 체형이 달랐다. 팔다리가 긴 그보다 이자는 짧았고, 목소리도 확실히 달랐다.
그때였다.
쿠쿠쿠쿵.
지반이 심하게 흔들리며,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진동이 전해졌다.
번쩍!
“크으윽.”
눈앞에서 섬광이 터짐과 동시에 성현은 전신을 강타한 어마어마한 흡인력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 만에 가공할 폭발이 터져 나왔다.
눈의 동공이 녹아내렸고, 순식간에 전신의 피부가 탄화되어 버렸다.
뼈조차 타들어가 한 줌 먼지가 되기 직전이었다.
가공할 열기에 순간적으로 HP 수치가 극감하더니 20%까지 내려갔고, 그와 동시에 초월 스킬이 발동되었다.
[초월 스킬 ‘절대 무적’이 발동되었습니다]
[HP 수치가 100% 회복됩니다]
[10초간 무적상태가 적용됩니다. 10, 9, 8, ……]
“아오. 이 개새끼들이 진짜.”
두 번째로 핵폭발에 휩쓸린 성현은 진심으로 살의를 느꼈다.
잠시지만 느꼈던,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은 두 번 다시 느끼기 싫다고 다짐했던 그것이었다.
‘절대 무적’이 발동되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밝은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강철조차도 기화시킨 열기는 지하 일대를 녹임은 물론, 곧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절대 가만 안 둔다.”
성현은 무적의 한계 시간인 10초가 다가기기 전에 긴급귀환을 해서 제주로 복귀했다.
* * *
이전과 달리 긴급 귀환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성현이 사전에 귀환 포인트를 변경해 두어, 집과는 떨어진 위치였다.
제주에 복귀한 성현은 캐릭터 창고에 여분으로 넣어둔 트렌스듀서 무전기 꺼내 해미를 찾았다.
“에고. 오빠. 또 예요?”
“내가 이것들을 가만두면 사람이 아니다. 일단 다녀와서 이야기하자.”
잠시의 기다림이 있고, 해미가 성현을 찾아왔다.
그리고 해미가 정화 스킬로 성현과 인근을 모두 정화해 주었다.
화가 뻗칠 대로 뻗은 성현은 간단한 자신의 심정을 알리는 말만 남기고 신속히 자리를 떠났다.
제주에서 다시 출발한 성현이 다시 중국의 요새화 건설이 한창인 곳에 도착한 것은 핵폭발이 있은 후 20여 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파캉!
단좌식 F16을 타고 온 성현은 비상 탈출 레버를 당겼다.
F16이 F35보다 최고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착륙시킬 시간도 아까워 구형에 속하는 전투기를 타고 와 일회용으로 사용했다.
“다 나와!”
-주인. 명령을 내려달라.
성현은 겁 없이 자신을 건드는 것으로는 모자라 또다시 핵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 놈들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2급 병기를 더 이상 생성하지 않겠다던 생각을 바꿔 대규모의 스컬 드래곤을 추가로 만들어냈다.
무려 50마리, 개체 당 3천 2백만 골드였고, 도합 16억에 달하는 골드를 소진했다.
“모두 흩어져서 저길 에워싸. 공격하는 인간들에게 경고하고, 그럼에도 공격하는 놈들은 살려두지 마. 그리고 도주하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성현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자유 낙하하며 그대로 탕 주석의 집무실이 있던 건물에 내리꽂히듯 박혀 들어갔다.
시속 300㎞에 가까운 속도로 건물과 충돌했다.
쾅!
옥상의 콘크리트가 파괴되며 성현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탕우청-!”
숨을 크게 들이신 성현의 괴성이 뿜어져 나왔다.
* * *
“끄아악.”
성현의 우악스런 손은 탕우청 주석의 머리칼을 움켜쥔 채 바닥을 질질 끌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놈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3층 건물 2층에 주석의 집무실이 있었고, 옥상을 뚫고 3층 실내에 내려온 성현은 바닥을 발 구름 한 번에 박살내고 한 층을 더 내려갔다.
근데 그곳이 마침 주석의 집무실이었고, 탕 주석이 놀라 토끼 눈을 뜨고 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놈도 놓친 놈들 없지?’
-그렇다 주인.
스컬 드래곤들의 하나 된 말들이 심상에 들려왔다.
“넌 새끼야 사람 잘 못 건든 거야.”
“대, 대인. 사, 살려 주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 부디 선처를…….”
끌려가는 탕우청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절대 해선 안 될 선택을 한 자신을 책망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성현은 절대 탕 주석을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을 죽일 생각으로 한두 명도 아닌 이들을 함께 희생한 살인자에 불과했다.
“니들 좋아하는 인민재판 있지 그거한번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