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
중화시(中華市) (1)
중화(中華) 세계 문명의 중심이란 뜻으로, 중국인 특유의 거만함을 아주 잘 드러낸 단어라 할 수 있었다.
이 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건설되는 도시는 요새나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모든 공사가 일순간 중단되고 말았다.
건물이 흔들리고 사람이 휘청할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여 모든 사람들이 혼비백산했다.
최소 진도 5 이상의 지진이었다.
거기다 중화시에는 지진이 지나간 이후 나타난 거대한 괴물들에 의해 전역이 전장이 되다시피 했다.
지상의 군 병력이 가용 가능한 모든 화기를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괴물들의 화만 돋우는 수준에 불과했다.
-투항하는 인간들은 모두 살려준다. 항복해라.
거기다 인간의 언어로 뇌리에 직접 전달하는 괴물들의 외침은 전투를 지속할 의지를 상실케 하고 있었다.
허나 이에 반해 극렬히 저항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었고, 전투는 쉽사리 막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저놈들은 격추가 안 되는 건가?”
중화시 남단, S-400(트리움프) 대공 미사일시스템이 배치된 부대에서 연신 상공으로 거친 화염을 발하는 미사일들이 쏘아지고 있었다.
거점 방어용(Point defense) CSA-6B(사거리 16㎞)미사일 부터 시작해 4종의 미사일들이 중화시 주변을 공격 중인 괴비행물체를 향해 날아갔다.
“분명 정찰 비행대에서 공대공 미사일 여섯 발에 완전 격퇴되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의 괴물은 이미 도합 10여 기의 미사일을 맞고도 격추는커녕 그 건재함은 처음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처음보다 더욱 날뛰며 맹공을 퍼 붙고 있었다.
“중앙 군사위에서 급전입니다! 당장 전투를 중지하고 무장해제 후 투항하라는 명령입니다. 그리고 상교 이상 군 지휘관 전원 지휘본부로 속히 모이라는 전갈입니다.”
통신장교로 보이는 소교(소령)의 보고였다.
상교(대령) 이상이라면 야전 지휘관 대부분을 지칭하는 말과 다름없었고, 이는 전군 지휘관을 모두 소집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
“당신 직책과 이름이 뭐라고 했지?”
“처, 천둥광입니다. 중앙 군사위 연합 참모부 참모장으로 있습니다.”
“뭐 어찌 되었든 상관없겠지, 현재 남은 이들 중 제일 상급자인 게 중요해.”
성현의 주변은 백 수십을 헤아리는 이름 모를 이들의 시신들로 뒤덮여 있었다.
처음 탕우청 주석을 사로잡은 성현은 중앙 통신실을 장악해 무전을 통해 중앙위 고위 간부들을 불러들였다.
그 후 하나둘 모여든 이들과 대치한 상황에서 투항을 권고했지만 대부분이 완강히 저항했고, 빠른 상황 정리를 위해 성현은 이들을 숙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중 투항하는 이들은 살려두었고, 천둥광 중국 공산당 서열 11위인 그와 대화 하고 있었다.
탕우청 주석은 사실상 성현의 포로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실권을 가진 자는 천둥광 참모장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즉시 전군은 무장 해제하도록 한다. 또한 현 위치에서 대기토록 하고 지휘관급 인사들은 모두 이곳으로 불러들이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저 그리고······”
천둥광 참모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따르지 않으면, 한 가지 길만 있을 뿐이었다.
아직 죽기는 싫기도 했고,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이었다.
사실 탕우청 주석에게 배척당하고 있던 실정이었던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자신의 안위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여기에 표시된 이들이 탕우천 주석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자들에 대한 신상 명단입니다.”
천둥광이 내민 명단은 극초신성 사태 당시 지하 만리장성에 피신한 모든 인사들에 대한 명단이었다.
태반이 붉게 칠해져 있었고, 이들 모두가 탕 주석의 손과 발이 되던 자들임을 알려줬다.
성현은 명단을 손에 들고, 천둥광을 지긋이 바라봤다.
‘다른 뜻이 있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나쁘지는 않겠지.’
자신을 이용해 반대 세력을 일소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고, 제2의 탕우천 주석이 되려 할 수도 있었다.
“알아서 해. 다만 한 가지는 명심해. 내 지시에 불응하거나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네, 넵!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수 시간 내에 내 부하들이 도착할 테니 그들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고, 세세한 일은 당신한테 맡기도록 하지. 그리고 탕우천과 이 명단에 있는 이들은 너희가 좋아하는 인민재판을 통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해봐. 이미 같은 인민을 함부로 살상했기도 했으니 원한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겠어?”
본래 인민재판의 의의는 인민들이 사법체계의 보호를 받는 데에 장벽을 없애는 용도로 활용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소송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래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대부분의 인민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시행된 공개 재판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여론재판으로 자본가를 타도하자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표출 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결국 인민재판은 내부밀고를 통한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퇴색되었고, 그를 위한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무법적 재판, 공산주의 국가 등에서 시행되는 민중에게 공개형식으로 진행되는 재판은 죄의 유무에 따라서는 공개처형이 이루어지는 마구잡이식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정치적 판단은 없다. 오직 죄의 유무만을 판단해서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시행해. 이자도 끌고 가.”
“넵! 대인.”
성현은 아직 죽지 않고 숨을 붙여 놓은 탕우청 주석을 천둥광에게 인계했다.
천둥광은 직속 수하들에게 탕우청을 끌고 가도록 하고 성현에게 깊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인민재판 첫 재판은 탕우청을 징치 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어디까지 왔어?’
-······주인. 이제 해상을 지나 육지에 들어섰다. 1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성현은 중국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현지인 조력자만을 두기에는 무리라 판단했고, 자신 휘하의 대규모 병력을 이곳에 상주시켜 이들을 관리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제주에 있던 예비대인 4대대 1천 2백 명의 군부대와 특수군 소속 2개 팀을 파견하도록 지시를 내려 두었다.
제4 기동요새를 탄 부대원들은 10기의 스컬 드래곤의 호위를 받으며 곧 도착하게 될 것이었다.
“중국은 이것으로 거의 일단락되었지만······.”
핵무기 사용에 제약이 없어진 현 세계는 공멸로 치닫는 전쟁이 발생할 위험이 과거보다 더욱 컸다.
당장은 좀비나 구울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해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한다지만, 중국만 보아도 상황을 타개하고 있었다.
시간문제일 뿐, 극초신성 사태를 먼저 알고 준비해왔던 강대국들은 이보다 상황이 좋을 수도 있었다.
여차하면 자국에 핵을 터트리는 게 반드시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타국이라면 더욱 쉽게 생각할 것이었다.
“제주나 영지 모두가 안전하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해. 이런 식으로 핵을 회수하다가는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전파의 제한이 없어지는 날이 도래한다면, 성현의 행사에도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언젠가는 알려지고, 이를 밝혀내려는 움직임 자체가 위험했다.
정보의 상호전달이 가능한 시점에 마구잡이식으로 핵을 확보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건 좋지 못했다.
어쩌면 제주가 알려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식량과 자원이 넘쳐나는 제주의 실상이 알려지는 순간, 교류할 물품이 없는 이들은 빼앗고자 하는 심리가 강할 것이었다.
싸운다면 절대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피해가 전무하지는 않을 터였다.
“회수하는 게 능사는 아니야. 이를 막을 방법을 만들어 두는 게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 박사님이 더욱 갈려 나가시는 일이 되겠지만, 박사님을 믿는 수밖에.”
일전에 정우현 박사가 언급한 방어체계에 기대를 해보는 성현이었다.
* * *
“단결!”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제4 기동요새가 중화시에 도착해 성현이 이를 마중하고 있었다.
“기동요새의 정숙함에 일체의 불편도 없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다. 지금 입고 있는 게 이번에 보급된 물품들인가?”
4대대장으로 있는 정찬석 대령은 양자산 대피소 병탄 당시 투항한 인사였지만, 성현의 신뢰를 얻음은 물론 일선 병사들에게까지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군이 확장, 개편하면서 4대대장에 오른 정찬석 대령은 이번 중국 주둔군 총지휘관의 직책을 부여받고 임무에 임하고 있었다.
“넵! 사령관님. 1대대와 2대대보다 우선 배급되어 전 대대원들이 신형 방탄복과 무기로 무장을 완료했습니다.”
신형 방탄복은 마정석을 일정 성분 함유한 섬유에 복합재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안면 마스크까지 채용된 전신 전투복은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나 실용성이 뛰어났다.
“테스트 결과 중기관총의 탄환조차 관통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물리력에 의한 피해까지는 모두 막을 수 없겠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방호력을 가진 물건입니다."
“내가 직접 테스트를 보지 못했지만 그 정도라니 안심이 된다.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 저자와 이야기해서 이곳을 파악하는 일부터 선행하도록 해.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정복군과 같은 입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넵! 사령관님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자면, 저들의 사정을 봐줄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귀관의 지나친 관대함은 또 다른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이점을 잊지 말도록.”
성현은 정찬석과 함께 대동한 통역을 천둥광 참모장에게 데리고 갔다.
그리고 천둥광에게 이곳의 총 책임자로 부임한 정찬석을 소개하고, 그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를 내려 두었다.
“넵! 대인,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잘만 해준다면 당신의 자리는 내가 보장해 주겠다.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는다.”
성현은 마지막 말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자 천둥광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며, 반드시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찬석과 천둥광이 자리를 나서자 성현도 자신의 할 일을 시작하러 나섰다.
“이거 한 번에 모두 가져가긴 걸렀네.”
성현이 안내되어온 첫 번째 미사일 격납고에는 도합 89기의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과 발사차량 34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성현의 캐릭터 창고에 중복해서 입고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수량은 적으나 많은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곳이 몇 개라고?”
“도합 여덟 곳입니다.”
도합 여덟 곳 총 1,145기의 핵탄두가 있었다.
종류도 많아서 미사일 탑재용 핵탄두부터 시작해 곡사포에 사용 가능한 가능한 핵무기까지 그 사용처가 다양했다.
그리고 핵 배낭과 같은 소형 핵폭탄까지 있었다.
“이거 배달은 안 되나?”
“······”
중화반점의 신속배달이 생각나 혼잣말한 것이지만, 듣는 대상에 따라 혼란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두어 번 왕복해야겠네.”
성현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탄두부터 창고에 수납을 시작했고, 이후 두 곳을 거쳐 창고를 꽉 채우고 제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