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과거에서 돌아온 악연 (3)
“시신 수습은 모두 완료했습니다. 수색을 더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현재로선 유실된 시신은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신체의 일부만 남긴 시신도 있었고, 강력한 전격에 직격 되어 탄화된 이들은 외형을 알아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거기다 날이 어두워진 탓에 수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신원확인은 어찌 되고 있나?”
다소 침중한 목소리의 성현이었다.
“저 그것이···, 신분을 증명할만한 물품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배의 선적이라도 확인하려 했지만, 단서가 너무 없습니다.”
수성 병기인 ‘마법 벼락 탑’의 위력은 길이 5미터 남짓한 목조선을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했다.
시신의 신원확인이 어려워지자, 그 잔해를 토대로 선적(船籍)과 선박의 출항지를 알아보려 했지만, 그 또한 불가능했다.
“아무리 그래도 단 한 명의 신원도 파악 못 했다고? 거기다 어디서 온 배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깨끗해도 너무 깨끗합니다. 작은 단서라도 있을 법한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잔해 속에서 죽은 이들의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은 고사하고, 피난 중인 생존자들이 가진 물품치고는 너무 부실했다.
더군다나 발견된 물품들은 하나같이 국산이 아닌 수입 물품들로써 국내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사고 조사단의 책임자인 3대대 2중대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할 때였다.
“단결! 수중 수색을 마무리하던 차에 발견된 것들입니다.”
“이건?”
아직 물기가 남은 잠수복을 입은 대원이 가져온 것은 한 자루의 기관권총이었다.
“······사령관님, 일본 자위대 개인 제식화기인 미네베아 PM9입니다.”
“성능은 개차반에 비싸기로는 MP5 다섯 정은 사고도 남는다는 그 전설의 총?”
“네. 사령관님 정확하게 알고 계십니다.”
9mm 기관권총으로 25발들이 박스형 탄창이 적용된 자위대의 제식 무기였다.
일본 현지에서도 극악의 명중률과 높은 가격으로 욕이란 욕을 다 먹은 흑역사를 가진 무기였다.
“너도 같은 생각이지?”
“예, 정찰로 보입니다.”
“이것들이 지네 땅이나 간수 잘할 것이지 왜 엄한데 눈을 돌리는 거지?”
생각지도 않았던 이들의 등장이었다.
어찌 보면 북한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외국이지만, 성현에게 경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극초신성 사태 이전 군사력은 일본이 해상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세였지만, 육군의 전투력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해상의 전력은 극초신성 사태로 말미암아 사실상 전무해진 상태였다.
이런 마당에 다른 곳을 도발해 위험을 자초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단순 정찰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렇다고 본다만··· 그냥 막연히 추측하기보다 확실한 게 좋겠지. 이곳 정리하고 모두 원대 복귀하도록 해.”
“넵. 사령관님.”
성현은 그다지 부담되는 거리도 아닌 터라 내친김에 일본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오빠, 지금 일본 다녀오시게요?”
해미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다가 상황이 모두 정리가 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편이 좋을 거 같네. 오늘 저녁은 미안한데 줄리랑 둘이서 해야겠다.”
* * *
해미를 관사에 데려다준 성현은 빛의 날개를 펼치고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정동 방향이 후쿠오카라고 했지?”
성현은 극초신성 사태 이전에도 일본은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가깝고도 생소한 나라였다.
지도를 통해 대략적인 일본의 지형을 숙지하고, 나침판 하나에 의지해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은 무린가 보네.”
비행속도가 차츰 올라가고는 있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음은 초음속을 넘어 극초음속 비행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가속을 무리하게 하면 방향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차츰 적응해가며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보인다.”
약 20여 분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비행한 끝에 수평선의 끝자락 넘어 육지가 보이고 있었다.
작은 섬 두 개를 지나 대마도 아래에 있는 이키섬을 지나자 후쿠오카가 있는 하카타항에 인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네.”
항구를 벗어나자 거대한 돔구장이 나타났고, 바로 번화가와 이어지고 있었다.
지상에는 빼곡하게 자리 잡은 고층 빌딩과 주택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좀비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어쩌면 일본은 좀비들을 소탕하고,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를 찾은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더 위로 가보자.”
성현은 후쿠오카공항 인근 상공에 도착해 더는 후쿠오카에 머물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로 정해둔 히로시마로 향했다.
규슈와 혼슈 사이에 있는 만을 건너 북동 방향 260㎞ 지점에 있는 히로시마는 후쿠오카와 마찬가지로 항구 도시였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는 과거 80여 년 전 원폭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본에서 11번째로 큰 대도시로 거듭나있었다.
“뭐야, 여기 왜 이리 조용해?”
헌데, 히로시마는 후쿠오카와 큰 차이점이 있었다.
당연히 좀비들로 들끓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도 고요해, 이곳은 애초부터 좀비들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있긴 있군.”
저공비행을 하던 성현은 상공 1㎞까지 높이를 높이고 지상을 살피던 중 좀비 하나를 발견했다.
단 한 마리였다.
점점 의구심이 더해가던 중 발견한 좀비였다.
허나,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의문을 해소하기는커녕 더한 의문에 휩싸였다.
“흐음, 이거 혹시…….”
히로시마의 중심가 상공에 멈춘 채 성현은 생각에 몰두했다.
“아니야, 이건 몰이를 해서 처리 게 아냐. 시가전을 벌였던가. 어디든 폭격을 가한 흔적도 없어. 그럼 어떻게?”
극초신성 사태 당시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을 것을 가정하면, 지상은 딱 그 정도 수준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차량들이 뒤엉켜 있었고, 거리의 쇼윈도가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만약 좀비들과 사람들이 전투가 있었다면, 이 정도 수준으로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
좀비의 사체들은 당연히 방치되었을 것이고, 사람들의 시신도 발견되어야 정상이었다.
“수백 킬로를 경유해 몰이할 수는 없어. 그건 효율이 너무 안 좋아.”
이미 일본의 본토라 할 수 있는 혼슈에 들어서면서 좀비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그 어디에도 좀비들을 처리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몰이는 일정 반경 이상 좀비들을 끌어들이지 못해, 한 번에 몰아 갈 수 있는 수가 한정적이었다.
“다 둘러보는 수밖에 없나?”
혼자 고민해 본들 답을 찾을 길은 없었다.
성현은 히로시마를 지나 열도를 길게 관통하는 비행을 다시 시작했다.
* * *
250㎞를 더 비행해 오사카를 지나, 거기서 140㎞를 더 비행해 나고야에 도착했을 때였다.
“······어, 어떻게?”
나고야 중심에 있는 공원을 기준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좀비들이 몰려 있었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나고야 시가지 전체가 좀비들로 뒤덮여 있었다.
성현은 상공 5㎞에 올라 지상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질서가 있어?”
좀비들이 아무렇게나 있는 듯했지만, 군집을 형성해 조금씩 거리를 두고 운집해 있었다.
수천 단위로 나뉜 부대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역시나 구울들이···. 근데 왜 이곳에 모여 있는 거지?”
‘왜’라는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좀비들이 구울의 포효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여긴 사람이 살라고 해도 못살겠다.”
성현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머리위에 표기를 띄우고 있는 좀비와 구울뿐이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도시였다.
“어찌 되었든 그냥 두고 갈수는 없잖아.”
무슨 이유로 이곳에 모두 모여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런 좋은 기회가 다시 있을 수 없었다.
차려 놓은 밥상을 그냥 지나칠 성현이 아니었다.
“이게 여기에 쓰일 줄은 몰랐네.”
성현은 중국 지하 만리장성에 있던 2,000파운드(약 906㎏)짜리 재래식 항공 폭탄을 무려 1천 개나 창고에 넣어 두고 있었다.
블록버스터급인 폭탄은 말 그대로 시가지에 떨어지면 한 블록 전체를 파괴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현은 5㎞ 상공에서 더욱 고도를 높였다.
“이거 액티브 스킬까지 쓰면······.”
패시브만으로도 공격력은 258%가 증가하고, 초월 스킬인 ‘거인의 공격’으로 300% 추가로 증가 된다.
여기에 버프 계열 액티브 스킬까지 사용하면, ‘무기 기술자’ 50%, 또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는 ‘강타’와 ‘용맹정진’까지 모두 합쳐진다면, 최초의 한 방은 복리가 적용되어 무려 2,200%를 넘는 위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버프 유지 시간인 3분 동안은 강타의 30%가 빠진다 해도 1,700%였다.
“잘 먹겠습니다!”
휘이이잉.
시속 500㎞ 속도로 날며, 성현의 손에서 투하되기 시작한 폭탄은 전폭기에서 투하되는 융단폭격을 방불케 했다.
꽈과광! 꽈--광!
멸망적인 파괴력을 선보이는 첫 번째 폭탄의 충격파가 사방 500m 이상을 초토화 시키고 있었다.
가히 전술핵에 비견되는 화력을 뿜어냈다.
고층 빌딩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터져 나갔고, 지상의 건물들은 폭심지에서부터 밖으로 쓰러지며 주저않고 있었다.
폭발의 여파로 생성된 상승기류에 치솟는 잔해들은 수백 미터 상공을 넘어 수 킬로에 이르렀고, 2차, 3차, 계속해서 떨어지는 폭탄에 지상은 검은 연기와 화마로 200㎢가 넘는 면적의 지역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그 둘레가 무려 60㎞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였다.
일본 제3의 도시라는 나고야는 더는 지상에 없었다.
“······난 핵을 쓸 필요도 없겠네.”
성현은 자신의 손으로 행한 폭격임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
개인화기나 공격헬기의 미사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을 획득하였습니다.]
“무슨, 저기에 천만 마리가 넘게 있었다고?”
48레벨에서 49에 오르기 위해서는 약 250만 마리의 좀비들을 잡아야 하는 경험치가 필요했다.
매 레벨업마다 1.2배 늘어나는 극악한 경험치 요구량으로 인해 48에서 52에 오르기 위해서는 약 1천3백만 마리가 넘는 좀비들을 잡아야 했다.
박성현
레 벨 : 52 (EXP 72.43%)
직 업 : 무기 전문가 [1차 전직]
계 급 : 공작
근력 12 (+10,+193) → 215 ▲
민첩 9 (+10,+193) → 212 ▲
내성 9 (+10,+193) → 212 ▲
마력 5 (+10,+193) → 208 ▲
체력 14 (+10,+193) → 217 ▲
권위 106 (+10,+193) → 209 ▲
보너스 스텟 : 48
성현은 레벨업으로 얻은 보너스 스텟을 모두 권위 투자하고 캐릭터 창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