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30화 (130/176)

# 130

일본 정벌 (3)

성현이 사룡을 구하고 북한산 대피소에서 제주로 복귀한 다음 날.

특수군의 일본 출정이 시작되었다.

기동 요새를 따라 상공을 가득 채운 스컬 드래곤은 모두 3개 편대, 도합 30마리였다.

기존에 특수군에 소속된 스컬 드래곤에 성현이 별도로 20마리를 추가로 지원해주었다.

“사령관님. 걱정되시면 직접 지휘하시는 것도 괜찮지 않으십니까?”

최동원이 성현의 신색을 살피어 한 말이었다.

처음부터 조금 무리한 출정은 아닌지 조금 걱정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다만 스컬 드래곤 3개 편대와 기동 요새라는 막강한 전력을 믿었고, 지휘관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도 경험의 축적은 반드시 필요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군 작전은 이후로도 될 수 있으면 직접적인 지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문제였다.

자신의 역할을 줄이고 모두가 위치에 걸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했다.

“내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전부터 드는 의문입니다만, 왜 사령관님 본인이 없을 경우를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어디론가 떠나실 것처럼 말입니다.”

“······뭐?”

듣고 보니 성현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원인 모를 불안감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계속해서 자신이 없을 경우를 상정해서 대비를 하고 있음이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위원회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신 것도 그렇고, 영지 전반에 걸쳐 준비태세를 매일 같이 확인하시는 것도 조금 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는 일입니다.”

최동원은 최근 들어 성현이 행한 일들을 열거했다.

“내가 가긴 어딜 가. 다만···. 그냥 좀 불안해서 그래.”

“괜한 걱정이십니다.”

“그래. 그런 거겠지.”

성현은 애써 근원을 알 길 없는 불길함을 털어 내보지만, 그때뿐이었다.

* * *

“도쿄는 어떻게 되었느냐?”

김도훈은 일본을 손아귀에 넣고, 우연히 접하게 된 음양사들을 주목했다.

자신의 육체는 일반인에 진배없었고, 이를 보완할 방법을 음양사들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 했다.

그리해서 음양사의 수장 료시케에게 그 방법을 찾도록 명령을 내려 두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세이메이에 의해 봉인된 구단을 이용해, 죽음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금단의 비술(祕術)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동정을 간직한 젊은 사내 두 명의 심장과 처녀지신인 여인의 피가 더 필요했지만, 이는 김도훈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이들은 널리고 널렸음이었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낸다는 것은 제아무리 충성심이 높다 하되 가능한 일이 아니었지만, 김도훈의 매혹 능력은 이를 가능케 했다.

거기다 음양사들의 주술로 만들어진 비약은 고통을 없애주는 효능까지 있었고, 고통에서 해방된 이들은 천황을 위해 한목숨 바침에 주저함이 없었다.

단 한 번이지만 죽음을 피할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된 김도훈은 음양사 수장인 료시케에게 자신에게 일이 생기면, 비밀리에 일을 시행할 것을 지시해 두었던 것이었다.

“폐하께서 사라진 이후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천황인 김도훈이 종적을 감추고, 황거는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지근에서 호위하던 근위병들은 연일 고신(拷訊)을 당하며, 없는 죄를 실토토록 하고 있었고, 끝내 김도훈과 동침한 여인은 자진해 무죄를 입증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도쿄의 상황을 모두 들은 김도훈은 아쉽기는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손만 뻗치면 얻을 수 있는 미녀들은 지천에 널려있었다.

“그나저나 새로 얻은 몸이라 그런지 힘이 넘쳐  흘러.”

“폐하, 제물로 바쳐진 봉인된 구단의 힘일 것이옵니다. 구단은 요괴이되 신수라 볼 수 있습니다. 그 힘을 온전히 얻게 되신다면 불로불사도 결코 꿈은 아닐 것이옵니다.”

“그래? 크하하하!”

김도훈은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주체키 힘든 힘에 고양되어 한껏 웃어 젖혔다.

더군다나 불로불사라니, 생에 지독하리만치 집착하는 김도훈에게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터였다.

그때 마침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한 명의 음양사가 들어왔다.

“폐하, 말씀하신 이를 불러 왔습니다.”

“어서 들라 해라.”

김도훈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명의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폐, 폐하! 신 이토, 폐하를 뵈옵니다.”

천황의 생사를 알 길이 없던 이토 관방장관에게 은밀하게 음양사들 찾아들었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토는 도쿄 외곽에 위치한 이곳 신사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폐하 어찌해서 이런 곳에 계시옵니까?”

“급한 사정이 있었다. 당장 황거로 돌아가기에는 문제가 있으니,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것이다. 그보다 물어볼 말이 있다.”

이토는 전후의 사정을 알지 못해, 천황이 왜 이런 궁벽한 곳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천황의 내밀한 사정을 알려주지 않으려 함을 눈치채고 더는 캐묻지 않았다.

“예! 폐하 하문하시옵소서.”

“제주도를 공격하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군은 모든 준비를 마쳤사옵니다. 하지만 일전에 파견한 척후조가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아 적의 전력을 제대로······.”

“그만, 그 정도면 되었다. 척후 따위를 지금 기다릴 시간이 없어. 지금 내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자가 있다. 그것도 시간을 미루어서는 안 되는 시급한 일이다. 제주도를 장악한 세력의 우두머리인 사령관이란 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한다.”

“감히 폐하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가 있사옵니까? 당장 군을 움직여 그 불온한 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모두 제거하도록 하겠사옵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이토는 왜 천황이 산속 신사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이마에 핏발을 세웠다.

“지금 즉시 제주도 공격을 시작하도록 해라.”

“예! 폐하! 신 이토, 명을 받잡겠나이다.”

* * *

일본은 헌법 제9조인 평화헌법으로 인해 공격용 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왔다.

하지만, 극초신성 사태 수년 전 헌법에 대한 재해석과 더불어 개정을 거듭해 자위권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지대지 미사일 뿐 아니라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던 일본은, 실제 상업용 위성을 발사한 적도 있었던 만큼 무기개발 속도는 눈부시도록 빨랐다.

사토미-1(사거리 1,200km), 사토미-4(사거리 3,500km)에 이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고, 전력화를 모두 끝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비밀리에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개발도 시행되었고, 핵무기 살상능력에 버금가는 세균, 바이러스 배양과 독극물을 양산해 놓고 있었다.

“목표 조준 완료!”

오사카 남쪽 고보에 있는 일본 육상자위대 소속 미사일 부대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고정식 발사대의 사일로에는 미사일들이 가득 차 있었고, 이동식 발사차량들은 발사대를 모두 수직으로 세워 발사가 곧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발사준비 완료!”

“발사!”

쿠화화확!

정서 방향으로 수십 기의 미사일들이 발사되었다.

모두가 사거리 1,000km 이상 되는 탄도 미사일들이었다.

“목표까지 6분 20초에서 7분 5초 사이에 모두 도달합니다.”

“2차 발사를 서둘러라!”

* * *

성현은 일본으로 출진한 부대를 배웅하고, 잠시 해안가를 산책 중이었다.

“오빠 무슨 걱정 있으세요?”

“모르겠다. 왜 이리 불안한 건지······.”

게이머로 특성을 각성하면서 미증유의 힘을 얻게 된 성현은 언제부터인지 제3 의 감각이 눈을 뜨고 있었다.

육감, 예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묘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뭔지 모르지만, 위험이 닥칠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였다.

꽈과광!

성현이 있는 제주 반대편 상공에서 번쩍이는 빛과 함께 폭발이 있었다.

“······저건!”

성현의 눈에 또렷하게 보이는 형체들이 있었다.

족히 수십 기는 될 법한 미사일들이 제주 전역을 목표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중 일부가 수성 병기인 마법 벼락 탑의 500m 사거리에 들어왔고, 운 좋게 상공에서 격추되었던 것이다.

“해미야! 어서 줄리를 찾아!”

해미는 성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도 하지 않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왜애애애앵.

뒤늦게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퍼지지만, 이미 때는 한발 늦은 후였다.

성현이 급히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초속 3km의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탄도탄을 요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안 돼!”

그러던 와중 수성 병기들의 사각으로 떨어져 내리는 미사일이 있었고, 이내 지상에 도달했다.

콰쾅! 쾅!

상공에는 여전히 격추되는 미사일들이 많았지만, 제주 곳곳에 떨어져 내리는 모든 미사일들을 막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마법 벼락 탑’의 사거리에 있다 해도 재공격의 딜레이가 있었고, 그사이에 떨어져 내리는 미사일까지 모두 막아내지는 못한 것이었다.

“생성!”

성현은 가지고 있는 모든 골드를 소비해 어마어마한 스컬 드래곤들을 생성했다.

300억이 넘는 골드를 들여 만들어진 스컬 드래곤은 무려 1천 기에 육박했고, 제주 상공은 그야말로 스컬 드래곤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어서 막아!’

스컬 드래곤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부여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심상을 통해 급박한 성현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푸슈슈슈슝!

스컬 드래곤들의 사거리 2km에 이르는 광선 다발들이 상공을 수놓고 있었다.

수십 발의 광선들이 향한 곳에는 어김없이 대폭발이 있었고, 더 이상 제주 땅에 떨어지는 미사일들은 있지 않았다.

-오빠!

“해미야! 줄리는!”

-줄리는 찾았어요.

무전을 통해 해미가 줄리를 찾았다는 말을 듣고 성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악!

“왜! 무슨 일이야?”

해미의 급박한 비명이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줄리가 피를 토해서 급히 치료했어요. 헌데 몸에 열이 펄펄 끓어요. 오빠! 사람들이 모두 쓰러지고 있어요.

“서, 설마!”

성현은 탄도 미사일들에 핵이 탑재되지 않았음에 그나마 안도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음을 직감했다.

탄도 미사일에는 생화학 무기들이 탑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미야. 빨리 모두 치료해! 그리고 정화마법도 함께 써야 한다. 서둘러!”

-아, 알겠어요.

성현은 당장 미칠 듯이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해미의 ‘정화’ 스킬이라면 광역으로 정상을 회복시킬 수 있겠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제기랄-! 이 개새끼들이 내 반드시!”

성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짓씹었다.

하지만 당장에 복수보다는 모두를 구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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