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33화 (133/176)

# 133

피의 복수 (3)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하는 천황의 명으로 해상자위대 복원은 시작되었다.

제1 호위대군의 기항인 요코스카와 제3 호위대군의 기항지인 마이즈루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총력을 기울인 끝에 상당한 전력을 회복했다.

이즈모급(DDH-183) 경항모를 필두로 이지스함인 아타고급(DDG-178) 아시가라 1척, 공고급 묘코(DDG-175), 쵸카이(DDG-176) 2척, 구축함 테루즈크(DD-116) 스즈츠키(DD-117) 등 9척, 도합 12척에 이르렀다.

요코스카 군항과 마이즈루 군항에서 출항한 군함들은 현재 일본이 가진 해상 전력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안을 따라 이동해 대마도 남서쪽 80km 해상에서 세를 합친 함대는 서진을 시작했다.

“히로시. 제주까지 거리는?”

함대 기함인 이즈모급 경항모의 함교.

해상 자위대 최고 지휘관인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은 작전 시작 시점을 가늠하고 있었다.

“넵! 각하. 155km 거리에 있습니다. 2시간 30분 후면 가시거리에 들어오게 됩니다.”

“현 시간부로 전 함대 2급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유타카 해상막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륙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던 초계기와 헬기들이 이륙하고, 총원 전투 배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지금쯤이면 제주는 쑥대밭이 되어 있겠군.”

“그렇습니다, 각하. 저희가 할 일이 없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시즈오카의 미사일 부대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이 제주를 공격한 지 1시간 20여 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탄도 미사일을 방어할 능력이 전무할 것으로 생각되는 제주는 빗발치는 미사일들에 속수무책일 것으로 생각했다.

더군다나 생화학무기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은 그 살상 효과가 원자폭탄에 비견될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허나 천황폐하의 지엄한 명령은 조센징들의 멸족이다. 단 한 명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천황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천황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함교에 때 아닌 만세 삼창이 이어졌다.

그때.

“제주 방향에서 날아오는 미확인 물체 확인! 초계기 연락 두절!”

초계기가 미확인 물체의 공격으로 요격되었음이었다.

“전투기인가!”

“거리 85, 83! 마, 마하 5를 넘습니다! 전투기로 보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무슨 속도가! 요격미사일이 아닌 바에야 수직이 아닌 수평상태에서 저런 속도를 낼 수는 없지 않나? 더군다나 조센징들에게 그런 기술이 있을 리가 없다!”

현존하는 전투기는 고사하고, 공격용 미사일 중 대기권 내외에서 떨어져 내리는 탄도미사일이나 하이퍼소닉(Hypersonic)미사일을 제외한 그 어떤 미사일도 극초음속으로 분류되는 마하 5를 넘나드는 미사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에 그러한 무기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만일 있다고 한다면 러시아의 브라모스-2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이나, 미국의 X-51 같은 극비에 속하는 최신예 미사일 정도일 뿐이었다.

“다시 확인해!”

“현재 확인 불가능합니다! 거리 75!”

“즉시 요격 미사일 발사해!”

“이시가라에서 대공 미사일 3기 발사합니다!”

이미 이지스함인 이시가라에서 타겟팅을 완료하고 있었고, 유타카 해상막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 즉시 발사가 이루어졌다.

푸화화확!

AIM-7J 3기가 거친 화염을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날아올랐다.

AIM-7J는 AIM-7 스패로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일본이 독자 생산한 미사일로써 함대공, 지대공을 포함한 공대공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전천후 미사일이었다.

속도는 마하 4에 달했고 반능동 레이더 추적 방식으로 목표에서 반사되는 레이더 파를 추적해 목표물의 9m 이내로 접근하면, 폭발해 파편 폭풍을 형성해서 파괴하게 되어 있었다.

“요격미사일 목표에 피탄 확인! 헉! 모, 목표 건재합니다. 거리 45! 초속 1.6의 속도로 계속해서 접근 중!”

“말 할 시간에 더 쏴!”

“요격미사일 다시 발사 합니다!”

20여 기의 요격 미사일이 이지스함에서 발사되어 상공에 흰색 궤적을 남기고 뻗어 나갔다.

* * *

콰쾅!

성현의 눈앞에서 수십 기의 미사일이 순차적으로 터져 나가며, 강렬한 화염과 함께 무수히 많은 작은 파편들을 토해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의 화력으로 분노에 가득 찬 성현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네놈들은 시작일 뿐이다.”

화염 폭풍을 뚫고 속도를 늦추지 않은 성현은 가장 선두에서 함대를 이끄는 호위함에 그대로 육탄 돌격했다.

쾅!

함교가 미사일에 직격된 듯 강력한 충격에 그대로 터져나갔다.

선창을 뚫고 들어간 성현은 충격의 여파로 엉망이 된 함교에 우두커니 섰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대는 일본군들을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한 군인의 붙잡아 들어 올렸다.

정복 차림의 중년인 군인이었다.

“네놈이 여기의 지휘관이냐?”

“그, 그렇다 끄으윽 네, 네놈은 누구냐!”

“네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나?”

“······.”

“네놈들이 제주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냐는 말이다!”

“조, 조센징···. 대단한 능력을 가졌구나. 크크큭 용케 살아남았다 해도 대부분은 죽었겠지. 네놈 혼자 살아남았나······”

성현은 일본군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어느 틈에 손에 쥔 단검으로 일본군의 허벅지를 난도질했다.

서걱! 서거걱!

신경망이 가장 많이 있는 허벅지 안쪽 근육을 모두 헤집어댔다.

순식간에 넝마 조각이 되어버린 다리에서 피가 철철 넘쳐흘렀다.

“끄아아아악!”

“제아무리 세뇌되었다 해도 기본적인 인성은 변함이 없을 터. 네놈들은 살 가치가 없다.”

김도훈을 죽이기에 앞서 확인한 바도 있었고, 놈도 귀찮게 일일이 모든 세뇌에 여러 가지를 심는 수고를 하지 않았었다.

오직 생명조차 도외시한 충성, 그 한 가지만 해도 충분했음이었다.

“모조리 죽여주마.”

성현의 피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 * *

“뭐라? 시즈오카의 부대가······.”

“네. 폐하. 시즈오카를 전멸시킨 놈들이 지금 도쿄로 향해 오고 있사옵니다.”

김도훈은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한 놈이 쳐들어온 건 아니고?”

혹시라도 성현이 다시금 일본에 나타난 건 아닌지 김도훈은 내심 불안했다.

“그것은 아니옵니다. 다수의 괴수와 거대한 항공기를 동원한 공격이었습니다.”

“도대체 그런 거대한 괴수는 어디서 데려온 거란 말이냐?”

김도훈은 내심 많이 아쉬웠다.

만약 자신이 먼저 그러한 괴수들을 발견했다면 매혹으로 길들일 수 있었음이다.

“어쩐다.”

고민할 수밖에는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미 전멸한 시즈오카는 둘째 치고, 도쿄 또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용케 적들을 물리친다 해도 자신의 기반이 되는 곳이 다 망가지게 생겼다는 말이었다.

“흐음······. 놈이 없다라. 운 좋게 제주에서 죽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김도훈이었다.

아니, 제발 그리되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할 수 있을 것도 같단 말이지······.”

죽음에서 돌아온 뒤 매혹 능력은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거기다 새로이 얻은 육체는 그 어떤 육체계열 이능력자라 해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지금 도쿄로 오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자신은 있었다.

단, 성현이라는 측정 불가의 힘을 가진 자와는 다시금 대면하고 싶은 생각은 일 푼도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료시케 나갈 채비를 해라! 음양사들을 준비시키고 음영대도 함께 간다.”

제주의 사령관인 성현만 없다면, 지금 공격 중인 놈들을 상대로 능력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자신이 피할 시간을 벌어줄 방법도 있는 만큼 뜻을 정했다.

* * *

성현은 가장 먼저 선두에 있던 군함에 처절한 복수를 하고, 밖으로 나와 상공에 몸을 띄워 다른 군함으로 옮겨가려 할 때였다.

일본 원정에 나선 스컬 드래곤들의 아우성이 심상을 통해 전해졌다.

-주, 주인! 주인과의 연결이 끊어지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크윽, 우리의 심령을 누군가 통제하려 하고 있다!

‘······뭐! 설마!’

성현은 스컬 드래곤의 전해준 말에 대번에 김도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떠올랐다.

‘당장 그곳을 벗어나 상공 높이 올라가! 기동 요새도 마찬가지다! 어서! 특수군 대장에게 김도훈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전해!’

아니라면 모르지만, 만약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한 김도훈이 살아있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두식은 게이머의 특성을 각성해 상태이상 저항능력과 정신계 방어능력이 있어 괜찮다지만, 특수군 소속의 다른 부하들은 물론 스컬 드래곤까지 모두 잃게 생겼다.

-아, 알겠다. 주인.

-느, 늦었······.

성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급히 미니맵을 열었다.

그리고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려 절반이 넘는 스컬 드래곤의 표식이 사라져 있었다.

일본 원정에 포함된 스컬 드래곤은 도합 30마리였는데 그중 19개의 표식이 사라져 있었다.

-주인. 많은 동족들이 떠나고 있다.

‘제기랄! 너희는 괜찮은 거냐?’

-주인과의 옅어지던 연결이 다시 수복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기동 요새는 특수군은?’

-특수군 대장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성현이 심상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일본군 함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었다.

미확인 물체에 함교가 공격당한 이후 통신두절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군함에서 나와 허공을 날고 있는 성현을 확인했다.

그리고.

콰쾅! 쾅 ! 쾅!

“크윽 무슨!”

찰나의 순간 연속된 공격에 성현은 침음을 삼켰다.

그리고, 의아해했다.

어지간한 미사일 공격에도 1%의 체력도 허비하지 않는데, 지금의 공격은 단숨에 10%의 체력을 날려버렸다.

“레일건?”

반원을 형성하고 자신을 둘러싼 함대의 포진을 살피는데 경항모와 두 구축함에 설치된 기괴한 형태의 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연속된 포격.

초속 2km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는 레일건의 탄환은 성현의 동체시력으로도 잔상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날아왔다.

“이크!”

이런 종류의 공격에 지속해서 노출해서는 성현이라 해도 위험한 일이었다.

“이것들이 언제 이런 것까지 만들어 두고 있었어?”

성현은 빠르게 상공을 날아다니며 레일건의 공격을 회피해 냈다.

포신의 정렬이 그다지 빠르지 않은 레일건은 고정된 물체가 아닌 다음에야 계산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는 물체에 대한 공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빠르게 처리하고 간다.”

여기 있는 모든 일본군에게 처절한 응징을 내려주리라 작정했던 생각은 원정군의 급박한 사정으로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현은 가속도를 올리며 극초음속의 속도에 도달하자, 일본에서 좀비 사냥에 사용한 것과 같은 재래식 폭탄을 꺼내어 그대로 군함에 투하했다.

두르르륵.

성현의 가속도에 영향을 받은 폭탄은 근접요격체계인 팔랑스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군함을 피격했다.

꽈과과광!

단 한 발의 폭탄에 거대한 폭발과 함께 피격된 군함이 그야말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폭발의 충격으로 거대한 물기둥이 이백여 미터 이상의 높이로 치솟았고, 폭발의 중심에서 퍼져나간 파도에 의해 근접해 있던 군함들이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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