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34화 (134/176)

# 134

피의 복수 (4)

미확인 물체가 선두의 테루즈크(DDG-116)에 충돌 직후 모든 통신이 두절되었다.

그 직후 유타카 해상막료장은 전 함대를 테루즈크를 포위하는 형태로 군진을 형성토록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튀어나온 빛나는 날개를 가진 인간을 확인하고, 미확인 물체의 정체를 드디어 알 수 있게 되었다.

“사, 사람이었단 말인가!”

수많은 이능력자를 봐 왔지만,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달고, 전투기보다 빠르게 비행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거기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사위를 압도하는 존재감에 두려움이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레일건을 발포해라!”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공에 정지 중인 이때를 놓치면 안 되었다.

“목표 조준 완료! 출력 최대! 연속 발사합니다.”

이즈모 경함모를 비롯한 이지스함 아시가라와 묘코에서 동시에 레일건이 발사되었다.

무려 65메가줄(MJ)에 달하는 운동 에너지를 가진 레일건이었다.

1메가줄의 운동에너지는 1톤짜리 물체를 시속 160km의 속도로 날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65메가줄의 가공할 물리력을 가진 레일건의 탄환은 1m의 강철판을 종이 찢듯 관통할 수 있었다.

“목표 피탄 확인! 전탄 명중!”

““와-!””

정체불명의 인간을 향한 공격이 성공하자 함교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함성은 잦아들었고, 모두가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허업! 어, 어찌!”

“이, 인간이 맞기나 한 건가!”

레일건의 탄환에 날개 달린 인간이 가루가 될 것을 의심치 않았다.

허나 강력한 물리력에 크게 튕겨 나갔을 뿐, 멀쩡히 상공에 떠 있었다.

“서둘러 재공격을 준비해라!”

“그, 그게 너무 빨라 조준이 되지 않습니다!”

레일건을 재조준해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이미 날개 달린 인간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초음속을 넘어서는 극초음속에 다다른 속도로 함대 상공을 선회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꽈과과광!

무자비한 천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묘코 완파! 스즈츠키 반파! 헉! 스즈츠키에 2차 피격! 대파되어 침몰 중입니다.”

“도, 도대체!”

날개달린 인간은 자신의 수배 크기를 넘어서는 폭탄을 허공에서 던져내며, 공격하고 있었다.

폭발의 위력 또한 상상 이상으로 강력해 초탄에 공고급 묘코가 완파되었고, 이어 구축함 스즈츠키가 2개의 폭탄을 맞고 대파되어 순식간에 침몰하고 있었다.

꽈과광!

기함의 바로 옆에 있는 공고급 이지스함인 쵸카이가 굉음을 발하며, 대폭발했다.

전장이 161m에 달하는 공고급 전함이 수십 개로 쪼개어져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쵸, 쵸카이가…….”

승조원 300명에 이르는 이들 중 저 거대한 폭발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있을 리 없었다.

해상에서 동아시아에서는 무적이라 자신했던 일본의 함대는 그야말로 유린당하고 있었다.

“가, 각하! 이대로는 전멸을 면할 수 없습니다. 속히 퇴각해야 합니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히로시 해장보(소장)가 서둘러 퇴각을 권유했지만, 유타카 해상막료장은 절망적인 말로 심정을 대변했다.

찰나의 불과한 시간 만에 절반에 가까운 군함들을 잃었다. 퇴각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멸을 면치 못함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번쩍하는 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모든 기억은 끊어졌다.

* * *

성현은 일본 함대를 철저하게 괴멸시키고, 열도로 향했다.

‘상황은?’

-주인. 배신한 동족의 공격에 기동 요새와 함께 퇴각 중이다.

일본 원정군에 투입된 스컬 드래곤 중 19마리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직후 곧바로 아군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성현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생성한 스컬 드래곤들에게 아군이 공격당한다는 사실에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나마 기동 요새의 특수군은 피해가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주인. 녀석들이 돌아가고 있다. 더 이상의 공격은 없다.

‘혹시 모르니 계속해서 내가 지시한 방향으로 퇴각하고 있어라. 곧 만나게 된다.’

-알겠다. 주인.

성현은 속도를 더욱 높이며,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해상을 통과해 후쿠오카를 지나 히로시마 교토를 지날 때 저 멀리 기동 요새가 성현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고야 북동쪽 온타케산 인근이었다.

“단결!”

“모두 괜찮은 게 맞아?”

성현은 기동 요새의 갑판에 나와 있는 특수군 모두를 돌아보며 두식에게 물었다.

“넵 사령관님. 스컬 드래곤 편대를 앞세워 작전에 돌입한 탓에 기동 요새는 후방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모두 지애 씨에게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성현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을 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근데 정말 김도훈이 살아있는 게 맞습니까? 사령관님이 시신조차 남기지 않고 처리하셨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맞다. 내 손으로 직접 놈을 처단했다.”

“그런데 어찌해서…….”

“나도 어떻게 해서 놈이 살아 있는 건지는 모른다만, 내 감이 그리 이야기하고 있다. 놈은 틀림없이 살아있다.”

성현은 확신에 차 있었다.

김도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을 믿었다.

“특수군은 제주로 복귀해서 지애 씨에게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우선이다.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있기까지는 단 한 명도 기동 요새에서 내려서는 안 된다.”

“그럼 일본 원정은…….”

“내가 김도훈을 완전하게 처리할 때까지는 미룰 수밖에는 없다.”

“차라리 일본을 완전히 말살해 버리게 좋지 않겠습니까? 핵을 쓰시는 방법도 고려하시는 게…….”

두식은 제주가 공격받고 수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에 일본이라면 치를 떨게 되었다.

죄 없는 일반 주민들조차 그에게는 제주를 공격한, 다 같은 일본인일 뿐이었다.

“아냐.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도 놈들과 같아질 뿐이다. 일반인들의 희생은 불필요해. 그리고 김도훈이 세뇌를 풀지 않아도 어쩌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세뇌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생기 수도 있었다.

“네. 방법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건 나도 장담하기 힘든 부분이라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다.”

성현은 말을 아꼈다.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확신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제주로 복귀해라. 그곳에도 너희가 할 일이 많다. 특수군의 이능력은 지금 제주에도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현 시간부로 최대 속도로 복귀토록 하겠습니다.”

* * *

“크하하하.”

김도훈은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동체를 가진 스컬 드래곤을 바라보며, 크게 웃어 젖혔다.

음양사들의 도움으로 은신한 상태로 접근해 하나둘 매혹으로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었고, 도합 19마리의 스컬 드래곤을 빼앗을 수 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눈치를 챘음인지 갑작스레 도주를 감행하는 바람에 일부를 놓치고 말았다.

놓친 게 아깝기는 했지만, 절반 이상을 빼앗은 만큼 성과는 크다 할 수 있었다.

강력한 괴수들을 손에 넣고 도쿄로 밀어닥치던 놈들에게 역으로 크게 한 방 먹였음이다.

“그래도 안심하긴 일러 너희들은 이곳을 지켜라.”

-알겠다.

스컬 드래곤의 무심한 말이 심상으로 전해지자 김도훈은 주변을 돌아봤다.

이십여 명의 음양사와 안면 가리개로 얼굴을 가린 음영대라 이름 붙여진 닌자들이 자신을 호위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만 돌아간……”

콰쾅!

김도훈이 있는 곳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져 내린 물체가 있었다.

폭탄은 아니었던지라 폭발은 없었지만, 흙먼지가 크게 일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천황 폐하를 호위하라!”

음양사의 수장인 료시케가 소리치자 음양사들이 주술이 깃든 부적을 허공에 띄우고, 음영대가 김도훈의 지척으로 날듯이 자리 잡았다.

“저, 저자는!”

한줄기 바람이 흙먼지를 거두어가고, 나타난 이는 성현이었다.

* * *

성현은 서둘러 특수군을 제주로 복귀시키고, 홀로 도쿄로 향했다.

“놈을 어떻게 찾는다.”

이전처럼 마음 편하게 있을 거 같지 않았다.

한번 당한 이상 철저하게 숨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내가 찾는 걸 알고 깊이 숨어 버리면 안 돼.”

자칫 놈을 찾는답시고, 도쿄를 헤집고 다니다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할 수도 있었다.

“정 안된다면 종석이를 데려오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성현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인 신종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물의 과거 기억을 읽어 내는 능력이라면 일본에 있는 한 시간이 걸릴지언정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선 도쿄로 가보자.”

상공 5km 높이에 있던 성현은 더욱 고도를 높여 사람들의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20km에 올라 도쿄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라! 저건?”

성현에게 천운(天運)이 따랐다.

스컬 드래곤들이 지상에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상공에 떠 있었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19마리의 스컬 드래곤들 전부가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성형의 신형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가공할 속도에 20km의 거리는 일순간에 좁혀져 순식간에 지상에 다다르고 있었다.

지상에 도달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찬란한 날개’ 스킬을 거둬들였지만, 물리법칙에 의해 생성된 강력한 풍압은 그대로 지상을 강타했다.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그 사이로 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살아 있었어.”

“마, 막아라!”

성현이 이를 갈며 한말에 김도훈은 놀라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옴 아모가 시아파…….”

허공에 수십 장의 부적들이 살아있는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한순간에 성현을 향해 짓쳐 들었다.

구오오오!

성현의 주위를 회오리치듯 회전하는 부적들이 일순간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성현을 에워 쌓다.

“푸인(封印)!”

음양사들은 고대의 주술 중 하나인 팔괘 봉인술을 펼쳤다.

대 요괴 봉인술의 한 종류이지만 인간에게도 절대적인 힘을 발휘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로 시공간에 봉인한다는 비술이었다.

10명의 음양사들이 전력을 다해 펼쳐진 주술은 스스로의 생명을 갉아 먹는 생사술(生死術)로 그 강력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크흡!”

파리한 안색의 한 음양사가 피분수를 뿜어냈다.

다른 음양사들도 처지는 다르지 않은 듯 입가에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음양사의 수장인 료시케가 놀라 소리쳤다.

팔괘 봉인술은 강력한 주술이긴 하지만, 대상이 강할수록 시전자의 생명력도 그만큼 크게 빼앗아 갔다.

그만큼 지금 봉인한 이의 능력이 고강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현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검은 연기를 피하려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을 에워싸는 검은 연기에 가둬지지는 것을 두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한들 도저히 못 벗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조금씩이지만 자신의 힘에 의해 속박(束縛)이 느슨해짐을 눈치챘다.

“으아아아!”

그리고 일순간 힘을 집중해 한 번에 그 속박을 풀어냈다.

파차차창!

검은 연기가 굳어져 직경 2m에 달하던 구체가 유리조각처럼 부서지더니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크아악!”

팔괘 봉인술을 펼치던 10명의 음양사들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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